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선판에 뛰어든 사람들

흙수저 환영…장군님도 줄을 서시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는 예상보다 속도가 느려졌지만 대선 시계는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본선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예선에서 몇몇 후보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선수’들의 윤곽도 뚜렷해지고 있다. 사실상 대선출마가 결정된 후보들은 인재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대선후보들이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검 대면조사 거부, 헌법재판소의 심리 지연, 탄핵 반대 집회 확산 등 탄핵 심판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탄핵 인용을 낙관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대표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지난 8일 회동을 갖고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기로 했다.

스타 1순위
스토리 위주

탄핵 심판 일정이 삐걱거리는 것과는 별개로 대선후보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상황이 언제 가시화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대세론’을 타고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 20일 만에 출마 선언조차 못하고 낙마하면서 지지율은 더욱 공고해진 모양새다.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대선후보들이 5% 이하 지지율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문 전 대표는 각 분야의 인재들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치른 20대 총선 당시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은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전 대표를 삼고초려 끝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해 총선 승리의 발판을 놨다. 또 경찰대 교수였던 표창원 의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 국정원 인사처장 이력의 김병기 의원, 브랜드 전문가 손혜원 의원 등을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국회에 입성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의원 배지를 달진 못했지만 삼성전자 임원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 역시 문 전 대표의 성공적인 영입 인사로 꼽힌다.

최근 문 전 대표는 대선을 위한 폭넓은 인재 영입으로 또 한 번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선후보군 가운데 인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공식블로그에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인재 영입 1호로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고 전 아나운서는 이날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서 열린 문 전 대표의 북 콘서트 행사에서 사회를 맡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재를 잡아라!” 바빠지는 대선후보들

각 캠프 인지도 높은 유명인사 영입전

고 전 아나운서는 지난 2004년 KBS 공채 30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국악한마당> <책 읽는 밤> <생방송 오늘> <무한지대 큐>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고 전 아나운서는 이날 행사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걱정됐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수없이 고민했다”며 “하지만 가슴 뛰는 곳에서 살고 싶었고, 하루를 살아도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싶었기에 문 전 대표의 손을 잡았다”고 캠프 합류 이유를 밝혔다.

KBS 새 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고 전 아나운서는 “수많은 선후배들이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 몸부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또 “문 전 대표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하나뿐”이라며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민주당 안보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문 전 대표는 행사 마지막쯤 패널로 참여했던 전 전 사령관을 소개하며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줄 새로운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전 전 사령관은 1981년 4월 임관해 1983년 아웅산 테러 당시 이기백 합참의장을 구해 유명세를 탔고, 특전사에서 35년간 근무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특수전사령관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7월 중장으로 전역했다. 참전군인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장성 가운데 가장 많은 훈장(11개)을 받아 ‘영원한 특전사령관’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전 전 사령관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안보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로 했다”며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민주당의 안보 강화 약속을 믿고 그 약속을 지켜 나가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맡아 달라는 부탁이 있어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의 캠프 합류는 민주당이 안보 현안에 취약하다는 인식을 바꿀 ‘묘수’로 꼽혔으나 그의 아내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학교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 총장은 지난 8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심 총장은 2013∼2015년 20여차례에 걸쳐 공금 7억8000만원을 자신의 법률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경기 성남시의 한 기업을 방문한 자리서 “전 전 사령관의 부인을 자문역으로 모신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 전 사령관의 국방안보능력을 높이 사서 자문단의 일원으로 모셨다”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표의 캠프 측은 “전 전 사령관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검증이 진행되는 것은 안타깝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배포했다. 전 전 사령관도 자신의 SNS에 “문재인 캠프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 문 전 대표에게 누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앞으로도 묵묵히 나름의 방식으로 그분을 돕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나운서에
특전사령관

캠프와 문 전 대표, 전 전 사령관이 전방위로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전 전 사령관이 성신여대 교직원들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의 불씨는 오히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성신여대 전 부총장 조모 교수는 지난 2009년 전 전 사령관이 강원도 화천서 연 사단장 취임 축하파티에 교직원 20여명을 파티용 음식 준비, 서빙 등 행사요원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기했다. 전 전 사령관은 조 교수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1심서 성신여대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고 판단, 전 전 사령관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서는 지엽적인 부분에서는 약간 차이가 나더라도 직원과 학생을 동원했다는 제보 내용은 중요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무죄로 봤다. 지난 9일 대법원 상고심에선 “조 교수의 의혹 제기가 일부 사실”이라고 본 2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전 사령관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발언까지 불거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문 전 대표를 향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전 전 사령관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거취를 정리했다.


그는 지난 10일 “의도치 않게 저의 부족과 불찰로 문 전 대표님께 누를 끼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다시 미국 연수과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멀리서나마 문 전 대표와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겠다”며 캠프 사퇴 의사를 전했다.

