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의 여자’ 조윤선

사람이 그렇게 없나… 다시 돌려쓴 신데렐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3개 부처 장관에 대한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조윤선 전 정무수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 김재수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환경부장관에는 조경규 국무조정실 제2차장이 각각 발탁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사람은 박근혜정부의 ‘신데렐라’ 문체부 조윤선 내정자. <일요시사>에서는 조 내정자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롯, 그녀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에 대해 짚어봤다.

2013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장관,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장관 내정자. 박근혜정부 들어 조윤선 문체부장관 내정자의 행보다. ‘박의 여자’ ‘박근혜정부의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이다.

대통령의 가신
2차 입각하나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조 내정자는 문화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고 장관과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을 역임해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발탁 이유를 전했다. 이로써 조 내정자는 20대 총선 낙천 이후 4개월 만에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조 내정자는 문체부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자신의 SNS에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국정 기조하에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시기에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돼 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소감을 올렸다.

조 내정자는 서울 세화여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33회)에 합격했다. 이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2001년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법과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뉴욕 로펌과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에서 일했다.


조 내정자는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을 맡으면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조 내정자의 발탁은 정당 최초 여성 대변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08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이후 비례대표 13번을 받아 18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3개 부처 소폭개각 단행…문체부장관 내정
여가부장관, 정무수석비서관 ‘세번째 등용’

조 내정자는 국회의원 당선 후 정무위원회를 거쳐 후반기 국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서 활동했다. 조 내정자는 평소 문화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년시절부터 그림과 음악을 좋아했던 조 내정자는 오페라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의원 시절엔 음반을 구입할 때 붙는 10%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007년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는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는 조 내정자가 오페라 칼럼니스트로서 공연 예술 전문지인 <객석>에 2년 동안 기고한 칼럼 ‘오페라가 있는 명화’를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2011년에는 문방위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모아 <문화가 답이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조 내정자는 <문화는 답이다>를 통해 정치·외교·삶·교육·복지·경제 분야를 문화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려 했으며,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느꼈던 만화·게임 문화 정책에 대한 아쉬움, 문화 교육·문화 복지 등에 대해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총선개발본부 문화·예술·관광팀장을 맡았다. 덕분에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조 내정자는 꾸준히 문체부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곤 했다.


박 대통령의 ‘입’
두터운 신임 쌓아

조 내정자가 박근혜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경선캠프 대변인에 발탁되면서부터다. 조 내정자는 대선 경선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까지 내리 11개월 동안 박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그림자 수행을 하면서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비서진이 전부 남자였고, 조 내정자 혼자 여자였던 점도 두 사람의 친분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후보를 수행하는 남자 비서들이 챙기지 못한 부분을 조 내정자가 살뜰히 챙겼다는 것.

실제 조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심중과 언행 심지어는 식습관까지 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내정자는 여성 수행원이나 코디네이터가 없던 박 대통령에게 옷차림에 대해 조언하는 등 세세한 부분을 챙기며 신뢰를 쌓았다.

조 내정자의 근접 보좌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크게 빛을 발했다. 2012년 11월 대선 선거운동 당시 박 대통령은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유세를 펼치던 박 대통령은 한 가게서 꽃게, 가리비, 대합 등 해산물을 쟁반에 가득 담아 고른 뒤 값을 치르려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갑 속에는 5000원짜리 한 장과 1000원짜리 몇 장뿐이었다. 해산물 가격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이 때 조 내정자가 얼른 5만원권 지폐를 한 장 건네면서 박 대통령은 난감한 상황을 무사히 모면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에게 큰 신뢰를 얻은 조 내정자는 2013년 박근혜정부의 초대 여가부장관으로 발탁됐다. 조 내정자는 여가부장관 시절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파문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지적 받은 적이 있다.
 

조 내정자를 비롯해 여가부는 ‘윤창중 스캔들’과 관련해 침묵하다가 뒤늦게 “윤 전 대변인의 상식 밖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고위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여가부의 뒤늦은 대응에 주무부처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 내정자가 문체부장관에 내정되면서 여가부장관 당시 ‘셧다운제’에 대해 밝힌 입장도 관심을 받고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심야 게임 규제법으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 내정자는 2011년 의원 시절 셧다운제 본회의 통과 당시 “셧다운제가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지도로 게임 이용을 관리해야 한다”며 “셧다운제 대신 합리적인 게임 정책이 필요하다”는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조 내정자는 이후 여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셧다운제는 최근 청소년들의 심각한 게임 중독 현상과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고려할 때 가치가 있다”며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당시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반발했다.

