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기상청 일기예보 논란

비 온다고?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장마철이 시작되면 기상청은 청개구리가 되기 일쑤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빗나가는 예보 때문이다. 하루 이틀 틀리는 게 아니다 보니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 과거 반복되는 오보로 ‘구라청’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매년 사업도 벌이고 있으나 성과는 없고 탈만 일어나 정부의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사람들이 일기예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매번 변화하는 날씨를 완벽하게 맞출 순 없다. 그러나 당장 찾아온 우기에 당일 날씨도 맞추지 못하는 기상청의 행보는 너무하기만 하다. 기상청을 믿을 수 없다며 예보와 상관없이 우산을 챙기는 이들도 있다. 기상청 체육대회 날에는 꼭 비가 온다는 말이 나올 만큼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심하다.

틀릴 것 같아?
맞을 수 있어?

최근 기상청은 장마전선 북상으로 인해 주중에 많은 비를 예보했다. 그러나 날씨는 맑기만 했고 휴가계획을 취소했던 사람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지난 12일의 정확도 0%의 예보는 당일 예보도 제대로 못하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기상청은 전날인 11일 오후 5시 예보에서 “12일 서울에 4~50㎜ 장맛비가 내린다”고 알렸다. 하지만 비는 3㎜ 정도 내리다 오전께 그치고 오후 11시경에는 잠깐 빗방울이 떨어지는 수준으로 왔다. 완전한 오보는 아니었다. 그러나 기상청은 지난 12일 오후까지도 “비가 다시 내릴 것”이라며 예고했지만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자 오후 5시에 “오늘은 비가 없을 것”이라고 정정했다.


당시 전국 5곳의 야구장을 방문 할 계획이던 팬들은 예보와는 다르게 맑은 날씨가 저녁까지 이어지자 불만을 표출했다. 각종 인터넷 야구 사이트에는 “비 예보가 있어서 (예매를) 취소했는데 경기 하나요?”라는 질문들이 올라오곤 했다. 잠실 등 전국 5곳에서 열리는 경기를 위해 야구장을 방문할 계획이던 팬들 상당수는 일기예보를 믿고 예매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야구장 입장객은 평일 평균의 80%에 불과했다.

우천 예상에 방콕 했는데…햇빛만 ‘쨍쨍’
거꾸로 가는 청개구리 예보에 상인도 울상

지난 5월에는 긴급 지진 통보문 팩스로 인한 사건도 있었다. ‘강원도 횡성군 북동쪽 1.2㎞ 지역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팩스가 언론사와 경찰청 등 공공기관 76곳에 전달됐다. 통보문에는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고 건물 붕괴 등의 피해가 우려되니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바란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규모 6.5의 지진은 한반도 역대 최대 지진인 5.3을 웃도는 강진으로 지난 4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예보도 기상청의 실수로 밝혀졌다. 기상청은 “원래는 18일 오후 5시15분 쯤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규모 6.7 지진 통보문을 발송해야 하는데 담당직원이 19일 훈련용 통보문을 보내는 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기상청의 실수는 그 전에도 있었다. 지난 4월에는 매년 다가오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관한 뒤늦은 대처로 비판을 받았다. 뒷북 예보로 ‘생중계하느냐’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민간 예보기관인 '케이웨더'가 지난 4월8일부터 황사를 예보했지만 기상청은 황사 농도가 짙어진 다음날에야 “황사가 발생했다”고 했다. 다음 날인 10일에는 황사 종료시간을 오전에서 오후까지 수시로 정정하는 오보도 냈다.

뒤늦은 황사 경고
수시로 정정하기도

지난해 4월 우기에나 쏟아질 만한 장대비가 예보와 다르게 쏟아졌다. 기상청은 당시 전남과 제주도에 20∼60㎜의 비가 올 것이라 예상했고, 전북엔 10∼40㎜ 그 외의 지방은 5∼20㎜의 비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보는 엇나갔다.


