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한국영화 대해부

흥행공식은 방학+시기+입소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68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6800만여명에 달한다. 사상 첫 여름 관객수 7000만명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다. 1994년 이후 최악의 더위라는 날씨까지 극장가 흥행몰이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 영화 관계자는 이미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에 이어 추석 연휴에도 1000만 영화의 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닌 1000만 영화, 그 흥행 공식을 해부해봤다.

지난 7일 영화 <부산행>이 개봉 19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03<실미도>가 처음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이후 역대 1000만 영화 중에는 열여덟 번째, 한국 영화 중에서는 열네 번째다.

하늘의 힘?

1000만 영화는 2003<실미도> 이후 2004<태극기 휘날리며> 2005<왕의 남자> 2006<괴물>까지 매년 1편씩 나왔다. 이후 2년간 그 명맥이 끊겼다가 2009<해운대> <아바타> 등 극장가를 휩쓴 1000만 영화가 재등장했다. 다시 2011년까지 없었던 1000만 영화는 2012년을 기점으로 2015년까지 매년 2편 이상씩 꾸준히 극장가를 강타했다.

1000만 영화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수많은 상황을 저울질하며 ‘1000만용 영화를 만든다는 말도 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영화 산업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텐트폴 영화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텐트폴이란 텐트를 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막대기를 말한다. 이 단어에서 파생된 텐트폴 영화는 투자배급사가 꾸리는 1년 라인업 중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말한다. 투자배급사가 중요하게 보는 게 개봉 시기다.


<부산행> 개봉 19일 만에 대기록
2003년 <실미도> 후 14번째 등극

18편의 역대 1000만 영화를 보면 그 중 7편이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개봉했다. 이 시기는 무더위가 한창이라 시원한 극장가를 찾는 사람들에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더해져 수요가 폭발한다. 1760만명을 동원해 역대 관객수 1위에 빛나는 <명량> 730, <베테랑>(1340) 85, <괴물>(1300) 727, <도둑들>(1290) 725, <암살>(1270) 722일 등 이 시기에 개봉한 작품들은 여름 장사서 대박을 쳤다.

올해만 봐도 뉴(NEW), 씨제이(CJ), 롯데, 쇼박스 등 메이저 배급사들은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등 빅4 영화를 1주일 간격으로 극장에 내놨고, 이들은 총 2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겨울방학 시즌도 여름 성수기 못지않다. <국제시장>(1420), <아바타>(1360), <7번방의 선물>(1280), <겨울왕국>(1020) 8편은 122월 사이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1000만 영화 중 여름·겨울방학 이외의 시기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9), <어벤져스>(4), <인터스텔라>(11) 등 세 편에 불과하다.

물론 개봉 시기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1000만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녀노소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의 힘도 필요하다. 특히 한 명의 주인공이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가는 영화가 관객의 높은 호응을 얻는다.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최단 기록을 갖고 있는 <명량>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하고 있다. <명량>은 왜군과의 전쟁뿐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과 고뇌를 부각하며 국내 영화의 흥행사를 새로 썼다.


파독 광부 이야기를 그려 우리나라 현대사를 조명한 <국제시장>은 평범한 가장을, <암살>은 여성 독립군 총잡이를, <변호인>은 불의에 맞서 싸우는 변호사를, <베테랑>은 안하무인 재벌 3세의 앞을 가로막는 정의로운 형사를 내세워 재미를 봤다.

<도둑들>처럼 소위 말하는 떼주물’(주연이 떼로 등장하는 작품) 1000만 영화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구성원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전면에 부각,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다.

여기에 관객이 공감하기 쉬운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면 1000만 영화가 될 확률이 더 올라간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뤄 화제를 모았던 <변호인>은 사회적 상황, 시대상과 맞물려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 속 주인공 송우석의 대사인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이는 관객수 증가로 이어졌다.

국내 영화 중에서는 드물게 여성 히로인을 전면에 내세운 <암살> 역시 일제강점기 시대에 나라가 처한 상황을 걱정하고 개인의 가정사에 번뇌하는 인물의 갈등을 부각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주인공의 12역 연기로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상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고 <베테랑>에서는 돈이 득세하는 시대에 결국 정의가 이긴다는 내용으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했다.

<아바타>는 아름다운 자연을 망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화려한 화면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포장했다. 한강에 나타난 괴물을 소재로 한 <괴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로 인해 한 가족이 겪는 비극을 코믹하면서도 서글프게 그려냈다.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정의, 권선징악, 가족애, 인류애 등 하나의 주제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때 관객들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쉽게 받아들이면서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를 권하는 일이 복잡한 메시지를 가진 영화에 비해 쉬워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입소문 마케팅이 시작된다.

여름·겨울 시즌 흥행
스토리·주인공도 중요

<왕의 남자>1000만 영화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개봉 전에 몇 명이나 있었을까. <왕의 남자>20051229일에 개봉해 4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입소문 마케팅이 제대로 주효한 영화를 헤아릴 때 <왕의 남자>는 첫 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이다. 조선 연산군 시절 길거리 광대들이 궁궐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는 여타 영화에 비해 화려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권력층을 풍자하는 내용, 동성애 요소 등에 젊은 층이 호응하면서 영화를 수십 번씩 관람하는 왕남폐인들이 생겨나는 등 입소문을 타게 된다. 그 결과 <왕의 남자>는 개봉 당시 255개 스크린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몇 주간 스크린이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며 기어코 1000만 관객을 끌어 들인다.

<왕의 남자>는 총 제작비가 100억이 훌쩍 넘어가는 대작 영화에 비해 71억이라는 비교적 적은 돈을 쓰고 그에 9배에 달하는 660억원을 벌어들였다. 수익률 부분에서는 <7번방의 선물>을 제외한 여타 1000만 영화를 압도한다. 입소문 마케팅으로 순도 100% 알짜배기수익을 거둔 셈이다.

1000만 영화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 역시 제대로 입소문을 탄 경우다. <겨울왕국>은 주인공 엘사가 부른 렛잇고(Let It Go)’가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줬다. 당시 렛잇고는 멜론 등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차트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 연예인들이 렛잇고를 부른 영상 또한 SNS를 통해 퍼지면서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아냈고, <겨울왕국>은 개봉 46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열아홉 번째는?

1000만 영화의 흥행 공식이 지금까지의 모든 1000만 영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봉 시기, 스토리, 입소문 등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졌지만 1000만 목전에서 고개를 숙인 영화도 부지기수다. 개봉 전에는 무조건 1000만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작품도 뚜껑을 연 뒤 흥행에 실패하는 일도 많다. 영화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부산행> 같은 좀비 호러 영화가 관객 1000만명을 모으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열아홉 번째 1000만 영화는 관객들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의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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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