게임업계는 조 내정자가 문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또 다시 긴장하는 모양새다. 조 내정자가 문체부장관이 되는 순간 게임 규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방향을 제안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초 여 정무수석
대통령 ‘메신저’

여가부장관으로 활약하던 조 내정자는 2014년 6월, 박 대통령이 단행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서 정무수석으로 깜짝 발탁됐다. 그간 청와대에 여성이 수석으로 입각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정무수석으로 발탁된 건 조 내정자가 헌정 사상 최초였다. 정무수석의 핵심 업무가 정치권과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조 내정자는 정무수석 시절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국빈 방문 때 동행한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의전을 담당했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당시 조 내정자가 정무수석으로 발탁되면서 박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을 조 내정자가 잠재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조 내정자는 지난해 5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 등의 문제로 자진 사퇴했다.

조 내정자는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 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은 다양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새누리당은 조 내정자의 사퇴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조 내정자가 거론한 책임론에 대해 당시 김무성 대표가 “조 수석의 책임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조 내정자가 사실상 경질당했다면서 청와대가 국회를 협박하고 대타협을 깨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조 내정자의 문체부장관 내정을 두고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의 개각 발표 직후 “국정쇄신을 위한 전면 개각을 하랬더니 조윤선 자리 챙기기 땜질 개각에 그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조 내정자의 장관 내정을 두고 ‘회전문 인사의 결정판’이라는 비판도 줄지어 터져 나왔다.

2012년 박 대통령과 인연
정부·청와대 요직 거쳐

조 내정자가 정부의 요직에 발탁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안정’이다. 이번 박근혜정부의 소폭 개각과 관련해서 정치평론가들과 언론 등은 박 대통령이 파격보다는 국정 안정을 택했다고 평했다.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는다는 말을 듣는 박 대통령이 임기 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장관 자리에 앉히면서 집권 후반기 국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내정자가 마냥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조 내정자는 청와대와 정부 요직을 두루 경험했지만 유독 선출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19대 총선서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홍사덕 전 의원이 출마하면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대 총선에는 서울 서초갑 경선서 이혜훈 의원에 밀려 낙천했다. 새누리당은 경선서 졌지만 높은 인지도를 가진 조 내정자를 용산에 전략공천하려 했지만 조 내정자가 “서초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18대 총선 이후 두 번의 총선서 공천을 통과하지 못해 고배를 마신 것이다.

문체부장관으로 가는 길도 청문회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조 내정자를 문체부장관 후보로 내정한 것은 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근혜정부로선 개각 단행 이후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인사가 나오는 건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일일 수밖에 없다. 조 내정자는 여가부장관 당시 한 차례 청문회 검증을 이겨낸 바 있고, 정무수석 시절에도 여의도 정치권과 꾸준한 소통이 있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야당은 20대 국회 첫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인 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조 내정자의 발목을 잡는 의혹은 재산문제다. 조 내정자는 여가부장관 재임 당시의 재산이 46억9739만원이었다. 정무수석으로 재임했던 2015년에도 45억205만원으로 우병우 민정수석에 이어 두 번째 부자 공직자였다.

조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은 재산의 액수가 아닌 씀씀이였다. 2013년 당시 여가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한 의원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소득액이 부부합산 142억, 세금을 빼도 95억원인데 2011년 재산 신고액은 51억원으로 무려 44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며 조 내정자의 재산 누락 의혹을 지적했다. 차액을 감안하면 연간 7억5000만원을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너무 큰 돈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돈을 생활비로 썼다면 국민 정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도 나왔다.

조 내정자는 당시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에 “차액이 큰 것은 사무실 운영비나 운전기사 월급 등이 생활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품위 유지비 등에 소요된 비용이 많다”고 해명했다. 또한 양가 부모를 돕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베푸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저축을 많이 하진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내정자의 해명은 다시 지적받았다. 조 내정자의 시부모는 10억원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친정부모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소득이 1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 내정자가 굳이 돕지 않아도 충분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양가 부모의 사정이 여유롭다는 뜻이었다. 당시 이와 관련된 의혹은 끝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청문회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통과하면
수석 출신 1호 장관

조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 통과할 경우, 박 대통령 임기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인사가 된다. '박 대통령의 신데렐라' 조 내정자가 끝까지 꽃길을 걸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농림부 김재수, 환경부 조경규는 누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는 30여년간 농업분야에서 공직생활을 거친 농정 전문가다. 김 내정자는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공직에 나선 뒤 농림수산식품부서 농업정책과장, 농산물유통국장, 주미대사관 농무관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11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후에는 3년 임기 후 2년 연속 연임에 성공하며, 2007년 공공기관 임기제 도입 이후 최초 재연임·최장수 CEO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정통 경제 관료다.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조 내정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공공정책국장, 사회예산심의관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최근 가습기 살균 사태, 미세먼지, 디젤차량 논란 등 환경 현안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고 미래 동력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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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