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접대부 애인에 빌려준 돈, ‘증여’ 판결

그러게 사랑은 아무나 하나?

아내와 사별한 40대 남성이 유흥업소 접대부와 교제 후 헤어지면서 교제기간 동안 건넨 2억7000여 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벌였지만 법원은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교제했던 여성이 해당 금액을 변제할 것을 약정했다고 볼 증거가 없어 ‘증여’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 우연한 기회에 유흥업소에서 만나 2년여간 사랑을 속삭였지만 애인의 변심에 화가 나 그동안 애인에게 들인 돈을 되돌려 받으려 한 40대 남성 스토리를 판결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상처한 40대 남성 유흥주점에서 20대 여성 만나 교제 시작
교제과정서 2억7000만원 빌려주고 이별하자 돌려 달라
해당 금액 갚을 것 약정한 증거 없어 호의에 의한 증여 정당


수원지법 민사7부(재판장 배호근)는 임모(44)씨가 자신과 교제했던 유흥업소 여성 지모(29·여)씨와 그의 가족을 상대로 교제기간 동안 빌려준 2억7000여만원을 갚으라며 제기한 대여금 반환 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좋아서 줄 땐 언제고

지난 2007년 2월 아내와 사별한 임씨는 같은 해 5월,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소재 유흥주점에서 당시 대학 졸업 후 그곳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지씨를 처음으로 만났다.

첫 만남에서부터 지씨에게 호감을 느낀 임씨는 이후 지씨를 계속 찾았고,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해 교제를 이어갔다.
2년여간 교제 관계를 이어오면서 임씨는 지씨에게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무리 지씨가 좋더라도 지씨의 직업은 임씨에게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임씨는 지씨에게 유흥주점에 나가지 않고 자신만 만나는 것을 조건으로 2년간 약 7000여 만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1억8000만원을 건네는 등 지씨가 필요하다는 곳에 돈을 쓰는 것을 아끼는 법이 없었다. 액세서리, 명품 가방 등 각종 선물에도 인색하지 않았고, 임씨에게 돈을 받은 지씨는 이 돈을 대부분 성형수술비, 학원등록비, 차량유지비, 오피스텔 관리비 등으로 사용했다.

특히 임씨는 지씨와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상당한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때문에 가족 모임이나 가족 여행에 지씨와 자주 동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남성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9년 6월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임씨는 지씨와 심하게 다퉜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벌어졌다.

거리를 좁히지 못한 두 사람은 같은 해 10월 관계가 완전히 끝이 났고, 이 시점에서 임씨는 지씨에게 그동안 자신이 제공했던 대여금을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 2008년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교제를 이어가던 임씨는 지씨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금원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각서를 쓰도록 하기도 했다.

또 임씨는 2009년 6월 말경, 지씨로부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소재 오피스텔의 보증금을 준다는 취지의 위임장 및 통장으로 받은 원금을 받는다는 취지의 자필각서를 작성하고, 이와는 별도로 990만원을 송금받기도 했다.
당시 임씨는 지씨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틈타 지씨를 상대로 335만원의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바로 소를 취하하기도 했지만 결국 임씨와 지씨는 법정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소를 제기할 당시 임씨는 지씨에게 돈을 제대로 돌려받기 위해 2009년 10월 자신의 집에서 지씨로부터 ‘통장 및 현금으로 받은 2억7000여만 원을 같은 해 11월6일까지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지불이행각서를 날인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씨는 지불이행각서와 관련, 임씨가 자신의 집에서 절취한 인감도장을 도용해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자신은 지불이행각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실제 지씨는 당시 수원 팔달구 인계동 주민센터에 주민등록증을 분실했다는 내용의 분실신고를 했고, 동시에 인감 도난을 원인으로 한 인감변경 신고서를 같은 주민 센터에 제출해 주장의 신빙성을 더했다.
결국 재판부는 정황상 지씨의 손을 들어줬다. 설령 지씨가 지불이행각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여러 사정 상 돈을 변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재판부는 “임씨가 지씨에게 7000여 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두 사람이 2007년 5월경 유흥주점에서 만난 이래 일시적으로 연락이 끊겼던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서로 계속 만남을 유지해 왔다”면서 “임씨는 지씨와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상당한 호감을 느껴 가족 모임이나 가족 여행에 자주 지씨를 동반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나아가 임씨는 금원 송금 외에도 지씨에게 장신구, 가방 등 각종 선물 공세를 퍼부었고, 지씨는 임씨로부터 송금 받은 돈의 대부분을 성형수술비, 학원등록비, 차량유지비, 오피스텔 관리비, 기타 생활비 등 단순 소비자금으로 사용한 사정 등에 비춰 임씨가 지씨에게 송금한 금원은 대여한 것이 아니라 호의에 의한 ‘증여’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헤어지자 돈 내놔라

특히 재판부는 “임씨가 지씨가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지불이행각서는 임씨가 지씨와 교제하면서 호의로 돈을 주고도, 임씨와의 관계 청산을 요구하는 지씨와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또는 그 관계 청산의 대가를 지급받기 위해 작성 받았을 가능성이 커서 지씨의 진정한 의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지불이행각서에 기해 지씨에게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지씨에게 들어간 돈 일부가 지씨의 가족들에게도 쓰였으므로 지씨 가족들이 연대 지급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임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씨 가족들이 금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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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