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명당’ 연초엔 풍수바람

최근 저금리 등으로 분양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풍수’바람이 전방위적으로 불고 있다. 풍수마케팅은 인테리어, 행정관청 이전에서부터 최첨단 아파트 입지 선정에 이르기까지 끼지 않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풍수지리만큼 우리 생활에서 자주 회자되는 관심사도 드물다. 묏자리를 정할 때, 이사할 때, 심지어 사무실 책상 위치를 정할 때조차 ‘향’이 어느 쪽인지부터 꼭 따진다. 미신이라 치부하면서도 안 따지면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제 풍수지리는 더 이상 근거 없는 ‘설’이 아니다.

풍수가 세계적 웰빙코드로 떠오르면서 기(氣) 흐름을 고려한 주택이나 사무실 가구 배치와 실내장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풍수지리를 과학적·논리적으로 검증하려는 학계 움직임도 활발하다. 풍수가 부동산 투자자들과 주거용 주택이나, 사무실 입주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받다 보니 이를 부동산시장에 접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시행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축을 신축할 때 건설사에서는 풍수지리 전문가를 고용해 건축 터를 잡는다. 이후 문의 방향이나, 화장실, 거실, 안방, 부엌 위치, 심지어 가구 배치까지 풍수지리 인테리어를 활용한다.

풍수지리가 명당 아파트라는 콘셉트로 마케팅에 활용되면서 부동산시장에 ‘풍수지리 마케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왕이면 기후, 풍향, 물길 등을 파악해 좀 더 건강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터를 찾기 위해서다. 대기업 오너 중에도 주택 입지는 물론 사옥, 사업장 터, 집무실의 물건 위치까지 컨설팅 받는 사람이 많다.

가격 천차만별
주택

주택 분양시장에 웰빙이나 힐링열풍이 불면서 입지나 풍수지리 인테리어, 이에 따른 가구배치법 등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집을 선택할 때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이유는 쾌적한 주거환경뿐 아니라 매매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시세 요소 때문이다. 실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형 단지들은 주택시장의 인기상품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분양업체들은 풍수지리를 적극 활용, 분양 마케팅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가회동과 한남동 일대의 고급 빌라나 대기업 본사와 같은 업무시설의 입지 선정 과정에 주로 쓰이던 풍수지리 마케팅이 아파트 등 주택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풍수지리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택지로 여기는 배산임수 지형은 분양 마케팅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아파트 뒤편에 산과 언덕이 있고 앞쪽에는 강이 흘러 전망이 좋아서다. 게다가 등산과 운동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

이왕이면 명당으로 알려진 입지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늘면서 풍수지리학적으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형이 선호되고 있다. 물과 산을 함께 갖춰 주거환경이 쾌적한 데다 부동산에 최고의 가치를 자랑하는 조망권을 확보,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인기가 높은 편이어서 분양업체에서도 이에 맞춘 단지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단지들의 청약성적도 좋았다. 지난해 9월 경남 양산신도시 물금택지지구 15블록에 선보인 ‘남양산역 반도유보라 6차’는 817가구 모집에 총 2082 명이 몰리며 평균 2.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양산의 대표 산인 오봉산이 근처에 있고 양산천도 위치해 배산임수 입지로 평가받았다.

이사할 때, 장사할 때 “꼭 따진다”
가구 위치 정할 때도 ‘향’따져

서울에서도 배산임수 입지로 눈길을 끈 단지가 있다. 지난해 11월, 서초구 서초꽃마을 5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힐스테이트 서리풀’은 평균 2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한강과 우면산, 서초 올레길을 이용할 수 있다. 배산임수 입지는 집값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매봉산을 뒤로 하고 한강을 앞에 둔 ‘래미안 옥수 리버젠’전용면적 113㎡는 분양 당시 기준층 기준 8억4700만원대였지만 현재 10억2500만원대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풍수는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풍수에서 ‘길상’으로 보는 위치와 조건에 일치하는 가격이 더 나가고, ‘흉상’으로 보는 것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연유로 거래될 때 강이나, 들, 바닷가가 보이는 조망권과 기가 흐르는 도로에 접하면 주변의 유사 부동산보다 30%정도는 비싸다.

조망권의 중요성은 단순히 주거용에 국한되지 않고 있고 업무용 빌딩이나 상업용 빌딩에서도 매한가지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서울의 보라매타운 내에 있는 고층 빌딩들도 단지 외곽에 있는 빌딩의 임대료가 단지 내의 임대료보다도 임대료가 비싸다. 시야가 탁 트이고 햇빛을 바로 맞이할 수 있을 때 사원들의 능률과 업무 효율이 올라가고 기업의 생산성은 배가되기 때문이다.


홍콩은 풍수상 흉지에 건물이 지어질 경우 아무리 시설을 첨단으로 준비했다고 해도 건물 임대료가 주변보다는 50% 싸게 형성되고 그나마 임대율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망권이 풍수와 관계있는 것은 바람의 흐름과 채광을 가로막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는 풍수에서 양의 흐름을 막고 있거나 기의 흐름을 끊겨진 곳에 위치한 건축물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생리학적으로 나쁘기 십상이다. 막다른 골목에는 집이 부동산 가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요즘 서울 시내에서 인기 높은 전용 주거지를 보면 서울 시내가 바라보이는 나지막한 구릉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다. 평창동, 성북동 쪽의 전경이 좋은 주택 가격이 아래 쪽의 교통이 편리한 주택 가격보다 더 나가는 이유도 맥을 같이 한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전망이나 도로 여건과 같은 풍수상으로 길·흉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도심뿐만 아니라 전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원주택이나 골프장 등도 전망이 좋은 곳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젠 세계적 웰빙코드
‘기’흐름 고려해 배치

