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기환-이영복-법무법인 ‘정인’ 삼각 커넥션 전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0:55:49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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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얽히고설킨 ‘상부상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영복-현기환-법무법인 정인’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특히 해당 법인의 대표변호사로 있는 이기중 변호사는 부산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건을 맡아 변호해주는가 하면 현 전 수석이 지난 18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있다. ‘엘시티 스캔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 사람의 관계 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최근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각종 비리 의혹을 추적하고 있다.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자신의 마당발 인맥을 이용,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부터다. 엘시티PFV는 엘시티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다.

엘시티 스캔들
전방위적 로비

앞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엘시티 사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영복 회장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사업 규모가 바뀌는 등 석연찮은 신호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초 5만㎡였던 사업 용지는 갑자기 6만5934㎡로 늘어났고, 아파트를 지을 수 없던 곳은 주거용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60m였던 고도 제한은 411m로 7배나 뛰었다. 환경영향평가는 단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으며, 교통영향평가는 단 한 번의 심의로 통과됐다.

당시 시민단체 측은 “고층 아파트 건설로 교통난이 예상된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부산시는 이를 묵살했다. 특혜성 인허가 조치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엘시티 스캔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이영복 회장이 엘시티 인허가권을 위해 부산 지역 정치인은 물론 주요 공공기관 고위직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0월24일에는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로 사건을 이관하고 수사팀을 대폭 확대했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영복 회장은 도피를 선택했다. 그러나 수사팀 규모 확대와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의혹이 연이어 보도되자 지난 11월10일 검찰에 자수했다. 중간에 자수 의사를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의 소재를 확인한 경찰은 서울에 위치한 한 모텔서 이 회장을 체포했다.

특수부는 이 회장이 과연 누구에게 로비를 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이 회장은 엘시티 인허가권 승인을 위해 이 돈을 부산지역 정관계에 고루 뿌린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영복-현기환
‘엘시티’ 몸통

여기서 등장하는 이름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이 회장으로부터 엘시티 관련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275장을 받았다. 또한 엘시티 설계 담당 건축사사무소 명의로 된 법인 신용카드 1장을 이 회장으로부터 제공받아 총 7660만원 상당을 썼다.

뿐만 아니라 현 전 수석은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서 이 회장과 만나 “엘시티 사업 등과 관련해 제반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로 33회에 걸쳐 총 3159만원가량의 술값을 대납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현 전 수석이 이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은 총 4억3000여만원에 이른다.
 

이에 특수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상 뇌물수수·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현 전 수석을 구속기소, 지난 12월19일 정식 재판에 넘겼다. 현재 특수부는 구속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금품수수 혐의를 포착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오랜 세월 친분관계를 맺어왔다.

현 전 수석은 이 회장과의 연루의혹이 불거진 지난 11월21일 ‘엘시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A4용지 1장 분량의 자료를 통해 “이영복 회장이 추진해온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어떤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고 도피에 협조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도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관계일 뿐”이라고 인정했다.

엘시티 ‘몸통들’ 줄줄이 재판으로
이영복-현기환 금품제공·수수 혐의

그러나 두 사람이 인간적인 관계 이상이라는 정황이 최근 압수수색에 의해 드러났다. 검찰이 전국 골프장 14곳의 지출 내역을 확보한 결과, 현 전 수석과 이 회장을 비롯해 유력인사 4명이 함께 20여차례 이상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검찰이 이 회장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수부는 이 회장이 골프 접대를 통해 정관계, 법조계, 금융권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엘시티 인허가 해결과 시공사 유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과 관련된 청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기중 변호사가 이들 두 사람과 함께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5년 2월 사이에 총 5차례 라운드를 돌았다는 사실이다. 이 변호사는 이 회장의 법조계 핵심 인맥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법무법인 정인에 들어와 현재 대표변호사로 있다.

