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위기②불황 탈출 몸부림

정부·기업·국민 삼위일체 ‘돌격 앞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디플레이션 공포가 국내에 엄습하면서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정부는 “섣부른 진단”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물밑에선 장기 불황의 불씨를 끄기 위한 진화 작업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싹을 완전히 자르겠다는 복안. 정부의 자구책에 기업도 장단을 맞추고 있다. 디플레이션 가정시 직격탄이 예상되는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들도 자발적으로 나라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는 형국이다.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에 물가하락을 동반한다. 즉 소비가 급감한다는 얘기다. 기업으로선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고용, 투자 등의 경제 전반이 위축되고 다시 소비가 급감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야기되는 대목이다.
재계의 불황 탈출 자구책은 ‘공격 경영’으로 압축된다.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지만 투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 이들 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와 달리 자신감도 넘친다.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경제 위축 악순환 위기
“경기부양 조치 절실”

한화그룹은 ‘위기는 곧 기회’라며 공격 경영으로 과감한 베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1백% 늘어난 2조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올해 핵심 경영과제로 공격 경영을 화두로 던진 한화그룹은 투자와 채용 확대, 대우조선 인수 등 공격 경영의 강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 창립 56주년을 맞아 공격 경영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창립 기념사에서 “어둠이 걷히기만 기다리지 말고 어둠 속에 길을 떠나 새벽녘 기회의 강을 건너자”며 “바람이 불면 바람을 업고 더 빨리 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돌격 앞으로’를 선언했다. 그동안 고집해온 ‘구두쇠경영’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해외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하반기에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외자유치를 통해 국내 최고층의 잠실 제2롯데월드와 국내외 호텔과 리조트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엔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천5백여 중소 협력업체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이 자리에서 1천억원대의 자금지원과 납품대금 1백% 현금성 결재를 약속했다.
김상후 롯데제과 대표는 “협력회사와의 지속적인 상생협력 없이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할 수 없다”며 “이번 공정거래협약 체결로 롯데그룹과 협력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재계는 지난 9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약속한 1백조원의 투자와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린 8만여명의 신규 고용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어려울 때 투자를 늘리는 공격적 경영에 나서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22조4천억원)보다 25% 정도 늘어난 27조8천억원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하반기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해 대졸사원 7천5백여명을 포함해 총 2만5백여명을 채용할 고용 부문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그룹 전체 투자규모를 11조원으로 확정한 현대·기아차그룹도 기존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 지난 8월까지 이미 5조3천억원을 투자했다. 4천3백여명의 채용 목표를 세운 현대·기아차그룹은 상반기에 2천여명을 뽑았고, 하반기에 나머지 2천3백여명의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LG그룹의 올해 투자 계획은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3천억원. 역시 국내외 투자 목표를 수정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5천5백명의 고용을 내세운 LG그룹은 상반기 2천6백명에 이어 하반기에 2천9백명을 채울 생각이다. SK그룹과 포스코, CJ그룹 등 30대 그룹도 당초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처럼 기업의 투자와 고용 의지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 상반기 기업의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7%나 늘었다.
전경련이 지난 8월 6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시설투자 실적 및 하반기 계획’을 조사한 결과 시설투자는 45조8백74억원으로 지난해 38조5천9백7억원에 비해 16.8% 증가했다. 30대 그룹의 경우 20.4% 증가한 29조1천2백48억원에 이르렀다.

전경련 측은 “기업환경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하반기에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6백대 기업의 연간 총 시설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1백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반기에 45조1천억원이 이미 쓰였고 하반기에 55조1천억원의 시설투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올해 신규 채용도 전년 대비 12.1% 늘어나고, 총취업자수가 4.0%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15.4% 늘어난 2만3천5백91명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하반기엔 8.1% 늘어난 1만7천8백1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디플레이션 위기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는 조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시중에 돈이 풀리면 금리는 낮아진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업과 은행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금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6월 10조원대 ‘서민생활안정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지난 19일 외화 및 원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은행 대외 차입 지급 보증 ▲3백억 달러 추가 공급 ▲장기 보유 주식과 적립식 펀드 세제 지원 ▲중소기업 지원 등으로 구분된다.

“돈·사람 고이면 썩는다”
재계, 투자·채용 확대

 
정부는 논란이 돼 왔던 은행의 대외 채무에 대해 총 1천억 달러까지 지급 보증을 해 주기로 결정했다. 또 외화시장 안정 대책으로 3백억 달러 추가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주식시장 안정 대책으론 펀드자산의 60% 이상을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를 3년 이상 불입(연간 1천2백만원 한도)할 경우 일정비율 소득공제하고, 배당소득에 대해서도 비과세하기로 했다. 정부는 펀드 세제 혜택으로 증권·채권 시장에 약 10조원 정도의 자금 유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어 실물경제를 위한 각종 대책도 내놨다. 지난 21일 발표된 ‘건설지원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최대 9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미분양 주택과 보유토지를 공공기관에서 매입하는 등의 방식이다. 구체적인 지원 부문은 건설사 미분양주택 환매조건부 매입 2조원, 공동택지 계약해제 허용 2조원,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3조원 등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출 규제 완화와 수도권 전역의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도 해제키로 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건설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초래 지적에 대해 “그동안 건설회사가 너무 많이 생겼는데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병행해 방만한 경영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전이 막는다”
잇달아 ‘안정대책’발표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대책도 나왔다. 각 은행들은 ‘중소기업 유동성 위기 종합대책반’을 구성, 금융 지원 등 종합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여력 확충을 위해 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단행한다. 이 경우 중소기업의 대출여력이 약 12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특히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전이를 차단하기 위해 물가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제12차 물가 및 민생안정 차관회의’에서 환율에 민감한 ‘특별점검 대상품목’을 선정하기로 했다. 대상품목은 휘발유, 밀가루, 설탕, 소고기 등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효과가 큰 30개 내외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품목별 소관부처와 재정부, 국세청 등이 참여하는 ‘정부합동 현장점검단’을 운영해 가격동향, 환율전가, 유통구조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환율상승 효과를 반영한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앞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이를 반영해 가격인하를 하는지 여부를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감시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물가 안정”이라며 “가격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환율상승을 빌미로 편승 인상하는 경우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눈에 띄는 점은 IMF 당시처럼 나라살리기에 국민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1997년 ‘금모으기 운동’과 비슷한 ‘달러모으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

부산은행은 부산시민들을 상대로 ‘외화통장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작한 지 불과 5일 만인 지난 17일까지 4천2백만 달러가 모였다. 부산은행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 지금 추세라면 1억불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에서 달러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농협은 지난 6일부터 일주일 만에 8억달러에 이르는 외화를 확보했다. 지난 8일부터 ‘범국민 외화모으기 운동’을 시작한 기업은행도 지난 15일 현재 3천만 달러가 모였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각각 1억달러, 6백만달러를 유치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 때문에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이나 국민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달러를 갖고 있으면 환율이 올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기업과 사람이 있는데 국가가 어려울 때 개인의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공포에 ‘아직’이란 단어를 붙인다.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이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완전한 삼위일체만이 경제 환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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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