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위기 ④

불황늪에 빠진 연예계 들춰보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 출연한 배우 김주혁은 최근 인터뷰에서 “2007년에 출연하려 했던 4편의 영화가 제작이 취소되는 바람에 2년 동안 공백기를 가진 것처럼 돼버렸다”며 “처음 엑스트라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조급증은 별로 없지만, 4번째 영화도 제작이 무산되고 나니 조급증이 나더라”고 밝혀 지난 2006년 개봉된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이후 2년 동안 관객을 만날 수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출연작품도 없고돈가뭄에 시달리고 “도대체 끝은 어디야”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도 가는 곳마다 “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다”며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이 조금만 모이면 ‘극심한 불황’ 이야기뿐이다. 제작자는 돈을 구하러 동분서주하고 연예인들은 출연작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잘나가는 톱 배우들에게 고민거리가 있을까. 남부럽지 않을 부를 축적했고, 여기저기서 오라는 데도 많고, 그저 자기 관리만 잘하면 사고 없이 무사히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요즘 톱 배우들에게도 고민거리가 생겼다. 출연할 작품이 점점 적어지고, 그렇다고 아무 작품이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작품 고를 때마다 더욱 고민이 쌓인다. 작품의 선택이 향후 행보를 좌우하는 경우가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들이 해외 활동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톱 탤런트 A양이 출연하려던 영화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 이유는 투자가 안돼서다. 영화계, 드라마계가 블루칩으로 떠오른 A양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였지만 그가 2년 만에 선택한 영화가 투자를 못 받아 제작을 못하게 됐다는 것은 연예계 불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양 측은 “영화가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제부터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데 고민이다”라고 밝혔다.
과거에도 스타들은 “출연할 작품이 없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요즘 스타들은 말 그대로 작품이 없어 출연을 못하고 있다. 제작이 들어가는 작품 자체가 현저히 줄어든 탓이다.
영화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요사이 배우들로부터 제발 영화 좀 제작해달라는 전화가 자주 온다. 다들 출연작이 없어 고민인 모양이다”다며 “불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A양 매니저는 “요즘 같아서는 작품 안 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무턱대고 했다가 어느 순간 엎어지기 일쑤고, 개봉하거나 방송해도 망하면 주인공 탓으로 돌아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그래서 뭔가 확실하지 않으면 배우들이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A양처럼 특히 여배우들은 더욱 갈 데가 없다. 요즘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남성 주연 전성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 주연 작품은 영화 <미쓰 홍당무>와 <미인도> 정도다.
톱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의 수도 현저히 줄었다. 그래서 많게는 1년에 세 편, 적게는 한 편씩 출연하던 배우들이 요즘엔 1년에 한 편도 안 하는 경우가 늘었고, 몇몇 톱 배우들은 벌써 몇 년째 작품 출연을 안 하고 있다.

연예계 가는 곳마다 “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다”
배우들 출연작 없어 발 동동… 제작사는 돈 가뭄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는 차기작 선정이 늦어져 이제 ‘왕년의 스타’가 될 지경이고, 고소영 역시 오랜만의 복귀작들이 하나 둘 참패하면서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없다. 한때 영화판을 종횡무진하던 하지원, 강동원 등도 최근에야 차기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리고, 최민식, 장동건, 배용준, 이미연, 이나영, 김태희 등은 아직 새 작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지금 기획 개발 중인 영화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확실한 작품이 별로 없다. 작품성 있는 시나리오가 있거나 제작비 투자와 배급이 완료된 작품으로 확인돼야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출연을 하기로 했느니, 출연 번복으로 작품을 못 만들게 됐다느니 엉뚱한 소리를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드라마로 상을 받은 인기 작가 B씨. 그가 제작사에 제출한 기획안이 별도 검토도 되지 못하고 무기한 ‘보류’ 상태가 됐다. 이유는 스케일이 큰 드라마이기 때문. B씨는 스타 캐스팅 능력이 있는 작가지만 그가 이번에 낸 기획안은 해외 로케이션이 대부분인 이야기. 제작사는 “아무리 기획안이 좋고 대본이 잘 나온다고 해도 그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해오냐”면서 난색을 표한 뒤 “제발 다른 소재로 기획안을 내달라”고 작가에게 부탁했다.
최근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해외 로케이션이다. 이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최근에 선보이는 대작들은 스케일을 위한 스케일을 내세우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내실은 없고 오로지 보여지기 위한 스케일만 추구하다보면 돈만 잔뜩 쓰고 결과는 안 좋을 위험성이 크다”며 “한류를 겨냥한다면서 비싼 배우를 기용해 그들을 폼 나게 해주려 규모를 키우다보면 그 규모에 치우쳐 정작 인간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야기보다는 배우에 의존해 대작을 끌고 가려다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로비스트>다. 또 <태왕사신기>도 배용준이 없었다면 일본에서 그만큼의 성적이라도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시청자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일본 시청자들이 따라가기는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또 드라마를 영화처럼 만들려고 하는 시도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시스템은 분명히 다른데 요즘에는 자꾸 영화 같은 스케일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의 질이 특별히 좋아지지도 않는다”며 “대작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대작을 외치며 제작비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영화계와 드라마계의 불황보다 더 심각한 곳이 가요계이다. 가요계 불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음반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조성모 3집이 가장 최근의 밀리언셀러다. 8년째 1백만 장 이상 판매한 앨범이 없을 정도로 한국음반업계가 깊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황 탓인지 가수들이 연기나 뮤지컬 쪽으로 진출한데 이어 요즘에는 버라이어티 오락 프로그램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수들의 연기 데뷔는 가수들의 돌파구로 많이 활용되었다. 비, 에릭, 탁재훈 등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대중적인 입지를 굳힌 이후 뮤지컬로 진출하는 가수들도 많아졌다. 옥주현은 뮤지컬 <시카고>로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손호영, 빅뱅의 승리, 대성, 앤디, 왁스, 리사 등도 뮤지컬에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다. 버라이어티 출연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소위 짝짓기 프로그램을 통해 주로 홍보를 해왔다면 최근에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로 새롭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가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버라이어티 출연이 실제 앨범 판매량에 영향은 줄까.
한 가요 관계자는 “가요 프로그램에 여러 번 출연하는 것보다 버라이어티 한 번 출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일단 시청률 면에서 더 뛰어나기 때문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과 가요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알렉스가 신애에게 김동률의 ‘아이처럼’을 불러준 뒤 김동률의 음반 판매량이 늘어났다. 또 지난 2006년 발표됐던 러브홀릭의 ‘화분’은 알렉스가 같은 프로그램에서 부른 뒤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가요계 불황으로 가수들의 침체된 분위기는 변화하는 주위 환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밴을 타고 다니는 톱 가수도 일반 승합차로 차를 바꾸는 경우도 심심찮다.
톱 가수 C양 매니저는 “음반을 발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싱글이나 연기 활동 등 다른 돌파구를 찾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다”며 “아울러 부업을 찾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매니저들도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음반 관계자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음악산업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음악산업 자체는 더욱 커졌다. 다만 MP3의 발달로 CD시장이 죽으면서 음반제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불법복제와 P2P로 인한 불법유통으로 인해 창작의 대가가 제대로 지불되지 않고 무상으로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구조가 바뀌고 또한 저작권 보호를 위한 가요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해외에서는 한국 음악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접근을 한다면 느린 속도나마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연예계 불황 탈출 해법은-“내 몫만 챙겨선 설 자리 없다”

