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펄펄 끓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에서 불모지 또는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원도 부동산이 메가톤급 개발호재를 등에 업고 펄펄 날아갈 기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하고 활황을 타던 지방 부동산이 올 들어 줄줄이 하락세다. 그럼에도 강원도만 거래·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림픽 이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동계올림픽이
상승 견인

강원도 부동산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고속도로 ·고속화철도 등 교통 인프라의 추진으로 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집값과 땅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올림픽 특수로 인한 관광객 수요를 노리며 수익형 호텔과 레지던스 등 숙박 시설을 앞다퉈 짓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9600여 가구에 달하는 신규 아파트를 쏟아낼 예정이다.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54만3555명이던 인구가 2014년까지 155만8885명까지 늘어나다 2015년 154만9507명으로 다소 감소세를 보였지만,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강원도 부동산 투자 열기는 분양성적에도 잘 나타나 있다. 지난 3월 강원도 원주에 분양한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 25필지는 최고 9395대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됐다. 같은 달에 나온 주차장 용지도 43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6월에는 강원도 속초시 교동에서 분양한 ‘속초 교동 시티 프라디움’아파트는 최고 4.86대1의 경쟁률을 기록, 강원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래 지표도 좋다. 올해 1~5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체의 주택 거래량은 18만601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9% 줄어들었지만 강원도는 거래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늘어난 1만4240건이었다. 당연 증가 폭은 전국 최대다.

불모지·변방으로 취급받다 대변신
전국서 강원도만 유독 거래·가격↑

가격도 상승세다. KB국민은행은 올 1~6월 강원도 아파트값 변동률은 1.04%로 집계됐는데 2015년 1월 평균 1억3640만원 하던 강원도 집값은 올해 6월 1억6362만원으로 2700만원 올랐다. 지방 5대 광역시와 기타 지방이 올 상반기 각각 0.01%, 0.26% 하락한 것과 대비적이다. 특히 춘천(1.53%)과 원주(0.86%)가 강원도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원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함께 조성되면서 집값과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고, 춘천은 구도심이 재건축에 돌입하며 집값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다른 지역보다 덜 올라 저평가 됐던 강원도 부동산의 상승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각종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졌다. 오는 11월 경기도 광주와 강원도 원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까지 개통되면 서울 강남에서 원주까지 차로 50분이면 갈 수 있다. 또 현재 공사 중인 ‘중앙선 고속화철도’서원주~강릉 구간과 서울~원주 구간(운영 중)이 내년 12월 연결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7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최근 서울과 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화철도 추진이 확정되면서 강원도와 수도권 접근성은 한층 더 개선될 예정이다. 광역 교통망의 확충으로 강릉에 ‘세컨드하우스’를 사려는 외지인의 문의도 늘고 있다는 게 도내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원도 내에서도 부동산 시장을 견인하는 두 지역을 꼽으라면 춘천과 원주시다. 먼저 춘천시의 경우 지역 내 노후 아파트를 비롯, 기업유치와 관광지 조성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춘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삼성SDS와 춘천시는 부지매입 MOU(업무협약)를 체결, 최첨단 금융센터 ‘제2데이터센터(가칭 춘천IT센터)’를 구축했다. 현재 춘천에서 운영 중인 더존IT그룹과 네이버 데이터센터에 이어 삼성SDS 데이터센터까지 들어서면서 춘천이 ‘IT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춘천IT센터는 글로벌 프리미엄 수준인 ‘티어(Tier) 3급’으로 친환경, 고효율, 최첨단 기술을 접목, 2019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1시간 반이면 OK…뻥뻥 뚫리는 교통
메가톤급 개발호재 등에 업고 날아갈 기세


이와 함께 춘천시 중도 일대 129만1434㎡ 면적에 들어서는 레고랜드의 공사도 한창 중이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영국 멀린사가 1억달러(약 1152억원)를 투자해 테마파크와 아울렛 상가, 워터파크 등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춘천 중도에 들어서는 레고랜드는 전 세계 5개국 6개 도시에 있는 레고랜드 중 가장 큰 규모다. 테마파크는 2017년 3월, 관광시설은 2018년 완공 예정이다.

업계는 래고랜드가 완공되면 온의 롯데 스카이 ▲연 관광객 200만명 이상 유치 ▲일자리 9800개 창출 ▲연 지방세 44억원 확보 ▲생산 유발효과 5조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호재로 춘천시는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집값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춘천시 인구 상승 추이는 지난 2월 기준 28만1559명으로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처음으로 28만명을 넘어선 지난해 8월 이후 증가 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KB국민은행시세에 따르면 현재 춘천 집값은 3.3m²당 547만원으로 강원도내에서 가장 높은 시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1년 전(452만 원)에 비해 21% 상승했다. 2년 전(425만원)에 비해선 무려 28%가량 올랐다. 특히 신규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입주 2년차인 ‘e편한세상 춘천’ 전용 84m²의 현재시세는 2억7250만원이다. 이는 분양가(2억1500만원)에 비해 5000만원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입주시점인 2년 전(2억2500 만 원)에 비해서도 4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온의동 ‘온의롯데캐슬스카이클래스’도 비슷한 상승률로 전용 84m²의 경우 입주시점에서는 분양가(2억6500만원) 대비 1000만원 올랐다. 현재 시세는 2억8000만원에서 3억원에 달한다.

