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 외국인 관광객을 잡아라!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잡기가 한창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2016년 말 기준으로 1700만명을 돌파했다. 그들이 한국에서 쓰는 지출액이 커지면서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은 상가 수입이 짭짤하다.

외국인 관광객 1700만명 유치시 생산유발효과는 34조5000 억원, 고용효과는 3만74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지역은 ‘7일 상권’또는 ‘365일 상권’이라 불릴 만큼 주중·주말 가리지 않는다.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익률도 불황이 없는 무풍지대로 꼽힌다.

7일 상권
365일 상권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978년 100만명을 돌파했고,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도에는 200만명을 기록했다. 이후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해 2012년엔 사상 최초 1000만명을 돌파했으나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해 약간 주춤했다. 그러나 다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연 2000만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은 1인당 평균 187만원을 지출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광위원회가 발간한 <2016 경제협력개발기구 관광동향과 정책>을 인용해 분석한 결과로,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013년 1220만명보다 16.6% 증가한 1420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61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인이 230만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14년 기준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 에 기여하는 비중은 5.8%, 관광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인구는 160만명이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OECD는 분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국 의료관광’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전체 방한 의료관광객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높은 아랍에미리트(UAE)가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의료관광의 활성화를 위해선 치료형에서 휴양 및 체험형으로 범위가 확대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몰리는 지역 ‘황금알 상권’급부상
투자 수익률 불황 없는 ‘무풍지대’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가장 많은 명동의 경우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 한 상권분석업체에 따르면 2015년 10월 명동 메인입지의 평균 보증금 시세는 5억~20억원대였지만, 2016년 10월 기준 보증금은 8억~30억원으로 3억~10억원가량 뛰었다. 임대료는 6000만원가량 올라 지난해 6500만~2억원대였던 것이 올해는 7100만~2억6000만원대다.

최근 강남도 명동 못지않게 쇼핑을 위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린다. 강남은 외국인 관광객 때문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유동인구 1위, 서울 비지니스의 중심 등 대한민국 최대 상권으로 유명하다. 이 일대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용 상품인 서비스드 레지던스형 오피스텔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숙소 회사 측은 새로운 숙박·주거시설로, 중장기 투숙 목적의 내·외국인이 즐겨 찾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이 파티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명동, 강남역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 일대 레지던스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일반 오피스텔보다 2~3% 이상 높은 이유다. 투자도 용이한데 오피스텔을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전환하면 위탁업체가 임대와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고, 투자자는 매월 일정 금액의 수익금을 받으면 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런 성장세를 이끈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류 및 한국관광에 대한 브랜드 및 전반적인 관광한국 이미지 상승을 들 수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으로 영종도, 서울 충무로, 강남, 홍대·합정 상권이 대표적인데 투자하려는 상가 내에 실제 외국인 수요층을 끌어당기는 입지와 콘셉트 등을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외국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 공급(예정) 중인 수익형 부동산이다.

▲영종 미단시티 굿몰(상가/오피스텔)= ㈜굿몰은 인천광역시 중구 운북동 962번지 일대에 수익형 부동산의 신트렌드 글로벌 비즈니스몰인 ‘영종도 미단시티 굿몰’의 오는 3월 공식 분양을 앞두고 매매예약제를 실시 중이다. 굿몰의 입지는 미단시티의 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연면적 약 10만2671㎡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4개 동이 지어진다. 상업시설 약 900여개, 오피스텔 168실로 구성돼 있는 영종도의 랜드마크 글로벌 비즈니스 복합몰이다.

명동에 바글바글
강남도 못지않아


‘미래의 관광 및 쇼핑중심의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는 굿몰은 한 곳에서 쇼핑과 의료서비스는 물론, 휴식 및 주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2019 년부터 국제비지니스센터를 위시해 제조업상설전시장, 면세점, 의료관광, 오피스텔 등을 영위하도록 건설되는 복합판매시설로서 국내에서는 초유의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종운서역 솔리움 센텀스카이(오피스텔)= 청도건설㈜은 오는 2월 영종하늘도시 운서역 초역세권 입지에 ‘영종운서역 솔리움 센텀스카이’오피스텔을 분양할 예정이다. 전체 연면적 약 4만1000㎡, 지하 8층~지상 18층 규모의 영종운서지구의 랜드마크 건물로 지어진다.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오피스텔은 20~47㎡이며 총 562실 규모로 영종도 내 최대급 규모다. 근린생활시설 상가는 지상 1~2층으로 조성 중이다. 전체 자주식 주차 설계로 오피스텔과 상가 이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바다·공항 조망권, 공항철도 운서역 초역세권 입지, 영종하늘도시 초대형 규모, 국내 1위 정림건축의 특화설계 등에 따라 각종 아파트 투자규제 속에서 대안 투자상품으로 급부상이 예상된다.

