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조희팔, 끝나지 않은 이야기

살았어도 살면 안 되고 죽었어도 죽으면 안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단군 이래 최악의 사기꾼’ 조희팔의 사망 논란에 대해 “사망한 것이 맞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검찰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조씨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가 조희팔 사망 논란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조명해 봤다.

대구지방검찰청 김주원 1차장검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조희팔 사건’ 브리핑에서 “다각적인 수사 결과를 종합할 때 조희팔이 사망한 것으로 판단돼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브리핑을 끝으로 재수사 발표 이후 23개월간 이어진 조씨 관련 수사를 종결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조씨는 2011년 12월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재확인 해준 셈이다.

의혹 너무 많아
피해자 “못믿어”

검찰에 따르면 조씨 일당은 2006년 6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의료 건강보조기구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고 속여 투자자 7만여명에게서 약 5조원을 가로챘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사수신 사기 사건이다.

조씨는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해 도주한 뒤 조선족으로 신분을 세탁해 숨어 살았다. 그러다 2011년 12월18일 밤 10시쯤 중국 웨이하이의 한 호텔 객실에서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조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다음날인 19일 0시15분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장례식 동영상 위조 의혹 ▲사망증명서에 직인이 없는 점 ▲조씨를 봤다는 목격담 등 근거를 들어 조씨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씨의 유족들은 조씨가 사망한 직후 장례식을 치르면서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경찰도 동영상을 근거로 조씨가 사망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동영상을 보면 관의 덮개가 유리로 돼 있어, 조씨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방송 당시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종합편성채널 JTBC 프로그램 <독한 혀들의 전쟁-썰전>에 출연해 “(조씨가) 죽었다는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표 의원은 앞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조씨의 장례식 장면을 재연한 적이 있다. 피해자들은 촬영된 장례식 장면이 편집 등 위조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직인이 없어 진위 논란이 있는 사망증명서와 관련해서도 “사망증명서에 적힌 조영복(조씨가 중국에서 사용한 가명)이 진짜 조희팔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피해자들은 조씨의 사망증명서에 직인이 없는 것을 두고 위장 사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대 다단계 사건…중국 도주로 흐지부지
검찰 23개월 재수사 핵심 없이 대충 종결

여기에 사망 이후에도 여기저기서 조씨를 봤다는 목겸담이 쏟아지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조희팔 사건을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중국 칭다오의 한 골프장에서 조씨의 가명인 조영복이라는 이름이 2011년 이후 2013년까지 총 11번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조씨가 자주 가던 것으로 알려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단골식당에도 2015년 초까지 그가 들렀다는 종업원의 제보가 있었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의혹으로 검찰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씨 사건 피해자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이하 바실련)는 “검찰이 강태용 검거를 전후로 서둘러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들이 제기한 조씨 사망 의혹 관련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조씨 사망 직후 가족이 보관 중이던 조씨의 머리카락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가족과의 유전자 일치 여부를 분석했다. 검찰은 유전자가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서 조씨의 사망을 목격했다는 측근과 관련해서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2명 모두 진실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한 내연녀를 비롯 조씨의 장례식에 참여했던 지인들의 일관된 진술, 사망 직전 조씨를 치료한 의사의 거짓말탐지기 반응 등을 들어 조씨의 사망설에 힘을 실었다. 검찰은 중국인 의사가 사망한 환자를 보고 조희팔이라고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사망, 이번엔 진짜?
증거 없이 마무리

이어 조씨 장례식 동영상과 관련, 대검찰청 과학수사부가 감정한 결과 “편집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직인 여부 문제로 논란이 됐던 사망증명서와 관련해서는 “중국에서는 타살 혐의가 있는 경우에만 직인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조씨의 죽음이 타살이 아니기 때문에 직인이 없어도 사망증명서가 가짜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골프장 목격담, 농장 목격담 등에 대해서도 “모두 조희팔이 아니었다”며 못을 박았다.

한편 검찰은 조희팔 사건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봤을 때 피해금액 규모는 8400억원대”라고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 일당이 저지른 범죄 총매출액은 5조715억원에 달하고 이 중 투자자 수익금조로 4조8700억원을 지급해 수익금은 2900억원이다. 이어 범죄 수익금 추가 환수와 관련해서는 “범죄 수익 추적으로 720억원을 확보했고, 232억원에 대해 추징 보전 명령을 받아뒀다”고 밝혔다.

재산 분배 문제는 “피해자 수가 너무 많고 피해자들끼리 얽혀있는 것도 많아 관계가 복잡하다”면서 “민사 절차에서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검찰이 여러 근거를 들어 조씨의 사망을 확정 발표했지만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맹탕 수사’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2012년 5월 조씨가 사망했다고 발표하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사건은 2014년 7월 ‘조희팔 고철사업 투자금이 은닉자금인지 여부를 다시 조사하라’는 대구고검의 지시에 따라 다시 떠올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씨의 범죄 수익금을 숨기는 데 가담했거나 은닉 재산을 착복한 관계자 등 20여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는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5억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모 전 서기관과 9억원을 받아 기소된 대구지방경찰청 권모 전 총경 등도 포함돼 있다.