법무법인 정인은 부산지역 향판(지역법관제, 법관의 인사 안정성을 위해 특정 고등법원 관할 안에서만 근무하게 한 제도)의 대표주자다. 인적 구성을 보면 부산지법·부산고법 판사 출신들이 즐비하다.

특히 이기중 변호사는 정인에 들어오기 직전 부산고등법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모 의원실 보좌관은 “정인은 부산·경남지역 향판들이 만든 법인”이라며 “부산고등법원장은 검찰총장으로 올라가기 위한 루트일 정도로 굉장히 힘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를 포함해 법무법인 정인 소속 변호사들이 이 회장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맡아 변호해 준 사실을 취재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영복-이기중
법조계 인맥

대표적인 사례가 오션타워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이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다. 오션타워는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뿐만 아니라 청안건설 등 이 회장의 회사 6곳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판결문·등기부등본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이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관리비·용역비·보험금 등을 내지 않았고, 이에 대표자 측은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이 회장을 변호해준 곳이 바로 법무법인 정인이다.
 


이기중 변호사가 직접 나선 사건도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주택건설 업체의 대표는 지난 2006년 7월 이 회장에게 80억원을 대여해줬는데, 해당 건이 특가법상 횡령·배임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이 변호사는 해당 업체 대표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업체 측에 전화한 결과, 이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인을 잘 모른다는 다소 황당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대표를 지근거리서 수행한 측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사람들(이기중 변호사, 법무법인 정인)은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부산 변호사(이기중 변호사) 중 재판부 판사와 함께 근무하며 인맥이 있던 사람이 있다고 추천이 들어와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엘시티 시행사의 고문변호사 겸 관련 기업의 대주주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시행사 엘시티PFV의 대주주 ‘에코하우스’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에코하우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기중 변호사의 이름이 최대주주에 올라가 있다.

이영복-이기중 크고 작은 사건 변호
현기환-이기중 후원 1000만원 전달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매일경제>를 통해 “2014년쯤 이영복 회장이 에코하우스 지분을 사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해 사비로 회계상 감정가인 700만여원을 주고 지분을 매입했다”며 “친분이 있는 이 회장이 우호 지분 확보 차원서 부탁한 것으로 생각해 뭐하는 회사인 줄도 모르고 지분을 매입해줬다”고 해명했다.


이 변호사와 해당 법무법인은 현 전 수석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본지가 확보한 지난 18대 국회의원 당시 현 전 수석의 정치후원금 내역을 보면 이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인의 또 다른 변호사 두 사람이 지난 2010년 12월13일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현 전 수석에게 후원한 사실이 있다.

야권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국회의원에게 후원금 주는 건 그 사람이 유명해서가 아니다”라며 “친분으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 특히 이기중 변호사가 법인의 대표변호사라는 점을 본다면 현 전 수석과 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법무법인 정인은 과거 현 전 수석이 연루된 공천 헌금 사건도 변호했다. 해당 사건의 핵심은 현 전 수석이 부산 동구서 당선된 현영희 전 의원으로부터 3억원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현기환-이기중
후원금 지급

종합해봤을 때 이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인은 2010년 전부터 이 회장, 현 전 수석과 유착관계를 맺어왔다. 본지는 이 변호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법무법인 측에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메모도 남겼지만, 회신은 오지 않았다. 법무법인의 비서로부터 “(이기중 변호사에게) 메모가 전달됐다”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아직도 묵묵부답인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좌불안석’ 서병수 부산시장 왜?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관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2억원가량의 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 김모씨가 구속된 것이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12월23일 김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장성훈 부산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공천 헌금 사건 당시 현영희 전 의원과 함께 친박 외곽조직이었던 ‘포럼부산비전’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이미 구속기소된 현기환 전 수석도 해당 포럼의 특별회원이었다.

검찰은 김씨가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이라는 점, 부산 최대 친박 조직인 포럼부산비전의 핵심 인사라는 점에 주목해, 엘시티 인허가와 관련한 대가성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소명이 가능한 정기적인 입금일 뿐 대가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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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