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없는’ 최순실 사단 내분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1:27:11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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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려고…배신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 최근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특검에 수사 협조를 하면서 최씨가 수세에 몰렸다. 그 동안 검찰·특검 수사를 받은 ‘최순실 사단’ 관계자 대부분은 범죄 혐의를 최씨에게 떠넘기는 형국이었다. “나부터 먼저 살고 보자”는 최순실 사단의 배신전이 시작됐다.

‘최순실 사단’ 핵심 인물들이 분열하기 시작했다. 장시호씨를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번 국정 농단의 책임을 최순실씨에게 덮어씌우는 분위기다. 그 동안 최씨를 배신했던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박근혜]
“측근 비리일 뿐”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실이 드러나자 ‘40년 지기’ 최순실에 대해 “최악의 배신을 당했다”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총격으로 부모를 잃은 박 대통령은 ‘배신의 트라우마’가 있어 왔는데 ‘최순실 게이트’는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최씨의 행각을 보고 뒤집어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특검 수사가 청와대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최씨의 범죄 혐의가 박 대통령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보는 시각이 다분하다.

현재 국면에선 박 대통령과 최씨의 동지적 관계는 사실상 깨졌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대부분의 혐의를 측근 비리 등 최씨에게 덮어씌우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헌재서도 변호사 등을 통해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최씨와 국정 농단 사태를 공모했다는 정황과 진술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백을 주장해온 박 대통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혐의를 최씨에게 덮어씌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현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모든 권한이 정지된 상태다.
 

하지만 최씨는 현재 자신이 구속된 상황에 대해서 박 대통령을 향해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는 ‘왜 자신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놨느냐는 것.’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최순실씨의 각자도생 폭로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장시호]
이모 태블릿 제출

제2의 태블릿PC가 등장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씨의 조카 장시호가 특검에 제출했다. 장씨는 특검 조사에 적극 협조하며 진술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0일, 장씨로부터 태블릿PC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태블릿PC에 대해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에 의하면 태블릿PC에는 최씨의 이메일과 함께 코레스포츠 설립 과정 및 삼성의 특혜지원을 입증할 문건들이 담겨있다. 또 박 대통령이 2015년 10월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 자료도 들어 있다.

‘물고 물리고’ 그들만의 카르텔 무너져
특검 빅딜 먹히나…결정적 폭로전 예고


장씨는 해당 태블릿PC를 지난해 10월, 최씨의 부탁으로 짐을 정리하는 과정서 입수했다. 장씨는 영재스포츠센터 직원 2명과 함께 최씨 집에 들어가 짐을 가지고 나왔다. 특검은 이 장면이 찍힌 CCTV를 입수해 어떤 물건들인지를 추궁했다.

장씨는 지난 4일, 특검 조사를 받던 중 또 다른 태블릿PC가 있다고 말했고 장씨의 아버지가 변호사를 통해 이튿날 오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최씨의 일을 도운 독일교포 데이비드 윤의 이메일을 태블릿PC서 발견하고 최씨 소유임을 확인했다.
 

장씨의 특검 수사 협조에는 심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장씨 측 변호인은 “장씨가 세 번째 특검 조사를 받을 때부터 줄줄 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씨가 구속된 뒤 아들을 보지 못해 조사 중 아들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대가로 정상 참작되길 바라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는 장씨가 ‘자발적으로’ 특검에 본인의 태블릿PC를 임의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 접견 과정서 최씨는 “이게 또 어디서 이런 걸 만들어 와서 나한테 덤터기를 씌우려 하나”며 “뒤에서 온갖 짓을 다 한다”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성]
“보고는 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씨의 국정농단에 대해 사실상 ‘시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요한 보고서들이 최씨에게 확인을 받고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비서관은 특검 조사에서 ‘최씨가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보다 위에 있는 국정의 한 축 아니냐’고 묻자 “제 잘못”이라고 대답했다. 중요한 문서들이 최씨의 ‘컨펌’을 받고 보고됐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 자리서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의 휴대폰에 녹음된 최씨와의 통화내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최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기 때문에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했다”면서 그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에 대해 최씨와 나눈 의견을 다시 박 대통령에게 ‘선생님과 상의했다’면서 보고하는 식이었다고도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공무상 비밀문건 47건을 포함해 국정문건 180건을 최씨에게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특검팀은 이외에 추가로 문건을 유출한 사실이 있는지 등 추가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10여년 동안 활동한 만큼 최씨와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김종]
정유라 특혜 시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에도 깊숙이 개입했다고 시인했다. 특검팀은 김 전 차관이 ‘정유라 학생은 최순실의 딸이니까 잘 챙겨야 한다’고 이화여대 최고위층에 직접 요구했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차관은 정씨의 이대 입학 개입 사실을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단계서 시인했다가 특검 조사에선 이를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 부탁을 받은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은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남궁 전 처장은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선발 때 정씨에게 특혜를 줘 합격시킨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최순실·박근혜가 시켰다”
‘각자도생’ 윗선 진술 봇물

이대 비리가 김 전 차관의 ‘부탁’→김경숙 전 학장의 ‘기획’→최경희 전 총장의 ‘승인’→남궁 전 차장·류철균 교수 등의 ‘실행’ 구도로 이뤄진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특검팀은 또 청와대 등의 ‘윗선’이 최씨의 부탁을 받고 김 전 차관에게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최씨의 국정 농단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이미 검찰 특검 수사에서 그는 최씨 일가와 연관된 사업에 삼성전자가 각종 특혜성 지원을 하도록 관여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기소됐다.

[이성한]
육성파일 공개?

지난달 14일 국회서 진행된 '최순실 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서 최씨가 위증을 지시하는 육성파일이 공개됐다. 당시 독일에 머물던 최씨가 한국에 오기 전 지인에게 지침을 내렸다는 것. 이 육성파일에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등장한다.


이 육성파일은 최씨가 “이성한 전 사무총장이 배신했으니깐, 이 전 사무총장이 계획적으로 우리(최순실쪽)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라”라며 위증 지시를 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가 만들어질 당시 대기업 기금이 모금된 것은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고, 그 뒤에 비선실세 최순실이 있다고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다가 사실상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무총장은 최씨와 친분이 있는 차은택 감독의 추천으로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맡아 설립 자금 모금을 주도했으나, 차 감독과 사이가 틀어져 지난해 9월 결국 해임됐다.이와 더불어 이 전 사무총장이 재벌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모금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유라, 장시호…최순실 심경 변화?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통한 강제모금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 11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국정 농단’ 관련자에 대한 2차 공판을 시작했다.

재판부는 지난 5일, 1차 공판에 이어 증거조사에 착수했다. 증거조사는 검찰이 제출한 서류 가운데 피고인이 증거로 동의한 것을 채택하는 절차를 말한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자금은 청와대서 알아서 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이 잘 되는지 보라고 해 도왔을 뿐이지 재단 설립과 기금 모금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혐의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최씨의 진술조서는 조사검사와 부장검사가 피의자 면담형식으로 질책성 훈계를 한 뒤 자백을 강요해 이뤄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작성된 조서는 피의자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도 검찰이 제출한 업무수첩 사본의 증거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확보한 증거라는 이유에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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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