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점집 굿판 느는 이유 살펴보니

성수기 맞은 굿판 “판돈을 키워라”

2011년 신묘년을 맞아 일년의 운세를 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철학원, 역술원, 사주카페,타로카페 등등, 사주를 풀어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연초 사람들의 발길을 가장 많이 끌어당기는 것은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운영하는 점집이다. ‘신점’으로 본 사주가 가장 믿을 수 있고, 신 내림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무속인이 신통하더라는 소문의 영향인 듯하다. 이 같은 이유로 연초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무속인들은 성수기를 맞아 무조건 부적이나 굿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속인의 말을 100%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소리와 함께 굿을 하라는 말을 들은 손님들은 대부분 무리를 해서라도 굿판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일요시사>는 연초 점집에 굿판이 느는 이유를 취재했다.

문지방 닳도록 오가는 손님들, 일단 “부적 써!”
걸핏하면 “굿해야 한다” …찜찜해서 굿판 벌여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남녀노소,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비슷하다. 때문에 매년 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일 년 간 자신의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품을 판다.

철학원, 역술원, 사주카페, 타로카페, 점집 등을 비롯한 운세풀이가 가능한 여러 곳 가운데 점집은 사주와 운세를 보는 사람들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다. 소위 말하는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기본적인 역리학과 신점을 이용해 운세풀이를 해줌으로써 비교적 정확도가 높고,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년 운세가 궁금해

이와 관련 한국의 공식적인 점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에서 활동하는 역술인, 무속인의 수는 30만 명 이상이라는 게 관련단체의 설명이다. 이 밖에 연초에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점을 보는 사람은 300만 명을 넘고 1년 동안 점을 보는 연인원은 1억2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사주나 신년운세를 보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고, 연령대와 상담내용 또한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고객은 40~50대 여성으로 변함없지만 30~40대 남성 직장인들의 상담비율이 거의 2배 이상 증가했고, 20대 여성과 20대 중반 남성들의 방문 상담도 30%가량 많아진 것.
신년운세 상담내용을 살펴보면 남성 직장인들은 자신의 사업운과 재물운에 대한 상담을 주로 받고 있으며 여성 주부들의 경우에는 가족의 안녕과 남편, 자식들의 운세에 집중하는 편이다.

때문에 일부 무속인들은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이런 특색을 노려 ‘한탕주의’를 표방하기도 한다. 실제 일 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연초에 사람들이 점집으로 몰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이때 말로 손님을 잘 구슬리기만 하면 최소 몇 십만 원의 부적을 쓰거나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굿판을 벌여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980년대 우리나라 최대의 점성촌으로 불렸던 미아리 ‘ㅁ’철학관 최모 역술인은 “과거 시각장애 역술인들의 영역이었던 ‘미아리 점성촌’에 역리학을 공부한 일반인과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미아리 점성촌’만의 특색을 잃었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역리학을 바탕으로 학문적 입장에서 손님들이 사주팔자를 풀이하는 것과 달리 무속인들 역시 역리학을 바탕으로 두고 자신이 모시는 신을 불러 ‘신점’과 함께 풀이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욱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무속인들에게는 부적과 굿이라는 무기가 있지 않나. 때문에 우리 같은 영세 철학관은 점점 문을 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 세 차례 점집을 찾았다는 김모(49·여)씨는 일부 점집의 굿 권유 행태에 대해 말을 보탰다. 
김씨는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 세 곳을 찾았는데 올해 운세가 모두 다르게 나왔다. 첫 번째 집에서는 남편의 바람기가 의심된다며 부적을 권했고, 두 번째 점집은 올해 운세를 좋게 점쳤다”면서 “마지막 점집이 관건이었다. 전체적인 가족 운세가 좋지 않아 조상의 한을 풀어야 한다며 굿을 권유했는데 700만원부터 1000만원, 2000만원짜리 등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무속인의 말에 아무 의심 없이 굿판을 벌이고 부적을 쓰는 것일까. 김씨는 이 점에 대해 “찜찜해서”라고 답했다.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가만히 무시하자니 자꾸만 마음에 걸려 뭔가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것.

손님들의 이 같은 생각을 간파한 듯 타깃을 정해놓고 상습적으로 굿판을 벌인다며 돈을 뜯어냈다가 경찰에 적발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무속인도 상당수다.
지난 1월에도 “굿하면 효과”를 본다며 7차례 굿판을 벌여 4억여원을 뜯어낸 무속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병준 판사는 집문제와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이모(36·여)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서울 논현동의 모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다가 2008년 3월 집주인이 전세로 바꾸자고 하자 친구에게 빌려준 4억 원을 급하게 돌려받으려는 계획을 세우던 중 청담동에서 영업 중이던 이씨를 찾아갔다.

이때 이씨는 “굿을 하면 떼인 돈을 받을 수 있고, 집도 문제없이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고, A씨는 그를 믿고 굿판을 벌였다. 하지만 여전히 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A씨는 그때마다 이씨를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결국 A씨는 “삼세 번 굿을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씨의 말에 총 7차례나 굿을 했고, 4억36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4억원을 돌려받을 방법에 대해 상담하러 갔다가 그 보다 많은 돈을 갈취당한 A씨는 뒤늦게나마 이씨를 고소했고, 이씨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같은 달 또 다른 무속인 김모(51·여)씨는 한 사람에게 총 177억원을 가로채 초호화생활을 하다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12월 종합병원 경리과장으로 재직 중인 최모(53·여)씨는 남편이 다치고 부모의 건강이 악화되는 등 집안에 우환이 계속되자 무가지에서 ‘용한 점쟁이 선녀만신’이라는 광고를 보고 김모(51·여)씨를 찾아갔다.

이에 김씨는 천도제 기도비 등의 명복으로 돈을 요구했고, 최씨는 가족을 위해 전 재산 5억원을 바쳤다. 이후에도 김씨는 계속해서 천도제와 가족의 건강 등을 빌미로 돈을 요구했고, 최씨는 자신이 일하는 종합병원의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해 3년간 172억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무속인 사기사건 ‘펑펑’

이와 관련 윤모 역학사는 “일부 무속인들의 행태를 일반화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집 같은 경우 대부분의 장사를 연초에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월 손님을 잡지 못 하면 한 해 동안 파리를 날리는 셈”이라면서 “때문에 연초를 성수기로 바짝 손님몰이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겠지만 무조건 굿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실제 굿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굿을 통해 더 큰 화를 막을 수도 있으니 굿을 나쁘게만은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는 모 무속인은 “내 주변에는 아무런 악재도 없는 사람에게 굿을 하라고 강요하는 무속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굿의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판돈을 부풀려 부르기는 한다”고 말했다.

점집이 워낙 한 철 장사이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을 때 미리미리 벌어두지 않으면 한해살이가 힘든 무속인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