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이 보고 있는 헌법재판관 9인

박근혜만? 대한민국 운명이 9명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9일 국회의원 234명을 태운 탄핵 열차가 ‘가결’역에 정차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 200명(재적의원의 3분의 2)을 훌쩍 넘긴 압도적 가결이었다. 이날 국회의장 명의의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로 전달되면서 오후 7시3분을 기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제 박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관 9명의 손에 달렸다. 재판관 9명 가운데 3분의 2인 6명 이상이 찬성하면 박 대통령은 짐을 싸야 한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열린 7차 촛불집회는 축제 분위기였다. 전국 100만이 운집한 집회에서 국민들은 ‘승리’를 자축했다. 일부 시민들은 탄핵 가결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며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앞으로 행진하자고 주장했다. 1000여명의 시민은 헌재 앞으로 몰려가 “탄핵안을 인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 재판관 9명은 역사의 한 가운데서 시민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언제쯤 결정?
시민들 압박

재판관들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국민주권주의 및 대의민주주의, 법치국가 원칙, 직업공무원 제도 등 헌법을 폭넓게 위반했다. 또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 남용했다”고 적시했다.

헌재는 최장 180일 동안 탄핵안을 심리, 인용 또는 기각·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반면 기각·각하 결정이 나오면 박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시민들의 눈과 귀가 헌재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판관 9명은 대통령이 3명, 국회에서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으로 구성된다. 소장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현재 5기 재판부의 경우 박한철 소장,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대통령이 지명했고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과 이정미·김창종·이진성 재판관은 각각 국회와 대법원장이 추천했다.

박한철 소장은 이번 탄핵 심판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의 임기가 내년 1월31일에 끝나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내년 3월13일 임기가 끝나는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면 남은 7명의 재판관 중 두 사람만 반대 입장을 내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박 소장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재판관에 임명됐고, 2013년 4월 박 대통령이 그를 소장에 임명했다. 부산 출신 박 소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직전 임명한 조대환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13기)다.

3분의 2인 6명 이상 최종 판단 주목
보수7·진보1·중도1…과연 결과는?

박 소장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수사를 지휘한 공안통으로 꼽히며 대검 공안부장을 지냈다. 재판관 시절 낙태죄 처벌,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합헌 의견을 내는 등 사회 안정을 중시하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2013년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형법상 모욕죄에 대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소수 의견인 위헌 입장을 밝혀 마냥 보수 성향은 아니라는 평도 있다.


당시 박 소장은 “모욕죄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서 비꼬는 말이나 풍자·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 인터넷상 거친 신조어 등도 처벌될 수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정미 재판관은 2011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임명됐다. 헌재 사상 최연소이자 5기 재판관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울산 출생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재판관 취임사에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에서 소외된 사람이 없도록 소수자와 약자에 대해 따뜻한 배려심을 가지고 그들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여러 사건서 이 재판관은 소수 의견을 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사후매수죄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을 당시 이 재판관은 위헌으로 다수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선거 종료 후의 금전 제공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퇴 의사 결정이나 선거 결과에 부정한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없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또 독신자는 친양자를 입양할 수 없도록 규정한 옛 민법조항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릴 때도 소수 의견 쪽에 섰다.

그는 “편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타파돼야 할 대상인 바 이를 이유로 독신자의 친양자 입양을 봉쇄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강화시키는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헌재 내에서 가장 진보 성향을 가진 것으로 꼽히는 김이수 재판관은 2012년 야당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서울남부지법원장, 특허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등을 지낸 김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심판 당시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이석기 전 의원의 발언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지만 통진당 전체가 이를 적극 옹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제적으로 정당을 해산해선 안 된다”고 소수 의견을 냈다.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사로 제한한 교원노조법 제2조를 두고 헌재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릴 때도 유일하게 위헌 입장을 냈다.

