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실태 충격보고 ②사회·경제적 손실 계산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인터넷중독, 실업, 범죄 등 부작용이나 병폐로 이어져 엄청난 비용을 유발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어림잡아 수십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잠근 방문 열어야 나라 살림 열린다

방에만 콕 박혀있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수록 사회·경제적 비용도 증가한다. 인터넷중독, 실업, 범죄 등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는 부작용과 직결되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동이 사회적 손실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생산성 저하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2002년 8월 국내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측은 “점점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적지만 가정붕괴와 학업 포기, 취업 의욕 상실 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은둔형 외톨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계산한 전체적인 통계나 보고서는 없다.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이유에서다. 다만 은둔형 외톨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부 경로를 통해 짐작만 가능하다.
은둔형 외톨이의 가장 큰 요인은 ‘인터넷 중독’이다. 인터넷 중독은 개인의 사회 부적응과 심리적 불안 등을 부추겨 결국 사회적으로 소외시킨다. 그중에서도 한 번 빠지면 스스로 헤어 나오기 어려운 ‘게임 중독’은 더욱 그렇다.
청소년위원회(현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정책실) 관계자는 “인터넷 중독 사례 중 게임 중독이 가장 심각하다”며 “게임중독 증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은둔형 외톨이 증세로 악화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게임 중독 실태에 따르면 청소년의 14.4%, 성인의 6.5%가 온라인 게임 등으로 인해 중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수백만명이 게임 중독이거나 중독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는 셈이다. 이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위험에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일부 전문기관에선 게임중독자 수가 이같은 통계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한다. 많게는 30%까지 게임 중독이란 보고도 있다. 이를 사회·경제적 손실과 비용으로 환산하면 최소한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무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부처가 인터넷중독 치료 등 위기청소년 대처에 투입하는 비용도 한해 약 1천2백억원이 넘는다.
은둔형 외톨이는 국가 실업률과도 무관치 않다. 은둔형 외톨이는 거의 1백%가 실직자 신세다. 취업활동은 물론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다.

인터넷중독, 실업, 범죄 등 부작용 직결…비용만 수십조원
1백만명 이상 위험 경고 “국가적 실업 손실 한해 20조원”

