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 세습' 대기업 뺨치는 예배당 대물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남 여수의 한 대형 교회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 개신교 교단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연상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요시사>가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세습,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 우리나라에서는 세습이라는 단어가 유독 교회라는 단어에 잘 따라 붙는다. 교회 세습, 담임목사직이 직계로 이어지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꼼수 써서
변칙으로

교회 헌법은 담임목사직 세습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변칙 세습’ 등의 꼼수를 통해 법망을 비켜가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왔다. 일단 한 번 자리를 물려주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교회 세습에 있어 교단의 자정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개신교에 대한 국민 신뢰를 깎아 먹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회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종교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3대 대중 종교 중에서는 개신교의 신뢰도가 가장 낮다. 신도 비율은 불교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인기 종교지만 비종교인의 불신은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3~4월 기준 국민 10명 중 4명만 ‘종교가 있다’고 답했다. 2004년 과반(54%)에서 2014년 50%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40%까지 줄었다. 20~30대의 탈 종교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20대는 22%, 30대 역시 30%만이 현재 믿는 종교가 있다고 답했다.

종교인은 불교, 개신교, 천주교에 대부분 분포돼있다. 한국갤럽이 조사를 시작한 1984년 이래 불교인 비율은 16~24%, 개신교인은 17~21%, 천주교는 6~7%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개신교(17%), 불교(16%), 천주교(6%) 순이었다.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는 불교(20%)였다. 개신교는 6%에 불과했다(천주교 13%). 종교 분포 비율로 따지면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교세에 비해 낮은 편이다. 

비종교인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가 과반(54%)으로 나타났다. 이어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19%),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7%) 등이 뒤를 이었다. 관심이 없다는 응답 비율은 1997년 26%에서 지난해 54%로 약 25년 새 2배로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의 위상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대형교회, 아들은 개척교회
합친 뒤 후임 담임목사로 청빙 결의

최근 여수의 한 대형 교회에서 개신교 교단을 발칵 뒤집는 일이 일어났다. 해당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자신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세습 과정이 변칙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교회는 여수에서 많은 신도 수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여수은파교회’로 등록 신도만 3000여명, 연간 재정은 60억원에 이르는 여수에서 가장 큰 교회로 알려져 있다. 고만호 여수은파교회 목사는 호남신학대학교 이사장과 전남CBS 이사장을 역임했다.

총회 세계선교부장, 총회 반동성애대책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교단 내 입지가 탄탄하다. 

2020년 7월에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의 주최로 진행된 제12회 한국 장로교의 날 기념예배에서 ‘2020 자랑스러운 장로교인 상’(목회 분야)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주최 측은 “교회를 개척해 건강하게 성장시키고, 600여명의 선교사 훈련 및 지원활동을 펼쳐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고 목사는 지난달 26일 공동의회를 열고 자신의 후임으로 아들인 고요셉 목사를 선출했다. 이날 공동의회는 여수은파교회와 고요셉 목사가 목사로 있는 여천은파교회를 합친 합병 교회의 위임 목사로 아들 고 목사를 청빙하겠다는 안건으로 진행됐다. 

고 목사는 이날 회의를 직접 주관했는데, 투표는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가(찬성)’하면 ‘예’ 아니면 ‘아니요’라고 대답하도록 한 것. 신도들은 ‘예’라고 대답했으며, 아니면 아니라고 하라는 고 목사의 말에는 침묵했다. 안건이 통과된 순간이었다. 

교회 헌법
유명무실?

익명을 요구한 목사 A씨는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건은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공동의회를 주관하는 것은 담임목사의 역할”이라면서도 “이번 여수은파교회의 경우 고만호 목사는 아들 고요셉 목사 청빙 건을 직접 다뤘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담임목사직 세습 과정에서 꼼수가 동원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6월 고요셉 목사는 여수은파교회 인근에 개척교회인 여천은파교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6개월 뒤 여수은파교회와 여천은파교회를 합병하면서 고요셉 목사가 담임목사로 추대된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은 2013년부터 직계가족 간에 담임목사직 세습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회 헌법에는 교회 통합에 대한 규정이 없어 그 틈새를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여수은파교회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요셉 목사 청빙은 교인들이 원했고 교회 안정을 위해 진행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목사 A씨는 “담임목사(고만호 목사)가 일일이 신도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가부를 묻는데 그 자리에서 누가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고요셉 목사가 설립한 개척교회인 여천은파교회가 사실상 ‘페이퍼 처치’라는 의혹이 나왔다. 광주MBC에 따르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 시간에 고요셉 목사가 여수은파교회에 출석해 있거나 심지어 설교까지 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또 여수은파교회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여수은파교회에 헌금을 하면 다시 여천은파교회 재정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다’며 ‘여천은파교회의 계좌로 바로 보내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수은파교회 측은 논란을 정면돌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고만호 목사는 최근 새벽 설교에서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하면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있다. 목회자 아들 청빙한다고 세습? 옛날 이조 시대인가? 열댓 살 먹은 애, 자격도 실력도 없는데 아무 준비도 안 돼있는 애를 그렇게 앉히나? 우리 교인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이냐”고 했다. 고요셉 목사 청빙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페이퍼 처치
의혹도 나와

