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vs명동'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은?

2016년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은 어디일까. 지난 2004년부터 13년 연속으로 전국 땅값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동상권과 땅 시세가 3.3㎡당 4억~5억원을 호가하는 강남역상권이 여기에 꼽힐 것이다.

10년, 20년 후에도 명동상권과 강남역상권이 지금처럼 최고의 상권으로의 위상을 지키고 있을까. 상권은 변화하는 생명체와도 같아서 지금은 잘나가던 상권이더라도 언제든지 지는 상권으로, 지금은 침체된 상권이라 할지라도 다시 활력이 생겨 핫플레이스로 바뀔지도 모른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시지가의 순위 변동이 아니다. 상권은 항상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럭셔리하게~
강남상권

전국 대도시 원도심 상권을 살펴보면 옛 명성은 간 데 없이 침체되고, 주변 신흥개발지역의 상권은 활황을 맞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전, 부산 등 전국 주요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를 대체할 신흥개발지역의 새로운 상권이 생겨나면서 상권판도가 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최고의 상권이라도 할지라도 그 상권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어떤 최고 강한 상권이라도 세월의 변화에 따른 흥망성쇠가 이루어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먼저 대한민국의 최고의 대표 상권이자 양대산맥인 강남역과 명동을 살펴보자. 강남역은 업종별 매출 면이나 건물 매매가 및 신축 상가 분양가에서 최고인 반면 명동상권은 유동인구, 임대료, 권리금, 공시지가에서 최고다.

강남역 상권은 서울 5대 부심 및 7대 대표상권으로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00만명 이상이며, 추정 매출액만 하루 평균 200억원이 넘는다. 상권 내부로 연결되는 다양한 대중교통을 바탕으로 풍부한 배후지를 지닌 상권이기도 하다. 서울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강남구, 서초구를 직접 배후지로 두고 있고 수도권 남부지역 성남, 분당, 용인, 수원 등 넓은 배후지를 확보하고 있다. 강남역 상권은 오피스상권, 판매상권, 학원상권, 서비스상권, 문화상권 등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명동상권은 하루 유동인구 150만명이 넘으며 중국인 및 일본인 등 다양한 외국관광객이 1순위로 찾는 글로벌상권이다. 특히 쇼핑문화가 발달하여 많은 프랜차이즈와 대형브랜드의 안테나샵들이 입점해 있다. 지가수준 및 임대료수준 역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강남역 상권은 명동 상권에 비해 상권의 면적은 두 배 가까이 넓으나, 상권 내 필지 수는 오히려 적다. 즉, 강남역 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토지들은 명동상권에 비해 면적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적도면을 보면 강남역 상권 내 토지는 구획정리가 잘 되어 있으나 명동 상권 내 토지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상권 내 토지의 특성은 건물의 규모, 수, 배치 등에 영향을 준다.

10년, 20년 후에도 지금의 위상?
한강변 끼고 형성 상권들 주목

강남역 상권 내 건물들은 바닥면적 등 규모가 크고 구획정리된 반듯한 배치 형태를 보이고 있으나, 명동 상권 내 건물들은 소규모 건물이 많고 구획정리되지 않은 미로와 같은 배치를 보이고 있다. 건물의 수를 살펴보면 강남역 상권 면적이 명동에 비해 2배 가까이 크지만 건물의 수는 오히려 적다. 이러한 물리적인 특징들은 상권 전체의 분위기나 입점 점포 종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강남역 상권은 식음료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고, 사람들의 모임의 장소로 주로 인식되어 있으며 명동상권은 소규모 패션, 뷰티 업종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쇼핑 상권이다.

강남역의 주요 업종 매출을 살펴보면 강남역 부근 분식점 월평균 매출액은 3487만원이다. 이 ·미용실 5026만원, PC방이나 당구장 3583만원, 의류업은 3730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지하철역은 2호선 강남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된 서울시 교통카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강남역은 2015년도 기준 총 이용객 7465만명,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만4500명으로 전체 지하철역 중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 19년 연속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으로 꼽혔다. 2011년 7052만명에서 2014년 7662만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는 메르스 여파로 다소 감소했다. 승차 3705만명, 하차 3760만명으로 강남역에서 내리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았다.

한류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늘다보니 강남대로의 점포 임대료도 가파른 상승세다. 대로변 1층 점포는 월세가 3.3㎡당 평균 100만~150만원, 최대 200만원까지 육박했다. 이는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평균 임대료가 30만~4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기존 상인들은 치솟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면도로변으로 밀려나며 그 자리는 대형 유통업체 매장이 점령하고 있다. 이미 네이처리퍼블릭·자라·지오다노·르꼬끄 등 화장품·패션회사들이 강남대로 1층에 입성했다. 이들은 3.3㎡당 평균 월 150만원 안팎의 월세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섭게 성장하는 강남대로 상권이 명동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강남대로 상가빌딩 매매가격은 3.3㎡당 최대 5억원대에 달하며 실제 강남역 인근 옛 뉴욕제과 빌딩 부지 670㎡가 1050억원에 팔렸다. 3.3㎡당 5억1700만원인 셈이다. 강남대로변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임대료를 역산해 보면 시세가 3.3㎡당 4억~5억원대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서울 명동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명동의 경우 땅값(공시지가 기준·3.3㎡당)은 최고 3억원에 육박한다.

이곳 역시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지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매매 시세를 3.3㎡당 5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아직 월 임대료(1층 기준)는 명동이 다소 높은 편이다. 강남대로는 3.3㎡당 200만원에 못 미치지만 명동은 200만~300만원 선이다. 명동의 경우 국내 최고 상권이라는 프리미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린다는 이유에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높다.

