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빚내 집 샀다가…

과열 양상을 보인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1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20:1을 웃돌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반 토막이 났다. 거래도 줄면서 집값이 줄곧 오르던 호황기는 끝났고 냉각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엔 변수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중 가장 큰 변수는 ‘정책’이다. 정책에 따라 부동산이 웃기도 울기도 한다. 부동산 정책은 크게 활성화 정책 또는 규제로 나뉜다. 부동산 정책을 알면 어떤 지역에 상품이 주목을 받을 지 예측이 가능하다. 가령 11월3일 부동산 정책은 강남 4구 등 신규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러한 규제를 벗어난 지역이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11·3 대책 후
빠르게 얼어붙어

사실 주택수요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소득증가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대출완화 등 인위적인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견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4년 동안 대략 18번의 정책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3~4개월에 한 번씩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셈이다.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명박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기조를 이어 받는 데 머물지 않고 전 정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고 전격적인 조치를 취해 나갔다. 대표적인 대책으로 부동산 3법 통과와 LTV ·DTI 규정 완화,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연한 단축, 기업형 임대주택 도입 등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빗장도 풀어 버렸다. 이명박정부 내내 안전이 문제된다고 국토교통부가 반대한 바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전격적으로 밀어 붙여 허용했다. 재개발 지역에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공공임대주택 비율 결정권도 지자체에 떠넘겨 버렸다. 각종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조치를 하루가 멀다 하고 추가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다음 정부초기에 결정한다고 미루긴 했지만 안전이 문제되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고 입법예고까지 했다.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을 촉진하고 주택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다 실행에 옮겼다. 빚내서 집 사라는 방침까지 세우고 맹렬하게 밀어 붙였다.

이러한 인위적인 부동산 활성화로 부동산은 여전히 거품이 잔뜩 껴있다. 거품을 빼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하며 계속 거주권 보장과 임대료 관리 시스템을 확보해 무주택자에게 안정된 주거를 보장하는 게 절실하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정책은 역주행을 거듭했다. 인위적으로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쓰고 세입자의 고통은 방치하고 조장하기까지 하는 정책을 밀어 붙인 결과라는 비판을 면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값을 쏘아 올렸다’라고도 표현되는 박근혜정부는 대선공약부터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내세웠다. 이후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세제부터 금융, 재건축 등 전 분야에 걸쳐 규제를 풀며 부양책을 실시한 부동산 정책 성적표는 어떨까.

부동산114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이 출발했던 2013년도부터 2016년 9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초반 2013년도를 제외하고는 줄곧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3년 4월1일 박근혜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내 놓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와 주택구입자 양도세 한시 면제,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굵직한 대책을 대거 쏟아냈다. 이후에도 수도권 주택공급 조절 방안과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 등 다양한 방안을 내 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은 정부의 부양대책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서울 집값은 단 0.5% 상승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3㎡당 평균 1637만원에서 1646만원으로 불과 9만원 상승에 그쳤지만 전세난은 나날이 가중됐다. 전 정권인 이명박정부 당시 초기 2년간 전셋값 상승률은 8.4%에 그쳤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19.3%나 증가했다. 그나마 4·1 대책의 일환인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인하 등 주택매매시장의 규제요인이 해소되면서 주택거래량은 2013년도 60만4331건, 2014년도 64만4268건 총 85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15.8% 올랐다. 수도권의 경우 36만3000건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 보니…
인위적인 활성화로 여전히 거품

이후 2014년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2·16)에서 임대소득세 과세방안 마련, 서민 주거비 부담완화 조치 등이 제시됐다. 같은 해 주택시장 활력회복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걸림돌로 지적되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각각 70%, 60%로 상향 조정했다. 그 결과 2014년 연간 총 주택 매매거래량은 100만5173 건을 기록하며 2006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역대 최고 주택 거래량을 기록했던 2014년에도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쏟아져 나왔다.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부터 7·24 부동산대책 및 경제 활성화 대책,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와 민영주택 청약 가점제 사실상 폐지 내용을 담은 9·1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특히 부동산 3법(분양권 상환제 완화, 초과이익제 폐지, 재개발 다주택자 분양 허용) 연내 처리 합의를 담은 12·23 대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시장의 ‘대못’이 뽑히며 재개발·재건축 수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같은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가져오면서 2015년 한 해에는 주택매매거래가 119 만3691건에 이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주택매매거래량은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특히 서울지역의 증가율은 49.5%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분양시장에도 꽃이 피면서 같은 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전년 대비 55.8% 증가한 51만6000 가구로 5년간 승인 물량 평균치(27만4000가구)의 2배에 육박했다.


