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특사 후일담> ‘동아 왕자’ 구하기 사연

“14년간 숨어 지내다 잡힌 건…”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하자… 말자’ ‘된다… 안 된다’ 단행 전부터 말이 많았던 8·15 특별사면.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에도 사면이 거론되자 정부로 통하는 협·단체에 탄원서가 쏟아졌다. 그중 눈에 띄는 한 사연을 골라봤다.
 

지난 7월19일 허창수 회장 앞으로 한 통의 탄원서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접수됐다. 발신자는 예음그룹 임직원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동생 최원영 전 예음그룹 회장을 사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최원석 동생

‘수형생활을 3년8개월째 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 특사 대상으로 추천해 주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최원영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로 2012년 12월 구속됐다. 1997∼1998년 당시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등록금 201억원을 예음그룹 계열사 부도를 막으려고 기업어음을 사는 데 사용한 혐의다.

1998년 경원전문대 공사를 자신이 운영하는 동아종합환경에 맡기고 선급금 28억원을 지급했으나 부도로 공사를 못해 학교법인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듬해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최 전 회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고 최준문 동아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최 전 회장은 1978년부터 형이 이끌던 동아건설의 해외담당 사장, 동아종합상사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1988년 동아그룹에서 예음그룹을 분리해 독자 경영에 나섰다. 예음, 예음기획, 동아종합환경, 동아실업, 동아정공, 서울텔레콤 등을 계열사로 뒀다.

그렇다면 예음그룹 임직원들은 왜 ‘최원영 구하기’에 나선 것일까. 이들은 탄원서에 사면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과거 기업가로서의 활동을 부각시켰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근대화의 초석이 된 수출의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도 주도했습니다. 산업포장, 산업훈장까지 받았습니다.’

문화예술인이란 점도 강조했다. 평소 음악과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 실제 최 전 회장은 서울대 음대를 나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수석 연주자들과 실내악단 예음클럽과 자신의 빌딩에 예음홀을 만들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다.
 

탄원서엔 사재 출연 등 사회공헌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1983년 문화예술활동을 조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예음문화재단을 설립, 국내 음악인들을 후원하고 해외 각종 공연을 유치했습니다.’ 교육계에 이바지한 점도 기재했다.


옛 임직원 전경련 등에 탄원서 제출
사면 당위성 조목조목 설명하고 해명

‘이화예술학원 이사장에 취임해 114억원을, 경원학원 이사장에 취임해 14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돈은 교비 매입비 및 운영비, 중앙도서관·강의동·학생회관 신축 등에 쓰였습니다.’

최 전 회장이 구속될 당시 전후 사정도 전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IMF 시대를 맞았다. 기업은 대출과 관련 신규차입이나 상환기간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부도 처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예음그룹도 자금난을 겪었다. 최 전 회장 등 실무진은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오판, 학교 교비 등을 일단 끌어다 썼다. 이게 문제가 됐다는 게 탄원 내용이다.

‘1998년 교비 문제를 해결할 틈도 없이 계열사들이 부도가 났습니다. 최 전 회장도 한순간에 재산과 명예를 잃고 수사를 받게 됐어요.’

특히 개인 축재를 위해 저지른 사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학 비리들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

‘교비 횡령 등은 계열사들의 극심한 자금난 속에서 급박하게 진행된 건입니다. (최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축재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최 전 회장은 피해 회복의 노력을 기울였다고도 했다. 예음그룹 임직원(탄원서)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이 1998년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에게 경원학원 운영권과 재산권을 일체 양도할 당시 이 회장으로 하여금 교비 218억원을 즉시 보전하기로 약정했다.

이 회장이 이를 지켜 학교의 피해를 보전해 줬다는 게 최 전 회장 측의 주장. 이화예술학원도 같은 방법을 모색했으나 인수희망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다 직접 피해금액 중 5억원을 변제하고, 나머지는 현 이사장이 채웠다고 했다.

최 전 회장의 중형에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은 바로 해외도피다. 그는 1998년 등록금을 횡령했다는 교수들의 진정으로 검찰 수사를 받자 참고인 중지 상태에서 그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14년간 도피생활을 하다가 LA총영사관에 자진 신고하고 2012년 11월 입국해 체포됐다.

당시 검찰은 “LA 인근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최씨는 신분이 노출돼 미국 수사기관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강제 소환을 피하기 위해 영사관에 자진 신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회장 측 주장은 다르다. 도피가 아니고, 명백히 자수라고 일축했다.

‘미국으로 출국한 것은 도피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자금을 구하러 간 것입니다. 방안이 없자 기약 없는 미국생활을 하게 됐죠. 14년은 수형생활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억울합니다”


예음그룹 임직원은 “저희를 비롯해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은 아직도 최 전 회장의 순수한 열정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부디 최 전 회장을 이번 광복절 특사 대상으로 추천해 주길 바란다”고 읍소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백건우-윤정희 부부 최원영 탄원, 왜? 

백건우(피아니스트)-윤정희(영화배우) 부부도 지난달 최원영 전 예음그룹 회장의 탄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부부는 최 전 회장의 감형 또는 사면을 요청했다. 

부부는 “최 전 회장과 학생시절부터 40년 넘게 교분을 쌓아와 그의 됨됨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단언컨대 결코 사리사욕에서 죄를 짓거나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니다”고 확신했다. 

두 사람은 최 전 회장이 1970년대 학생시절 <필하모니>란 음악감상실을 운영할 때부터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최 전 회장을 기업인보단 예술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부부는 “수감 초부터 여러 차례 최 전 회장을 면회했는데 그동안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종교생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최 전 회장과 같은 꿈을 가지고 함께 했던 예술인으로서 하루 빨리 사회에 복귀해 그 순수한 열정을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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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