송영길 의원도 문 전 대표의 요청에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가세했지만 바로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4선 중진 의원인 송 의원은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문 전 대표의 공약을 지적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지난 8일, 문 전 대표가 내세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두고 “국가 예산과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누가 못하느냐”며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말했다. 캠프 총괄자가 후보의 공약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후보는 저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선대위나 캠프에 함께 할 수 있다”고 수습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은 문 전 대표의 일자리 정책 공약 중 핵심이다.

소방관, 경찰, 교사, 복지공무원 등을 신규 채용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으로 문 전 대표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은 반만 맞는 말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 고용주”라고 한 바 있다.

여야 영입 전쟁
눈치싸움 치열

보통 인재영입 경쟁은 여야 후보 간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번 대선구도는 야당 후보 간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다. ‘노무현의 입’이라 불렸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을 두고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문 전 대표 간의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이 대표적이다.

안 지사는 최근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서 퇴장하면서 붕 떠버린 충남권 지지율을 흡수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2위까지 치고 올라갈 정도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이자 '원조친노'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 영입은 친노 경쟁이 붙은 두 사람의 1라운드였다.

결과는 안 지사의 승리였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2012년 대선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전 대표의 카피를 만든 인물이다.

이번에도 문 전 대표를 도울 예정이었지만 안 지사가 직접 도움을 청했고, 그는 거절하지 못했다. 윤 전 대변인은 안 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윤 전 대변인 외에도 참여정부서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 속속 안 지사의 캠프로 모이고 있다. 황이수 전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각각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정재호 의원 등도 일찌감치 안 지사의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소장으로 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감사를 맡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던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안 지사 캠프의 좌장을 맡아 친노그룹 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원조 친노 경쟁이 두드러지면 두 후보 간 친노그룹 인재 영입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헌재발 조기대선 가시권
후보별 각양각색 전략

지난해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로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이세돌 9단도 안 지사의 국민 후원회장이 됐다. 안 지사는 지난 6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알파고 이세돌 사범 여섯 점 바둑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1호 안희정 후원회 회장. 함께해요,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글로 이 9단의 영입 소식을 알렸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안 지사의 요청에 이 9단이 응하면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충남지사 공관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바둑을 뒀다.

이 9단은 “원래 민주당을 좋아했다. 안 지사뿐 아니라 문 전 대표도 많이 좋아하고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지사와 대연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새로운 정치를 추구한다는 느낌, 새로운 감각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부분이 내 성향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 지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알파고와 바둑 고수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인재영입 전략은 ‘스타’보다 ‘스토리’에 방점을 찍었다. 이 시장은 지난 9일 청년과 해고노동자, 소상인과 농민 등 이른바 흙수저, 무(無)수저들로 구성된 후원회를 구성했다. 이 시장은 “분야별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을’을 상징하는 분들이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이 시장은 캠프 사무실인 여의도 ‘이재명의 국민서비스센터’서 열린 출범식에서 1차 공동후원회장 명단을 발표하고 관련정책 공약도 밝혔다. 이 시장 측이 공개한 후원회장들은 작가 목수정, 해고노동자 김승하, 시장 상인 서정래, 직장맘 김유미, 단역배우 이중열 등으로, 보통 유명 인사들로 구성되는 기존 후원회와는 궤를 달리했다.

화려한 스펙보다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 시장의 평소 철학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독립운동가 목치숙 선생의 자손이자 진보 성향의 재불작가 목수정씨는 프랑스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이 시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목 작가는 <자발적 복종> <파리의 생활좌파들> 등을 저술했고 현재 프랑스에서 박근혜 탄핵 집회를 이끌고 있다.

목씨는 “단죄되지 않는 범죄는 반드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처단하지 않는다면 후손들 역시 불의가 승리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며 “유럽서 이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KTX 해고노동자이자 여승무원 노조 지부장인 김승하씨는 부당 해고를 당한 이후 4000일 넘게 싸우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 예배 때 이 시장이 참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씨는 “2006년 처음 투쟁을 시작한 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행동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됐지만 이 시장이 성남시정을 통해 보여준 결과를 보고 다른 분들에 비해 신뢰하게 됐다”고 피력했다.

후원회의 상임회장을 맡게 된 박수인씨는 “청년배당을 받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복지사가 됐다”며 “청년배당을 통해 대한민국이 청년을 버리지 않고 이 나라가 청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워킹맘 김유미씨는 “성남에 살면서 이 시장이 아이를 위한 정책을 많이 내줘 아이와 함께 행복을 느꼈다”며 “성남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자랑스러워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답이다
책사들도 합류

보수진영에선 지난달 25일,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 지사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멘토로 삼고 진영을 꾸리는 중이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의 손꼽히는 ‘책사’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문 전 대표를 도왔고,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창당 작업을 거들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여권의 잠룡 남 지사와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윤 전 장관은 남 지사가 주장하고 있는 모병제와 수도이전 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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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