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첫 당권' 박지원 국민의당 신임 당대표

‘킹메이커’ 세 번째 대통령 만드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변은 없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마침내 당권을 거머쥐었다. 박지원 신임 당 대표는 ‘정치9단’ ‘책사’ ‘킹메이커’ 등의 별명처럼 정치권서 손꼽히는 정치력을 가졌지만 유독 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랬던 그가 마침내 국민의당을 접수하면서 19대 대선의 키맨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겨둔 탄핵정국서 조기 대선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 박 신임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상된 결과였다. 지난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서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61.6%(1인 2표)를 얻어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함께 출마한 문병호 전 의원(50.9%), 김영환 전 의원(39.4%), 황주홍 의원(26.9%), 손금주 의원(21.1%)은 최고위원으로 자동 선출됐다.

박 신임대표는 마지막까지 다른 후보들의 견제를 받을 정도로 유력주자였다. 레이스 내내 제기됐던 ‘박지원 대세론’이 현실화된 셈이다. 원내대표이자 비대위원장으로 홀로 당을 이끈 이력이 당 대표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변 없는 승리
4수 만에 당대표

박 신임대표는 전당대회 승리로 4수 만에 정규직 당대표 자리를 꿰찼다. 박 신임대표는 2010년 민주당, 2012년 민주통합당, 지난해 국민의당 등 원내대표만 3번 역임하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한 번도 정규직 당대표를 맡은 적이 없다.


2012년 1월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에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에 밀려 4위에 그쳤다. 19대 총선 이후에도 당권에 도전했지만 당내 상황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서 문재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면서 당권을 손에 쥐는 듯 했지만 3.5%포인트라는 근소한 차로 패했다. 박 신임대표에게 이번 전당대회가 간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임한 박 신임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서 38석을 얻어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국민의당을 잘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4월, 만장일치 합의추대 방식으로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이후 4·13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으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동반사퇴하면서 비대위원장을 겸하게 됐다. 박 신임대표는 총선서 과반의석을 얻지 못한 거대 양당의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해왔다. 의석은 38석에 불과했지만 국민의당이 양당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박 신임대표 덕분이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특히 존재감을 과시했던 건 지난달,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때였다. 박 신임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2일로 예정돼있던 탄핵 표결 처리를 같은 달 9일로 미루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당시 박 신임대표는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들이 탄핵소추안에 찬성할 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9일까지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절정에 이르렀고, 그 속에서 대통령 탄핵 요구가 빗발치던 상황이었다. 탄핵안 표결이 미뤄지면서 국민의당은 지지기반인 호남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그러다가 같은 달 9일, 본회의 표결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234명 찬성)하면서 박 신임대표의 행동은 면죄부를 받았다.

영원한 DJ 비서실장 “일냈다”
조기대선 정국서 정치권 흔들 듯


일각에선 ‘2일에 표결을 진행했으면 통과가 안됐을 수도 있다. 9일로 미룬 게 신의 한 수’라는 등 그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탄핵 표결 공방은 160일간 이어진 ‘박지원 비대위 체제’에 내상을 입혔다는 말이 나왔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3당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등 성공적이었다는 말이 대세였다.

박 신임대표는 이번에 당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킹메이커이자 키맨으로 20대 대선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기 대선은 이미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후보들이 넘쳐나는 야권에선 벌써부터 경선룰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는 등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박 신임대표는 당 대표선거 출마 선언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선 기자회견서 그는 “당은 키우고 당원은 섬기고 우리 후보는 반드시 대통령 만들고, 박지원 ‘3GO프로젝트’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안철수·천정배를 대선후보로 우뚝 세우고 손학규·정운찬 등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분들을 모셔 대선 드림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페이스북에는 “나는 김대중도, 노무현도 당선시켜봤다”며 “안철수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썼다. 이어 자신을 고구마에 비유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고구마는 부패하지만 생수는 깨끗하다”며 “생수와 같은 안철수는 싸우지 못하니 내가 대신 싸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인정하면 당에 들어와 강한 경선을 할 수 있다”며 유력 대선후보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대북송금·저축은행
대법원서 전부 승리

박 신임대표는 대통령을 두 번 만들었다는 본인의 말처럼 킹메이커로서 남다른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가 처음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거론될 때 연임 의지를 드러내던 주승용 의원(현 국민의당 원내대표)이 “정치력이 신의 경지에 오른 분”이라며 도전을 포기했다는 일화가 이를 방증한다. 그의 정치력은 남다른 이력과 핵심 요직들을 두루 거치면서 쌓였다.

1942년 전남 진도 출생인 박 신임대표는 목포 문태고와 단국대 상학과를 나왔다. 30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가발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다.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그의 인생은 1983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을 받았다가 무기징역, 20년형으로 감형된 후 1982년 12월 형 집행정지로 출소해 미국으로 사실상 망명을 떠난 상황이었다. 이 기간 동안 박 신임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생활비를 댔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 출국 당시 전두환정부와 일체의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1985년 12대 총선을 앞두고 귀국 의사를 밝혔다. 박 신임대표는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귀국하자 미 영주권을 포기하고 함께 한국에 들어오면서 정치에 첫발을 들였다.

1992년 14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그는 4년간 민주당과 새정치국민회의서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명대변인’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SNS,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활발히 피력하는 그의 스타일은 과거 대변인 시절 내공 덕분이라는 말도 있다.


