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또 일낸 이재오

날개는 폈는데…비상이냐 추락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대 대선까지 13개월이 남았다. 정국은 빠르게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 선거에서 주류인 친박과 친문을 선택했다. 선택받지 못한 비주류들은 제3지대서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이재오 전 의원이 중도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여권발 제3지대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가려는 이재오의 도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늘푸른한국당(이하 늘푸른당)이 지난 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창당 준비에 들어갔다. 늘푸른당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서 이 전 의원과 최병국 전 의원,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을 창당준비위(이하 창준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늘푸른당 창당 발기인에는 1565명이 이름을 올렸다.

MB 등에 업고
다시 날개짓?

늘푸른당은 추석 연휴 이후 올해 말까지 17개 시도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내년 1월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대회는 지지자들을 비롯해 1000여명이 몰려 성황리에 치러졌다. 주최측서 준비한 좌석은 시작 전부터 이미 동이 났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엄홍길 휴먼재단 이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도 참석해 이 전 의원의 새로운 출발을 지원사격했다.

창준위는 정의로운 국가’ ‘공평한 사회’ ‘행복한 국민3대 창당 목표로 제시했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행정구역 개편’ ‘동반 성장’ ‘남북 자유 왕래4대 핵심정책도 발표했다. 이 전 의원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 권력과 내각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가와 행정까지 담당하고 있는 현 상황서 내치와 외치를 나누자는 주장이다.


대통령은 국가·외교·통일·국방만 책임지고, 내각은 그외 내정과 나라 안살림의 권한을 갖고 함께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 그 과정서 대통령이 외교나 통일문제를 잘 풀어가지 못할 경우엔 4년으로 끝, 잘 해나갈 경우엔 4년의 기회를 더 주자는 게 이 전 의원과 늘푸른당이 추진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핵심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역시 이 전 의원의 개헌 구상에 힘을 보탰다. 정 전 의장은 축사를 통해 다음 대통령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공약을 세우고 그런 사람이 되길 개인적으로 바란다내각제로 가는 게 정답이라고 보지만 아직 국회 수준이 신뢰받지 못하고 부족하기에 과도기적으로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 전 의원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한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역시 19대 국회 당시 이 전 의원과 함께 개헌 추진 의원 모임을 주도한 바 있다.

새로운 도전…늘푸른한국당 창당 준비 박차
싸늘한 시선 이겨내고 제3지대 무사히 안착?

이 전 의원은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로 나눠져 있는 현재 행정구역을 중앙정부와 광역단체로 개편하는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구를 줄이고 그에 맞춰 국회의원 숫자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 성장도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초과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과이익공유제란 대기업이 중소기업 육성에 협력해 동반 성장을 도모하도록 한다는 취지 아래 대기업이 초과 이익을 얻은 경우 이를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기업이 해마다 설정한 경영 목표치를 넘어선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대기업에 협력하는 중소기업의 기여도 등을 평가해 초과 이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을 지낸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제안했다. 정 전 총리는 늘푸른당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한국경제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 전 의원은 정 전 총리를 두고 동반 성장을 얘기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정 전 총리를 강사로 초청한 것에 대해 강연자가 필요해 모셨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두 사람이 정치적 동반자 관계임을 강조했다.

통일은 남북 자유 왕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북한 핵문제는 6자 회담으로 넘기고 남한과 북한은 자유 왕래를 하는 등 핵과 남북관계를 분리하자는 입장이다. 늘푸른당의 4대 정책을 보면 이 전 의원의 생각을 비롯해 그에게 힘을 보태는 인물들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발 3지대에 자리를 잡으려는 늘푸른당을 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보통 신당이 창당되면 그 정치적 파괴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바로 지역, 인물 등 신당의 영향력을 확장시킬 기반의 유무가 그것이다.

지역, 인물…
신당 영향력은?

늘푸른당은 그 기준에 맞춰보면 여러 부분서 미달된다. 먼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창당했지만 유력한 차기 주자가 없다. 이 전 의원은 직접 대선에 나서기보다는 제3지대에 있는 인물을 모아 대선 후보로 만들어낼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 지역 기반도 없고, 20대 국회 현역 의원도 없다. 원내 인사가 한 사람도 없이 원외 인사로만 구성된 신당이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총선서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국민의당이 안철수라는 대선후보와 호남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이 전 의원이 늘푸른당을 성공적으로 정치권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무게감 있는 인사의 영입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전 의원은 대선주자급 무게감을 가졌지만 당내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는 존재들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먼저 손짓을 한 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7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전 대표를 두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대선 전 개헌이 안 되면 다음 정권에선 시작하자마자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봤기 때문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나올 수 있는 혁명적 용기가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보수나 진보 양극단을 배제하고 지속적으로 나라 발전이 가능한 정책을 구사하는 노선과 이념이 있으므로 손 전 고문이 과연 그런 이념에 동조할지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각종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주목받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친박들이 후보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선을 그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관련해서도 3지대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표나 손 전 고문 등 거론된 인물들이 이 전 의원의 러브콜에 화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여전한 MB의 남자이자 입
정의화·정운찬과 손잡나

