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신 부촌 “한강변이 대세”

과거 드라마를 보면 전화를 받는 부잣집 사모님이 ‘성북동입니다’ ‘평창동입니다’라고 자신이 사는 동네부터 밝힌 뒤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 꼭 들어갔다. 그만큼 자신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만으로도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압구정동, 도곡동 등 이른바 부자 동네에 입성하는 것은 시기, 질투와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부촌 흐름을 살펴보면 1960년대에는 서울 성북동, 평창동이 ‘전통 부촌’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1970년대부터 2000 년대까지는 압구정, 대치, 도곡동 등이 강남권 ‘대표 부촌’으로 명성을 알렸다. 최근에는 반포, 청담동이 한강변 개발 바람을 타고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1960년대부터 형성
강북서 한강으로

사실 우리나라 부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현대적인 주거 단지가 조성된 1960년대부터 1950여년 동안 부촌의 흐름은 강북에서 한강으로, 그리고 강남으로 남하했다. 부유층마다 선호하는 지역도 약간씩 달랐다. 해방 직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 부촌이 강북권이라면 재벌 2, 3세와 신흥 갑부는 주로 강남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지금의 ‘강남시대’가 형성된 건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이뤄지던 1970년대 후반부터로 해방 전 한강변 농지였던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첫 분양 때부터 고위 공직자 특혜분양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지금도 압구정동은 여전히 부촌 대열에 꼽히지만 어느새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2000년대 초 입시학원 메카인 대치동과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 밀집지인 도곡동이 부상하면서 압구정동은 부촌의 위상을 점차 다른 지역에 물려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부촌은 1960년대 한 국의 전통 부촌인 성북, 한남동을 시작으로 1970년대 동부이촌동, 1970년대 후반부터 1980 년대 초반 압구정동이 부촌으로 떠올랐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대치, 도곡동 일대에 부유층이 몰리고 최근 들어서는 한강변 인기를 바탕으로 청담, 반포동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촌의 기준은 어떻게 볼까. 무조건 집값이 비싸다고 부촌으로 불리진 않는다. 부촌을 결정짓는 변수들은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싼 집값에 교육·문화 등 주변 인프라, 이웃의 수준 등 요소가 ‘삼위일체’가 돼야 ‘한국의 비버리힐스’라는 명성을 붙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단 부촌들의 공통점을 보면 대체로 대형 평형이 많고 학군이 좋은 데다 자기들만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부촌 대표 단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은 대부분 165㎡(50평) 이상 대형 평형 단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은마아파트로 대표되는 대치동은 재건축 호재 외에도 입시학원의 메카로 불리는 게 매력이다.

1960년대 성북·평창동
1970년대부터는 강남권
최근엔 한강 조망지

진정한 부촌은 초기 부유층들이 몰려 집값이 급등한 뒤 점차 가격이 안정되고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 위주로 주민들이 구성된다. 잠깐 집값이 반짝 상승했다 계속 하향세를 보이는 지역은 부촌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부촌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보안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강, 숲, 공원 조망권 등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기본적으로 의료, 문화시설,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주변 지역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부촌의 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번 부촌은 결코 영원한 부촌이 아니다. 부촌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환경, 인적 커뮤니티 등이 부촌을 좌우하는 요인이었지만 앞으로는 한강 조망권 등 쾌적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의 주요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 공원, 녹지 등이 풍부한 지역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이용이 수월하면서 공원이나 녹지 등이 풍부한 한강변과 남산 주변이 떠오를 전망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교육 중심지 집값이 급등했던 현상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사교육 차단 노력과 함께 대학 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는다면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가 부촌 명성을 유지했다면 앞으로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 주상복합 단지처럼 ‘도심형 신흥 부촌’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일본 롯폰기힐즈와 같이 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쾌적성보다는 편의, 독창성의 생활패턴을 선호하는 부촌도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신흥 부촌은 한강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다. 초고가 단지도 한강 주변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평형 많고
학군이 좋아야

한남·잠실·성수 등 한강변 일대에 초고가 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월 분양전환에 들어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임대주택 ‘한남더힐’은 3.3㎡당 분양가가 평균 7000만원을 넘었다. 한남더힐 전용 244㎡는 올 초 79억원에 거래되었는데 3.3㎡당 7840만원 선이었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은 3.3㎡당 4173만원 선에 분양보증을 받아 1순위 청약에서 총 63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무려 6339명이 신청해 평균 100.6대1의 경쟁률로 모든 평형이 1순위 마감됐다. 대림산업이 이르면 연내에 선을 보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공원 인근에서 분양하는 ‘서울숲아크로빌’도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42~ 71층에 들어서는 레지던스 분양가는 3.3㎡당 1억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흥부촌으로 떠오를 지역의 한강 조망권 가치는 얼마나 될까. 같은 평수라도 최대 10억원 차이가 난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한강변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조망권에 따른 매매가격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의 대형 평형은 같은 평수라고 해도 조망권에 따라 최대 10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강변 아파트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망권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내다본다.