오 전 서기관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9년을 선고 받았고,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권 전 총경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피해 보상금?
턱없이 부족해

검찰의 조희팔 사건 수사는 조씨 조직의 2인자로 알려진 강태용이 중국에서 검거되면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강씨는 조씨를 제외하고 조직의 실체를 가장 많이, 잘 알고 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그랬기에 조씨의 사망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포함해 정관계 로비 의혹, 비호세력의 존재 등 그간 감춰졌던 부분이 드러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2년여간의 검찰의 재수사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강씨를 검거하고 기존 수사팀을 보강해 전담 수사팀까지 구성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대검에서 계좌 추적 전문수사관까지 지원받아 자금 흐름 추적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여기에 강씨를 검거한 이후 추가로 40여명을 기소하긴 했지만 조씨의 아들, 내연녀 등 상당수는 1차 수사 때 이미 조사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조씨의 내연녀는 조씨가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하기 전 가방 한 개를 맡긴 인물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봤으나 역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방 역시 실체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조씨 일당은 그간 도피 행각을 벌이면서 수사기관 내부 정보를 몰랐다면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대처를 보여왔다. 특히 밀항 당시에는 해경이 제보까지 받은 상태였음에도 조씨 일당을 체포하지 못하자 뒤에 비호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피어올랐다.

검찰이 조희팔 사건에 연루됐다고 파악한 전·현직 검찰·경찰 관계자는 8명이다. 피해자 수나 피해 금액에 비해 초라한 숫자다. 수사기관의 부실한 실적은 ‘꼬리자르기’ 의혹까지 더해져 수사의 신뢰도를 낮추고 있다.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는 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몇 명을 쳐내는 수준에서 사건을 급하게 마무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는 게 피해자 단체들의 시선이다.

여전한 사망 의문 생존 가능성
피해자 투자금 5조 다 어디로?
정관계 로비의혹도 이대로 묻혀


사건과 관련돼 구속된 인물의 면면을 보면, 조씨의 수족 노릇을 했던 전직 경찰도 있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조희팔 사건 특별수사팀이 검거한 임 전 경사는 2007년 6월 경찰에서 파면된 뒤 조씨 일당의 업체에서 전무직을 맡아 월 500여만원의 판공비를 받으며 사기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임 전 경사는 조씨 일당이 운영하던 업체가 경찰에 고소‧고발이 들어가면 인맥을 이용해 수사 진행상황을 파악해 대처하는 창구역할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임 전 경사는 조씨 일당에게 1억원의 뇌물을 받고 수사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던 정모 전 경사를 통해 강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강씨의 손길은 검찰에도 닿아있었다. 서울고검 김광준 전 검사는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강씨 측으로부터 2억7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7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김 전 검사는 강씨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강씨가 검거된 이후 그가 가진 로비리스트에 검경 관계자들이 떨고 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발표에서 조씨 사망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비호세력, 정관계 로비의혹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바실련 측은 지난달 29일 ‘검찰, 대국민 우롱 중단하고 특검 설치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검찰 수사 발표를 강력히 비판했다. 바실련은 성명서에서 “검찰이 성역없는 재수사를 펼치겠다고 했으면서 결국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납득할만한 결과를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명감을 갖고 어떤 외압도 없이 수사를 전개했다면 이 같은 졸속수사 발표가 가능했겠느냐”고 검찰 수사 결과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아울러 바실련은 “조희팔이 죽은 것으로 발표한 것은 조희팔에게 면죄부만 쥐어주는 꼴”이라면서 “생존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재수사 왜 했나
논란 계속될 듯

피해자 단체뿐만 아니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조씨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검찰의 발표 이후 네티즌들은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럽다” “(조희팔이) 어딘가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것” 등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 “(조희팔이) 죽은 걸로 돼야 살 사람 많을 것”이라며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 비꼬기도 했다. 사회에 넓게 퍼진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는 동안 조희팔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남자’로 계속 망령처럼 우리 곁을 떠돌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희팔 사건일지
 
▲ 2008.10 = 경찰, 조희팔 일당 수배
▲ 2008.12.09 = 조희팔 충남 태안군 마검포항에서 중국으로 밀항
▲ 2012.05.21 = 경찰 ‘조희팔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 발표
▲ 2012.09.07 = 경찰 중국에서 조희팔 일당에게 골프 접대받은 정모 경사 구속 영장
▲ 2012.11.19 = 사건 수사 무마 청탁으로 2억7000만원 받은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 구속
▲ 2012.11.26 = 경찰 중국 공안에 조희팔 생존 여부 재확인 요청
▲ 2014.12·18 = 검찰 조희팔 1200억원대 은닉재산 확인
▲ 2015.01.26 = 사건 수사 무마 등 명목으로 10억원대 돈 받은 오모 서기관 구속기소
▲ 2015.09.16 = 검찰 조희팔 불법 자금 1억원 받은 김모 전 경위 구속기소
▲ 2015.10.02 = 검찰 조희팔에게 뇌물 받은 권모 전 총경 구속기소
▲ 2015.10·10 = 조직 2인자 강태용 도피 7년 만에 중국 현지 공안에 검거
▲ 2015.10.13 = 경찰 강태용 측 뇌물 1억 받은 정모 전 경사 중국 광저우서 검거
▲ 2015.10.31 = 조희팔 조직 임원으로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전직 경찰 임모씨 구속
▲ 2015.11.25 = 검찰 범죄 수익금 은닉한 조씨 아들과 조씨 내연녀 김모씨 등 구속 기소
▲ 2015.12.16 = 강태용 국내 송환
▲ 2016.04.22 = 조희팔 조직 뒤를 봐준 명목으로 5000만원 받은 곽모 경위 구속 기소
▲ 2016.06.28 = 검찰 최종 수사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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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