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미국 접수한 트럼프

‘트럼프 공포’ 한반도 큰일 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박사들, 해외 유력 언론들은 힐러리가 맡아놓은 자리를 찾아가듯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다운 승리였다. ‘정치계의 풍운아’ ‘아웃사이더’ 등의 수식어가 말해주듯 트럼프는 미국 정치권에 갑자기 뚝 떨어진 존재였다.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지난 8일(현지시각)까지만 해도 20%에 불과했다. 미국 언론과 예측기관은 대선일 직전까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수직 상승했다.

경합주 독식
대이변 연출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플로리다서 힐러리를 앞서나간 게 대이변의 전주곡이었다. 트럼프는 인디애나,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등 공화당 텃밭서 착실히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경합주에서 힐러리를 앞서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다 플로리다서 최종 승리하고 오하이오까지 손에 넣으면서 당선 가능성이 치솟았다.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67명이 걸린 3대 경합주로 꼽힌다. 1960년 이후 이 3개 주 중 2곳을 확보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적이 없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뿐만 아니라 펜실베이니아서까지 이기면서 3대 경합주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여유 있게 넘어섰다. 트럼프는 전체 득표에서 힐러리에 뒤졌지만 승자 독식제인 미국 대선 방식 결과에 따라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대선 방식은 유권자가 뽑은 각 주별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주별 선거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가져가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제도는 개인이 아니라 각 주가 대통령을 뽑는다는 연방제 전통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9일, 뉴욕 힐튼호텔서 대통령직 수락 연설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먼저 상대였던 힐러리를 언급했다. 그는 “조금 전 힐러리에게 전화를 받았다. 클린턴 후보는 나를 비롯해 나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며 “클린턴은 오랫동안 수많은 노력으로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치하했다.

이어 “지금은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왔다”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이제는 미국인들의 지혜가 미합중국의 깃발 아래 모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모든 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라며 “저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든 미국인을 향해서 화해와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또 트럼프는 자신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대로 “미국을 재건하고 모든 미국인들의 꿈이 이뤄지도록 함께할 것”이라며 “미국은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하고 원대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적인 부분에서도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면서 세계와 협력하겠다.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 깨고 아웃사이더 백악관 입성
당선 직후 일단 전 세계에 안심 메시지

힐러리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요커호텔서 선거 결과 관련 입장을 내고 패배를 시인했다.

힐러리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고통이 오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모두를 위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평화로운 정권교체에 달려 있다”고 했다. 지지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곧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깰 것”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힐러리에 앞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요동치기 시작한 금융시장은 그의 당선이 확정되자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불확실성 공포가 치솟으면서 증시가 흔들린 것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시아 증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와 마찬가지로 개표 시간이 개장 시간과 겹치면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았다.

이날 한국 코스피는 2.25% 떨어진 1958.38, 코스닥 지수는 3.92% 내린 599.74로 마감됐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36% 하락했다. 힐러리의 승리가 예상되던 초반에는 상승 출발했지만 판세가 기울자 장중 최대 6.17%까지 폭락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 공포에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였고 금값도 치솟았다.

불확실성 공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금융시장은 하루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영향을 미쳤다. 그 덕에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다시 반등, 1.4% 상승으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초반에 출렁이다 상승세로 장이 끝났다.

한국은 트럼프 당선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한미관계, 경제 상황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앞으로 북핵 문제 등 현안 해결과 한미 동맹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간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발송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트럼프 후보가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경험과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제45대 미 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미국 차기 행정부와도 한미 동맹 관계의 심화·발전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번영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 보호무역

정부는 지난 10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어 트럼프 당선에 따른 영향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요동친 금융시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갖고 리스크 관리에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며 트럼프의 정책 공약을 분야별로 분석,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안보 정책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국 대통령 당선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민 인식’을 긴급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3%가 트럼프 당선이 ‘대북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경제(26.7%) 외교(18.1%) 정치(5.2%) 순이었다.

