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공투족’을 아십니까

저금리의 지속으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인들끼리 자금을 모아 원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공동투자족(일명 공투족)이 늘고 있다. 매입비나 관리비 등 투자비용을 최소화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용 198 ㎡짜리 아파트에 사는 박경한(62 ·남)씨는 100㎡대로 이사하면서 남은 여유자금으로 매달 월세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은행이 선임대로 확정된 점포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박씨가 여유자금으로 투자가 가능한 점포는 2칸인데 은행이 들어오는 점포는 총 4칸이다. 박씨는 친구 2명과 함께 공동투자 해 결국 4칸을 공동명의 분양을 받았는데 4개 점포를 매입하면서 분양가를 5% 정도 낮추는 것으로 절충했다. 그리고 받은 보증금과 월세는 투자금액 비율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선임대 점포 투자
공동명의로 분양

공동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근린상가, 소형빌딩, 원룸빌딩, 모텔 등 다양한 물건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동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선 의외로 주의점이 적지 않다.

중소형 빌딩(일명 꼬마빌딩)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인척이나 지인 등의 자금을 모아 공동으로 투자하는 공동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일종에 빌딩계인 셈인데 부모와 자녀 공동 투자, 형제·자매나 친구끼리 등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형태도 다양하지만 매입목적은 천차만별이다.

부동산 공동투자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 시 투입 비용을 크게 낮춰줄 수 있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규모가 클수록 단위면적당 비용은 소형물건 대비 훨씬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대사업 시 반드시 필요한 유지, 관리 비용 역시 업체에 일괄 위임할 경우 건수가 많을수록 수수료가 저렴해지기도 한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전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다수의 견해를 따르면 투자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중 하나다. 또한 세금 면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다만 공동투자는 많은 면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투자 전에 당사자 간 자세한 약정은 필수다. 가장 안전한 공동투자(이하 공투)는 서로 능력이 비슷하고 투자 여력도 비슷한 사람끼리 의기투합하는 것이어서 사람을 잘 가려야 한다. 공투의 생명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먼저 최근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녀가 중소형 빌딩을 공동투자 형식으로 매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모가 소유한 빌딩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와 자금출처 조사 등에 대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어 공동명의 매입을 통해 향후 절세로 합법적인 부의 이전이 가능한 때문 등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 및 빌딩업계 등에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3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 매입 현황 분석 결과, 공동투자는 전체 230건이었고 이 중 부모와 자녀 공동명의 투자는 69건으로, 비중은 30%를 보였다. 법인을 제외한 지난해 전체 개인의 단독 및 공동명의 투자 516건의 약 13%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저금리 지속으로 수익형 투자 관심
지인들끼리 자금 모아 공동투자 늘어

실제 김오성(63)씨는 지난해 8월 큰아들(33), 작은아들(30)과 함께 서울 강남 신사동 90억원 상당의 중소형 빌딩을 공동명의로 매입했다. 이 빌딩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인근 지하철과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김씨는 빌딩 지분 60%를, 두 아들은 각각 20%의 지분으로 매입에 참여했다. 빌딩 매입 과정에서 김씨는 저금리를 활용, 58억원 상당을 대출받았다. 현재 이 빌딩의 시세는 95억선으로 1년 전에 비해 약 5억원가량이 상승한 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녀들이 거액을 투자, 빌딩을 구입할 경우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소액 공동투자를 유도하고 빌딩을 담보로 자신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된다. 이후 임대료를 통해 대출 이자를 갚으면서 은행 대출도 갚아 나가는 방식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회복됨에 따라 공동으로 매입한 빌딩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자녀들 지분 가치도 올라 부의 이동이 시작되는 데다 자녀 명의로 투자된 자금출처 조사가 유연해지고 재산 증여로 발생하는 증여세 역시 상대적으로 적게 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는 게 빌딩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최근 이같은 자녀에 대한 부의 이전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소형 빌딩을 1인이 소유하면서 자가로 관리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부모와 자식 간 공유 위탁관리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빌딩을 소유한 뒤 자산가치가 증가해서 증여하는 것보다 저금리를 적극 활용한 대출을 통해 공동명의로 매입함으로써 자금출처 조사 부담 및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한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산가들은 성공적이고 합법적인 부의 이전 수단으로 중소형 빌딩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형제·자매나 친구끼리 자기자본 5억~10억원씩 공동투자해 20억~50억원짜리 소형 빌딩을 구입하는 것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는 부모와 자녀가 빌딩을 공동으로 매입하는 사례와는 다른 일종의 빌딩계인 셈이다. 중소형 빌딩 매매시장에 공동투자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5억~10억원씩
소형빌딩 구입

