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스포츠 대통령’ 이기흥 초대 통합 대한체육회장

600만 체육인 대표 ‘자격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이래 초대 회장을 뽑는 선거가 열렸다. 이번 선거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2020도쿄올림픽 등 큰 대회를 지휘할 수장을 뽑는다는 점에서 안팎으로 큰 관심이 쏠렸다. 다섯 명의 후보가 나선 선거 결과는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의 승리. 이 신임 회장은 오는 20212월까지 통합 대한체육회를 이끌게 됐다. 당선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산적해 있는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린 이 회장의 상황을 살펴봤다.

 

통합 대한체육회는 지난 5일 초대 회장 선거를 진행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서 열린 이번 선거에는 장정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 장호성 단국대 총장, 전병관 경희대 교수(기호순) 등 다섯 명의 후보가 나섰다.

30% 지지 당선
분산표 덕 봤다

이기흥 신임 회장은 이날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단 892명 가운데 294표를 획득, 장정수(25), 이에리사(171), 장호성(213), 전병관(189)을 제치고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회장은 당선 직후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통합 대한체육회의 재정 자립과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 등을 역점으로 두고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선거는 대의원 투표로 치러졌던 과거와 달리 체육단체 임원과 선수·지도자·동호인 등 체육인 및 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통합 대한체육회장은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과 엘리트 및 생활체육을 포함, 600만명의 체육인들을 관리해야 한다.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임과 동시에 스포츠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워가 있는 자리다.


하지만 이 회장은 당선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단체 통합 과정서 불거진 정부와의 갈등, 과거 6년간 이끌었던 수영연맹 비리 책임론 등 널려 있는 암초를 헤쳐 나가야 한다.

체육계 예산 지원·재정 확보 관건
문체부 반대파…향후 정부와 관계는?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하기까지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체회)의 통합 과정은 수많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33일 체육회와 국체회를 통합체육회로 합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전문 체육을 담당하는 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담당하는 국체회를 하나의 단체로 통합해 효율성을 추구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체육회와 국체회 통합 문제는 체육계의 오랜 현안이기도 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6월 두 단체의 통합을 위한 통합준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따라 올해 327일까지 통합이 완료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통합에 적극적인 입장이었던 문체부는 체육회와 갈등을 빚었다. 체육회는 규모나 예산 등에서 국체회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통합 후 두 단체에 똑같은 권리를 주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와 체육회의 갈등은 지난 2월, 통합 대한체육회 발기인 총회가 체육회의 반발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무산됐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체육회는 통합 대한체육회 정관 등을 문제삼아 불참을 선언했다. 문체부는 체육회의 불참에도 1차 발기인 대회를 강행했다. 당시 발기인 대회는 통합준비위원 11명 중 6명만 참석한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발기인 대회 파행을 두고 문체부와 체육부는 서로 책임론을 주장하며 맞붙었다. 이 과정서 당시 체육회 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 회장이 문체부와 각을 세웠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체육회 정기 대의원총회서 문체부가 지금껏 해왔던 방식처럼 강압적, 일방적으로 대한체육회 입지를 축소하고 왜소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한다면 위원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문체부의 행보를 꼬집은 바 있다.

 

정관 문제로 진통을 겪던 통합 과정은 지난 37일 발기인 대회에 11명의 위원이 전원 참석해 새 정관 채택, 체육회 김정행 회장과 국체회 강영중 회장을 공동 회장으로 하는 이사 선임안 등을 의결하면서 간신히 봉합됐다.

우여곡절 끝에 체육회와 국체회는 지난 321일 법적 절차를 완료하고 통합됐다. 두 단체의 통합으로 1991년 국체회 창립 이후 분리됐던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25년 만에 다시 한지붕 아래 놓이게 됐다. 통합 대한체육회는 지난 48일 출범식을 진행하면서 대통합을 이뤘지만 물밑에선 체육회와 국체회의 내분이 상당했다. 또 지난 5일 있었던 선거 때문에 8월에 열렸던 리우올림픽을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여자배구대표팀이 네덜란드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한 후 배구협회의 지원이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당시 배구협회는 올림픽 기간 중 협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대표팀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다. 배구협회는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일정에 따라 812일까지 협회장 선거를 마쳐야 했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곡절을 넘어 통합 대한체육회 수장 자리에 오른 상황이다. 당장 통합 과정서 생긴 두 단체의 내분과 문체부와의 갈등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회장은 출마했을 때부터 반문체부 인사로 꼽혔던 인물이다. 문체부로서는 통합 과정서 사사건건 체육회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이 회장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통합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출마조차 하지 못할 뻔했다.

통합 대한체육회 이사회는 관리단체로 지정된 종목 회장의 자격 상실 여부 조항을 개정해 한 달간 소급이라는 항목을 넣었다. 이 회장의 경우 지난 319일 수영연맹 회장직서 사퇴했지만 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일은 325일로 소급적용 되는 한 달 이내에 있기 때문에 후보 자격이 없다는 게 쟁점이었다.

이변, 차악…
반응 속출

이 회장은 통합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후보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미 발생한 후보자 사임 효력을 소급적으로 제한하고 그 결과 후보자 자격까지 소급적으로 박탈하는 규정은 회장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문체부가 회장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국정감사서 터져나왔다. 지난 4일 교문위 국감서 국민의당 유성엽 위원장은 문체부서 내일(5) 있을 체육회장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있다며 관건선거 의혹을 꺼냈다.

문제는 이를 해명해야 하는 문체부 심동섭 체육국장이 병가를 받아 국감에 배석하지 않은 점이다.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체부서 이 후보만 (회장이) 안 되면 된다는 말이 돈다는 의혹이 있을 정도였다.

