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실태 충격보고-③연예계는 왕따천국

1988년 데뷔 후 2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톱스타 최진실은 다이어리 형태의 일기장에 “나는 외톨이, 왕따...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다”라고 적으면서 ‘국민 탤런트’로서 느끼는 고통을 털어놓았다. 일반인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심전심의 동료 연예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망자의 고통이나 심정을 겪어봤기 때문이리라. 실제 연예인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알려지면서 연예인의 화려한 조명 뒤에 숨겨진 아픔이 대중의 이목을 샀다.??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이 전부는 아닌 셈이다.

숨어사는 연예인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운다  

연예인들의 생활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삶’과 ‘높아진 인지도에 저당 잡힌 삶’이라는 동전의 양면으로 구성된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매순간을 감시당하듯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사생활을 어느 정도 오픈해야 하는 연예인들이 활동 없는 날 집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대중의 관심은 그들에겐 중요한 자원이다. 어느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허용되는 방식과 범위에는 한계가 있어야한다. 스타도 사람이고 최소한의 인격권을 지킬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인터뷰하면서 “쉬는 날 뭐하고 지내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집에서 그냥 쉬면서 못 잔 잠을 잔다”거나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집 밖에 나가면 대중들의 시선을 받기 때문에 자유를 만끽할 수 없고, 나만의 공간에서 마음 편하게 있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는 연예인들 중에 집에서 홀로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매니저들도 같은 소리를 한다.
가수 A양의 매니저 J실장은 “여자 연예인들은 보기와 다르게 여린 구석이 많다. 소소한 것 하나 하나에 상처를 받는다”며 “쉬는 날도 좀처럼 밖에 나오는 걸 꺼린다. 하루종일 집에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잔다”고 전했다.
연예인들 중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생활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아서이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전화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 연예인과 마주치는 사람은 누구나 거침없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연예인들의 사생활 공간은 점점 더 좁아지는 추세다. 가수 신정환이 방송에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한 다음날 신씨와 여자친구가 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을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리거나, 아나운서 박지윤이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나 찍은 개인 사진을 미니홈피에서 해킹해 유포시키는 식이다. 각종 포털이 ‘연예인 직찍(연예인을 직접 찍었다는 뜻)사진’을 주요한 콘텐츠로 ‘우대’하는 것도 ‘전국민의 파파라치화’를 부추긴다.
일부 연예매체의 ‘몰래 카메라’ 보도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9월엔 한 연예매체가 호텔 수영장에서 남자친구와 휴식을 즐기는 가수 이효리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 보도했다. 이에 이효리는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고 항변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정신적으로 심각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탈출구를 찾기 위해 극단적 방법인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자살기도자의 약 70%가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중 70%는 우울증 환자고,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예인들, 대중 시선 피해 집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 늘어
휴대전화 카메라 온 국민이 파파라치…숨막히는 연예인들

