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9>

은영씨의 남자…그리고 ‘스폰서’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저번에는 여자친구랑 오더니 이번에는 엄마랑 왔나봐?”
공사도, 스폰도, 은영씨의 사랑도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 배신의 연속
그 순간은 정말로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칫하면 내가 그녀에게 공사를 친다는 것을 들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보다 위여도 한참 위였다. 화류계에서는 보통 고단수가 아닌 그녀다.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도 뭔가 더 대화가 필요했는지 나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다. 그 순간 나의 잔머리는 또다시 돌아갔다. 어쩌면 나는 그런 식의 대화를 유도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순간에 여자와 대화가 시작되면 순간적으로 불 붙었던 욕망을 서서히 꺼뜨리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혼하자’에서부터 ‘동이씨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고 싶어’ 등등의 이야기를 했고 나는 계속해서 ‘나 같은 선수라도 괜찮아요?’ ‘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라는 말로 대응해 나갔다. 이렇게 계속 대화를 하자 그녀도 잠자리에 대한 생각을 잊은 듯싶었다.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저는 앞으로 명자씨를 저의 여자로 갖는 게 소원이에요. 정말로 성공을 해서 떳떳하게 명자씨와 결혼하고 싶어요. 제 꿈이 뭔지 아세요? 모델로 성공하는 거예요. 그때 되면 저도 더 이상 이런 선수 생활을 하지 않고 명자씨와의 행복한 생활을 꿈꿀 거예요.”
미래에 대한 장밋빛 꿈은 지금 당장의 잠자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녀와 나는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고, 그렇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와, 오랜만에 바람 쐬니까 정말 좋아요!”
밥을 먹기 위해 대성리로 향했다. 은영씨와 함께 갔던 그곳이었다. 사실 그곳에 가려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고, 내가 아는 곳이란 그곳밖에 없었다. 명자씨의 차는 BMW5 시리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왕자’다. 집이야 월세를 살든, 직업이야 호빠 선수든 아니든,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다. 명자씨가 내 지갑을 가져가더니 족히 50만원은 돼 보일 듯한 돈을 넣어준다.
“나도 돈 있는데…”
“그냥 가지고 있어요. 그걸로 밥이나 사줘요.”
욕정에 불타던 명자씨의 얼굴은 사라지고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여자, 명자씨로 되돌아 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은 은영씨와 함께 간 쌈밥집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설마 나에게 그런 삼류 코미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질 줄은 정말로 몰랐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느낌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음식을 가지고온 아주머니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 총각. 자주 오시네요. 쌈밥 정말 좋아하나봐요.”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설마, 설마, 나는 그 뒷말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안은 곧 현실로 닥쳐왔다. 마치 나의 예상을 미리 알고라도 있었던 듯이, 아주머니는 내 머리에서 생각하고 있던 우려스런 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고야 말았다.
“저번에는 여자친구랑 오더니 이번에는 엄마랑 왔나봐?”

■엇갈린 사랑
명자씨는 밥을 먹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다. 아니, 그녀는 밥을 먹는다기보다는 그냥 반찬과 밥을 휘젓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5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지갑을 들고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고단수인 그녀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나도 서둘러 그녀를 따라 나섰다. 차 안에서는 둘 다 아무 말도 없었다. 가시방석도 그런 가시방석이 없었다. 모텔에서 그녀에게 했던 말, 여자친구는 전혀 없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 것이다.
“저, 명자씨, 전 여기서 내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서울 시내로 들어가기에는 아직 한참 먼 거리지만, 어떻게든 그 순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명자씨도 그랬는지 아무 말 없이 차를 세우고 내리는 나를 향해 무표정하게 ‘연락할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차는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내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후회해도 소용없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세상은 공평한 것일까. 누구에게도 노력 없는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 것일까.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함께 있는 걸까? 정말이지 나는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고 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모든 것은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말았고 나는 ‘선수’로서의 나의 자질을 의심하기도 했다. 대충 다른 음식점에 가면 될 텐데, 왜 꼭 하필이면 은영씨랑 함께 갔던 그 곳에 갔단 말인가.
그러나 모든 것은 끝났다. 공사도, 스폰도, 은영씨의 사랑도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그렇게 터벅터벅 서울을 향해 걸어가는데 은영씨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나의 이 괴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여자는 은영씨밖에 없는 듯 했다. 주변의 택시를 잡고 은영씨의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연락이라도 하고 가는 게 예의가 아닌가 싶어 잠시 내려 커피숍에서 삐삐라도 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도 좀 귀찮아졌다. 낮이니까 특별한 일 아니면 집에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늘 데려다주는 곳이니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것이 은영씨의 집이었다. 같이 영화라도 보고 밥이라도 먹으려 했다. 좀 치졸하지만 명자씨가 준 50만원의 돈도 그대로 있었고 어제 밤에 받은 팁도 있었다. 하루 저녁 신나게 놀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돈이었다. 그래도 은영씨에게 가까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까 명자씨와의 일도 조금은 가볍게 생각됐다.
‘그래, 뭐 선수들에게 이런 일이 한 두 번이겠어? 선수들이 공사 치려고 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선수를 때로는 헌 신발짝 버리듯이 버리는 거 아냐? 에이, 잊자. 그냥 선수로서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해버리자!’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잠시 후면 은영씨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누군가가 내려오는지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딩동!’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서둘러 타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내렸다.
어? 근데 이게 누군가. 바로 은영씨였다. 매끈한 짧은 반바지를 입고 섹시한 몸매를 드러낸 은영씨. 내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은영씨. 그런데 그녀의 옆에서 한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은영씨의 어깨를 손으로 감싼 채. 은영씨와 나의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는 놀라는 눈치였고 나는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순간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었다.
“오빠, 잘 들어가세요!”
“그래 은영아 연락할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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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