박한철·이정미
퇴임이 변수로

김 재판관은 “다른 직종으로 변환이 쉽지 않은 교사라는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실업 상태인 해직 교원과 구직 중인 교사 자격 소지자의 가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교사 직종에 속하는 사람들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서 경찰이 물포를 발사한 행위가 헌재의 심판대에 올랐을 때도 “물포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해를 가할 수 있는 장비”라며 소수 입장에 섰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진성 재판관은 서울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서울중앙지법원장, 광주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한 판사 출신이다. 보수 성향이 짙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한 언론이 분석한 재판관 성향 데이터에 따르면 김이수 재판관 다음으로 진보 성향을 띄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 재판관은 김 재판관과 함께 자주 소수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강제추행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도록 한 법 조항에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등록 조항에 대해서는 “재범의 위험성을 전혀 요구하지 않고 특성이나 불법성의 경중을 고려해 등록대상 범죄를 축소하거나 별도의 불복절차를 두는 등 덜 침해적인 수단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제출 조항에 대해서도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등록대상자에 대해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다수 보수 성향
판결에 영향 있나

경북 구미 출신인 김창종 재판관은 5기 재판관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인사로 꼽힌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재판관에 임명됐다. 김 재판관은 간통죄 위헌 결정서 다수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김 재판관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도 다수 의견(합헌)을 냈다.


당시 헌재는 “건전한 성 풍속·도덕을 확립하기 위한 국가 형벌권의 개입은 성매매 자발성 여부와 상관없이 정당하다”며 생계유지 등의 이유라도 성을 사고파는 행위를 합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안창호 재판관은 대검 공안기획과와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보수 성향 인사로 분류되며 새누리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헌재가 간통죄 처벌 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 폐지를 반대한 두 명의 재판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정미 재판관과 함께 안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 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소수 의견을 개진했다.

헌재 발 빠른 행보
촛불 행렬 헌재로?
 

사법고시를 폐지하는 번호사 시험법 부칙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도 “사시의 폐해는 응시 횟수를 제한하고 합격률을 높여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다른 수단이 있는데도 폐지하는 것은 수험생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로스쿨만 두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조계 진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두 제도를 병행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재판관은 김영란법 조항 중 배우자가 금품 등을 받은 것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공직자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미신고 행위만을 처벌하는 조항은 우리 형사법체계서 국가보안법 외에 찾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금품 수수 통로를 차단하려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단을 내렸다.

강일원 재판관은 2012년 여야 합의로 재판관이 됐다.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5기 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2년 여야가 합의로 강 재판관을 추천할 때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각종 사안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강 재판관은 성매매특별법 사건서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은 합헌이라는 데 다수 의견과 같이 했지만 “성 판매 여성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기보다는 우선적으로 보호받을 사람”이라는 등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그는 김영란법 헌법소원 사건의 주심을 맡아 합헌 입장에 섰다. 강 재판관은 사건번호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이기도 하다.

서기석 재판관은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원 헌법연구회 초대 회장, 사단법인 행정판례연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공·사법에 두루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서 재판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 부임 후 35일 만에 재판관으로 자리를 옮겨 당시 이례적이라는 말이 있었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당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 일명 효순·미선이 사건서 관련 수사 기록 제출을 거부하던 검찰에 “미군 재판 기록을 제외한 수사기록을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008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조용호 재판관도 임명권자가 박 대통령이다. 서울고법원장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 행정·특허 소송을 담당해 행정법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서울대 최종길 교수 의문사와 관련해 유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음악파일 교환서비스인 ‘소리바다’ 사건과 관련해선 음악 저작권자의 음반복제와 전송권이 침해됐다고 판단, 소리바다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도 했다. 직장 상사의 성희롱 사건 재판서 여직원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고가 지나치다고 판결하면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조 재판관은 사시 폐지 관련 헌법소원 사건서 헌재가 합헌을 결정할 때 “로스쿨 제도를 통해 양성되는 법조인이 사법시험을 통해 선발된 법조인보다 우수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성매매특별법 사건에선 “성매매 근절을 내세워 삶의 밑바닥에 내몰린 이들을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며 전부 위헌 의견을 폈다.

여론 탄핵 요구↑
개별 의견 부담↑

재판관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주말도 반납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 국민의 관심이 헌재에 쏠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형 사건이기에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헌재는 주심 강일원 재판관을 비롯, 이정미·이진성 재판관을 수명재판관으로 지정하고 탄핵심판 사건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수명재판관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 단순하게 압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진성 재판관은 지난 15일,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이름으로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놨다.

일각에선 재판관들의 대다수가 보수 성향인 것을 들어 탄핵 인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반면 탄핵은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갈릴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여론이 탄핵 인용 쪽으로 완전히 쏠려 있는 상황이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의 75% 이상이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15.2%)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다. 탄핵 심판 시 재판관 개별 의견을 명시하도록 2005년 법이 개정된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 재판관들은 개별 의견을 담지 않았고, 이는 내용이 부실하고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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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