과거 중소형 빌딩시장은 서울 강남에 사는 자산가들의 리그였지만 최근 투자자 층이 확대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재테크를 위한 투자처가 변변치 않은 상황이어서 부동산 자산가격의 거품 논란에도 불구, 초소형(꼬꼬마 빌딩) 혹은 중소형 빌딩(꼬마 빌딩) 구매 수요는 꾸준하다.

빌딩 공동 투자자들의 공통점은 건물 매입가격의 60~70%, 많게는 80%까지 은행 대출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저금리 탓에 금융비용(이자 납부)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기돈 5억~10억원을 가지고 빌딩을 사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공동투자나 대출금 비중이 높은 투자는 큰 임대료 수익이나 향후 땅값(건물 대지) 상승 기대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공동투자의 경우 임차인을 교체하거나 건물 매각 등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의견일치를 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어 공동투자는 공실 충격도 더 크게 받는다.

그렇다면 중소형 빌딩의 공동투자 전망은 어떨까. 최근 가격만 보면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면을 봐야 한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 다른 투자처의 수익률, 안정적인 자산 소유 욕구 등을 고려하면 이만한 투자 상품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 중소형 빌딩 공동투자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소유권 누구에게?
반드시 문서화해야

다만 국내 소비 위축과 사드배치 등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올해 빌딩매매 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주요 상권의 임차인들이 장사가 안 되면 건물 매매시장에도 자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수자 입장에선 역세권 급매물을 중심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공동투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투자자들의 이익 충돌로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잦은 데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투자가 방향성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형 빌딩 공동투자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주의사항 등에 대해 알아보자. 중소형 빌딩 공동투자는 투자금 대비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 그리고 임차들에게 받을 수 있는 임대료가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수익률 극대화의 비법은 얼마나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형 빌딩 공동투자는 개발 혹은 임대 대상 부동산을 2인 이상 명의로 공동 매입해 해당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 지분율에 따라 나누거나 부동산 그 자체를 이용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매입·관리비 등 투자비 최소화
결국 수익률 극대화로 일석이조


투자 물건은 근린상가 등의 상업용 건물, 오피스 빌딩, 호텔 등의 숙박업소, 아파트, 주차장, 토지 등 다양하지만 주로 1인 투자자가 금액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대형물건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파트 등 시세차익을 노리는 물건보다 중소형 빌딩 등 임대수익을 노리는 물건을 고르는 게 낫다. 수익을 배당하기가 쉬울 뿐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는 물건은 매각 시기를 언제로 두느냐를 두고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동투자로 부동산 물건을 매입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소유권 등기를 누구에게 하느냐다. 2가지 방법 중 하나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우선 투자자들 중 대표 1인의 명의로 등기를 하고 나머지 투자자들은 자신의 지분에 대해 공증을 받거나 근저당설정을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관리 계약이나 매매 계약 시 투자자 모두의 합의서를 다 받는 복잡한 절차를 줄일 수 있지만 대표 명의자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해도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등기 자체를 공동명의로 하는 것이다. 투자 금액 비율에 따라 지분별 등기가 가능해 자신의 소유권을 확실히 할 수 있다. 이 경우 매매나 건물 개보수, 관리 등의 절차를 밟을 때 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부 투자자가 자신의 지분을 매도할 때 청산 가격 등을 둘러싸고 다른 투자자들과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소유권을 가지고는 있지만 온전하게 행사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공동투자는 공동지분 형식으로 투자하므로 개개인의 소유권에 제한이 따른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투자자 간 의견이 맞지 않으면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특히 소유 지분 산정, 개발 수익의 분배, 자금지불 불이행에 대한 문제, 수익금 정산방식 등이 사전 조율돼 있지 않을 경우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공동투자에 나서기에 앞서 이런 내용들을 담은 사전투자계획서를 반드시 문서화해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문서는 법률사무소 등에서 공증을 해두는 것이 좋다. 공동투자 시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지만 손해가 날 경우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대부분 분쟁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약 손해가 발생할 경우의 책임소재나 해결책에 대해서도 미리 문서로 합의해두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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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