패션 1번지
명동상권

하지만 강남대로가 명동보다 장기적으로 상권 성장 잠재력은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 서울 강남대로는 내국인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형성돼 있고 아직 주변 지역 개발 여력도 충분하며 향후 판교 개발을 가속화하면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역 상권은 삼성타운 사옥 이전 등 대기업도 떠나 강남 상권 붕괴론이 확산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가 임대료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까지 서울 강남 상권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명동상권. 반세기가 훌쩍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 상권이자 유행·패션의 1번지로 꼽히는 유명세만큼 명동의 땅값은 공시지가 상위 1~10위가 몰려있을 만큼 전국 최고를 자랑하며 이들 지역의 3.3㎡당 평균 공시지가는 2억원을 훌쩍 웃돈다. 비싼 땅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임대료도 전국 최고는 물론 세계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14 세계의 주요 번화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권은 미국 뉴욕 피프스 애비뉴로 1㎡당 연평균 2만9822유로(약 3960만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명동의 평균 임대료는 7942유로(약 1001만원)로 일본 긴자에 이어 8위다. 1년 전에 비해 17.6 %가 올랐다. 33㎡ 규모의 매장으로 환산하면 월 2752만원가량을 월세로 낸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실제 내는 임대료는 이 보고서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 입지가 좋은 10평(33 ㎡) 규모 상가의 경우 월평균 7000 만~8000만원 수준. 대부분 직원이 많은 소매 판매점으로 수십명의 인건비와 관리비용 등을 빼고 수익을 남기려면 매출이 최소 3억5000만원을 넘어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매출이 월 임대료의 5배에 미치지 못하면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명동상권 13년 연속 전국 땅값 1위
강남상권 3.3㎡당 4억〜5억원 호가

실제로 금싸라기 명동 땅을 차지하고 있는 업종은 대부분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네이처리퍼블릭 같은 화장품 매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중앙로에 전국 비싼 땅 톱10 몰려있는데 13년째 1위는 네이처리버블릭이다.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1㎡당 공시지가가 8310 만원이다. 이는 지난해(8070만원) 보다 2.97% 오른 것으로 3.3㎡로 계산하면 무려 2억7423만원에 달한다. 부지 규모는 169.3㎡로 공시지가 총액은 140억6883 만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향후에는 어떤 상권이 최고의 상권으로 등극할까. 지금까지는 최고 상권 기준이 유동인구, 권리금, 임대료수준 등이었지만 대형 개발호재로 상권형성 잠재력이 큰 삼성역상권, 용산역상권, 사당역상권, 판교역상권이 대표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향후에는 좋은 상권의 개념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좋은 상권의 개념과 다른 곳이 많이 뜨고 있다. 홍대 근처 연남동, 북촌 서촌 등이 대표적이다. 교통이 편리하지 않아 찾아오기 힘든 곳인데, 좁은 골목의 작고 개성 있는 상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합정동 카페거리, 연남동 홍대도 최고의 핫플레이스다. 명동, 강남역에 이어 3대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 클럽문화가 형성됐다. 홍대를 넘어 합정, 연남동까지 들썩이는 모습이다. 또한 공항철도가 개통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세했고, 상암동 DMC에 직장인들이 유입되면서 거대 상권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또한 서촌과 북촌은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보존지역 중 한 곳으로, 한옥이 많아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이다. 갤러리가 가득한 문화, 역사의 지구이다.

서울 주요상권도 한강줄기 따라 속속 형성되고 있다. 서울의 주요상권들은 한강변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960~1970년대, 서울은 한강변에 위치한 여의도와 강남권의 개발이 완료된 이후 이 지역의 상권도 크게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규모 업무지구로 개발됨에 따라 풍부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어 상권형성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서울은 최근에도 한강 주변으로 주요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서울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서울의 주요상권도 늘어나게 되면서다. 강북의 주요상권이라고 불리는 홍대상권과 신촌상권, 용산 및 이태원상권 등도 모두 한강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한강주변에 주요상권이 형성되는 이유는 서울의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한강은 서울의 중심을 관통해 흐르고 있다. 그 주변으로 대대적인 개발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규모 업무지구도 한강변에 밀집해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을 비롯해 여의도와 상암지구 등이 주요 업무지역으로 손꼽힌다. 또, 마포구 합정동과 공덕동 일대, 용산역 주변도 주요업무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한강과 가까운 곳에 서울의 주요대학교들도 많아 상권형성에 도움을 줬다. 연세대, 건국대, 서강대, 홍익대, 이화여대 등이 모두 한강과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젊은 수요층이 몰리고 있다.

이태원, 북촌…
뜨는 상권은?

최근 서울의 주요상권으로 가장 떠오르고 있는 곳은 마포구 합정동 상권이다. 합정동은 한강과 바로 접해 있으며 북쪽에는 홍대상권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서쪽으로는 상암지구, 동쪽으로는 용산, 남쪽으로는 여의도와 목동이 위치해 있다. 교통여건도 매우 우수해 서울 어디서든지 합정동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이곳에는 지하철2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이 자리 잡고 있어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강변북로나 양화대교를 이용해 마포구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합정동은 반드시 들려야 하는 필수코스나 다름없다. 합정동상권이 주요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홍대상권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합정동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게다가, 합정재정비촉진지구를 개발하면서 탄생한 랜드마크 상업시설인 ‘메세나폴리스’의 영향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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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