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기상도는 ‘흐린 뒤 맑음’

올해 유망 상품은 뭘까? 아파트는 정부의 연이은 대출규제로 침체가 전망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항상 틈새시장이 있는 법.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저금리에 소액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이나 분양형 호텔이 공급과잉에 수익률 하락이란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상가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올해 상가 투자 기상도는 ‘흐린 뒤 맑음’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으로 상반기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하반기엔 자본가들 사이에서 유망한 투자처로 다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감정원이 전국의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상가투자에 대한 전망이 밝을 것으로 기대했다.

상반기 위축
하반기부터…

올해 수도권에서는 상가가 투자 유망 상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감정원이 전국 우수 협력 공인중개사 6000여 곳을 대상으로 ‘2017년 주택시장 전망’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 호황이 예상되는 부동산 유형으로 수도권에서는 상가(17.2%), 지방에서는 신규 분양 아파트(20.9%)가 꼽혔다.

지역 구분 없이 호황이 예상되는 부동산 유형으로는 신규 분양 아파트(18.8%)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상가(18.2%), 토지(11.4%), 재건축·재개발(10.7 %)이 뒤를 이었다.

상가의 경우 수익률이 5~6% 선은 돼야 하지만, 금리변동 가능성으로 밝게만 보긴 힘들다. 스트리트·테라스형 등 대규모 상가의 분양이 많아지면서 중소형 상가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배후수요와 입지 등 따질 것들이 더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령 15억원짜리 상가에 투자하는 데 작년까지 자기자본이 4억~5억원이 필요했다면, 앞으로는 관련 금융상품을 활용하더라도 7억원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가도 대출규제 영향에 진입해 예전보다 지렛대(Leverage)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에서 택지개발지구 발표 이후 상업용지 낙찰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증금과 임대료 수준은 올라 임차인 입장에선 경기침체가 고민거리가 됐다. 임대료가 비싸도 권리금이 없는 신흥상권과 임대료가 비싸도 권리금을 높일 수 있는 대형상권 간의 선택 문제가 생겼다.

아파트 연이은 대출규제로 침체 전망
오피스텔 등도 공급과잉에 수익하락

경기침체로 새로 상권을 형성하는 신도시나 택지지구에서는 ‘초기선점’이 중요해졌다. 분양가가 적정선인지, 임차수요와 공실 여부는 기본이다. KTX 등 역세권의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비율이 5% 이하인 곳이 수익률이 비교적 높게 형성되는데 준공 후 매도가 가능한지, 광고와 다르게 주위 상가들의 적정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인기 지역이라도 가격에 거품이 있는지 꼭 따져야 한다. 초기에 높은 관심이 쏟아져도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권리금은 물론, 임대료까지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지구별로 급등락 폭이 크지 않지만, 지역의 소비력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배후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영의 문제가 생기고 공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상가활성화의 핵심인 ‘모객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레 소비가 일어나고 돈이 모여 이런 곳에 위치한 상가는 상당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상가활성화의 핵심은 모객효과를 높일 수 있는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 등 콘셉트를 얼마나 갖췄는지가 관건. 성공한 상가의 공통점을 보면 백화점처럼 동선 흐름이 깔끔하며 공연과 재미를 가미했다는 점이다.

과거에 상업시설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와 진화를 거듭했다. 요즘의 상업시설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두루 아우르는 복합공간으로 특히 최근 선보인 상업시설 중에는 새 분야와의 접목으로 기존 상가와 확연히 차별화된 경우가 많다.

규모는 대형화에 브랜드화까지 성장해 가면서 단순 쇼핑몰 기능이 아닌 문화·놀이공간으로까지 진화 중이다.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즐기고 시간을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기능을 집약해 상가의 규모는 점점 대형화되고 한 동짜리 상가가 아닌 여러 개가 합쳐진 형태로 진화했다.


지역 구분 없이
전국 호황 예상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규모가 커진 만큼 상권을 더 넓혀야 할 필요성과 마주했다. 이에 따라 상가에 사람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을 만한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 동선, 매장구성, 문화시설 등에 공을 들인 상가가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상업시설로 ‘합정역 메세나폴리스몰’과 ‘송도 커넬워크’등이 있다. 최근에는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이 강조되며 상가에 들어서는 문화시설 또한 갤러리나 조형물, 야외공연장에서 한 단계 발전해 도서관, 전통시장, 전시시설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가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공급업체들이 분양 전 설계단계부터 상가를 구획별로 나눠 중복 업종 간 경쟁을 피하고 좀 더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수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러한 상업시설들은 단순한 쇼핑 공간에서 벗어나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 등 다양한 문화시설까지 포함된 만큼 지역주민은 물론 외부, 해외에서도 찾는 명소가 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시설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음은 모객효과를 갖춘 상업시설이다.