신흥부촌의 ‘한강 사랑’은 “집은 남향이어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관도 바꾸고 있다. 강남에서 한강을 조망하려면 집 방향이 북향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남향을 포기하는 대신 한강 조망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 래미안 로이뷰’는 같은 단지라도 북동향 아파트 가격이 남동향보다 1억원가량 비싸다. 한강 조망이 되는 전용 110㎡ 북동향 아파트는 16억~17억원, 남동향은 14억~15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아예 남향이 없는 아파트도 있다. 청담동 ‘청담 자이’는 총 708 가구 모두를 애초부터 한강 조망을 즐길 수 있게 북동향으로 설계했다. 강북으로 올라가도 한강 조망 프리미엄은 상당하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변에 위치한 한강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래미안이촌첼리투스(전용 124㎡)’. 한강이 잘 보이는 동은 20억~26억원에 거래되는 반면 뒤쪽에 있는 동은 18억원 수준에 머문다. 한강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동간 가격 차이는 최대 7억~ 8억원가량 벌어진다.

‘그들만의 리그’용산
서판교·남산 주변도
부유층 몰려 집값 급등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자산가들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를 선호한다. 이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며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도 ‘강변 불패’ 법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강 조망권 단지라고 해도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한강 조망이 좋아도 지하철역과 한참 떨어져 교통이 불편하거나 학군이 취약하면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

일부 한강 인접 단지 주민의 경우 백화점, 할인점 등 편의시설이 멀어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우도 흔하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에 인접한 단지는 외부 소음, 매연에 시달리는 것도 단점이다. 한강 조망이 부촌 지도도 바꾸고 있다. 대치·도곡에서 한강 인접한 압구정·삼성으로 이동 중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최고 부촌의 명성은 강남구 압구정동과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일대였다.

2000년대 들어 사교육 관심과 함께 고급 주상복합 바람이 불면서 대치·도곡동 일대로 왕좌가 넘어갔는데, 자립형 사립고가 줄줄이 들어서고 내신이 강화되면서 ‘강남 8학군’ 매력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전통 부촌의 교육 파워가 시들해지면서 대치·도곡을 이끌었던 부촌 수요는 한강을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는 모습이다. 2000년대 후반 한강 조망을 1순위로 둔 고가 아파트가 잇따라 분양하면서 서울 부촌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한강 조망 등 쾌적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한강에 인접한 청담, 반포, 삼성동 일대 아파트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한강에 인접한 압구정 아파트 단지도 재건축에 들어가면 다시 한 번 최고 부촌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강북의 경우 한강을 낀 한남, 이촌 등 전통 부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강세다. 여기에 한강과 인접한 뚝섬이나 용산,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면 하남 미사지구 등 한강변 주거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판교 지역도 한국판 비벌리힐스로 떠오르고 있다. 서판교 중에서도 운중동 일대는 재계의 오너, CEO들이 둥지를 틀면서 명실공히 신(新) 부촌으로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나 법조계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속속 합류하고 있다. 미국 건축가 마크맥이 설계한 알록달록한 단지 디자인이 인상적인 ‘판교 월든힐스’, 럭셔리 전원일기 분위기의 ‘산운 아펠바움’ 등이 서판교의 고급 부촌 이미지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판교 테크로밸리의 30~40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도심지역 아파트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독립되고 조용한 주거지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서판교는 교통여건이 뛰어난 데다 용적률과 인구밀도가 낮아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또 상업시설과 분리돼 있어 주변 환경이 조용하고 쾌적하다.
운중초·중·고가 위치해 있고 운중도서관, 성남판교도서관 등이 있어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서울·용인간 도시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입지이다. 여기에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창조경제벨트 등 굵직한 개발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판교역, 판교~월곶 복선 전철 등도 계획돼 있어 서판교의 미래가치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한강 조망권
매매가 차이

수요가 몰리다 보니 집값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판교의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판교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323만원으로 2012년 말 2092만원보다 11.04% 상승했다. 이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중 하나인 송파구(3.3㎡당 2342만원)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1652만원에서 1810만원으로 9.56% 올랐다. 고급 주택이 밀집돼 있다는 점도 향후 집값 안정기나 상승기에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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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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