<이슈&인물>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21 08:58:01
  • 호수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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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저 나라 떠돌다 ‘객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주목받았던 김정남이 타국서 피살됐다. 이 소식에 세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현재까지 배후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목되고 있다. 김정남은 후계구도서 밀려난 이후 끊임없이 신변에 위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비운의 황태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서 피살됐다. 한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김정남은 이날 쿠알라룸푸르공항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사망했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밖으로 출국하려 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김일성 장손
김정일 눈밖에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 경찰을 인용해 “김정남은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으나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뒤에서 누가 얼굴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어지럼증을 느꼈다”며 “공항 진료소로 옮겨졌다가 병원으로 후송되는 앰뷸런스 안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에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작전 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오전 브리핑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된 인물에 대해 “김정남이 확실시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며 암살 도구, 피살 원인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정남이 피살되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정남은 이날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 로비서 탑승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들어왔고 일주일 만에 출국하려던 참이었다. 이때 여성 2명이 김정남에게 다가갔고 이들은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로 공격했다.

이후 김정남은 공항 안내데스크로 걸어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무스타파 알리 말레이시아 출입국관리소장은 “(김정남이)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기 전에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첩보영화 같은 일이…말레이 공항서 피살
용의자 두 여성 검거 “북 지령 받았나”

김정남을 공격한 도구가 무엇인지는 언론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일각에선 ‘누군가 김정남의 얼굴에 무엇인가를 문지르고 갔다’고 보도했으며, 또 다른 언론에서는 ‘누군가 김정남을 붙잡고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반관영 통신사 <베르나마>는 “남성(김정남) 뒤로 접근한 한 여성이 남성의 얼굴에 액체가 묻은 천을 감쌌다”고 전했다. 다수의 한국 언론과 익명의 정부 관계자들은 김정남이 ‘독침’을 맞고 숨졌다고 밝혔으나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런 보도들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김정남의 사망 원인과 살해 방법 등을 밝혀줄 시신 부검은 지난 15일 진행됐다. 이날 북한은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알라룸푸르병원 안팎엔 긴장감이 돌았다. 강철주 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오후 2시경 병원에 도착해 부검이 끝날 때까지 머물렀지만 부검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독살이 5년 전부터 북한 당국 차원에서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2009년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은 집권 전이자 아버지 김정일이 생존해 있던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평양과 중국 베이징서 김정남 암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한 번 있었다”며 “그해 4월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살려 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권력서 밀린 후
해외생활 전전

이 때문에 김정남 피살은 북한 소행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북한은 국제사회서 수많은 테러·납치·파괴·공작 등을 자행했다. 특히 김정남은 김정은의 권력을 위협하는 유력한 경쟁자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배후설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정은은 2011년 말 집권 이후 공포통치를 통해 자신의 ‘유일 지배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숙청해왔다. 자신의 후견인이자 북한 권력 서열 2위였던 장성택이 첫 희생자다. 장성택의 죄명은 ‘불경죄’였다.

지도자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인데 당시 장성택이 중국과 김정남의 옹립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해외 언론에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자신들에게 껄끄러운 인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1995년 발생한 이한영씨 피살 사건이다. 이씨는 스위스 제네바에 유학 중이던 1982년 귀순했다. 그의 이모는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인 성혜림이며, 성혜림은 김정남의 친모다.

1995년 북한이 보낸 특수공작단에 의해 경기도 성남의 아파트 현관서 총에 맞아 피살됐다. 당시 북한서 내려보낸 암살단은 2인 1조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가는 김정은이 자신의 절대권력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아울러 김정은이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을 지난 2013년 처형한 데 이어 중국의 보호를 받아 외국 생활을 한 김정남까지 제거하면서 북중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사실상 ‘백두혈통’의 적자다. 북한 내에서 쿠데타 등 권력에 대한 도전이 발생할 경우 그 주도 세력은 해외에 있는 김정남을 새 권력자로 옹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김정남은 김일성 전 북한 국가주석의 장손이자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백두혈통의 권력 승계를 명문화하고 있어 김정남은 최고 권력을 쥘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인물이다.
 

이 때문에 북한 사회서 이번 김정남 피살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장성택 처형보다 의미가 크다. 북한 사회서 백두 혈통에 대한 살해라는 것은 쉽게 꿈꿀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이번 김정남 피살은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김정은의 지시를 받아 암살을 실행한 조직은 북한의 정찰총국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그 동안 북한 정찰총국이 김정남 감시를 맡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정찰총국은 요인 암살에 관여하는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서운 김정은
수차례 암살 시도

김정남은 그야말로 ‘비운의 황태자’였다. 19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결국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밀려 북한을 들어가지도 못하는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다.

