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근혜정부 말아먹은 7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16:10:00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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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부터 최순실까지…임기 내내 다사다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29건의 중소형 사고와 300가지의 전조증상이 반드시 전제된다는 법칙이다. 박근혜정권도 이런 법칙이 통한 걸까. 이번 정권은 임기 초반부터 측근 혹은 고위 정무직 인사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다. 구설도 자주 올랐다. 그렇게 임기 후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대형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사실상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를 망친 7인이 있다. 윤창중·문창극·이완구·이정현·우병우·김기춘·최순실 등이다. 이들은 정권 초반부터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박 대통령에게 내상을 입혔다.

[인턴 성추행]
[윤창중]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2012년 12월 박 대통령의 수석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당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변인 인선을 두고 “어처구니없는 인선”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그런 그가 2013년 5월5일,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서 ‘인턴 성추행’으로 미국 경찰당국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피해 인턴 여성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서 윤 전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grab)’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은 나흘 만에 전격 경질됐으며, 전날 이미 워싱턴 델레스 국제공항을 이용해 한국으로 귀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한 지 이틀 뒤인 5월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하고 나온 게 전부며 미국 문화를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권 초반부터 측근 사건사고 끊이지 않아
툭하면 인사 논란…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그는 자신이 “야반도주하듯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에 의해 한국으로 돌아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당시 아침에도 알몸 상태로 인턴 직원을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선 “속옷 차림으로 맞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을 처벌하기 위해 여성단체로 구성된 1000명이 그를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위력 추행, 기자회견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것으로 추정돼 검찰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총리인사 참사]
[문창극]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정홍원 전 총리가 세월호 참사 책임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다음 언급된 총리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앞서 안대희 전 대법관이 먼저 언급됐지만 낙마했던 시기다. 하지만 문 후보자도 당시 막말·친일 사관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낙마했다. 당시 박 대통령에게는 ‘부적절한 인사’를 국무총리에 인선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문 후보자는 과거 서울대 강의 도중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를 사과 받을 필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위안부 관련 발언에 대해 즉각 사죄하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문 후보자가 과거 일제 강점기 시대를 옹호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버렸다. 2011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 수요 여성 예배서 문 후보자는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 후보자는 “조선 민족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된 것은 이씨 조선 시대부터 게을렀기 때문”이라며 “이를 고치기 위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하나님이 받게 한 것”이라고 주장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문 후보자는 이 같은 비판 여론에도 버텼지만, 결국 총리지명 14일 만에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문 후보자는 6월24일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박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성완종 파문]
[이완구]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2015년 1월23일에 제43대 국무총리로 내정됐다. 병역기피·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으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등의 야당은 그의 임명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 끝에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청문회서 이 전 총리가 자신의 검증보도를 내보내려던 방송사에 보도 통제를 요청하고 언론인을 협박 및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월16일 국회 본회의서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로 그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튿날 그를 임명하면서 결국 제43대 국무총리로 취임했다. 이후 이 전 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정치인들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그 후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등장했다. 당시 성완종 리스트에는 “이완구 총리가 금품수수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와 “성완종이 이완구에게 3000만원을 직접 건넸다”는 녹취가 공개됐다. 그를 향한 분노의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이 전 총리는 임명 63일 만인 4월20일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수락, 7일 후인 27일에 사표를 정식 수리하면서 사퇴의 길을 걸었다.

이 전 총리는 당시 ‘정치 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 1월29일 1심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9월27일 항소심서 성완종 리스트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충성 충성 충성]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민들이 뽑은 ‘병신오적’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자로 꼽히고 있다. 이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적반하장’ 전술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헌정사에 남을 두 번의 탄핵을 주도하는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데 흥분했느냐”며 추 대표를 정면으로 비꼬았다.
 

