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모’ 권력세습 밑그림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20 10:19:16
  • 호수 1102호
  • 댓글 0개

“박근혜 살리고, 황교안은 청와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황사모(황교안을 사랑하는 모임)로 전격 변신 중이다. 박사모 회원들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낙점, 조직적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 탄기국 집회 현장에서는 물론, 온라인서도 황 대행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들은 헌재를 압박,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기각시킨 뒤 황 대행을 차기 대통령에 앉힌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사모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지하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리고 있는 맞불집회서 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제19대 대통령 황교안” “문재인은 평양으로, 황교안은 청와대로”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본선 다크호스

이러한 경향은 온라인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네이버 밴드 등 SNS에서는 ‘황교안을 사랑하는 모임(황사모)’ ‘황교안과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사람들’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등 다수의 모임방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 모임방은 황 대행을 “부드러운 카리스마” “황교안을 차기 대통령으로 모시고 통일을 이루자” “여론조사 1위, 좌파세력 몰아내자” 등 글귀로 홍보하고 있다.

각 모임방마다 적게는 백 단위에서 많게는 천 단위의 사람들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대부분 박사모 활동을 겸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황 대행의 영상과 사진, 발언 전문 등을 올리며 “현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황 대행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 탄핵 기각 ▲황 대행 대선 당선이라는 순차적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 한 황사모 멤버는 ‘탄핵을 기각시키고 황 대행이 대선에 당선돼야 할 이유’란 제하의 글을 통해 보수재집권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해당 글은 황사모 멤버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황 대행의 출마가 현실화되면 이들은 전폭적 지지 세력으로 뭉칠 전망이다. 모임방 곳곳에는 “수천만 애국 국민은 당신(황 대행)의 출마를 기대합니다” 등 출마 선언을 촉구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출마 여부를 알 수 없음에도 지지를 약속하는 모습이 과거 17대 대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박사모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황사모 역시 박사모처럼 팬클럽의 성질이 강하다 보니 억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이를테면 개연성 없는 부분을 하나로 엮는 끼워맞추기식 치적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전년 대비 2월 수출 증가에 대해 황사모 회원들은 “황교안 효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즉, 황 대행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한 결과 수출이 회복세로 전환됐다는 논리다.

그러나 관세청의 발표를 한국은행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의 2월 수출 증가는 전 세계적인 IT 수요 회복세가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둘 사이에 직접적 상관관계는 없다는 뜻이다.
 

황 대행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적 움직임을 펼치는 일도 포착된다. 현재 황사모 회원들은 ‘대통령의 권한대행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저지하고자 국회에 항의전화를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황 대행의 업무 범위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해 11월3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권한대행이 ▲국민투표 부의권 ▲사면·감형·복권에 관한 권한 ▲헌법개정안 발의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우후죽순’ 황교안 팬클럽 많아져
박사모 회원 주류…결국 도긴개긴

황 대행의 개인 SNS를 찾는 방문자 수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최근 대선주자군으로 분류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관심이 표심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MBN·매일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3~15일까지 전국 1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월 3주차 주중집계 결과를 보면 황 대행은 전주 대비 1.2%포인트 오른 16.5%를 기록, 전체 3위에 올랐다. 리얼미터 기준 4주째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1위 문재인 전 대표 32.7%, 2위 안희정 충남도지사 19.3%).

특히 황 대행의 지지율은 ‘김정남 피살 사건’이 있은 후 일간 집계에서 16.6%를 기록, 자신의 기존 일간 최고치(지난 7일, 16.6%)와 동률을 이뤘다. 주로 대구·경북(TK)과 50대 이상, 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에서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높아진 몸값에 자유한국당, 특히 친박계(친 박근혜)서 러브 콜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문종 의원은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서 “국민이 간절히 원한다면 (황 대행도) 공인이기 때문에 아마 거절만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민심이 어느 정도 우리 권한대행을 원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 우리 당 당원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보수 세력에서 황 대행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고 전한 바 있다.

보수 구원투수

황 대행은 궤멸 직전의 보수 진영에서 ‘구원투수’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내에서조차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의원들이 있을 정도로 황 대행은 ‘탄핵 공동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승 추세인 황 대행 지지율도 보수층의 기대감이라는 거품이 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권한대행을 그만두고 출마를 선언했을 때 “국정을 내팽개쳤다”는 비난을 뿌리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큰 상황이다. 과연 황 대행은 기대와 우려를 안고 대권에 전격 도전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당 대선주자> 황·홍 2파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핵심 증인인 금품 전달자 윤승모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무죄판결이 남에 따라 홍 지사가 대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게 됐다. 홍 지사 개인도 그간 대권 도전에 대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무죄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연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할 것을 시사했다.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홍 지사는 “대선에 나간다, 안 나간다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자유한국당은 우파 진영의 본산이므로 쉽게 떠나기가 어렵다”고 말해 당적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 지사가 맞붙는 2파전 양상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