모 대학병원의 정신과 의사 M교수는 “전체 자살자의 60-70% 가량이 우울증에 해당한다. 우울증은 정말 ‘소리 없는 살인자’다. 우울증이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라며 “우울증에 걸리면 우리의 시야는 극도로 좁아지고 의미를 잃는다. 온통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삶에 대한 전체적인 시야를 잃고 눈앞의 고통에만 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눈앞의 고통이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계속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M교수는 이어 “충동성도 강해진다. 특히, 감정기복이 심한 우울증 양상을 보이거나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이 동반됐을 경우는 그 충동성이 더욱 높아지기에 평소의 자제력과 인내심을 잃고 충동적 행동을 일으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M교수는 유명 연예인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지적한다. “연예인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고 탈출구는 적다. 연예인의 경우 행동 하나 하나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악의적인 소문과 비판에 노출되기 쉽다. 자신을 좋아하는 팬은 물론이거니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의 힘든 면을 내보일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증폭된다. 특히 유명 연예인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M 교수는 이어 “연예인은 직업수명 자체가 다른 직종에 비해 유독 짧고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과 우울을 안고 살아간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 바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불안정성이 크기에 정신적 압박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만 존재할 수 있기에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기호와 사람들의 입맛에 오히려 개성이 강한 자신을 맞춰야 하는 현실 때문에 자아상실감과 정신적 혼란이 오고 이것이 우울증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서는 “자살율을 떨어뜨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필요하다. 지나친 경쟁위주의 사회분위기가 완화돼야 하고 일터와 학교에서 마음을 훈련할 수 있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또 정신과 진료나 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고 이용을 제한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시정돼야 한다. 지금도 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다 전전하다가 병을 키워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고 사회적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 다룬 영화 잇따라-대중매체에서 심각성 부각
최근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는 방에 틀어박혀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등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일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공포물이나 코미디, 또는 드라마형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18일 개봉한 공포스릴러 <외톨이>는 어느 묻지마 살인 사건처럼 은둔형 외톨이를 섬뜩한 공포 대상으로 설정했다. 영화는 방문을 잠그고 가족과 주변을 위협하는 가해자로서의 은둔형 외톨이를 묘사한다.
정유석, 고은아, 채민서 등이 출연하며 한 소녀가 단짝 친구의 죽음 이후 갑자기 은둔형 외톨이로 변해 가족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알 수 없는 존재와 대화를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후 한 의사의 추적 끝에 가족의 잔혹한 비밀과 복수가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박재식 감독은 <외톨이>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3년 전부터 기획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지난해부터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다루더라"며 "이제 영화로도 많이 나올 것 같다.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려원 정재영 주연 <김씨표류기>는 죽기 위해 한강에 뛰어들었다가 밤섬에 표류하는 한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은둔형 외톨이 여자의 엉뚱한 만남을 그린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독특하고 참신해 충무로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씨표류기>는 한강의 작은 섬과 방이라는 좁고 외로운 공간에서 나름대로의 자신의 삶을 창조해 가는 두 김씨를 통해, 현대 도시공간에서 사는 우리의 삶과 그 안의 아이러니에 대한 메시지를 유쾌하게 던진다.
봉준호 감독은 도쿄라는 도시에 대해 외로움이라고 표현했다. 또 그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은둔형 외톨이를 선택했다.
봉준호가 그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어둡지만은 않다. 외로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선택했지만 봉 감독은 주인공에게 희망을 준다. 때문에 <흔들리는 도쿄>는 오히려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다. 은둔형 외톨이 주인공이 11년 만에 눈을 마주친 피자배달원 소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를 찾기 위해 11년 만에 외출을 감행한다는 위트 있는 설정은 순수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봉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디테일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생수병, 피자박스, 두루마리 화장지 등 다양한 잡화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차곡차곡 정갈하게 정리된 은둔형 외톨이의 집안은 봉 감독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배달원과는 절대 눈을 마주 치지 않는다, 식사는 서서 하는 게 소화가 잘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표현들은 은둔형 외톨이 주인공에 대한 호감과 함께 웃음을 유발시킨다. 은둔형 외톨이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가 보여주는 섬세한 내면연기와 은둔형 외톨이를 11년 만에 집 밖으로 끌어낸 피자배달원 역의 아오이 유우의 신비로운 매력이 더해져 아름다운 멜로가 완성됐다.

 
김수현 작가 (인터뷰)
"연예인 인기는 뜬구름 같은 것"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김수현 작가가 최근 배우들의 잇따른 자살소식에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김수현 작가는 14일 ‘2008 서울드라마페스티벌어워즈’ 부대행사로 서울 여의도특설무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대표작가 김수현과 예비작가들의 만남’ 행사에서 “연예인의 인기는 뜬구름 같은 것이라 흘러가면 그만이다. 인기가 그 사람 자신이 아닌 만큼 언제든지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작가는 “최진실은 자신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이어 “지금의 최진실은 한창 시절의 최진실이 아니었다”며 “(최진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안해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또 “(최진실이) 조금 더 영혼이 성숙한 ‘어른’이 됐으면 좋았을 것이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 작가는 “연예인의 우울증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자기비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종종 다른 배우들보다 출연료를 적게 받는다고 고민하는 배우들의 상담전화를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네가 사례를 더 많이 받고 싶으면 배우로서 더 뛰어나게 잘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야단친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 작가는 이어 “그렇게 야단맞은 배우들은 통화를 마친 뒤 많이 운다고 하더라. 하지만 감정 수습은 되는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우울증 퇴치 방법으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영혼의 성숙을 위해서 애쓰라”고 충고했다.
김 작가는 이어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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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