이 회장은 문체부와 갈등에 대해 “(문체부와) 총론에선 같은 의견인데 각론에서 이견이 있었다이견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부족한 부분을 갖추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겠다고 했다.


수영연맹 비리
리더십? 글쎄∼

20101월부터 6년간 수장으로 있었던 수영연맹이 비리로 얼룩져 관리단체로 지정된 것도 이 회장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수영연맹 내부 비리 등 각종 구설수로 불명예 퇴진했다.

당시 수영연맹은 전무이사를 비롯한 임원, 시도연맹 지도자들이 횡령 및 금품 상납, 선수 선발 비리 등의 의혹으로 비리 종합세트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수영연맹 비리 사태는 이 회장이 선거에 출마한 이후 내내 발목을 잡았고 당선 이후에도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지난 2월 수영연맹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문체부에 반기를 든 이 회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수사라는 말이 나왔지만 조사 결과 드러난 수영연맹의 비리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지난달 26일, 문체부는 산하단체인 스포츠 비리 신고센터에 신고된 스포츠 비리 사례를 분석해 <스포츠 비리 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에 따르면 20143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센터에 신고된 580건의 스포츠 비리 사례 가운데 조직 사유화비리가 205(35.3%)으로 가장 많았다. 사례집에서 장기 집권을 통한 조직사유화 사례로 들고 있는 건 수영연맹의 상황이다.


사례집에 따르면 수영연맹 임원들은 10년 넘게 간부로 재직하면서 국가대표 선발, 연맹 임원 선임 등에 개입했고, 그 과정서 뒷돈을 받았다. 허위 훈련계획서를 통한 공금 횡령 과정서 회계 장부에 잘못된 날짜를 기입했지만 적발되지 않았다.

용광로론 주장하지만
갈등 풀기 쉽지 않아

실제 수영연맹 내부 간부들은 이중 계약서 등에 ‘333일 송금’ ‘20012이라고 기록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금만 살펴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문제들이 전혀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학연, 지연 등 특정 인맥의 장기 집권으로 수영연맹 내부의 통제와 감사 기능이 마비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대표 선발을 포함해 임원, 감독 선임과 관련, 명확한 세부기준과 법령조차 없었던 점도 임원들의 뒷돈 거래를 도왔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선수들의 훈련비, 복지, 처우 개선 등에 사용돼야 할 국민 세금이 수영계 일부 지도자들의 부정한 뒷돈으로 거래되면서 선수들이 입은 피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선수들은 일부 지도자들의 전횡에 당황스럽다.” “선생님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등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형의 철퇴를 내렸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서 뒷돈을 받거나 훈련비 등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수영연맹 임원들은 1심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지난달 2일 수영연맹 전 전무이사 정모씨에게 징역 3, 추징금 43900만원을 선고했다. 수영연맹 전 시설이사 이모씨에게도 징역 3년과 추징금 42950만원을 선고했다. 각각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은 선수들의 발전을 가로막고 수영계 전체의 신뢰를 손상했다며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또 이씨에 대해선 선수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훈련비를 카지노서 도박을 하는 데 사용하거나 자신의 생활비로 유용한 것은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수영연맹 내부 임원들의 비리 현황을 본 한 체육인은 수영연맹은 마피아 같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여성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하고 촬영한 혐의로 전 국가대표 선수가 영구제명되는 일도 있었다. 대한수영연맹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전 경영 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영구제명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선수는 20136월쯤 충북 진천선수촌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하고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8월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탈의실 몰카 파문으로 안중택 대표팀 감독은 선수 관리 소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수영연맹 내부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비리, 성추문 등이 발각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회장에게 책임론이 쏠렸다. 이 회장이 비리에 관련된 정황이나 개인 비리 등이 없다 해도 6년이나 수영연맹을 이끈 수장으로서 내부 단속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갈등
못 피할 듯

1955년 대전서 태어난 이 회장은 체육인 출신은 아니지만 2000년 근대5종 경기 연맹 부회장을 맡으면서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4년부터 2009년까지는 대한카누연맹 회장직을,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는 대한수영연맹 회장직을 수행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런던올림픽 때 한국선수단장을 맡았고, 2013년부터 올해까지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체육계 안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했다.

체육계 안팎에선 이 회장의 통합 대한체육회장 당선을 두고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현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막기 위해 반 정부 인사로 분류된 강성이 회장을 밀었다는 것.

이 회장은 체육계서 굵직한 요직을 맡으며 입지를 다져왔지만 당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정부와도 껄끄럽고 비리 문제서도 자유롭지 않은 이 회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체육인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재정 자립, 일자리 창출, 인프라 확충 등 구체적인 공약이 부동층의 표심을 움직이면서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장호성, 이에리사, 전병관 후보가 친 정부 인사로 분류되면서 표가 분산된 것도 호재였다.

일단 이 회장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이 회장은 지금은 추스려야 할 때다. 집으로 치면 여기저기 어수선한 분위기다이를 수습해 우선 사람이 사는 공간을 만드는 작은 일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될 부분이 많았지만 체육인들은 이 회장을 선택했다. 이 회장이 투표 전 소견 연설서 일자리가 체육인들에게 최고의 복지라며 체육인들에게 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는 단언이 달콤하게 들렸을 수도 있다.

이 회장의 당선은 체육계 안팎에서 이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놀라운 결과다. 이 회장은 앞으로 4년간 체육인들의 지지에 답해야 할 의무를 짊어지게 됐다. 여전히 위험요소를 잔뜩 품은 이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검증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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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