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선판에 뛰어든 사람들

흙수저 환영…장군님도 줄을 서시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는 예상보다 속도가 느려졌지만 대선 시계는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본선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예선에서 몇몇 후보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선수’들의 윤곽도 뚜렷해지고 있다. 사실상 대선출마가 결정된 후보들은 인재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대선후보들이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검 대면조사 거부, 헌법재판소의 심리 지연, 탄핵 반대 집회 확산 등 탄핵 심판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탄핵 인용을 낙관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대표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지난 8일 회동을 갖고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기로 했다.

스타 1순위
스토리 위주

탄핵 심판 일정이 삐걱거리는 것과는 별개로 대선후보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상황이 언제 가시화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세론’을 타고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 20일 만에 출마 선언조차 못하고 낙마하면서 지지율은 더욱 공고해진 모양새다.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대선후보들이 5% 이하 지지율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문 전 대표는 각 분야의 인재들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치른 20대 총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은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전 대표를 삼고초려 끝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해 총선 승리의 발판을 놨다. 또 경찰대 교수였던 표창원 의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 국정원 인사처장 이력의 김병기 의원, 브랜드 전문가 손혜원 의원 등을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국회에 입성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의원 배지를 달진 못했지만 삼성전자 임원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 역시 문 전 대표의 성공적인 영입 인사로 꼽힌다.

최근 문 전 대표는 대선을 위한 폭넓은 인재 영입으로 또 한 번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선후보군 가운데 인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공식블로그에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인재 영입 1호로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고 전 아나운서는 이날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서 열린 문 전 대표의 북 콘서트 행사에서 사회를 맡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재를 잡아라!” 바빠지는 대선후보들

각 캠프 인지도 높은 유명인사 영입전

고 전 아나운서는 지난 2004년 KBS 공채 30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국악한마당> <책 읽는 밤> <생방송 오늘> <무한지대 큐>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고 전 아나운서는 이날 행사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걱정됐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수없이 고민했다”며 “하지만 가슴 뛰는 곳에서 살고 싶었고, 하루를 살아도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싶었기에 문 전 대표의 손을 잡았다”고 캠프 합류 이유를 밝혔다.

KBS 새 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고 전 아나운서는 “수많은 선후배들이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 몸부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또 “문 전 대표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하나뿐”이라며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민주당 안보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문 전 대표는 행사 마지막쯤 패널로 참여했던 전 전 사령관을 소개하며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줄 새로운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전 전 사령관은 1981년 4월 임관해 1983년 아웅산 테러 당시 이기백 합참의장을 구해 유명세를 탔고, 특전사에서 35년간 근무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특수전사령관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7월 중장으로 전역했다. 참전군인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장성 가운데 가장 많은 훈장(11개)을 받아 ‘영원한 특전사령관’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전 전 사령관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안보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로 했다”며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민주당의 안보 강화 약속을 믿고 그 약속을 지켜 나가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맡아 달라는 부탁이 있어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의 캠프 합류는 민주당이 안보 현안에 취약하다는 인식을 바꿀 ‘묘수’로 꼽혔으나 그의 아내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학교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 총장은 지난 8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심 총장은 2013∼2015년 20여차례에 걸쳐 공금 7억8000만원을 자신의 법률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경기 성남시의 한 기업을 방문한 자리서 “전 전 사령관의 부인을 자문역으로 모신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 전 사령관의 국방안보능력을 높이 사서 자문단의 일원으로 모셨다”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표의 캠프 측은 “전 전 사령관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검증이 진행되는 것은 안타깝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배포했다. 전 전 사령관도 자신의 SNS에 “문재인 캠프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 문 전 대표에게 누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앞으로도 묵묵히 나름의 방식으로 그분을 돕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나운서에
특전사령관

캠프와 문 전 대표, 전 전 사령관이 전방위로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전 전 사령관이 성신여대 교직원들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의 불씨는 오히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성신여대 전 부총장 조모 교수는 지난 2009년 전 전 사령관이 강원도 화천서 연 사단장 취임 축하파티에 교직원 20여명을 파티용 음식 준비, 서빙 등 행사요원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기했다. 전 전 사령관은 조 교수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1심서 성신여대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고 판단, 전 전 사령관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서는 지엽적인 부분에서는 약간 차이가 나더라도 직원과 학생을 동원했다는 제보 내용은 중요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무죄로 봤다. 지난 9일 대법원 상고심에선 “조 교수의 의혹 제기가 일부 사실”이라고 본 2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전 사령관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발언까지 불거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문 전 대표를 향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전 전 사령관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거취를 정리했다.


그는 지난 10일 “의도치 않게 저의 부족과 불찰로 문 전 대표님께 누를 끼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다시 미국 연수과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멀리서나마 문 전 대표와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겠다”며 캠프 사퇴 의사를 전했다.