여수은파교회 세습 논란에 교계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13일 논평을 내고 “교단 헌법 28조 6항, ‘세습금지법’이 있음에도 법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이 결정에 참담한 마음뿐”이라며 “자신의 욕망을 하나님의 뜻이라 포장하고, 탐욕을 교회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는 모습은 참담하며 소위 ‘페이퍼 처치’라 불리는 거짓과 기만에 대해서는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도 13일 여수은파교회 세습 논란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놨다. NCC는 “(담임목사직 세습이)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왜 자꾸 목회지 대물림을 하려는 것일까요”라며 “교회를 자신의 사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의 종이어야 할 담임목사의 지위를 권력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수은파교회의 세습 논란은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상기시키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교회를 설립한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정년퇴임한 후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앉힌 일이 발단이 됐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 명성교회가 경기도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따로 세운 뒤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를 앉힌 일이 시초다. 명성교회가 2017년 3월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면서 새노래명성교회 합병안까지 통과시키자 교계에선 변칙 세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4년 3월부터 계산하면 해당 논란은 2019년까지 5년 넘게 이어졌다. 당시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퇴임하고 2년이 지난 뒤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기 때문에 교단 헌법의 세습 금지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교계 시민단체 등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명성교회 측이 교단 헌법의 취지를 왜곡했다며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을 냈다. 그때부터 교회 헌법 해석을 놓고 핑퐁 싸움이 벌어졌다. 

교단 재판국은 2018년 8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며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한 달 만인 같은 해 9월 열린 교단 총회에서 재판국이 판결 근거로 삼은 교단 헌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면서 판결을 취소했다. 공은 재심으로 넘어갔다.

재심을 맡은 교단 재판국은 2019년 8월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를 무효로 판결했다. 

2019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수습안을 내놓으면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일단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수습안에 따르면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은 교단 헌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선언한 재판국 재심 판결을 수용하게 만들면서도 김하나 목사가 지난해부터 부친인 김삼환 목사가 세운 교회에서 위임 목사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단체 “철회해야”
여수노회 “입장 유보”

교단의 수습안 발표 이후에도 진통은 계속됐다. 교단이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을 사실상 허용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교단의 결정이 이미 국내 대형 교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목사직 세습 관행에 사실상 합법적인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여수은파교회 논란에서도 여수노회, 총회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지교회(여수은파교회)를 행정적으로 지도하고 권징(권고하고 징계)해야 할 노회와 총회가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여수노회의 무책임한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 큰 분노가 치민다”며 “여수노회는 사전에 불법 세습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모른 척 했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방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불법이 있다”며 “돈과 권력을 지닌 이들의 불법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예장통합 총회는 겉으로는 세습을 금지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불법 세습을 부추기는 사기극을 진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불법 세습은 교회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사회적 고립으로 안정을 해치고 하나님의 정의를 거스르며, 사회적 정당성을 잃는 길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면서 여수은파교회의 불법 세습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수노회는 여수은파교회 불법 세습 논란에 대해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종호 여수노회 노회장은 <뉴스앤조이>의 취재에 “우리 노회는 은파교회와 관련해 어떠한 의견도 유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목사 A씨는 “젊은 목사들 사이에서는 여수은파교회 불법 세습 논란을 두고 자괴감을 느낀다는 말이 많다.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면서도 노회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결말도 그렇고, 현재 여수노회의 입장도 그렇고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체념이었다.

신학대생
“자괴감”

그러면서 그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신학대학생들 사이에 이른바 성골·진골·6두품 등 계급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성골은 대형 교회 목사의 아들, 진골은 중소형 교회 목사의 아들, 6두품은 집안에 종교인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진정한 목회를 목적으로 신학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큰 박탈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만호 목사, 또 다른 논란 ‘과거 5·18 망언’으로 뭇매

고만호 여수은파교회 목사는 이번 세습 논란 외에도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고 목사는 2019년 3·1절 100주년 기념예배에서 3·1운동을 언급하면서 5·18민주화운동과 비교했다. 

그는 “끔찍한 폭력이 있었어요. 예,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어요. 폭탄을 그 도청 안에다가 어마어마하게 장치를 했어요. 교도소를 막 습격을 했어. 끝난 다음에 제가 광주 시내를 돌아보니까요. 이건 뭐 전쟁터요, 완전히”라고 말했다.

“그런 뜻 아냐? 사과하기도

그러면서 “이편저편 따질 것 없이 무슨 뭐 여러 가지 말들을 하지만요, 어떤 이유로 해서든 폭력은 자랑할 것이 못 됩니다…(하략)”라고 발언했다.

교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어나자 고 목사는 “설교 중에 민주화운동 때 폭력이 있었다고 말한 것은 3·1운동이 비폭력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당시 현장에 있었고, 동기의 희생을 가슴 아파했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왜곡이나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사과한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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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