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기환-이영복-법무법인 ‘정인’ 삼각 커넥션 전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0:55:49
  • 호수 1095호
  • 댓글 0개

돈으로 얽히고설킨 ‘상부상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영복-현기환-법무법인 정인’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특히 해당 법인의 대표변호사로 있는 이기중 변호사는 부산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건을 맡아 변호해주는가 하면 현 전 수석이 지난 18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있다. ‘엘시티 스캔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 사람의 관계 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최근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각종 비리 의혹을 추적하고 있다.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자신의 마당발 인맥을 이용,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부터다. 엘시티PFV는 엘시티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다.

엘시티 스캔들
전방위적 로비

앞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엘시티 사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영복 회장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사업 규모가 바뀌는 등 석연찮은 신호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초 5만㎡였던 사업 용지는 갑자기 6만5934㎡로 늘어났고, 아파트를 지을 수 없던 곳은 주거용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60m였던 고도 제한은 411m로 7배나 뛰었다. 환경영향평가는 단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으며, 교통영향평가는 단 한 번의 심의로 통과됐다.

당시 시민단체 측은 “고층 아파트 건설로 교통난이 예상된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부산시는 이를 묵살했다. 특혜성 인허가 조치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엘시티 스캔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이영복 회장이 엘시티 인허가권을 위해 부산 지역 정치인은 물론 주요 공공기관 고위직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0월24일에는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로 사건을 이관하고 수사팀을 대폭 확대했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영복 회장은 도피를 선택했다. 그러나 수사팀 규모 확대와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의혹이 연이어 보도되자 지난 11월10일 검찰에 자수했다. 중간에 자수 의사를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의 소재를 확인한 경찰은 서울에 위치한 한 모텔서 이 회장을 체포했다.

특수부는 이 회장이 과연 누구에게 로비를 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이 회장은 엘시티 인허가권 승인을 위해 이 돈을 부산지역 정관계에 고루 뿌린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영복-현기환
‘엘시티’ 몸통

여기서 등장하는 이름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이 회장으로부터 엘시티 관련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275장을 받았다. 또한 엘시티 설계 담당 건축사사무소 명의로 된 법인 신용카드 1장을 이 회장으로부터 제공받아 총 7660만원 상당을 썼다.

뿐만 아니라 현 전 수석은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서 이 회장과 만나 “엘시티 사업 등과 관련해 제반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로 33회에 걸쳐 총 3159만원가량의 술값을 대납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현 전 수석이 이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은 총 4억3000여만원에 이른다.
 

이에 특수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상 뇌물수수·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현 전 수석을 구속기소, 지난 12월19일 정식 재판에 넘겼다. 현재 특수부는 구속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금품수수 혐의를 포착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오랜 세월 친분관계를 맺어왔다.

현 전 수석은 이 회장과의 연루의혹이 불거진 지난 11월21일 ‘엘시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A4용지 1장 분량의 자료를 통해 “이영복 회장이 추진해온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어떤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고 도피에 협조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도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관계일 뿐”이라고 인정했다.

엘시티 ‘몸통들’ 줄줄이 재판으로
이영복-현기환 금품제공·수수 혐의

그러나 두 사람이 인간적인 관계 이상이라는 정황이 최근 압수수색에 의해 드러났다. 검찰이 전국 골프장 14곳의 지출 내역을 확보한 결과, 현 전 수석과 이 회장을 비롯해 유력인사 4명이 함께 20여차례 이상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검찰이 이 회장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수부는 이 회장이 골프 접대를 통해 정관계, 법조계, 금융권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엘시티 인허가 해결과 시공사 유치,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과 관련된 청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기중 변호사가 이들 두 사람과 함께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5년 2월 사이에 총 5차례 라운드를 돌았다는 사실이다. 이 변호사는 이 회장의 법조계 핵심 인맥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법무법인 정인에 들어와 현재 대표변호사로 있다.