연예계 불황 탈출구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스타들이 스스로 몸값을 낮추며 어려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초유의 불황을 겪고있는 스크린에서 스타들의 개런티 삭감 트렌드가 특히 두드러진다. 영화 <고死-피의 중간고사>에 출연한 이범수는 개런티를 1억2천만원에 맞췄다. 톱스타들의 영화 한 편 출연료가 4억∼5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이범수는 영화 <그들이 온다> 때도 김민선과 함께 출연료를 낮춰 부르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개런티 삭감에 앞장 서온 배우로 손꼽힌다. ‘스크린 여왕’ 전도연은 저예산 영화 <멋진 하루>에서 트렌드를 주도했고, 한지혜는 저예산 영화 <허밍>에서 미덕을 보여줬다. 영화 <아들>의 차승원, <열한번째 엄마>와 <모던보이>의 김혜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김정은 문소리 등도 몸값 낮추기에 적극 동참했던 주역들이다. <밤과 낮>의 박은혜는 아예 노 개런티 출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개봉된 1백12편의 한국 영화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겨우 13편에 불과하다. ‘나부터 한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 점점 더 많은 스타들이 출연료 삭감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준호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평소의 4분의 1 정도를 떼냈고, 송윤아, 이범수, 박용하, 김하늘 등은 <온에어>에서 절반이나 잘라냈다. <에덴의 동쪽>은 한류스타 송승헌, 연정훈, 이다해, 한지혜 등 대다수 출연진들이 30, 40%의 개런티 삭감을 해줬다. <밤이면 밤마다>의 이동건은 평소 출연료보다 회당 6백만원 정도 낮은 금액에 계약서를 썼다.
스타들의 고액 개런티가 막대한 드라마 제작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온데다 최근 열악한 스태프나 일반 연기자들의 처우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면서 내 몫만 챙겨선 설 자리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이다.
방송사와 드라마 외주제작사들의 달라진 제작 방침 또한 이같은 트렌드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앞으로 적자 드라마는 만들지 않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불황 타계를 위한 스타들의 몸값을 낮추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내느냐도 관건이다.
현재 제작되는 대작 드라마는 모두 한류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해외를 공략한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해외 시장이라는 것은 결국 일본을 겨냥한다는 의미로, 일본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나 수출이 제작의 성패를 사실상 결정짓는다.
<태왕사신기>는 4백50억원, <로비스트>는 1백20억원, <에덴의 동쪽>은 2뱍50억원, <아이리스>는 2백억원, <카인과 아벨>은 80억원의 제작비를 각각 내세운다. 회당 제작비가 적게는 4억원에서 많게는 18억원까지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국내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1억5천만원에서 2억원 사이다.

연예계 몸값 ‘세일중’… 업계 불황에 스타들 개런티 자진 삭감
송승헌·이병헌 등 한류스타 내세운 드라마 제작… 일본에 승부

이 돈은 다 어디서 조달할 수 있을까.
송승헌 주연의 <에덴의 동쪽>은 방송 및 OST 판권을 일본에 60억원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또 송승헌의 초상권 등과 관련된 수익도 제작사에 일정 부분 돌아가게 장치를 해놓았다는 설명.
이병헌을 캐스팅해 내년 1월 초 촬영을 시작하는 <아이리스>의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를 제외하고, 80억원가량은 일본에서 조달할 것으로 보이고 또 80억원 가량도 국내 지자체 등의 협찬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욘사마를 내세운 <태왕사신기>가 일본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고, <로비스트>는 국내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던 점을 볼 때 과연 앞으로도 일본 투자를 낙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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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