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료가 곧 경쟁력이다

지는 패스트푸드 뜨는 패스트 캐주얼

패스트푸드가 지고 있다. 먹거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값싸지만 기름지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합리적 소비 바람과 맞물려 가성비 좋은 ‘패스트 캐주얼’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건강 중시, 엄마표 수제버거 열풍
미국서 시작된 패스트 캐주얼 바람

‘패스트 캐주얼’은 품질과 가격, 편리함 세 가지를 충족한다. 신선한 양질의 재료와 건강한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음식을 부담없는 가격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격식을 차려먹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과 ‘캐주얼 다이닝(casual dining)’을 합친 ‘파인 캐주얼’과도 유사한 의미로 쓰인다. 미국에서 열풍을 몰고 온 수제버거전문점 ‘쉐이크쉑’과 멕시칸푸드 ‘치폴레’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수제버거전문점이 있다.

수제버거&치킨 ‘마미쿡’은 패스트 캐주얼의 선두주자다. 신선채소, 국내산 신선닭으로 주문 즉시 만들어내는 엄마표 수제버거를 전면에 내세운다. 냉동패티 사용과 미리 만들어 놨다가 데워놓는 방식은 지양한다. 가격도 주력메뉴가 3000~4000원대로 합리적이다. 오히려 패스트푸드 보다 저렴한 편이다. 20년간 식품 생산·유통 등 일괄 생산체계를 갖추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온 본사의 인프라와 노하우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덕이다.

품질·가격·편리함

재료의 대량 현금구매, 직접 생산과 물류로 생산과 유통마진을 낮췄다. 마미쿡은 대기업과 외국계가 주류인 햄버거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안착했다는 평가로 벌써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1번 출구 쪽에 182㎡(약 55평) 규모로 마미쿡 1호점을 개점했다.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알뜰족과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불황도 비켜갈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것이 소문나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 작년 8월부터 가맹사업을 본격화해 1년이 지난 현재 50여개 매장을 오픈했다.


가격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골목상권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점포 고정비와 운영비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식사값을 아끼려는 학생과 직장인을 비롯, 좋은 재료로 갓 만든 버거를 찾는 아이를 동반한 주부들에게 인기다. 수제버거와 아시아 대표 면요리 ‘팟타이’‘미고랭’등 잘 팔리는 메뉴로 구성했다. 아시아 면요리는 최근 젊은층에서 각광받고 있는 점을 겨냥했다. 새우와 아삭한 숙주가 들어간 태국식 볶음쌀국수 ‘팟타이’와 해산물과 채소, 화끈하게 매운 태국고추로 맛을 낸 ‘타이칠리’, 쌀국수에 갖은 채소와 고기, 해산물, 달걀 등을 넣어 볶은 인도네시아 면요리 ‘미고랭’ 등 아시아 각국에서 널리 사랑받으며 대중성을 입증한 메뉴다. 

색다른 맛을 즐기려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큰 호응을 받고 있다. 5500~6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매장이 운영돼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작년에 SPC 그룹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서울 강남에 1호점 오픈한 ‘쉐이크쉑버거’도 연일 소비자들이 줄을 서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간판메뉴인 쉑버거가 6900원, 쉐이크가 5900원, 후렌치후라이가 3900원이다.

미국에서는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바람이 일찍부터 시작됐다. 2007~2008년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기간 패스트 캐주얼 방문자가 10% 증가했다. 금융위기로 전체적인 소비가 감소한 2009~2010년에도 타 업체의 감소세가 두드러졌지만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은 증가했다. 이러한 레스토랑의 공통점은 가공식품이나 냉동식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 즉시 조리하며 단시간 내 음식을 제공, 패스트푸드처럼 고객이 주문하고 셀프서빙으로 간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바로 조리하기 때문에 가격은 패스트푸드 보다 높고, 고급 레스토랑 보다는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으려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자) 니즈를 충족시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서도 열풍

뉴욕 명물버거로 잘 알려진 쉐이크쉑은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고기와 신선한 채소만을 사용한다. 1993년 첫 선을 보인 멕시코 음식 전문 체인 치폴레도 패스트 캐주얼을 내세우며 ‘건강한 패스트푸드’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항생제를 먹지 않고 자연 방목으로 자란 동물의 고기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물들의 잠자리도 높게 짚이 쌓인 헛간이어야 하는 등 동물 복지도 신경 쓴다. 고기에 각종 신선채소와 콩, 밥, 치즈 등 양질의 속재료를 넣은 타코와 브리또 등이 간판메뉴다. 지역 농가와 연계해 신선한 샐러드를 맞춤형으로 골라먹는 샐러드 뷔페도 있다. 건강한 라이스프타일을 즐길 수 있는 패스트 캐주얼 업계로 주목받고 있다.

베이커리 ‘파네라브레드’도 좋은 재료 사용에 적극적이다. 올해까지 150가지의 첨가물을 지점의 주방에서 완전히 없앤다는 방침이다. 샐러드 제품에 인공 감미료와 화학조미료, 방부제 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1981년 시작한 파네라브레드는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 180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샌드위치 파니니, 스프, 샐러드 등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판매한다. 신선한 유기농 식품을 10달러 미만으로 판매, 기존의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유기농 제품은 비싸서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도 끌어 모으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2015)가 유로모니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매출액은 2012년과 2013년 연 평균 10% 넘는 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패스트푸드는 4%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미국에 널리 퍼지면서 패스트푸드 수요가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즐기려는 패스트 캐주얼 수요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는 식생활 전반에 빼놓을 수 없는 화제다. 실속소비 성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도 품질만큼 중시한다. 앞으로 품질과 가격 모두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더 늘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패스트캐주얼의 인기가 미국 등지에서 이미 검증된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인기를 끌 것이다. 마미쿡, 쉐이크쉑 등 수제버거의 열풍에서 증명됐다.

현대인들은 좋은 재료로 즉석으로 어머니가 만들어준 따듯한 집 밥을 그리워한다. 작고 소박한, 한끼라도 좋은 재료로 주문 후 바로 만든, 그러면서 가격까지 착한 음식을 찾는다.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성공의 관건은 현대인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충족시키는 정성이 들어간 한끼 식품을 소비자가 수용할 만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느냐다. 창업자들은 이점을 명심하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추도록 해야 하고,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본사가 이를 장기적으로 충족할 만한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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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