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11>

‘화류계’ 에이스, ‘연예계’ 별을 품다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안녕하세요? 여긴 세원 매니지먼트라는 기획사입니다”
장 대표는 나를 보자마자 ‘전속 계약서’를 쓰라고 했다


■ 다시 일상으로
그렇게 나는 6개월간 다시는 화류계를 되돌아보지 않았다. 쓰라린 과거의 기억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고, 화류계가 아니어도 근근이 먹고 살 수 있을 듯 했다. 비록 예전처럼 ‘왕자’로 살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은영씨, 명자씨와 있었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소박한 거지의 삶도 괜찮은 듯 싶었다.
하지만 지갑에 1000원짜리 몇 장이 달랑거릴 때는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다. 하룻 밤만 나가도 수십만원씩 벌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물론 백마담에게 전화만 하면 언제든지 바로 달려오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하루에 4~5개 테이블을 보는 나름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으리라는 내 결심을 또다시 뒤바꿀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통의 삐삐가 찍혔다. 낯선 번호였다.
“안녕하세요? 김동이씨, 여긴 세원 매니지먼트라는 기획사입니다.”
모델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그간 수많은 기획사에 나의 프로필을 돌렸기 때문일까.
“저희 대표님이 좀 보자고 하시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기획사 대표가 보자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모델이나 배우로서 나에게 관심이 없다면 연락이 올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10시에 약속을 잡고 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 솔직히 가슴이 떨릴 지경이었다. 가슴속엔 희망이 넘실대고 있었고 새로운 꿈이 생겨났다.
그렇게 잠 못 드는 밤이 지난 후 다음 날 해가 밝았다. 미팅 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나는 오전 10시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부산스럽게 구두도 닦아놓고 어떤 옷을 입을지 이것 저것 꺼내보기도 했다. 다림질도 정성스럽게 했다. 매니지먼트 대표와의 만남이 나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버스에 올라탔다. 늘 타고 다니는 버스지만 오늘만큼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달라보였다.
‘이제 이 사람들이 나를 TV에서 볼 수 있겠지? 그럼 나는 가난했던 무명시절을 떠올리며 저는 늘 그 당시엔 버스를 타고 다녔어요, 라고 말할 수 있겠지?’
이미 성공한 듯 싶었다. 벌써 내 마음만큼은 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것이다.
어느덧 기획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 내부에는 유명 배우들의 대형 브로마이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드디어 사장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장 대표’라는 분은 흰색 와이셔츠에 머리를 올백으로 넘겼다. 커다란 책상 뒤에 앉은 그는 마치 우리나라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만큼은 최소한 그가 나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님이 위아래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리고 새로운 포부
그 분은 성격도 화통하신 것 같았다. 미래의 스타를 알아보는 심미안이 있어서인지 나를 보자마자 직원을 따라 가서 ‘전속 계약서’를 쓰라고 했다. 직원이 계약서에 대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듣고 있었다. 내일부터 연습에 들어간다고 했다. 대본까지 주면서 내일 4시까지 사무실로 오라는 것이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전속이 되면 전속 계약금 같은 것도 주고 그러지 않나? 내가 신인이라 나중에 주려고 하나?’
하지만 어쨌든 당시에 전속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확실하게 책임을 지고 밀어주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계약을 마치고 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여의도가 모두 내 땅으로 보였고 방송국에 들락거릴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옛날 일이 생각났다. 강원도에서 모델의 꿈을 안고 상경했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단돈 50만원을 들고 상경했던 그 시절. 보증금 20만원에 월세 8만원 짜리 강북 석관동의 달동네에 살던 그때. 연탄 100장을 사놓고 라면 5박스를 챙겨 놓으며 가슴이 뿌듯했던 그때의 고생들이 이제는 오히려 아름다운 추억으로 생각됐던 것이다. 호빠 시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 그렇게 힘든 세월을 거치면서 성공하는 거 아니겠어? 눈물 없이 어떻게 성공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엄마 생각이 간절했다. 나이든 총각이 ‘엄마’라고 부르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라는 말이 더 좋다. 아픈 다리를 이끄시며 화전밭을 일구시던 엄마. 10kg짜리 콩 한말을 시장에 가져가도 받는 돈은 1만5000원 밖에 안된다. 내가 서울에 간다고 하자 엄마는 그렇게 고생하고 힘들게 일을 해서 모은 돈 50만원을 선뜻 주셨다. 엄마가 사는 곳은 깡촌 중의 깡촌이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10여 가구가 전부인 곳이다.
엄마는 그렇게 고생스럽게 사셔도 내가 TV에 출연한다고 하면 너무도 즐거워하셨다. 물론 대부분 그저 1~2초 정도 출연할 뿐이었지만 그 시간이 엄마에게는 10분, 1시간으로 느껴지셨나보다. 강원도 산골에서 서울에 간 아들의 얼굴을 TV로 볼 수 있다니 엄마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도 많이 하시고, 대견해 하시기도 하셨다. 그런데 그럴수록 나는 오히려 더 시골에 가기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엑스트라, 대사도 없는 조연에 불과한 것을 과장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1~2초가 아니라 진짜로 스타가 될 듯 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전속계약이 됐다고 말씀드렸고 내가 가지고 있던 거창한 포부도  이야기를 했다. 이제 곧 성공해서 돈 많이 벌어 엄마를 모시고 살겠다고.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아들이 엄마를 호강하게 해드리겠다고 굳건히 약속을 드렸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것보다는 아들 하나 잘되는 게 더 중요한 듯 싶었다.
“그래, 장하네, 우리 막내. 그래도 몸 하나 아프지 않은 게 제일이야. 어디 가서라도 나쁜 짓 하지 말고 늘 겸손하게 잘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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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