대북정책 담당자들도 트럼프 당선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서 외교·안보를 이끌어갈 인물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탓에 관계를 맺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북 정책의 궤를 같이 해온 힐러리와는 달리 트럼프의 정책은 명확하지도 않고 셈법 자체가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고심 중
모든 분야 흔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쏟아낸 한국 관련 발언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방 분야에 있어서 여러 차례 한국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저서 <불능의 미국>을 발간하면서 “독일, 일본, 한국은 모두 부유한 국가이다.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경계에 2만8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미국의 이익을 중요시 해왔다. 이 때문에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대북 정책뿐만 아니라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쏟아낸 한국 관련 발언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방 분야에 있어서 여러 차례 한국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저서 <불능의 미국>을 발간하면서 “독일, 일본, 한국은 모두 부유한 국가이다.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경계에 2만8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의 성향은 미국 우선주의, 신고립주의로 분류된다. 그는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책임져라’로 요약되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트럼프의 발언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민주주의 확산 등을 위해 세계경찰을 자청해왔던 이전의 미국의 안보 노선과 완전히 달라 주변국들은 이를 고심해왔다.

이 때문에 한국으로선 방위비 분담금 문제부터 시작해 주한미군 배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전시작전권 전환 등 한미 간 산적해 있는 안보 현안 모두 불명확한 상황에 빠졌다. 그 중 안보 비용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

지난 2014년 체결된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특별협정에 따라 지난해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은 9400여억원이다. 이는 주한미국 유지비용의 50%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서 “100% 부담은 왜 안되냐”고 반문한 바 있다.


국내 안보·경제·외교 ‘휘청’
주한미군·한미 FTA 어떻게 되나

분담금 협정 만료 시기가 2018년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후 협상서 미국이 전액 부담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서 증액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국 감축 및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안보 비용과 주한미군을 연계해 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도 눈여겨봐야 한다. 트럼프 경제 공약의 핵심은 보호무역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높여 미국 제조업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 과정서 거론되는 게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다. 지난 8월 디트로이트 연설서 “클린턴은 많은 일자리를 앗아가는 한미FTA를 지지한다”며 “나는 미국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창출하는 협정을 원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한미FTA 재협상론과 한국 산업에 대한 경제적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한미FTA 재협상으로 관세 양허가 중단되면 2017∼2021년 향후 5년간 한국의 수출 손실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자리는 24만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 양허란 국가간 관세, 무역 등에 관한 협상에서 협상 당사국이 특정 품목의 관세를 일정 수준 이상 부과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다. 한경연은 자동차, 기계, 정보통신, 석유화학 등 순으로 손실이 클 것이라 전망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강경 발언이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렇기에 실제 대통령이 되면 워싱턴 관료나 싱크탱크 등에 의존, 기존 미국의 외교·안보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끝까지 함께?
미군 철수하나

일단 트럼프는 “한국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한미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럼프와 10여분간의 전화통화서 “한미동맹 관계는 아태지역 평화 번영의 초석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동맹 관계를 강화·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의 과거
막말에 성추문…트러블 메이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야말로 미국 내 팽배했던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1946년 미국 뉴욕에서 중견 부동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트럼프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통령의 야망을 키워오던 트럼프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다 번복하기를 수차례, 그 사이 당적도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을 거쳐 다시 공화당원으로 정착했다.

정치 경력 전무한 부동산 재벌
그가 통치하는 미국은 앞으로?

지난해 6월 트럼프가 자신의 부를 상징하는 트럼프타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백악관 입성을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대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이후 반이민자 정책 등을 강하고 노골적인 표현으로 어필하면서 보수 백인층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 트럼프의 강한 발언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인종차별, 여성 비하 등의 발언으로 거센 반발을 받았고, 대선 투표 직전에는 성폭행 시도 경험 등이 폭로되기도 했다. 또 탈세 의혹도 명확히 해명된 것이 아니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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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