김 전 대표의 경우 이 전 의원의 세력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전 대표가 당을 나가서 이 전 의원 측에 합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김 의원은 한국 정치사를 보면 대선을 앞두고 늘 정계개편 시도가 있었다. 3지대에 있는 분들은 인지도 제고나 구심점 확보 차원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게 항상 러브콜을 보낸다그러나 세력 확장을 위한 저인망식 사람 모으기가 될 경우 신당 창당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손 전 고문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러브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손 전 고문이 독자세력화를 통한 정계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는 핵심 측근의 말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의 늘푸른당이 큰 정치적 파괴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를 흡수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지만,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친이(친 이명박)계가 정치적으로 몰락했고, 4대강 사업에 따른 비판적 여론이 잇따르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산을 신당 곳곳에 새겨 놓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일각에선 늘푸른당이 이 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이 전 의원은 ‘MB의 남자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이 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 전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은 19646·3항쟁서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과 중앙대 구국투쟁위원장으로 알게 됐다. 이후 15대 국회에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의원이었던 이 전 대통령이 경부운하 건설을 제안한 것에 공감해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서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어냈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서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신승을 거뒀고, 이 전 대통령이 대권을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 전 의원을 말할 때 ‘MB정부의 2인자’ ‘정권 실세등의 별칭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4대강 사업
역시 걸림돌

이때만 두고 보면 이 전 의원이 인생이 매우 순탄했던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전 의원은 1945년 강원도 강릉시 묵호서 태어나 경북 영양군서 자랐다. 화려한 정치 행보와는 달리 가난한 유년부터 재야운동시절까지는 시위와 투옥으로 점철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학교장의 부당 전보 발령에 항의, 전근 반대 운동을 주도해 유치장에서 20일간 구류 당한 게 그 시작이다. 이 전 의원은 1964년 한일국교정상화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결국 그 해 8월 학교서 제적당했다.

1973년에는 서울대 유신 반대 시위 배후 조종 및 내란음모죄로 수업 도중에 체포돼 치안본부 남산 대공분실서 심한 고문을 당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을 고문했던 사람은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씨였다. 이 전 의원은 고 김근태 전 의원이 이씨에게 심한 고문을 당했던 1985년의 일을 영화화한 <남영동 1985> 시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1977년에는 유신치하 인권 탄압을 풍자한 단막극을 연출했다는 이유로, 1979년에는 강연 중 대통령 딸을 비방하고 유신정권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했다. 1989년에는 문익환 목사의 방북 배후로 지목돼 또 다시 구속됐다. 이 전 의원은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다섯 차례에 걸쳐 10여년간 옥고를 치렀다.

정치의 시작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19902월 석방된 이 전 의원은 그해 11월 김문수 등과 함께 민중당을 창당했고, 199214대 총선서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했다. 하지만 자신도 낙선, 정당도 전국 득표율 3%를 얻지 못해 해산됐다.

1996년 이 전 의원은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비로소 화려한 정치 행보를 시작한다. 이 전 의원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천을 받아 15대 총선서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이 전 의원은 은평을에서만 내리 다섯 번 당선된다.

이 과정서 박근혜 대통령과 사사건건 각을 세웠다. 이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에게 독재자의 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서도 친박계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200818대 총선 당시에는 친박계 공천 학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박사모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 지지자들의 낙선 운동으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후 문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이 전 의원은 재보궐 선거서 기사회생했다.

위기 끝에 재기했던 18대 총선 때와는 달리 20대 총선서의 낙선은 이 전 의원을 수렁으로 빠뜨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20대 총선 당시 이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당 내부의 친이계가 완전히 와해됐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친이계 대부분이 공천을 받지 못한 상황을 두고 공천 학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공천 결과에 반발해 은평을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새누리당은 당시 김 전 대표의 옥새파동으로 그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로 나선 더민주 강병원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이 전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그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 친이계가 소멸하다시피 한 것과는 별개로 이 전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를 발판삼아 다시금 재기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다음 대선 영향
미칠 수 있을까

최근 한 언론매체는 이 전 대통령이 차기 정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는 언급을 자주 했다며 핵심 측근의 말을 보도했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했다는 말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했는데,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이 나라 안팎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등 여전히 ‘MB의 입다운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전 의원은 다시금 재기를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늘푸른당이 싸늘한 시선을 이겨내고 제3지대에 무사히 안착해 19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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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