김정남은 1971년 5월 김정일과 배우 출신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정일은 유부녀이던 성혜림을 강제 이혼시킬 정도로 사랑했다. 그와 동거하며 낳은 아들 김정남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의 신임을 받으며 자라온 장남 김정남은 1995년 인민군 대장 계급장과 군복을 직접 선물 받으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후계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김정남은 개방적인 성향 탓에 점차 후계 구도서 밀려났다. 젊은 시절 유흥을 즐기며 방탕한 생활을 했고, 외국인 전용 유흥주점서 외국인 유학생과 시비가 붙자 천장으로 총을 발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김정남은 어릴 적부터 명품에 둘러싸여 호화로운 생활을 했으며 국가 운영을 위한 자질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1980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로 유학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하며 국제사회의 정보를 습득한 그는 평소 중국식 개혁개방을 북한에 도입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특히 1990년대 말 북한 고위층 자녀들에게 “내가 후계자가 된다면 북한은 개혁개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후계 구도서 밀려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연관?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

이모인 성혜랑이 1996년 미국으로 망명한 것도 그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1년 도미니카공화국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된 사실이 대외에 공개되며 국제적 망신을 산 일로 완전히 김정일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정일과 유부녀인 성혜림의 부적절한 관계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점이 김정남이 후계자가 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일성에게 인정받지 못한 데다 북한 간부들에게 자신 있게 내세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김정남은 이후 중국과 마카오, 동남아 등지를 떠돌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렸다. 그러나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의 뒤를 봐주던 고모부 장성택마저 처형되면서 경제적인 지원이 끊겨 궁핍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한국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김정은 후계구도가 완성된 2010년 김정남은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등 체제 비판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북한 정치나 체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살려 달라” 애원
‘백두혈통’ 제거

김정남은 김정은 집권 이후 신변 위협 속에서 동남아 각국으로 거처를 옮기며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정남은 2014년 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한식당서 포착됐고, 그 해 5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레스토랑서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김정남은 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피살 당일 김정남이 왜 말레이시아에 있었는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보당국은 말레이시아에 내연녀를 두고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라진’ 김일성 왕족들

김정남이 피살된 가운데, 그의 가족과 다른 혈육에 대한 신변에도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남을 모종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김정은이 제거를 한 것이라면 그의 장남 김한솔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과 둘째 부인 이혜경 사이에서 태어난 김한솔은 프랑스 파리 유학 후 마카오로 돌아와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살 직전 김정남의 출국 목적지 역시 마카오였다. 그러나 마카오에서 김한솔의 최근 행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등록하지 않았다.

김한솔은 유학 시절 숙부인 김정은을 독재라라고 언급하고 민주주의를 선호한다고 하는 등 거침없는 언행을 보였다. 이 때문에 김정은에게 부친인 김정남 못지 않게 미운털이 박혔을 가능성이 크다. 2013년 12월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직후에는 유학 중이던 프랑스 현지 경찰의 밀착 경호를 받는 등 신변 위협설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의 가족이 중국 당국이 마련한 별도의 장소에서 보호를 받고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정보원도 김한솔이 마카오에 머물고 있으며 중국 당국이 보호하고 있다고 전날 국회 보고에서 밝혔다.

김정은의 숙부인 주체코 북한대사 김평일의 신변 역시 관심이다. 그는 김일성과 둘째부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정일의 이복동생으로, 1988년 주헝가리 대사로 부임한 뒤 핀란드, 폴란드 대사를 거치며 줄곧 외국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절대권력을 위협하는 백두혈통 중 김평일만 유일하게 남았다는 시각도 있다.

또 김정은의 친형제는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형 김정철과 여동생 김여정이 있다. 이들은 모두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인 고용희에게서 태어났다. 김정철은 경호 명목으로 항상 따라다니는 보위부 요원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감시와 견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애초 김정철은 권력에 관심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행동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김정은을 밀착 보좌하는 실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인권유린 혐의로 올린 제재 대상에 포함돼있기도 하다. 그러나 7개월 이상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공식 행사에 참석해서 신분증을 들어 보이는 사진이 노동신문에 실린 게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10월 국정원은 김여정의 활동이 뜸해진 이유에 대해 “신병을 치료 중이거나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도 김여정이 보이지 않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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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