법무법인 정인은 부산지역 향판(지역법관제, 법관의 인사 안정성을 위해 특정 고등법원 관할 안에서만 근무하게 한 제도)의 대표주자다. 인적 구성을 보면 부산지법·부산고법 판사 출신들이 즐비하다.

특히 이기중 변호사는 정인에 들어오기 직전 부산고등법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모 의원실 보좌관은 “정인은 부산·경남지역 향판들이 만든 법인”이라며 “부산고등법원장은 검찰총장으로 올라가기 위한 루트일 정도로 굉장히 힘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를 포함해 법무법인 정인 소속 변호사들이 이 회장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맡아 변호해 준 사실을 취재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영복-이기중
법조계 인맥

대표적인 사례가 오션타워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이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다. 오션타워는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뿐만 아니라 청안건설 등 이 회장의 회사 6곳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판결문·등기부등본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이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관리비·용역비·보험금 등을 내지 않았고, 이에 대표자 측은 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이 회장을 변호해준 곳이 바로 법무법인 정인이다.
 


이기중 변호사가 직접 나선 사건도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주택건설 업체의 대표는 지난 2006년 7월 이 회장에게 80억원을 대여해줬는데, 해당 건이 특가법상 횡령·배임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이 변호사는 해당 업체 대표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업체 측에 전화한 결과, 이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인을 잘 모른다는 다소 황당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대표를 지근거리서 수행한 측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사람들(이기중 변호사, 법무법인 정인)은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부산 변호사(이기중 변호사) 중 재판부 판사와 함께 근무하며 인맥이 있던 사람이 있다고 추천이 들어와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엘시티 시행사의 고문변호사 겸 관련 기업의 대주주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시행사 엘시티PFV의 대주주 ‘에코하우스’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에코하우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기중 변호사의 이름이 최대주주에 올라가 있다.

이영복-이기중 크고 작은 사건 변호
현기환-이기중 후원 1000만원 전달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매일경제>를 통해 “2014년쯤 이영복 회장이 에코하우스 지분을 사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해 사비로 회계상 감정가인 700만여원을 주고 지분을 매입했다”며 “친분이 있는 이 회장이 우호 지분 확보 차원서 부탁한 것으로 생각해 뭐하는 회사인 줄도 모르고 지분을 매입해줬다”고 해명했다.


이 변호사와 해당 법무법인은 현 전 수석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본지가 확보한 지난 18대 국회의원 당시 현 전 수석의 정치후원금 내역을 보면 이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인의 또 다른 변호사 두 사람이 지난 2010년 12월13일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현 전 수석에게 후원한 사실이 있다.

야권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국회의원에게 후원금 주는 건 그 사람이 유명해서가 아니다”라며 “친분으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 특히 이기중 변호사가 법인의 대표변호사라는 점을 본다면 현 전 수석과 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법무법인 정인은 과거 현 전 수석이 연루된 공천 헌금 사건도 변호했다. 해당 사건의 핵심은 현 전 수석이 부산 동구서 당선된 현영희 전 의원으로부터 3억원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현기환-이기중
후원금 지급

종합해봤을 때 이 변호사와 법무법인 정인은 2010년 전부터 이 회장, 현 전 수석과 유착관계를 맺어왔다. 본지는 이 변호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법무법인 측에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메모도 남겼지만, 회신은 오지 않았다. 법무법인의 비서로부터 “(이기중 변호사에게) 메모가 전달됐다”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아직도 묵묵부답인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좌불안석’ 서병수 부산시장 왜?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관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2억원가량의 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 김모씨가 구속된 것이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12월23일 김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장성훈 부산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공천 헌금 사건 당시 현영희 전 의원과 함께 친박 외곽조직이었던 ‘포럼부산비전’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이미 구속기소된 현기환 전 수석도 해당 포럼의 특별회원이었다.

검찰은 김씨가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이라는 점, 부산 최대 친박 조직인 포럼부산비전의 핵심 인사라는 점에 주목해, 엘시티 인허가와 관련한 대가성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소명이 가능한 정기적인 입금일 뿐 대가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