2005년 청소년위원회가 발표한 ‘사회부적응 청소년 지원방안’에서 정의한 은둔형 외톨이는 정신병적 장애 또는 중증 이상의 정신지체가 없이 최소한 3개월 이상 집안에 머물러 있고, 진학·취업 등의 사회 참여활동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당시 청소년위원회가 ‘은둔형 외톨이 위험군’고교생들을 조사한 결과 그 수가 4만3천여명(2.3%)에 달했고, 이 가운데 학업까지 포기한 고위험군은 5천6백여명(0.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상태다. 니트족은 직장도, 학교도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일을 포함해 일할 의지도 없는 15∼34세 사이의 ‘청년 무업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일자리를 구할 의욕이 아예 없기 때문에 일할 의지는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나 구직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청소년위원회 측은 “은둔형 외톨이 고위험군들은 취업 의욕도 없고 일도 하지 않는 니트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인적자원 손실로 연결돼 국가 실업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었다.
최근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총 1천5백23만6천명. 이중 청년 무업자는 무려 1백만명에 육박한다.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03∼2007년 청년 무업자의 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15∼34세 전체 인구 1천4백75만9천1백93명 가운데 청년 무업자가 95만1천8백51명(6.9%)에 달한다고 밝혔다. 개발원 측은 청년 무업자가 2003년 83만5천1백51명에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청년 무업자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에 큰 손실로 이어진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을 통해 계산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3년 9월 GDP 대비 15∼29세의 청년실업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산출한 결과 전국의 실업으로 인한 총 비용은 2000년을 기준으로 약 20조5천억원이었다. 산업구조 변화 등 비경기적 요인에 의한 실업 비용은 16조6천억원, 경기적 요인에 의한 실업비용은 4조원가량으로 조사됐다. 서울지역 청년실업의 경우 서울지역 총생산(GRDP)의 2.0%에 해당하는 1조9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실업 문제에 매년 쏟아 붓는 돈도 어마어마하다. 정부는 2004년 2월 13개 부처 합동으로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을 발표, 재정을 부담하는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여기에 2003년∼2007년 5년간 총 12조원이 투입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실업 해소를 위해 일자리 창출 등에 매년 수조원씩 퍼붓고 있지만, 실업률은 제자리에서 심지어 갈수록 악화되는 실정”이라며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전방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은둔형 외톨이는 범죄 등 사회불안 요소로 번질 위험 또한 크다. 외톨이는 ‘은둔형’(기본적인 사회활동조차 거부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과 ‘활동형’(기본적인 사회활동은 하는 사람) 등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2000년 1월∼2002년 5월 한 정신과의원에서 치료받은 외래환자 2천4백9명중 외톨이로 진단받은 85명을 조사한 결과 31명(36%)이 ‘은둔형 외톨이’, 나머지 54명(64%)은 ‘활동형 외톨이’로 나타났다.
특히 외톨이 증상이 심할 경우 ‘울분형’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방콕’기간이 장기화되면 피해의식이 쌓여 폭력·공격적 성향이 강해진다는 것. 울분형 외톨이는 겉으론 조용하나 내적으로 분노감과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한순간 외부로 표출, 결국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캠퍼스 총기 살인으로 꼽히는 ‘조승희 사건’이 대표적이다. 재미교포 1.5세인 조승희씨는 2007년 4월 버지니아 공대 27명의 학생과 5명의 교직원 등 32명에게 총을 난사해 살해한 후 스스로 자살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조씨는 학교에서 철저한 외톨이였다. 그의 가족들은 “조씨가 내성적인 성격과 특이한 발음 때문에 중학교와 고교시절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과 조롱 등 ‘왕따’를 당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강력 사건의 범인 중 일부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다는 정황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김모씨는 서울 홍제동에서 길가던 40대 남성을 아무런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경찰은 김씨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뒤 5년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지냈다고 밝혔다. 앞서 4월과 7월 강원도 양구에서 운동을 하던 여고생과 강원도 동해시청 민원실 공무원이 각각 ‘묻지마 칼부림’으로 숨지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처럼 얼굴도 모르는 제3자가 주된 범행 대상자가 되는 ‘묻지마 살인’은 2006년 전체 살인 사건 중 21.6%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친족 간 살인은 18.6%, 보복성 살인은 9.0%, 가정불화 살인은 7.4%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묻지마 살인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로부터 고립돼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 등을 불특정 다수에 분출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를 방치할 경우 제2, 제3의 조승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래 휴 신경정신과 김양래 원장은 “최근 일어난 ‘묻지마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중 일부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왔다는 보도를 통해 이들에 대해 선입견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고, 오히려 이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또는 가족이나 친구, 주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경우 자신의 스트레스나 불만 등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 언제 그 불만들이 밖으로 표출될지 모르지만, 이들을 모두 마치 예비 범죄인들처럼 몰고 가는 것은 오히려 더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는 주된 요인은 역시 경제난이다. IMF 재연 조짐마저 보일 정도로 악화일로인 국내 경제 상황에서 외톨이들이 부각되는 이유다. 반대로 경제가 어렵다고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특히 사회·경제적 손실과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본삼성 ‘은둔형 외톨이’지원사업
“방문 박차고 나오세요”
삼성은 일본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일본삼성은 지난 5월 일본보조견협회와 제휴해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가 유기견 훈련을 통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1990년대부터 급증해 1백60만여명에 달하는 일본 사회의 은둔형 외톨이가 유기견을 직접 사육하고 훈련해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고 사회 진출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일본삼성은 이번 제휴에 따라 요코하마시의 일본보조견협회 시설 내에 약 60평 규모의 ‘아스나로학교’를 건축해 기증했고, 학생 3명과 청각도우미견 후보 3마리의 입학식도 개최했다. 삼성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 프로젝트를 2년 전부터 추진해 왔다. 앞으로 청소년 관련 전문가와 동물 애호 센터, 청소년 자립 시설, 아동양호 시설, 견훈련 전문학교 등과 협력해 운영하게 된다.
청각도우미견 육성에는 삼성에버랜드가 훈련사 파견과 15년간의 훈련 노하우를 제공하게 된다. 삼성에버랜드는 미국 맥클라렌 소년교도소의‘POOCH(Positive Opportunities Obvious Change with   Hound)프로젝트’를 모델로 2006년 12월 천안소년교도소에 치료도우미견센터를 설립해, 소년 재소자들의 교정을 돕고 있다.
삼성은 1993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백13마리의 맹도견, 4백88마리의 인명구조견, 17마리의 마약·폭발물 탐지견, 42마리의 청각도우미견 등 특수견을 양성해 장애인 및 정부기관 등에 무상으로 분양했다. 일본삼성 임직원들은 자원봉사로 프로젝트에 참가해 학생들을 위한 비즈니스 강좌, 커뮤니케이션 실습 등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된다.
이창렬 일본삼성 사장은 “미국 맥클라렌 소년교도소에서 개를 키운 소년범들의 재범률이 0%였다는 사실을 참고해 개를 통한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훈련과정을 통해 실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나면 오사카와 한국에도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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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