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명당’ 연초엔 풍수바람

최근 저금리 등으로 분양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풍수’바람이 전방위적으로 불고 있다. 풍수마케팅은 인테리어, 행정관청 이전에서부터 최첨단 아파트 입지 선정에 이르기까지 끼지 않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풍수지리만큼 우리 생활에서 자주 회자되는 관심사도 드물다. 묏자리를 정할 때, 이사할 때, 심지어 사무실 책상 위치를 정할 때조차 ‘향’이 어느 쪽인지부터 꼭 따진다. 미신이라 치부하면서도 안 따지면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제 풍수지리는 더 이상 근거 없는 ‘설’이 아니다.

풍수가 세계적 웰빙코드로 떠오르면서 기(氣) 흐름을 고려한 주택이나 사무실 가구 배치와 실내장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풍수지리를 과학적·논리적으로 검증하려는 학계 움직임도 활발하다. 풍수가 부동산 투자자들과 주거용 주택이나, 사무실 입주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받다 보니 이를 부동산시장에 접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시행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축을 신축할 때 건설사에서는 풍수지리 전문가를 고용해 건축 터를 잡는다. 이후 문의 방향이나, 화장실, 거실, 안방, 부엌 위치, 심지어 가구 배치까지 풍수지리 인테리어를 활용한다.

풍수지리가 명당 아파트라는 콘셉트로 마케팅에 활용되면서 부동산시장에 ‘풍수지리 마케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왕이면 기후, 풍향, 물길 등을 파악해 좀 더 건강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터를 찾기 위해서다. 대기업 오너 중에도 주택 입지는 물론 사옥, 사업장 터, 집무실의 물건 위치까지 컨설팅 받는 사람이 많다.

가격 천차만별
주택

주택 분양시장에 웰빙이나 힐링열풍이 불면서 입지나 풍수지리 인테리어, 이에 따른 가구배치법 등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집을 선택할 때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이유는 쾌적한 주거환경뿐 아니라 매매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시세 요소 때문이다. 실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형 단지들은 주택시장의 인기상품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분양업체들은 풍수지리를 적극 활용, 분양 마케팅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가회동과 한남동 일대의 고급 빌라나 대기업 본사와 같은 업무시설의 입지 선정 과정에 주로 쓰이던 풍수지리 마케팅이 아파트 등 주택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풍수지리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택지로 여기는 배산임수 지형은 분양 마케팅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아파트 뒤편에 산과 언덕이 있고 앞쪽에는 강이 흘러 전망이 좋아서다. 게다가 등산과 운동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

이왕이면 명당으로 알려진 입지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늘면서 풍수지리학적으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형이 선호되고 있다. 물과 산을 함께 갖춰 주거환경이 쾌적한 데다 부동산에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는 조망권을 확보,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인기가 높은 편이어서 분양업체에서도 이에 맞춘 단지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단지들의 청약성적도 좋았다. 지난해 9월 경남 양산신도시 물금택지지구 15블록에 선보인 ‘남양산역 반도유보라 6차’는 817가구 모집에 총 2082 명이 몰리며 평균 2.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양산의 대표 산인 오봉산이 근처에 있고 양산천도 위치해 배산임수 입지로 평가받았다.

이사할 때, 장사할 때 “꼭 따진다”
가구 위치 정할 때도 ‘향’따져

서울에서도 배산임수 입지로 눈길을 끈 단지가 있다. 지난해 11월, 서초구 서초꽃마을 5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힐스테이트 서리풀’은 평균 2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한강과 우면산, 서초 올레길을 이용할 수 있다. 배산임수 입지는 집값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매봉산을 뒤로 하고 한강을 앞에 둔 ‘래미안 옥수 리버젠’전용면적 113㎡는 분양 당시 기준층 기준 8억4700만원대였지만 현재 10억2500만원대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풍수는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풍수에서 ‘길상’으로 보는 위치와 조건에 일치하는 가격이 더 나가고, ‘흉상’으로 보는 것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연유로 거래될 때 강이나, 들, 바닷가가 보이는 조망권과 기가 흐르는 도로에 접하면 주변의 유사 부동산보다 30%정도는 비싸다.

조망권의 중요성은 단순히 주거용에 국한되지 않고 있고 업무용 빌딩이나 상업용 빌딩에서도 매한가지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서울의 보라매타운 내에 있는 고층 빌딩들도 단지 외곽에 있는 빌딩의 임대료가 단지 내의 임대료보다도 임대료가 비싸다. 시야가 탁 트이고 햇빛을 바로 맞이할 수 있을 때 사원들의 능률과 업무 효율이 올라가고 기업의 생산성은 배가되기 때문이다.


홍콩은 풍수상 흉지에 건물이 지어질 경우 아무리 시설을 첨단으로 준비했다고 해도 건물 임대료가 주변보다는 50% 싸게 형성되고 그나마 임대율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망권이 풍수와 관계있는 것은 바람의 흐름과 채광을 가로막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는 풍수에서 양의 흐름을 막고 있거나 기의 흐름을 끊겨진 곳에 위치한 건축물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생리학적으로 나쁘기 십상이다. 막다른 골목에는 집이 부동산 가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요즘 서울 시내에서 인기 높은 전용 주거지를 보면 서울 시내가 바라보이는 나지막한 구릉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다. 평창동, 성북동 쪽의 전경이 좋은 주택 가격이 아래 쪽의 교통이 편리한 주택 가격보다 더 나가는 이유도 맥을 같이 한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전망이나 도로 여건과 같은 풍수상으로 길·흉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도심뿐만 아니라 전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원주택이나 골프장 등도 전망이 좋은 곳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젠 세계적 웰빙코드
‘기’흐름 고려해 배치

