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빚내 집 샀다가…

과열 양상을 보인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1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20:1을 웃돌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반 토막이 났다. 거래도 줄면서 집값이 줄곧 오르던 호황기는 끝났고 냉각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엔 변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중 가장 큰 변수는 ‘정책’이다. 정책에 따라 부동산이 웃기도 울기도 한다. 부동산 정책은 크게 활성화 정책 또는 규제로 나뉜다. 부동산 정책을 알면 어떤 지역에 상품이 주목을 받을 지 예측이 가능하다. 가령 11월3일 부동산 정책은 강남 4구 등 신규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러한 규제를 벗어난 지역이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11·3 대책 후
빠르게 얼어붙어

사실 주택수요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소득증가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대출완화 등 인위적인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견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4년 동안 대략 18번의 정책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3~4개월에 한 번씩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셈이다.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명박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기조를 이어 받는 데 머물지 않고 전 정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고 전격적인 조치를 취해 나갔다. 대표적인 대책으로 부동산 3법 통과와 LTV ·DTI 규정 완화,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연한 단축, 기업형 임대주택 도입 등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빗장도 풀어 버렸다. 이명박정부 내내 안전이 문제된다고 국토교통부가 반대한 바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전격적으로 밀어 붙여 허용했다. 재개발 지역에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공공임대주택 비율 결정권도 지자체에 떠넘겨 버렸다. 각종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조치를 하루가 멀다 하고 추가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다음 정부초기에 결정한다고 미루긴 했지만 안전이 문제되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고 입법예고까지 했다.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을 촉진하고 주택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다 실행에 옮겼다. 빚내서 집 사라는 방침까지 세우고 맹렬하게 밀어 붙였다.

이러한 인위적인 부동산 활성화로 부동산은 여전히 거품이 잔뜩 껴있다. 거품을 빼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하며 계속 거주권 보장과 임대료 관리 시스템을 확보해 무주택자에게 안정된 주거를 보장하는 게 절실하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정책은 역주행을 거듭했다. 인위적으로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쓰고 세입자의 고통은 방치하고 조장하기까지 하는 정책을 밀어 붙인 결과라는 비판을 면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값을 쏘아 올렸다’라고도 표현되는 박근혜정부는 대선공약부터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내세웠다. 이후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세제부터 금융, 재건축 등 전 분야에 걸쳐 규제를 풀며 부양책을 실시한 부동산 정책 성적표는 어떨까.

부동산114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이 출발했던 2013년도부터 2016년 9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초반 2013년도를 제외하고는 줄곧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3년 4월1일 박근혜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내 놓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와 주택구입자 양도세 한시 면제,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굵직한 대책을 대거 쏟아냈다. 이후에도 수도권 주택공급 조절 방안과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 등 다양한 방안을 내 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은 정부의 부양대책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서울 집값은 단 0.5% 상승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3㎡당 평균 1637만원에서 1646만원으로 불과 9만원 상승에 그쳤지만 전세난은 나날이 가중됐다. 전 정권인 이명박정부 당시 초기 2년간 전셋값 상승률은 8.4%에 그쳤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19.3%나 증가했다. 그나마 4·1 대책의 일환인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인하 등 주택매매시장의 규제요인이 해소되면서 주택거래량은 2013년도 60만4331건, 2014년도 64만4268건 총 85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15.8% 올랐다. 수도권의 경우 36만3000건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 보니…
인위적인 활성화로 여전히 거품

이후 2014년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2·16)에서 임대소득세 과세방안 마련, 서민 주거비 부담완화 조치 등이 제시됐다. 같은 해 주택시장 활력회복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걸림돌로 지적되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각각 70%, 60%로 상향 조정했다. 그 결과 2014년 연간 총 주택 매매거래량은 100만5173 건을 기록하며 2006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역대 최고 주택 거래량을 기록했던 2014년에도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쏟아져 나왔다.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부터 7·24 부동산대책 및 경제 활성화 대책,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와 민영주택 청약 가점제 사실상 폐지 내용을 담은 9·1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특히 부동산 3법(분양권 상환제 완화, 초과이익제 폐지, 재개발 다주택자 분양 허용) 연내 처리 합의를 담은 12·23 대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시장의 ‘대못’이 뽑히며 재개발·재건축 수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같은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가져오면서 2015년 한 해에는 주택매매거래가 119 만3691건에 이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주택매매거래량은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특히 서울지역의 증가율은 49.5%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분양시장에도 꽃이 피면서 같은 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전년 대비 55.8% 증가한 51만6000 가구로 5년간 승인 물량 평균치(27만4000가구)의 2배에 육박했다.