실제로 박 신임대표의 말 한 마디가 정치권에 후폭풍을 불러오는 일도 많아 “언론을 상대하고 이슈를 선점하는 면에서는 그를 따를 자가 없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1996년 15대 총선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당시 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1997년 대선서 김 전 대통령의 당선에 공을 세운 박 신임대표는 국민의정부 출범 후 청와대 대변인, 공보수석, 정책특보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국민의정부 2인자’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1999년 문화관광부장관에 임명되면서 잠시 청와대를 떠났지만 2002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다시 입성해 임기 말까지 김 전 대통령을 보필했다. 박 신임대표를 거론할 때 ‘DJ의 영원한 비서실장’ ‘DJ의 마지막 비서실장’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이뤄질 당시에는 막후에서 남북의 의견을 조율해 회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박 신임대표가 현재 사용 중인 국회 의원회관 615호는 6·15공동선언을 상징한다.

두 지도자의 만남은 남북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했고, 그 과정서 박 신임대표는 대북교섭력을 인정받았지만 이로 인해 정치적인 타격을 입기도 했다.


조기 대선 역할론
킹메이커 급부상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들어 진행된 대북송금 특검이 그 발단이었다. 2000년 현대그룹서 대북 7대 사업권 확보 및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한에 비밀자금을 송금했다는 의혹에 대한 특검이었다. 당시 특검은 북한 측에 5억달러의 돈이 흘러간 사실을 밝혀냈고, 당시 문화부장관이었던 박 신임대표가 구속 기소됐다.

그는 1심과 2심서 현대그룹으로부터 15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건네받고 남북정상회담 대북송금 과정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반전은 대법원서 나왔다. 2004년 대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박 신임대표의 비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금품 전달자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만 유죄로 인정, 박 신임대표는 2006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옥고를 치른 박 신임대표는 2007년 2월 노무현정부 말기에 특별사면됐다.

그는 “대북송금 특검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었고 특검수사는 조작이었다. 저는 지난 시간동안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싸웠고 마침내 이겨냈다”며 소회를 밝혔다.

특별사면 이후 정계에 복귀했지만 통합민주당의 호남지역 공천 개혁으로 2008년 18대 총선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는 전남 목포에 무소속 출마를 감행, 결국 당선됐다. 14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의도로 복귀한 박 신임대표는 그해 8월 복당했고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등을 지내며 기반을 다졌다.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법사위원 자격으로 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의혹들을 폭로하면서 ‘청문회 스타’로 급부상했다. 그는 청문회서 천 후보자의 위장전입, 천 후보자의 부인이 해외여행 때마다 고급 명품을 사들이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고 폭로했고, 결국 천 후보자는 사퇴했다.

재미사업가서 정치인으로
검찰 악연…끝내 살아남아

이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를 진두지휘하면서 이명박정부에 치명타를 안겼다. 특히 정 감사원장 후보자와 관련해 “사퇴하지 않으면 매일 한 건씩 폭로하겠다”고 압박해 청문회 시작 전에 사퇴를 이끌어냈던 사건(?)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대북송금 사건서 기사회생한 후 정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그에게 다시 한 번 위기가 닥쳤다.
 

2012년 9월 검찰은 박 신임대표가 2008년 3월, 임석 전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선거자금 명목으로 2000만원, 2010년 6월 오문철 당시 보해저축은행 대표에게서 수사 관련 청탁과 함께 3000만원, 2011년 3월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에게서 금융위원장 청탁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신임대표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8000만원을 구형했지만 2013년 12월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여자들의 진술의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로 ‘증거 부족’을 들었다.

2015년 7월 열린 항소심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박 신임대표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판결은 대법원서 다시 뒤집혔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오 전 대표의 진술을 두고 “원심이 무죄로 인정한 또 다른 금품 제공 사실에 관한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이유로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같은해 6월 열린 파기환송심서 재판부는 대법원의 취지대로 박 신임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박 신임대표는 무죄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서 무리하게 조작해 정치인의 생명을 끊어버리려 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며 “검찰과 길고 긴, 끈질긴 악연도 이제 끝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서 검찰에 승리한 박 신임대표는 당 대표로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선거 유세 내내 안 전 대표의 자강론에 힘을 보태고 호남과 충청의 정치적 연합인 뉴DJP(김대중·김종필)연합 등 불거진 연대론과 선을 긋는 데 공을 들였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박 신임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충청권과의 뉴DJP연합에 관심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더민주 최인호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서 “국민의당은 정권교체보다 패권주의 청산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 이어 반기문 전 총장을 포함한 뉴DJP연합에 관심 있다고 말했다”며 “사실상 정권교체 부정 발언으로 너무 충격적”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DJ는 역사적 정권교체를 위해 연대했지만 반기문과의 연대는 박근혜정권의 연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신임대표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2년 반쯤 전, 반 전 총장 측이 뉴DJP연합을 먼저 제안했다. 그 이후로 반 총장 측과 접촉한 적이 없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최근 박연차 23만달러 수수 의혹, 동생 및 조카의 미국에서 뇌물 혐의 기소 등 문제에 대해 “혹독한 검증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이냐 반이냐
그의 선택은?

박 신임대표는 현재 모든 관심을 정권교체에 쏟고 있다. 지난 3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국민의당 후보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룩하겠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지난 11일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을 받았던 소속 박선숙, 김수민 의원이 1심서 무죄를 선고받자 “사필귀정이며 정권교체가 필요한 이유”라고 자신의 SNS에 남기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박 신임대표가 당대표로서 전면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본격적인 야권 대선후보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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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