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미국 접수한 트럼프

‘트럼프 공포’ 한반도 큰일 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박사들, 해외 유력 언론들은 힐러리가 맡아놓은 자리를 찾아가듯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다운 승리였다. ‘정치계의 풍운아’ ‘아웃사이더’ 등의 수식어가 말해주듯 트럼프는 미국 정치권에 갑자기 뚝 떨어진 존재였다.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지난 8일(현지시각)까지만 해도 20%에 불과했다. 미국 언론과 예측기관은 대선일 직전까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수직 상승했다.

경합주 독식
대이변 연출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플로리다서 힐러리를 앞서나간 게 대이변의 전주곡이었다. 트럼프는 인디애나,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등 공화당 텃밭서 착실히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경합주에서 힐러리를 앞서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다 플로리다서 최종 승리하고 오하이오까지 손에 넣으면서 당선 가능성이 치솟았다.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67명이 걸린 3대 경합주로 꼽힌다. 1960년 이후 이 3개 주 중 2곳을 확보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 적이 없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뿐만 아니라 펜실베이니아서까지 이기면서 3대 경합주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여유 있게 넘어섰다. 트럼프는 전체 득표에서 힐러리에 뒤졌지만 승자 독식제인 미국 대선 방식 결과에 따라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대선 방식은 유권자가 뽑은 각 주별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주별 선거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가져가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제도는 개인이 아니라 각 주가 대통령을 뽑는다는 연방제 전통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9일, 뉴욕 힐튼호텔서 대통령직 수락 연설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먼저 상대였던 힐러리를 언급했다. 그는 “조금 전 힐러리에게 전화를 받았다. 클린턴 후보는 나를 비롯해 나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며 “클린턴은 오랫동안 수많은 노력으로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치하했다.

이어 “지금은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왔다”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이제는 미국인들의 지혜가 미합중국의 깃발 아래 모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모든 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라며 “저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든 미국인을 향해서 화해와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또 트럼프는 자신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대로 “미국을 재건하고 모든 미국인들의 꿈이 이뤄지도록 함께할 것”이라며 “미국은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하고 원대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적인 부분에서도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면서 세계와 협력하겠다.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 깨고 아웃사이더 백악관 입성
당선 직후 일단 전 세계에 안심 메시지

힐러리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요커호텔서 선거 결과 관련 입장을 내고 패배를 시인했다.

힐러리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고통이 오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모두를 위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평화로운 정권교체에 달려 있다”고 했다. 지지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곧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깰 것”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힐러리에 앞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요동치기 시작한 금융시장은 그의 당선이 확정되자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불확실성 공포가 치솟으면서 증시가 흔들린 것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시아 증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와 마찬가지로 개표 시간이 개장 시간과 겹치면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았다.

이날 한국 코스피는 2.25% 떨어진 1958.38, 코스닥 지수는 3.92% 내린 599.74로 마감됐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36% 하락했다. 힐러리의 승리가 예상되던 초반에는 상승 출발했지만 판세가 기울자 장중 최대 6.17%까지 폭락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 공포에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였고 금값도 치솟았다.

불확실성 공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금융시장은 하루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영향을 미쳤다. 그 덕에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다시 반등, 1.4% 상승으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초반에 출렁이다 상승세로 장이 끝났다.

한국은 트럼프 당선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한미관계, 경제 상황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앞으로 북핵 문제 등 현안 해결과 한미 동맹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간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발송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트럼프 후보가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경험과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제45대 미 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미국 차기 행정부와도 한미 동맹 관계의 심화·발전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번영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 보호무역

정부는 지난 10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어 트럼프 당선에 따른 영향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요동친 금융시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갖고 리스크 관리에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며 트럼프의 정책 공약을 분야별로 분석,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안보 정책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국 대통령 당선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민 인식’을 긴급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3%가 트럼프 당선이 ‘대북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경제(26.7%) 외교(18.1%) 정치(5.2%) 순이었다.