가계부채 폭증
대책강도 낮아

청약제도의 개편으로 수도권의 경우 청약요건이 2년에서 1년으로 줄면서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 진출입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3법 통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 실수요자로 전환되는 등 매매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이와 함께 임대주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육성정책이 첫 선을 보였다.

임기가 시작됐던 2013년도부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매매 활성화에 집중해 ‘빚내서 집사라’는 기조를 이어갔다. 그 결과 박근혜정부에서 가계부채는 가장 많이, 그것도 가장 빠르게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 지난해 8월까지 늘어난 가계부채는 308조5000여억원에 달했다. 이명박정부 5년간 늘어난 가계부채가 298조8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출범 3년5개월 만에 이를 넘어선 것이다.

결국 가계부채 해소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기존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에서 고정금리·장기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8월25일에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합동으로 택지 공급을 축소하고 집단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집단대출과 상호금융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업계로부터는 가계부채 폭증을 막기에는 대책 강도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공급택지 조절을 통해 집단대출을 막겠다는 계획은 그 효과가 시간을 두고 나타날 수밖에 없는 데다 공급 축소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위험도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경제가 워낙 좋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다양한 거래활성화 정책이 금융위기를 탈피하는데 도움이 됐다. 다만 정부가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너무 짧은 시기에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서둘렀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과열되었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정부의 주요 규제 유형과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과잉 건축을 틀어막는 공급규제가 있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판단할 때 정부에서 꺼낼 수 있는 첫 번째 카드는 민간주택 공급이 줄어들도록 유도하는 규제다. 대표적인 것으로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심사 강화가 있다.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의 목적은 규제라기보다 서민 주거복지 보호에 더 가깝다.

3~4개월 한번씩 4년에 18번 발표

하지만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집을 사야 할 실수요자들이 민간 주택을 선택하지 않게 된다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을 우려해 신규 건설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정책은 박근혜정부가 지난 2014년 10월30일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에 포함됐다. 공공임대리츠 1만가구 확대, 준공공임대주택 활성화 등이 당시 발표된 대표적 공급규제형 정책들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 심사 강화는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주택도시보증은 신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와 인근 아파트 평균 가격을 비교해 일정비율을 초과할 경우 고분양가로 규정, 심사를 강화하고 분양가 인하를 유도한다. 고분양가 판정 기준이 강화되면 건설사는 높은 분양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택도시보증이 최근 서초, 강남 일대 일부 재건축단지들의 고분양가 판정 기준을 110%에서 100%로 내리자 5000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아크로리버뷰의 분양가가 3.3㎡당 4194만원으로 주저앉았다.

다음으로 간접적이지만 강력한 조세규제가 있다. 조세규제는 주택 수요나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집을 거래하거나 한 채 이상 보유하는 행위에 영향을 미쳐 부동산 시장을 움직인다. 대표적인 조세규제가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다. 양도세는 부동산, 영업권, 회원권, 유가증권 등 다양한 자산에 적용되는 거래세로 주택 양도세는 1가구 1주택일 경우 보유기간 2년 이상, 양도가액 9억원 이하라면 과세되지 않는다.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가 주택 거래를 할 경우 차익에 대해 최대 38%의 세금이 부과되고 경우에 따라 10%의 탄력세가 중과된다. 박근혜정부가 2013 년 내놓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는 ‘미분양·신축주택 외에 기존주택도 양도세 5년간 면제’가 포함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가 강력하다고 진단했다. 재산세도 일종의 조세규제로 꼽힌다. 투기심리를 잡는 거래규제도 있다. 거래규제는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규제가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이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청약경쟁이 과열된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한다.

마지막으로 최후의 카드로 꼽히는 금융규제가 있다. 4대 부동산 규제 중 가장 강력한 것이 금융규제다. 금융규제는 수요나 공급에 앞서 돈줄을 조여 버리기 때문에 시행 즉시 시장에 반응이 나타나며 효과 또한 강력하다. 대한민국 금융규제의 꽃을 꼽자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이 두 정책은 주택 수요자의 대출을 옥죄는 방식으로 수요를 줄인다. DTI는 현존하는 부동산 정책 중 가장 강력한 장치로 꼽힌다.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정부가 부동산 급등을 막고자 10여 차례에 걸쳐 내놓은 대책의 대미도 바로 DTI였다.


올해 투자는?
수익형 주목

온갖 규제를 비웃듯 과열을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이 2007년 1월 DTI 40% 적용범위를 6억원 미만 주택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고 난 이후에야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2017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어떨까. 역시 정책이 2017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주택시장은 연이은 금융규제로 냉각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반사이익으로 시중 부동자금들이 수익형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택 분양시장이 전매제한과 청약통장 사용이 강화된 반면 규제에서 벗어난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오피스텔, 상가 등은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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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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