원주시도 강원도 주택 분양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10년 중 강원도 최대물량이 공급되어 청약 성적도 우수하다. 지난해까지 총 2만9384가구가 공급됐다. 강원도 전체물량(6만7198 가구)의 43.7%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공급된 6개 단지는 모두 순위 내 청약을 마쳤다. 원주롯데캐슬더퍼스트2차와 호반베르디움(8블록)에는 모집 가구수(2개 단지 1657가구)의 3배 이상인 5636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원주혁신도시 및 원주기업도시 개발과 동계올림픽을 앞둔 도로나 철도 등의 기반시설 확충 효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저평가
집값·땅값 요동

원주시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함께 조성되는 국내 유일의 지역으로, 이미 2014년부터는 원주혁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된 상태다. 올해 11월 개통 예정으로 원주에서 경기도 광주를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공사 중이다. 서원주에서 여주를 거쳐 신분당선 판교역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전철도 개발 중인 상태다. 이를 이용하면 광주는 35분, 판교는 7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이동은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개월 동안 원주시 아파트값은 1.54% 올랐는데, 이는 강원도 아파트값 상승률(1.13%)을 웃도는 수준이다. 강원도 부동산이 뜨거워지면서 수도권 부동산 부호들이 강원도의 원룸이나 아파트를 다수 매입해 임대사업에 나서는 ‘원정 부동산 투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학교가 위치한 춘천시 효자동 일대는 타 지역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원룸주택들이 수백채 들어차 있는 대표적인 강원도 대학가 원룸촌이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소는 기숙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원룸주택을 소개해주고 받는 일명 ‘복비(부동산중개수수료)’이외에도 따로 챙기는 게 있다. 바로 원룸주택 위탁 관리비다. 위탁 관리비란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원룸주택 주인을 대신해 ‘중개’는 물론 ‘건물 관리’를 위탁받아 공과금 정산, 청소, 수리 등을 해주고 받는 비용을 말한다.

이 지역 한 중개업소는 위탁관리하고 있는 원룸주택이 40채에 이를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부호들의 원정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춘천 한림대가 위치한 옥천동, 원주 상지대 인근 우산동과 연세대 원주캠퍼스, 한라대 등이 밀집한 흥업면과 무실동, 관동대와 강릉원주대가 위치한 내곡동과 교동 등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아파트도 수도권 부동산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춘천 퇴계동과 석사동, 원주 무실동 등 몇 년 전부터 전세가가 급격히 오른 지역에서 수도권 집주인을 만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6년 상반기 춘천지역 주택매매거래자 가운데 서울과 타지역 거래자는 236명에 그쳤으나 10년이 지난 2016년 상반기에는 865명으로 266% 증가했다.

강원도 동해안 일대는 제2의 제주도로 불리며 중국 자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강원도청에 따르면 강원도 동해안 일대를 비롯해 평창, 원주 등 강원도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 의사를 밝혀온 중국 자본기업은 20여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및 미국계열 투자자도 일부 있지만 투자 관심을 보인 외국 기업 중 90%가 중국 자본으로 이들의 강원도 투자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특히 투자가 확정돼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곳은 중국계 투자기업인 샹차오홀딩스가 전부지만 20개가 넘는 곳이 투자유치에 의사를 타진한 만큼 업계에서는 제2의 제주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강원도 동해안 일대가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바다 등으로 둘러싸인 자연환경과 교통환경 접근성이 개선된 점을 꼽고 있다. 120km 구간의 원주~강릉 철도가 내년 12월 개통 예정으로 동해안 교통 접근망이 대폭 개선되고, 춘천과 속초를 연결하는 93.9km이 동서고속화철도 역시 확정됐다. 동흥천~양양 간 고속도로는 내년 상반기 개통 예정이다.

양양국제공항은 중국 직항노선이 개설돼 관광객 특수를 기대할 수가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이외에 중국 자본이 제주도에 이어 강원도 등에 몰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구적인 토지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특성을 꼽았다. 제주도의 경우 중국 자본발 개발이 난립하면서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을 축소한 반면 강원도는 오히려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추진, 최근 ‘정동진 차이나 드림시티’를 첫 번째 부동산투자이민제 대상 지구로 지정했다.

공급 과잉
우려 목소리도

그러나 분별없는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당분간은 호재가 많지만 동계올림픽 이후엔 공급 과잉으로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 부동산이 강원도 부동산 시세를 올려놓은 측면도 일부 있다. 올림픽 이후에도 관광객을 끌어올 만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공급 과잉의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강원도 부동산 시세가 교통 호재 등이 선반영돼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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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