▲딜라이트 스퀘어= 대우건설은 서울 마포구에 초대형 복합몰인 ‘딜라이트 스퀘어’를 분양 중이다. 규모는 총 4만5620㎡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층 186개 점포가 있다. 이 상가는 마포한강푸르지오 주상복합 1·2차 2개의 상가를 다리로 연결시켜 초대형 복합몰로 형성한다. 유동인구와 배후수요를 끌어들이는 교보문고(4월 입점예정)와 스타벅스(입점완료)가 있어 상권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단시티 굿몰= ㈜굿몰은 인천광역시 중구 운북동 962번지 일대에 수익형 부동산의 신트렌드 글로벌 비즈니스몰인 ‘영종도 미단시티 굿몰’을 오는 3월 공식 분양을 앞두고 매매예약제를 실시 중이다. 미단시티의 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연면적 약 10만2671㎡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4개 동으로 지어진다. 상업시설 약 900여개, 오피스텔 168실로 구성돼 있다.

‘미래의 관광 및 쇼핑 중심의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는 굿몰은 한 곳에서 쇼핑과 의료서비스는 물론 휴식 및 주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2019년부터 국제비지니스센터를 위시하여 제조업상설전시장, 면세점, 의료관광, 오피스텔 등을 영위하도록 건설된다. 또 각종 이벤트, 특히 한류스타 초청 행사 및 패션쇼를 정기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관광객 유치와 영업활성화에 도움이 될 예정이다.

상가로 눈 돌리는 분위기
투자 핵심 모객효과 주목

분양 관계자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천관광공사 및 여행사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진행 중”이라며 “최대한의 관광객 이용 버스가 굿몰을 방문하도록 제조업상설전시장 운영, 주요 브랜드 임차인 유치, 각종 이벤트행사, 여행객 유치, 임대료 보장 등의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급하기 위해 시행사가 일정 금액의 예산을 확보하고 각종사업을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젤엠청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명소인 커넬웨이 직통연결 길이 100m 수변 스트리트형 상가인 ‘지젤엠청라’도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5층으로 지어지며 600여대(청라 최대) 동시 주차가 가능하다. 청라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4층 메가박스 7관)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청라 최대 규모 수영장과 스포츠센터, 다양한 문화와 체험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등이 조성된다.

▲로얄팰리스 테크노= ‘올인원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한 다인건설의 지식산업센터 단지 ‘로얄팰리스 테크노 미사’가 1~3차 동시 분양을 준비 중이다. 미사지구 자족기능 확보 시설 11-1블록과 2블록, 21-1블록에 자리 잡은 이 단지는 업무시설과 주거시설, 편의시설을 하나로 모은 신개념 구조 ‘올인원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했다. 원웨이 물류하역 시스템을 통해 각 출입문 바로 앞에 주차가 가능하다. 드라이브인(Drive-in) 시스템이 적용돼 물류이동 효율을 끌어올렸다.

높은 전용률로 인해 제조장비 설치가 가능한 공간을 확보한 가운데 드라이브인 시스템으로 물류이동 편의성 도모, 대형 화물 및 인화용 리프트가 설계돼 빠르고 신속하고 편리하게 물류를 운반할 수 있다. 단지는 각각 1개 동,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로 들어선다. 지하층은 창고관련 시설과 지식산업시설, 1~2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상가가 위치한다. 중간층은 지식산업시설, 8~10층은 오피스텔(기숙사) 형태로 구성된다. 기숙사의 경우 4.5m 층고의 복층설계로, 분양면적 대비 넓은 공간활용이 가능하다. 각종 다양한 빌트인 시스템과 최첨단 주거 시스템을 도입했다.

▲어반아트리움 더 센트럴= 계룡건설은 세종시 2-4생활권에 P1~P5까지 총 5개 블록이 합쳐진 국내 최대 길이의 스트리트형 상가 ‘어반아트리움 더 센트럴’을 분양 중이다. 이 상가는 ‘더 센트럴’이라는 이름에 맞게 5개 블록으로 이루어진 어반아트리움 내 두 번째 블록(P2)으로 P1과 P3를 연결하는 중심에 위치한다.

세종시의 문화 중심점으로 예정된 대형 백화점과 도시상징광장을 연결시켜주며 2생활권의 3만2000여세대를 배후수요로 두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또 로데오 상권의 유동인구를 흡수하는 중심 상업지로 향후 일부 상가에 한해 현대화된 전통시장으로 특색 있게 꾸밀 계획도 있다.


활성화 핵심
모객효과는?

▲플래츠나인= 한동종합건설이 경남 창원 북면 감계지구에서 공급하는 ‘플래츠나인’은 3300여㎡(1000여평)의 대형사우나에 자녀와 함께 즐기는 ‘유아 스파’가 들어선다. 1층 전면 광장은 기존 상가와 달리 주차공간을 없애고 테마형 공원으로 꾸며 각종 문화행사를 할 수 있다. 공연, 물놀이 등이 가능하다. 실내에 설치한 ‘자이언트 슬라이드’는 또 다른 문화시설로 새로운 상가문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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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