대북정책 담당자들도 트럼프 당선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서 외교·안보를 이끌어갈 인물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탓에 관계를 맺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북 정책의 궤를 같이 해온 힐러리와는 달리 트럼프의 정책은 명확하지도 않고 셈법 자체가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고심 중
모든 분야 흔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쏟아낸 한국 관련 발언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방 분야에 있어서 여러 차례 한국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저서 <불능의 미국>을 발간하면서 “독일, 일본, 한국은 모두 부유한 국가이다.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경계에 2만8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미국의 이익을 중요시 해왔다. 이 때문에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대북 정책뿐만 아니라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가 쏟아낸 한국 관련 발언도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국방 분야에 있어서 여러 차례 한국을 거론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저서 <불능의 미국>을 발간하면서 “독일, 일본, 한국은 모두 부유한 국가이다.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을 가르는 경계에 2만8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의 성향은 미국 우선주의, 신고립주의로 분류된다. 그는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책임져라’로 요약되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트럼프의 발언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민주주의 확산 등을 위해 세계경찰을 자청해왔던 이전의 미국의 안보 노선과 완전히 달라 주변국들은 이를 고심해왔다.

이 때문에 한국으로선 방위비 분담금 문제부터 시작해 주한미군 배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전시작전권 전환 등 한미 간 산적해 있는 안보 현안 모두 불명확한 상황에 빠졌다. 그 중 안보 비용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

지난 2014년 체결된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특별협정에 따라 지난해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은 9400여억원이다. 이는 주한미국 유지비용의 50%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서 “100% 부담은 왜 안되냐”고 반문한 바 있다.


국내 안보·경제·외교 ‘휘청’
주한미군·한미 FTA 어떻게 되나

분담금 협정 만료 시기가 2018년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후 협상서 미국이 전액 부담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서 증액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국 감축 및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안보 비용과 주한미군을 연계해 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도 눈여겨봐야 한다. 트럼프 경제 공약의 핵심은 보호무역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높여 미국 제조업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 과정서 거론되는 게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다. 지난 8월 디트로이트 연설서 “클린턴은 많은 일자리를 앗아가는 한미FTA를 지지한다”며 “나는 미국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창출하는 협정을 원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한미FTA 재협상론과 한국 산업에 대한 경제적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한미FTA 재협상으로 관세 양허가 중단되면 2017∼2021년 향후 5년간 한국의 수출 손실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자리는 24만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 양허란 국가간 관세, 무역 등에 관한 협상에서 협상 당사국이 특정 품목의 관세를 일정 수준 이상 부과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다. 한경연은 자동차, 기계, 정보통신, 석유화학 등 순으로 손실이 클 것이라 전망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강경 발언이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렇기에 실제 대통령이 되면 워싱턴 관료나 싱크탱크 등에 의존, 기존 미국의 외교·안보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끝까지 함께?
미군 철수하나

일단 트럼프는 “한국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한미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럼프와 10여분간의 전화통화서 “한미동맹 관계는 아태지역 평화 번영의 초석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동맹 관계를 강화·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의 과거
막말에 성추문…트러블 메이커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야말로 미국 내 팽배했던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1946년 미국 뉴욕에서 중견 부동산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트럼프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통령의 야망을 키워오던 트럼프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다 번복하기를 수차례, 그 사이 당적도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을 거쳐 다시 공화당원으로 정착했다.

정치 경력 전무한 부동산 재벌
그가 통치하는 미국은 앞으로?

지난해 6월 트럼프가 자신의 부를 상징하는 트럼프타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그의 백악관 입성을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대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이후 반이민자 정책 등을 강하고 노골적인 표현으로 어필하면서 보수 백인층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 트럼프의 강한 발언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는 인종차별, 여성 비하 등의 발언으로 거센 반발을 받았고, 대선 투표 직전에는 성폭행 시도 경험 등이 폭로되기도 했다. 또 탈세 의혹도 명확히 해명된 것이 아니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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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