송영길 의원도 문 전 대표의 요청에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가세했지만 바로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4선 중진 의원인 송 의원은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문 전 대표의 공약을 지적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지난 8일, 문 전 대표가 내세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두고 “국가 예산과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누가 못하느냐”며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말했다. 캠프 총괄자가 후보의 공약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후보는 저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선대위나 캠프에 함께 할 수 있다”고 수습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은 문 전 대표의 일자리 정책 공약 중 핵심이다.

소방관, 경찰, 교사, 복지공무원 등을 신규 채용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문 전 대표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은 반만 맞는 말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 고용주”라고 한 바 있다.

여야 영입 전쟁
눈치싸움 치열

보통 인재영입 경쟁은 여야 후보 간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번 대선구도는 야당 후보 간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다. ‘노무현의 입’이라 불렸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을 두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문 전 대표 간의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이 대표적이다.

안 지사는 최근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서 퇴장하면서 붕 떠버린 충남권 지지율을 흡수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정도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이자 '원조친노'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 영입은 친노 경쟁이 붙은 두 사람의 1라운드였다.

결과는 안 지사의 승리였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2012년 대선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전 대표의 카피를 만든 인물이다.

이번에도 문 전 대표를 도울 예정이었지만 안 지사가 직접 도움을 청했고, 그는 거절하지 못했다. 윤 전 대변인은 안 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윤 전 대변인 외에도 참여정부서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 속속 안 지사의 캠프로 모이고 있다. 황이수 전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각각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정재호 의원 등도 일찌감치 안 지사의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소장으로 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감사를 맡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던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안 지사 캠프의 좌장을 맡아 친노그룹 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원조 친노 경쟁이 두드러지면 두 후보 간 친노그룹 인재 영입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헌재발 조기대선 가시권
후보별 각양각색 전략

지난해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로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이세돌 9단도 안 지사의 국민 후원회장이 됐다. 안 지사는 지난 6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알파고 이세돌 사범 여섯 점 바둑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1호 안희정 후원회 회장. 함께해요,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글로 이 9단의 영입 소식을 알렸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안 지사의 요청에 이 9단이 응하면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충남지사 공관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바둑을 뒀다.

이 9단은 “원래 민주당을 좋아했다. 안 지사뿐 아니라 문 전 대표도 많이 좋아하고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지사와 대연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새로운 정치를 추구한다는 느낌, 새로운 감각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부분이 내 성향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 지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알파고와 바둑 고수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인재영입 전략은 ‘스타’보다 ‘스토리’에 방점을 찍었다. 이 시장은 지난 9일 청년과 해고노동자, 소상인과 농민 등 이른바 흙수저, 무(無)수저들로 구성된 후원회를 구성했다. 이 시장은 “분야별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을’을 상징하는 분들이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이 시장은 캠프 사무실인 여의도 ‘이재명의 국민서비스센터’서 열린 출범식에서 1차 공동후원회장 명단을 발표하고 관련정책 공약도 밝혔다. 이 시장 측이 공개한 후원회장들은 작가 목수정, 해고노동자 김승하, 시장 상인 서정래, 직장맘 김유미, 단역배우 이중열 등으로, 보통 유명 인사들로 구성되는 기존 후원회와는 궤를 달리했다.

화려한 스펙보다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 시장의 평소 철학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독립운동가 목치숙 선생의 자손이자 진보 성향의 재불작가 목수정씨는 프랑스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이 시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목 작가는 <자발적 복종> <파리의 생활좌파들> 등을 저술했고 현재 프랑스에서 박근혜 탄핵 집회를 이끌고 있다.

목씨는 “단죄되지 않는 범죄는 반드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처단하지 않는다면 후손들 역시 불의가 승리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며 “유럽서 이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KTX 해고노동자이자 여승무원 노조 지부장인 김승하씨는 부당 해고를 당한 이후 4000일 넘게 싸우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 예배 때 이 시장이 참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씨는 “2006년 처음 투쟁을 시작한 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행동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됐지만 이 시장이 성남시정을 통해 보여준 결과를 보고 다른 분들에 비해 신뢰하게 됐다”고 피력했다.

후원회의 상임회장을 맡게 된 박수인씨는 “청년배당을 받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복지사가 됐다”며 “청년배당을 통해 대한민국이 청년을 버리지 않고 이 나라가 청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워킹맘 김유미씨는 “성남에 살면서 이 시장이 아이를 위한 정책을 많이 내줘 아이와 함께 행복을 느꼈다”며 “성남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자랑스러워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답이다
책사들도 합류

보수진영에선 지난달 25일,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 지사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멘토로 삼고 진영을 꾸리는 중이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의 손꼽히는 ‘책사’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문 전 대표를 도왔고,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창당 작업을 거들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여권의 잠룡 남 지사와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윤 전 장관은 남 지사가 주장하고 있는 모병제와 수도이전 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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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