비의 양과 내리는 지역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기상청은 수도권에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비는 출근길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오보로 인한 피해도 연이어 발생했다. 제주도에는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공항을 향하던 항공기들이 회항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농가에서는 농작물의 지지대와 하우스가 망가지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기상청의 잦은 오보로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행사들도 있었다.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업체에서는 갑작스러운 비로인해 체육대회 일정이 변경됐다. 체육대회 당일 예보와 다른 날씨에 급하게 계획을 바꾼 것이다. 그들은 행사 날 식당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매년 4∼5월은 많은 업체들이 사내 사기진작을 위해 행사를 벌인다. 관계자들은 일정을 짜다보니 날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수원의 한 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비가 온 뒤 그친다는 예보를 믿고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A씨가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비는 계속 내렸다. 이튿날 비가 그친다는 예보와 다르게 4일 동안 비가 내린 것이다.

지난달 강릉의 한 서핑강사 B(29)씨는 “서핑 교육 일정을 잡았지만 비가 오고 파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해서 취소했다”고 했다. 그는 교육 날이 되자 “비가 조금 내리다가 곧 날씨가 맑게 개여 허탈했다”고 한다.

날씨에 민감한 업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기상청의 오보는 업자들에겐 타격이 크다. 이들은 오보가 잦아도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과수원의 경우 미리 대비를 하지 않으면 생각지 못한 돌풍과 폭우에 과일들이 상처를 입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한 관계자는 꽃수정 작업을 하는 봄철에 제일 많이 주의한다고 했다.
 

배의 경우 꽃이 약 1주일정도 피기 때문에 만개한 시점에서 꽃수정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봄철에 피기 때문에 비소식이 들리면 서둘러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자연수정(꿀벌을 통한 수정)은 어렵기 때문에 인공수정을 한다는 것으로 수꽃을 따내 꽃가루를 붓에 묻혀 수정시키는 등의 방법을 말한다.

휴가지서 ‘쫄딱’
밉기만 한 기상청

기상청의 날씨 오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공직기강 헤이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받아 공직기강 감사까지 받았다. 기상청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월 532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하는 등 첨단 장비도 들여놨다. 그러나 결과는 변함없이 오보의 연속이다.

슈퍼컴퓨터 4호기는 한달 전기료만 2억5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2010년 영국 기상청에서 ‘수치예보 모델’ 프로그램도 들여와 연간 약 1억5000만원의 사용료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보의 원인으로 기상청 내의 인사문제와 예보관들의 능력을 꼽는다.

성능이 뛰어난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예보관의 능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 이라고 한다. 예보는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 프로그램이 날씨 예보 결과를 산출한 뒤 예보관들이 그것을 보고 최종적인 예보를 내놓는 순으로 이루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보 정확도는 수치예보 모델 성능이 40%, 모델에 입력되는 기상 관측 자료가 32%, 예보관 능력이 28%를 차지한다고 과거 정부 연구용역에서 분석됐다”고 했다.

일각에선 예보관의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잦은 부서이동 때문이라고 한다. 보직순환으로 2∼3년마다 예보관들이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탓에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기관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말도 있다. 기상청 내 각종 비리가 상주하고 있다는 것으로 ‘비리청’과 기상청에 마피아를 합친 ‘기피아’라는 단어도 나타났다. 기상청의 비리 논란은 꾸준히 롱런하는 중이다.

기피아의 사례로 기상청을 퇴직한 C(61) 청장이 세운 한국기상기후아카데미가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아카데미에 모든 교육 훈련 용역계약비 34억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청장에게 일감을 몰아준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일각에선 기상과 같은 특수 분야는 업계가 좁기 때문에 청장이나 차장과 같은 임원들의 힘이 학연 등에 영향을 받아 상당한 권력을 가진다는 주장도 있다.

