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의 여자’ 조윤선

사람이 그렇게 없나… 다시 돌려쓴 신데렐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3개 부처 장관에 대한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조윤선 전 정무수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 김재수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환경부장관에는 조경규 국무조정실 제2차장이 각각 발탁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사람은 박근혜정부의 ‘신데렐라’ 문체부 조윤선 내정자. <일요시사>에서는 조 내정자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롯, 그녀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에 대해 짚어봤다.

2013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장관,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장관 내정자. 박근혜정부 들어 조윤선 문체부장관 내정자의 행보다. ‘박의 여자’ ‘박근혜정부의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이다.

대통령의 가신
2차 입각하나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조 내정자는 문화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고 장관과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을 역임해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발탁 이유를 전했다. 이로써 조 내정자는 20대 총선 낙천 이후 4개월 만에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조 내정자는 문체부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자신의 SNS에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국정 기조하에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시기에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돼 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소감을 올렸다.

조 내정자는 서울 세화여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33회)에 합격했다. 이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2001년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법과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뉴욕 로펌과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에서 일했다.


조 내정자는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을 맡으면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조 내정자의 발탁은 정당 최초 여성 대변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08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이후 비례대표 13번을 받아 18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3개 부처 소폭개각 단행…문체부장관 내정
여가부장관, 정무수석비서관 ‘세번째 등용’

조 내정자는 국회의원 당선 후 정무위원회를 거쳐 후반기 국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서 활동했다. 조 내정자는 평소 문화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년시절부터 그림과 음악을 좋아했던 조 내정자는 오페라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의원 시절엔 음반을 구입할 때 붙는 10%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007년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는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는 조 내정자가 오페라 칼럼니스트로서 공연 예술 전문지인 <객석>에 2년 동안 기고한 칼럼 ‘오페라가 있는 명화’를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2011년에는 문방위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모아 <문화가 답이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조 내정자는 <문화는 답이다>를 통해 정치·외교·삶·교육·복지·경제 분야를 문화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려 했으며,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느꼈던 만화·게임 문화 정책에 대한 아쉬움, 문화 교육·문화 복지 등에 대해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총선개발본부 문화·예술·관광팀장을 맡았다. 덕분에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조 내정자는 꾸준히 문체부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곤 했다.


박 대통령의 ‘입’
두터운 신임 쌓아

조 내정자가 박근혜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경선캠프 대변인에 발탁되면서부터다. 조 내정자는 대선 경선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까지 내리 11개월 동안 박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그림자 수행을 하면서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비서진이 전부 남자였고, 조 내정자 혼자 여자였던 점도 두 사람의 친분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후보를 수행하는 남자 비서들이 챙기지 못한 부분을 조 내정자가 살뜰히 챙겼다는 것.

실제 조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심중과 언행 심지어는 식습관까지 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내정자는 여성 수행원이나 코디네이터가 없던 박 대통령에게 옷차림에 대해 조언하는 등 세세한 부분을 챙기며 신뢰를 쌓았다.

조 내정자의 근접 보좌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크게 빛을 발했다. 2012년 11월 대선 선거운동 당시 박 대통령은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유세를 펼치던 박 대통령은 한 가게서 꽃게, 가리비, 대합 등 해산물을 쟁반에 가득 담아 고른 뒤 값을 치르려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갑 속에는 5000원짜리 한 장과 1000원짜리 몇 장뿐이었다. 해산물 가격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이 때 조 내정자가 얼른 5만원권 지폐를 한 장 건네면서 박 대통령은 난감한 상황을 무사히 모면할 수 있었다.

박 대통령에게 큰 신뢰를 얻은 조 내정자는 2013년 박근혜정부의 초대 여가부장관으로 발탁됐다. 조 내정자는 여가부장관 시절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파문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지적 받은 적이 있다.
 

조 내정자를 비롯해 여가부는 ‘윤창중 스캔들’과 관련해 침묵하다가 뒤늦게 “윤 전 대변인의 상식 밖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고위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여가부의 뒤늦은 대응에 주무부처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 내정자가 문체부장관에 내정되면서 여가부장관 당시 ‘셧다운제’에 대해 밝힌 입장도 관심을 받고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심야 게임 규제법으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 내정자는 2011년 의원 시절 셧다운제 본회의 통과 당시 “셧다운제가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지도로 게임 이용을 관리해야 한다”며 “셧다운제 대신 합리적인 게임 정책이 필요하다”는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조 내정자는 이후 여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셧다운제는 최근 청소년들의 심각한 게임 중독 현상과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고려할 때 가치가 있다”며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당시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반발했다.