인간은 생활의 3대 요소인 의 ·식·주가 만족한 상태라야 비로소 쾌적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특히 주거 형태가 불안정하면 건강상 문제도 생기지만 정신적인 안정을 얻을 수가 없다. 비록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길흉을 꼼꼼히 따져 가며 부동산을 마련할 수는 없지만 주택을 구할 때 피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은 유념해야 한다. 물론 건축법에서 일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오늘날 다가구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해 있기에 충분한 조망권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앞의 건축물에 가려져서 건축물이 어둡고 그늘지면 생활환경면이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망권과 함께 부동산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도로다. 주택의 위치가 도로보다 낮으면 집모양이 흉하기도 하지만 풍수에서 도로는 물과 같이 보기에 도로보다 주택이 낮다면 물이 집안에 차는 것이며 도로를 타고 이동하는 자연의 기운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없다. 건축물은 인간 활동의 근원지이며, 성장의 요람이기에 그 건축물에서 생활하는 인간에게 정신적인 안정과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어 건전한 사고를 하게 만든다. 인간에게 유익한 부동산이 가격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러한 이유로 풍수와 부동산의 가격이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손님을 끌어라
상가

상가도 풍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출입문 위치만 바꿔도 매출이 달라지는데 출입문 면이 짧고 안쪽으로 길면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업종의 가게가 있어도 어느 집은 손님들로 붐비고 어느 집은 파리만 날리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하게 된다. 물론 뭔가 다른 독특한 서비스가 있겠지만 생기(生氣)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생기가 뭉치는 곳에 모여들게 되어 있다.

가게 터가 좋다할지라도 손님을 가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상가 배치가 되어야 한다. 장사가 안 되는 가게에서 출입문을 바꾸자 손님이 늘어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상가는 한 면 이상이 도로에 접해 있는 것이 좋은데 도로에 접한 부분에 출입문을 낸다. 출입문은 사람이 많이 왕래하고 머무는 쪽에 내야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가게의 공간에 비해 지나치게 크고 많은 창문은 양 기운의 과다한 유입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깨뜨린다. 실내 공간이 넓은 곳에서는 창문을 크게 해도 무방하지만 작은 공간에서 2개면 이상을 전면 창으로 한다면 기운이 안정되게 모이지 않는다. 1개면 이상 전면 창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천장이 지나치게 높거나 방이 크고 화려하면 손님을 위압하여 안 좋다. 가게 중심점에서 출입문 방위를 기두로 삼고, 같은 사택 방위에 주요 물품을 전시한다.

양택풍수에서 제일 꺼리는 귀문방(鬼門方)은 가능한대로 피해야 한다. 음양이 바뀌는 방위인 간방(艮方, 북동쪽)과 곤방(坤方, 남서쪽)은 환절기와 같이 매우 예민한 방위다. 출입문이나 화장실, 쓰레기 보관 장소, 주방, 보일러실, 하수구 등이 귀문방에 있지 않도록 한다. 악취와 세균번식이 어느 곳보다 성하고 도둑이 잘 들어 손재수(損財數)가 있다. 팔괘의 속성이나 오행의 상생상극에 의한 상가(점포)나 사무실의 위치를 결정할 수도 있고 자신의 직업에 따라 이로운 방위를 추정할 수도 있다.

직원에게 좋게~
사무실

미국 실리콘밸리의 IT기업 사이에서도 풍수가 각광받고 있다. 풍수에 맞춰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를 바꾼 뒤 매출이 신장하면 ‘풍수에 맞게 사무실을 꾸며 놨다(I had my office fengshuied)’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장의 집무책상 위치는 사장실을 회사 안 어느 곳에 두느냐보다 사운(社運)에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氣)가 우수한 곳에 책상을 두면 사장의 건강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정신이 늘 맑고 총명해 경영상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판단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임직원에게 좋은 풍수적 사무환경도 알아둘 만하다. 일단 책상을 길한 위치에 두는 것은 상식이다. 건물이 들어선 땅의 지형은 지대가 높은 곳(산)이 뒤쪽이고 지대가 낮은 곳(물)이 앞쪽에 해당한다. 책상은 지대가 높은 곳을 등지고 낮은 곳을 향하는 배산임수로 배치한다. 불가피하게 지대가 높은 곳을 거꾸로 바라보면 책상 뒤쪽에 산 그림을 걸어 인위적으로 배산의 형식을 취하면 문제가 없다. 창을 등지면 뒤쪽이 항상 불안하고 생기와 재물운이 창문을 통해 빠져나갈 염려가 크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을 등진 것보다 뒤가 든든한 벽을 등진 책상 배치가 보다 유리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응급조치로 창문에 가리개를 설치하면 기의 흐름이 바뀌면서 뜻밖의 효험을 볼 수 있다.

잎이 넓은 관엽식물을 사무실 구석진 귀퉁이나 예리한 모서리에 배치하면 좋다. 흉기를 중화시켜 안정된 기가 흐르고 임직원의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녹색이 주는 편안함이 생각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답답하면 책상 위에 작은 화분을 놓아둬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조명은 직원들의 기분, 건강, 일의 능률에 영향을 미쳐 중요하다. 사무실이 어둡고 으스스하면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 못한다. 불빛은 생기를 증진시켜 안정과 풍요를 가져다줘 밝을수록 좋다. 사무실 내 전구 중 깜박이는 것이 있거나 수명이 다해 점멸한 것은 즉시 교체해야 한다. 불 꺼진 전구처럼 회사의 사업운이 어두워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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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