영종하늘도시는 연내 완공이 계획된 세 가지 대형 개발사업을 비롯해 각종 대형 프로젝트가 완성 단계로 접어들어 단기간 내 투자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컨벤션, 스파 등이 함께 들어서는 영종도 최초 카지노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복합리조트’가 오는 4월 개장할 예정이다. 준공 후 연간 62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과 외국계 반도체 제조업체인 스태츠칩팩 코리아 5공장도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이 밖에 인스파이어 리조트(2017년 착공예정), 한상드림아일랜드(2020년 1단계 완공예정) 등 다양한 개발사업들이 순차적으로 현실화된다.

레지던스형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 인기 쑥쑥

▲딜라이트 스퀘어(상가)= 대우건설이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 초역세권 복합몰인 ‘딜라이트 스퀘어’상가를 분양한다. 지역 랜드마크 주상복합인 마포 한강 1, 2차 푸르지오 단지(아파트 총 396가구, 오피스텔 448실) 내 상가로 하루 평균 9만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이용하는 2, 6호선 합정역과 직접 연결된다.

축구장 7개 크기(4만5620㎡)와 맞먹는 대형 상가로, 251개 점포로 구성한다. 홍대, 마포, 신촌 상권과 연계가 가능하다. 상가 1층에는 스타벅스가 영업 중이며 오는 4월 교보문고가 문을 열 예정이다. 최근 홍대 상권이 상수-연남-합정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인근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석촌호수 CJ 나인파크(상가)=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24-11외 2필지 일대에 ‘석촌호수 CJ 나인파크’단지 내 상가가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22층의 2개 동으로 총 264세대의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지하 1층, 지상 1층, 지상 2층의 시행사 보유분 석촌호수 CJ나인파크 테라스로 공급된다. 2017년 6월 준공 예정이다. 주차대수는 190대이고 A동과 B동으로 나뉜다. A동은 지하 1층에 전용면적 1호실과 지상 1층에는 8호실로 구성된다. 2층에는 7개 호실이 들어선다. B동은 지하 1층에 전용면적 63.1㎡의 1호실과 지상1층에 6호실로 나뉜다. 2층은 4호실로 구성된다.

업종은 규제되지 않지만 서로 중복되지 않는 MD 구성으로 독점 점포 입점이 가능하다. 석촌호수 유럽풍 카페거리 조성을 연계하고, 송파나루공원 등 녹지환경의 자연친화적인 관광길로 4차선 도로가 3차선으로 줄어들어 상가 조망권까지 확보해 유동인구 유입이 증가할 전망이다. 해당 지역은 잠실관광특구로 확정돼 롯데월드~올림픽공원까지 개발된다.

▲충무로 헤센스마트(상가/도시형 생활주택)= 신한종합건설㈜이 근린생활시설인 ‘충무로 헤센스마트’를 분양 중이다. 서울시 중구 충무로5가 79-2, 묵정동 1-33에 들어서는 ‘충무로 헤센스마트’는 지하 3층~지상 7층 연면적 1만2220.38㎡의 규모다. 지하 2~3층은 주차장, 지하 1층~지상 1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2~7층은 도시형생활주택 120세대로 구성된다. 상가는 다양한 프랜차이즈 및 생활밀착형 품목들 입점이 확정됐다.

영종도, 충무로
홍대·합정 뜬다

1만8000여명의 재학생을 보유하고 있는 동국대, 10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제일병원과 도보 1분 거리로 업무지구 및 중심상권 상주 직원들의 임대수요가 풍부한 편이다. 그 밖의 배후 수요로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 한류문화거리, 한옥마을 등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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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