게임업계는 조 내정자가 문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또 다시 긴장하는 모양새다. 조 내정자가 문체부장관이 되는 순간 게임 규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방향을 제안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초 여 정무수석
대통령 ‘메신저’

여가부장관으로 활약하던 조 내정자는 2014년 6월, 박 대통령이 단행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서 정무수석으로 깜짝 발탁됐다. 그간 청와대에 여성이 수석으로 입각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정무수석으로 발탁된 건 조 내정자가 헌정 사상 최초였다. 정무수석의 핵심 업무가 정치권과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조 내정자는 정무수석 시절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국빈 방문 때 동행한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의전을 담당했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당시 조 내정자가 정무수석으로 발탁되면서 박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을 조 내정자가 잠재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조 내정자는 지난해 5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 등의 문제로 자진 사퇴했다.

조 내정자는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 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은 다양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새누리당은 조 내정자의 사퇴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조 내정자가 거론한 책임론에 대해 당시 김무성 대표가 “조 수석의 책임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조 내정자가 사실상 경질당했다면서 청와대가 국회를 협박하고 대타협을 깨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조 내정자의 문체부장관 내정을 두고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의 개각 발표 직후 “국정쇄신을 위한 전면 개각을 하랬더니 조윤선 자리 챙기기 땜질 개각에 그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조 내정자의 장관 내정을 두고 ‘회전문 인사의 결정판’이라는 비판도 줄지어 터져 나왔다.

2012년 박 대통령과 인연
정부·청와대 요직 거쳐

조 내정자가 정부의 요직에 발탁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안정’이다. 이번 박근혜정부의 소폭 개각과 관련해서 정치평론가들과 언론 등은 박 대통령이 파격보다는 국정 안정을 택했다고 평했다.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는다는 말을 듣는 박 대통령이 임기 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장관 자리에 앉히면서 집권 후반기 국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내정자가 마냥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조 내정자는 청와대와 정부 요직을 두루 경험했지만 유독 선출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19대 총선서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홍사덕 전 의원이 출마하면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대 총선에는 서울 서초갑 경선서 이혜훈 의원에 밀려 낙천했다. 새누리당은 경선서 졌지만 높은 인지도를 가진 조 내정자를 용산에 전략공천하려 했지만 조 내정자가 “서초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18대 총선 이후 두 번의 총선서 공천을 통과하지 못해 고배를 마신 것이다.

문체부장관으로 가는 길도 청문회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조 내정자를 문체부장관 후보로 내정한 것은 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박근혜정부로선 개각 단행 이후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인사가 나오는 건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일일 수밖에 없다. 조 내정자는 여가부장관 당시 한 차례 청문회 검증을 이겨낸 바 있고, 정무수석 시절에도 여의도 정치권과 꾸준한 소통이 있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야당은 20대 국회 첫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인 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조 내정자의 발목을 잡는 의혹은 재산문제다. 조 내정자는 여가부장관 재임 당시의 재산이 46억9739만원이었다. 정무수석으로 재임했던 2015년에도 45억205만원으로 우병우 민정수석에 이어 두 번째 부자 공직자였다.

조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은 재산의 액수가 아닌 씀씀이였다. 2013년 당시 여가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한 의원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소득액이 부부합산 142억, 세금을 빼도 95억원인데 2011년 재산 신고액은 51억원으로 무려 44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며 조 내정자의 재산 누락 의혹을 지적했다. 차액을 감안하면 연간 7억5000만원을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너무 큰 돈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돈을 생활비로 썼다면 국민 정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도 나왔다.

조 내정자는 당시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에 “차액이 큰 것은 사무실 운영비나 운전기사 월급 등이 생활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품위 유지비 등에 소요된 비용이 많다”고 해명했다. 또한 양가 부모를 돕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베푸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저축을 많이 하진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내정자의 해명은 다시 지적받았다. 조 내정자의 시부모는 10억원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친정부모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소득이 1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 내정자가 굳이 돕지 않아도 충분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양가 부모의 사정이 여유롭다는 뜻이었다. 당시 이와 관련된 의혹은 끝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청문회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통과하면
수석 출신 1호 장관

조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 통과할 경우, 박 대통령 임기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인사가 된다. '박 대통령의 신데렐라' 조 내정자가 끝까지 꽃길을 걸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농림부 김재수, 환경부 조경규는 누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는 30여년간 농업분야에서 공직생활을 거친 농정 전문가다. 김 내정자는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공직에 나선 뒤 농림수산식품부서 농업정책과장, 농산물유통국장, 주미대사관 농무관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11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후에는 3년 임기 후 2년 연속 연임에 성공하며, 2007년 공공기관 임기제 도입 이후 최초 재연임·최장수 CEO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정통 경제 관료다.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조 내정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공공정책국장, 사회예산심의관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최근 가습기 살균 사태, 미세먼지, 디젤차량 논란 등 환경 현안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고 미래 동력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