아카데미의 원장 역시 기상청 차장을 지낸 인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아카데미에서 지난 2010년 기상업무 교육과 훈련지정을 신청하며 기상청에서 작성한 57개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베껴 제출한 것을 적발했다. 이어 신청서에는 21명의 교관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는 공문서 위조했다고도 전했다. 기상청에서는 신청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정 승인을 했다.

올해 초에는 산하기관인 기상산업진흥원의 D(60) 원장이 민간 업체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해임 됐다. D 원장은 지난 2013년 기상청이 조직 내 비리를 없애고 개혁하기 위해 출범시킨 창조개혁기획단의 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내부 자정을 담당하던 공직자가 향응을 통해 해임된 일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 들은 “책임은 민간 업체에 있다”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새 장비가 아깝다”
당일 예보도 ‘땡’


지난 2014년엔 납품비리 행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공직비리 기동점검’ 결과 발표에서 기상청 담당자가 기상장비 납품과정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하는 등 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2013년에 기상청에 대한 비리점검도 실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 공무원 E(47)씨는 검정기준에 미달되는 기상측기를 준공처리 하기 위해 성능확인을 거부한 산하기관에 압력을 행사했다. 두 차례 이어진 준공검사에서 부적격 처리된 장비를 납품업체 이사의 부탁으로 산하기관에 준공처리를 하도록 지시한 것도 밝혀졌다.

기상청이 수억원대의 기상장비를 입찰할 때마다 납품 비리를 고발하는 투서가 계속 접수된다. 연이은 내부고발에 한 기상청 고위 공직자가 자진 사퇴했다는 말도 있다. 기상청 내에서 내부고발 투서가 이어지는 이유로 파벌싸움의 폐해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Y대와 S대 출신이 파벌을 이루며 음해 등을 펼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기상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상청의 고질적인 비리는 학연과 인맥으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만큼 폐쇄적인 학벌 조직 문화가 기상청 내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이종훈 전 의원은 기상청에 대해 “Y대와 S대 출신 ‘기피아’들이 학연으로 유착되며 요직을 장악하고, 퇴직 후에도 용역사업을 독점하고 있다”고 했다. 기상청이 이종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년간 2개 학교 출신이 기상청 5급 이상 승진자 중 40%에 달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폐쇄된 조직 사회
학벌끼리 물어뜯어


기상청은 계속된 오보와 비리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SNS에서는 오탈자로 인해 지탄을 받았다. 센스폭발이라는 단어를 섹스폭발이라고 적은 것이다. 이 일로 한동안 기상청 SNS는 조롱거리가 됐었다.

현재 기상청은 청장과 차장이 외부인사로 지정될 정도로 정부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외부인사를 지정하는 점을 문제 삼는다. 개혁을 위한 것이 아닌 고위 공직자들의 관피아 낙하산을 위한 정책이라는 의견이다. 이 주장이 무색하게 지금도 기상청에선 비리가 지속되고 있다. 개혁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재필 기자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애물단지’슈퍼컴퓨터 3호기
공짜로 준다 해도 “안 받아”

지난 4일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4호기가 도입되며 지난 5일부로 슈퍼컴퓨터 3호기의 운영이 중단됐다. 기상청이 지난 2009년 500억원에 사들인 이 장비는 현역으로 충분히 사용가능해 100억원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전체 운영비가 해마다 60억원이 넘다보니 무상으로 주겠다고 해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슈퍼컴퓨터 1호기와 2호기도 인수처를 찾았지만 무상임에도 받겠다는 곳이 없어 창고신세가 된 전례가 있다.

2009년 500억에 매입
운영비 해마다 60억

최근 고등과학원(KIAS)이 슈퍼컴퓨터 3호기의 4개 시스템 중 초기시스템 한 개를 분리해서 인수하기로 했다. 기상청은 지난해 9월부터 3차례 나머지 시스템에 대한 수요조사를 벌였지만 인수처를 찾을 수 없었다. 슈퍼컴퓨터 3호기도 1,2호기의 전철을 밟게 된 것이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까지 수요조사를 벌였지만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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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