인간은 생활의 3대 요소인 의 ·식·주가 만족한 상태라야 비로소 쾌적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특히 주거 형태가 불안정하면 건강상 문제도 생기지만 정신적인 안정을 얻을 수가 없다. 비록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길흉을 꼼꼼히 따져 가며 부동산을 마련할 수는 없지만 주택을 구할 때 피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은 유념해야 한다. 물론 건축법에서 일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오늘날 다가구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해 있기에 충분한 조망권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앞의 건축물에 가려져서 건축물이 어둡고 그늘지면 생활환경면이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망권과 함께 부동산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도로다. 주택의 위치가 도로보다 낮으면 집모양이 흉하기도 하지만 풍수에서 도로는 물과 같이 보기에 도로보다 주택이 낮다면 물이 집안에 차는 것이며 도로를 타고 이동하는 자연의 기운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없다. 건축물은 인간 활동의 근원지이며, 성장의 요람이기에 그 건축물에서 생활하는 인간에게 정신적인 안정과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어 건전한 사고를 하게 만든다. 인간에게 유익한 부동산이 가격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러한 이유로 풍수와 부동산의 가격이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손님을 끌어라
상가

상가도 풍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출입문 위치만 바꿔도 매출이 달라지는데 출입문 면이 짧고 안쪽으로 길면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업종의 가게가 있어도 어느 집은 손님들로 붐비고 어느 집은 파리만 날리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하게 된다. 물론 뭔가 다른 독특한 서비스가 있겠지만 생기(生氣)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생기가 뭉치는 곳에 모여들게 되어 있다.

가게 터가 좋다할지라도 손님을 가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상가 배치가 되어야 한다. 장사가 안 되는 가게에서 출입문을 바꾸자 손님이 늘어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상가는 한 면 이상이 도로에 접해 있는 것이 좋은데 도로에 접한 부분에 출입문을 낸다. 출입문은 사람이 많이 왕래하고 머무는 쪽에 내야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가게의 공간에 비해 지나치게 크고 많은 창문은 양 기운의 과다한 유입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깨뜨린다. 실내 공간이 넓은 곳에서는 창문을 크게 해도 무방하지만 작은 공간에서 2개면 이상을 전면 창으로 한다면 기운이 안정되게 모이지 않는다. 1개면 이상 전면 창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천장이 지나치게 높거나 방이 크고 화려하면 손님을 위압하여 안 좋다. 가게 중심점에서 출입문 방위를 기두로 삼고, 같은 사택 방위에 주요 물품을 전시한다.

양택풍수에서 제일 꺼리는 귀문방(鬼門方)은 가능한대로 피해야 한다. 음양이 바뀌는 방위인 간방(艮方, 북동쪽)과 곤방(坤方, 남서쪽)은 환절기와 같이 매우 예민한 방위다. 출입문이나 화장실, 쓰레기 보관 장소, 주방, 보일러실, 하수구 등이 귀문방에 있지 않도록 한다. 악취와 세균번식이 어느 곳보다 성하고 도둑이 잘 들어 손재수(損財數)가 있다. 팔괘의 속성이나 오행의 상생상극에 의한 상가(점포)나 사무실의 위치를 결정할 수도 있고 자신의 직업에 따라 이로운 방위를 추정할 수도 있다.

직원에게 좋게~
사무실

미국 실리콘밸리의 IT기업 사이에서도 풍수가 각광받고 있다. 풍수에 맞춰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를 바꾼 뒤 매출이 신장하면 ‘풍수에 맞게 사무실을 꾸며 놨다(I had my office fengshuied)’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장의 집무책상 위치는 사장실을 회사 안 어느 곳에 두느냐보다 사운(社運)에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氣)가 우수한 곳에 책상을 두면 사장의 건강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정신이 늘 맑고 총명해 경영상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판단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임직원에게 좋은 풍수적 사무환경도 알아둘 만하다. 일단 책상을 길한 위치에 두는 것은 상식이다. 건물이 들어선 땅의 지형은 지대가 높은 곳(산)이 뒤쪽이고 지대가 낮은 곳(물)이 앞쪽에 해당한다. 책상은 지대가 높은 곳을 등지고 낮은 곳을 향하는 배산임수로 배치한다. 불가피하게 지대가 높은 곳을 거꾸로 바라보면 책상 뒤쪽에 산 그림을 걸어 인위적으로 배산의 형식을 취하면 문제가 없다. 창을 등지면 뒤쪽이 항상 불안하고 생기와 재물운이 창문을 통해 빠져나갈 염려가 크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을 등진 것보다 뒤가 든든한 벽을 등진 책상 배치가 보다 유리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응급조치로 창문에 가리개를 설치하면 기의 흐름이 바뀌면서 뜻밖의 효험을 볼 수 있다.

잎이 넓은 관엽식물을 사무실 구석진 귀퉁이나 예리한 모서리에 배치하면 좋다. 흉기를 중화시켜 안정된 기가 흐르고 임직원의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녹색이 주는 편안함이 생각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답답하면 책상 위에 작은 화분을 놓아둬도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조명은 직원들의 기분, 건강, 일의 능률에 영향을 미쳐 중요하다. 사무실이 어둡고 으스스하면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 못한다. 불빛은 생기를 증진시켜 안정과 풍요를 가져다줘 밝을수록 좋다. 사무실 내 전구 중 깜박이는 것이 있거나 수명이 다해 점멸한 것은 즉시 교체해야 한다. 불 꺼진 전구처럼 회사의 사업운이 어두워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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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