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 경기 수원 권선 정미경 의원



‘가족행복’ 최우선…“용기·두려움 가지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은 풍성한 의정을 하겠다. 또 아이들의 꿈을 반드시 이루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이 의정활동을 시작하며 블로그에 올린 다짐의 글이다. 그는 ‘초심’과 같은 마음으로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보호할 수 있는 선진국 수준의 법안, 그리고 여성들의 정치 진출 확대에도 관심이 많다. 검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이정표’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홍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미경 의원. 그는 국정감사 기간 ‘제약사들이 식약청의 감시 소홀을 틈타 인태반주사제를 불법 유통했다’는 의혹 등 보건복지에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태반주사제의 불법유통 현실에 대해 지적한 것”라며 “불법유통 경로로 입수된 물건과 식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제약사의 유통관리나 식양청의 감시·감독 두 가지가 모두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건당국의 관리·감독 체계나 의약품 유통구조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한다”며 “관행처럼 계속되고 만성적으로 퍼져온 잘못된 현실에 대해 경고하고, 시정하고자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이기우 전 의원을 제치고 금배지를 달았다.
▲ 힘든 싸움이었다. 이기우 전 의원은 수원 토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내가 수원 토박이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군인의 딸이었던 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이사를 다녔고, 검사일 때도 2년마다 부임지를 옮겨 다녔기에 늘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고향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다. 또 다른 고충도 있다. 선거운동 기간이 너무 짧아 상대방에게 신경 쓸 여유도,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단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할 사람인지 주민들에게 알리는 데만 집중했다. 열심히 했고 운도 따라주었다.

- 선거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 시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처음 정치를 한다고 마음먹고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 지금까지 나를 키워주고, 우리와 함께 살면서 아이들까지 키워주신 친정어머니께서는 반대했다. 남편은 중립을 지키면서 방해하지 않겠지만 도움을 청하지는 말라고 했다. 할 수 없이 평생 농사만 지으신 시아버지께 도움을 청했다. 가족 중 유일하게 내 결정에 적극 지지하셨던 분이셨다. 아버지께서는 경로당을 중심으로 열심히 활동해주셨다. 그리고 마지막 선거일 4~5일을 남겨놓고 아들을 불러 이제는 ‘네가 해라’ 하면서 아들에게 넘겨주시고 아버지는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 여성 의원으로서 기대가 크다.
▲ 여성 장관이 일을 잘하면 그 장관만이 일을 잘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일을 못하는 경우에는 ‘여성은 다 저렇다’면서 여성 전체의 대표선수로 평가를 받게 된다. 즉 일선에 있는 여성은 아직까지 대표선수로서의 여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치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뛰고 있는 여성이 많아져서 더 이상 여성·남성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그날까지는 여성은 대표선수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서 내 역할을 다하고 싶다. 특히 많은 여성후배들에게 대표선수로서 제대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그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 보건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정 의원이 임하는 각오는.
▲ 복지국가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것처럼 복지는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요즘은 가족의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여전히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계층이 분명히 있고, 그 목소리를 대신해주고 싶다. 검사일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권리주장을 할 수 있고 어려운 점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해 뛰겠다. 또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첫 국감을 맞이한 소감은.
▲ 기대도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긴장도 된다. 절제된 열정과 품위 있는 태도로 질의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정치인이 되기 전 유권자로 있을 때 국감 때 정치인들의 질문을 보면서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했는데, 현재 의원들이 질의하는 것을 보고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 분명 다른 무엇이 있음을 발견하고 놀랐다.

- 전재희 장관이 ‘국감 물타기를 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데.
▲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국회와 국민들을 상대로 ‘국감 물타기’를 했다는 것은 특별히 전재희 장관이 왔다고 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지난 정부시절 행정부처 공무원들이 국회를 상대로 잘못된 점을 숨기기 위해 썼던 수단을 기억해보면 된다. 실제 이해찬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이 주도해서 매뉴얼을 만들어 각 부처에서 실행하게 했다. 이런 행정부의 행태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쉽게 바뀌어 지지 않을 것이다.

- 멜라민 파동으로 국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만감이 가중되고 있다.
▲ 국민들이 식탁 안전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동안 기생충알이 나온 참치, 색소가 들어간 고춧가루, 단체급식 식중독 등 발생해선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다. 문제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정부가 내놓은 지금까지의 해결책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었다는 말과 같다.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나 역시도 한 가정의 주부이고 엄마로서 걱정이 크다. 현 정부도 출범할 때부터 먹거리 안전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정책과 제도를 보완해 가고 있다. 당장 근시안적인 땜질 처방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우리 식탁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체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정 의원이 바라는 정치상은.
▲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링컨이다. 링컨은 역사에 대하여 신에 대하여 두려움을 알았던 사람으로 느껴진다. 두려움을 가진다는 것은 바른 용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과 용기를 가진 정치인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정치인의 상이고, 그렇게 되고 싶다.

정미경 의원 프로필
▲2001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검사
▲2003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 검사
▲2005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2007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2008 18대 국회의원


“목욕탕·사우나 취미 포기했어요”
법조계에서 자신의 열정을 한껏 불태우며 ‘당찬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정미경 의원. 그는 이제 법조계를 떠나 정치인 정 의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새로운 삶을 살고 가고 있는 만큼 그에게도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정 의원은 “검사일 때도 늘 일로 바빴지만 그때가 정적으로 바빴다고 한다면 정치인은 동적으로 바쁘다”며 “각종 행사와 약속이 잡혀 있어 계속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분들을 어려 방면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털털한 차람으로 밖에 나가는 것이 어려워졌고, 동네 목욕탕에서 사우나 하는 취미를 포기하게 돼서 아쉬운 점도 있다”고 함박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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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