가계부채 폭증
대책강도 낮아

청약제도의 개편으로 수도권의 경우 청약요건이 2년에서 1년으로 줄면서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 진출입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3법 통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 실수요자로 전환되는 등 매매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이와 함께 임대주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육성정책이 첫 선을 보였다.

임기가 시작됐던 2013년도부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매매 활성화에 집중해 ‘빚내서 집사라’는 기조를 이어갔다. 그 결과 박근혜정부에서 가계부채는 가장 많이, 그것도 가장 빠르게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 지난해 8월까지 늘어난 가계부채는 308조5000여억원에 달했다. 이명박정부 5년간 늘어난 가계부채가 298조8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출범 3년5개월 만에 이를 넘어선 것이다.

결국 가계부채 해소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기존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에서 고정금리·장기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8월25일에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합동으로 택지 공급을 축소하고 집단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집단대출과 상호금융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업계로부터는 가계부채 폭증을 막기에는 대책 강도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공급택지 조절을 통해 집단대출을 막겠다는 계획은 그 효과가 시간을 두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데다 공급 축소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위험도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경제가 워낙 좋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다양한 거래활성화 정책이 금융위기를 탈피하는데 도움이 됐다. 다만 정부가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너무 짧은 시기에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서둘렀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과열되었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정부의 주요 규제 유형과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과잉 건축을 틀어막는 공급규제가 있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판단할 때 정부에서 꺼낼 수 있는 첫 번째 카드는 민간주택 공급이 줄어들도록 유도하는 규제다. 대표적인 것으로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심사 강화가 있다.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의 목적은 규제라기보다 서민 주거복지 보호에 더 가깝다.

3~4개월 한번씩 4년에 18번 발표

하지만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집을 사야 할 실수요자들이 민간 주택을 선택하지 않게 된다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을 우려해 신규 건설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정책은 박근혜정부가 지난 2014년 10월30일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에 포함됐다. 공공임대리츠 1만가구 확대, 준공공임대주택 활성화 등이 당시 발표된 대표적 공급규제형 정책들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 심사 강화는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주택도시보증은 신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와 인근 아파트 평균 가격을 비교해 일정비율을 초과할 경우 고분양가로 규정, 심사를 강화하고 분양가 인하를 유도한다. 고분양가 판정 기준이 강화되면 건설사는 높은 분양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택도시보증이 최근 서초, 강남 일대 일부 재건축단지들의 고분양가 판정 기준을 110%에서 100%로 내리자 5000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아크로리버뷰의 분양가가 3.3㎡당 4194만원으로 주저앉았다.

다음으로 간접적이지만 강력한 조세규제가 있다. 조세규제는 주택 수요나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집을 거래하거나 한 채 이상 보유하는 행위에 영향을 미쳐 부동산 시장을 움직인다. 대표적인 조세규제가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다. 양도세는 부동산, 영업권, 회원권, 유가증권 등 다양한 자산에 적용되는 거래세로 주택 양도세는 1가구 1주택일 경우 보유기간 2년 이상, 양도가액 9억원 이하라면 과세되지 않는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가 주택 거래를 할 경우 차익에 대해 최대 38%의 세금이 부과되고 경우에 따라 10%의 탄력세가 중과된다. 박근혜정부가 2013 년 내놓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는 ‘미분양·신축주택 외에 기존주택도 양도세 5년간 면제’가 포함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가 강력하다고 진단했다. 재산세도 일종의 조세규제로 꼽힌다. 투기심리를 잡는 거래규제도 있다. 거래규제는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규제가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이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청약경쟁이 과열된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한다.

마지막으로 최후의 카드로 꼽히는 금융규제가 있다. 4대 부동산 규제 중 가장 강력한 것이 금융규제다. 금융규제는 수요나 공급에 앞서 돈줄을 조여 버리기 때문에 시행 즉시 시장에 반응이 나타나며 효과 또한 강력하다. 대한민국 금융규제의 꽃을 꼽자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이 두 정책은 주택 수요자의 대출을 옥죄는 방식으로 수요를 줄인다. DTI는 현존하는 부동산 정책 중 가장 강력한 장치로 꼽힌다.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정부가 부동산 급등을 막고자 10여 차례에 걸쳐 내놓은 대책의 대미도 바로 DTI였다.


올해 투자는?
수익형 주목

온갖 규제를 비웃듯 과열을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이 2007년 1월 DTI 40% 적용범위를 6억원 미만 주택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고 난 이후에야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2017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떨까. 역시 정책이 2017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주택시장은 연이은 금융규제로 냉각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반사이익으로 시중 부동자금들이 수익형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택 분양시장이 전매제한과 청약통장 사용이 강화된 반면 규제에서 벗어난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오피스텔, 상가 등은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