야당의 탄핵·특검 추진과 관련해 “검찰 발표를 믿고 탄핵하기로 했으면 즉각 특검을 취소하라”며 “법률가(추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란 분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런 비법률·반헌법적 행위를 노골적으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월25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과문을 발표하자 “제가 대정부질문 하나만 하더라도 아주 다양하게 언론인 얘기도 듣고, 문학인 얘기도 듣고, 완전 일반 상인 얘기도 듣고, 친구 얘기도 듣고…”라고 말했다.

당시 이 대표는 공당의 대표로서 박 대통령 비호에만 치중한다는 거센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충성충성충성’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용의 요지는 ‘박근혜 비서 소리 좀 그만해달라’ 정도였는데 ‘알겠다’는 답장 대신 “충성충성충성”이라는 답을 했다.

새누리당 내부서 안 그래도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폭탄을 던진 격이었다. 이 대표의 전화번호가 포함된 이 문자메시지는 한 언론의 보도로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온라인상에 번호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후 해당 번호로 네티즌들의 문자와 전화가 빗발쳐 이 대표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부러진 칼날]
[우병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그가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 최순실 관련 국정 농단행위를 묵인 및 공조한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자금 3000만원 횡령, 차명 땅 거래, 의경 아들 보직 특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달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해 고압적인 태도 등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날 우 전 수석이 포토라인에 서자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최순실 사태에 대해서는 전 민정수석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해당 기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검찰서 물어보는 대로 성실하게 조사 받겠다”고 답했다.

기자가 “가족 회사 자금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인정하시느냐?”고 재차 묻자, 고개를 돌려 질문한 기자를 한 동안 노려보며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후 검찰청에 들어가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7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선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국조특위는 “반드시 참석시켜야 한다”며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지만 결국 증인석에 앉히는 데는 실패했다. 국회의 동행명령장을 직접 수령하지 않으면 출석하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
[김기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김 전 실장이 그간 각종 언론을 통해서 최씨를 전혀 모른다던 그의 주장이 청문회를 통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제시한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을 담은 영상을 제시하며, 김 전 실장이 박근혜 캠프의 법률자문위원장을 지냈다고 폭로했다.
 

당시 최씨와 박근혜 후보와의 의혹이 제기된 후보검증 토론회에 김 전 실장이 참석했던 게 드러났던 것. 김 전 실장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최씨 일가를 비호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설 자주 오르더니 결국 대형사고
‘돌 맞을라’ 모습 숨기고 두문불출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2대에 걸쳐 연을 이어오고 있는 김 전 실장은 2012년 대선서 박근혜 후보의 자문그룹 ‘7인회’ 멤버로 활동하며 막후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가에선 박 대통령이 최씨와 40여년간 관계를 유지해온 점을 고려할 때 김 전 실장이 최태민-최순실 일가의 움직임을 몰랐을 리 없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모든 국정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청와대가 방어하거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개입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탄핵 결정타]
[최순실]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인 최씨는 박근혜정부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최씨의 꼭두각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심은 폭발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은인이라는 사이비 종교인 최태민의 딸이며 후계자다. 최씨는 적법한 절차 없이 박 대통령의 비호 아래 '비선 실세'로서 대통령의 의사결정과 국정에 관여했다.
 

최씨는 권력을 전횡하며 막대한 이권까지 챙겼다. 정윤회, 차은택, 고영태 등 측근을 앞세워 전국경제인연합회 및 대기업으로부터 수천억에 달하는 돈을 뜯어냈다. 또 KT 등 측근의 대기업 고위직 채용을 강요했다. 이에 응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정부 차원의 불이익을 가하면서 대표 인사권에 개입했다.

국고를 개인 돈처럼 멋대로 쓰는가 하면, 정부 중점 사업을 자신이 사실상 대표자인 법인이 독점했다. 이화여대 학칙을 개정하게 해 딸 정유라를 입학시키고 지도교수에게 폭언 등 행패를 부렸다.

조카 장시호는 6억7000만원을 정부로부터 부정하게 타냈다. 최씨는 지난달 3일, 직권남용·사기미수 혐의와 증거 인멸 우려로 구속됐다. 최씨는 국정조사 특위 2차청문회에 ‘공황장애’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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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