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9>

은영씨의 남자…그리고 ‘스폰서’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저번에는 여자친구랑 오더니 이번에는 엄마랑 왔나봐?”
공사도, 스폰도, 은영씨의 사랑도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 배신의 연속
그 순간은 정말로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칫하면 내가 그녀에게 공사를 친다는 것을 들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보다 위여도 한참 위였다. 화류계에서는 보통 고단수가 아닌 그녀다.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도 뭔가 더 대화가 필요했는지 나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다. 그 순간 나의 잔머리는 또다시 돌아갔다. 어쩌면 나는 그런 식의 대화를 유도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순간에 여자와 대화가 시작되면 순간적으로 불 붙었던 욕망을 서서히 꺼뜨리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혼하자’에서부터 ‘동이씨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고 싶어’ 등등의 이야기를 했고 나는 계속해서 ‘나 같은 선수라도 괜찮아요?’ ‘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라는 말로 대응해 나갔다. 이렇게 계속 대화를 하자 그녀도 잠자리에 대한 생각을 잊은 듯싶었다.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저는 앞으로 명자씨를 저의 여자로 갖는 게 소원이에요. 정말로 성공을 해서 떳떳하게 명자씨와 결혼하고 싶어요. 제 꿈이 뭔지 아세요? 모델로 성공하는 거예요. 그때 되면 저도 더 이상 이런 선수 생활을 하지 않고 명자씨와의 행복한 생활을 꿈꿀 거예요.”
미래에 대한 장밋빛 꿈은 지금 당장의 잠자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녀와 나는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고, 그렇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와, 오랜만에 바람 쐬니까 정말 좋아요!”
밥을 먹기 위해 대성리로 향했다. 은영씨와 함께 갔던 그곳이었다. 사실 그곳에 가려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고, 내가 아는 곳이란 그곳밖에 없었다. 명자씨의 차는 BMW5 시리즈.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왕자’다. 집이야 월세를 살든, 직업이야 호빠 선수든 아니든,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다. 명자씨가 내 지갑을 가져가더니 족히 50만원은 돼 보일 듯한 돈을 넣어준다.
“나도 돈 있는데…”
“그냥 가지고 있어요. 그걸로 밥이나 사줘요.”
욕정에 불타던 명자씨의 얼굴은 사라지고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여자, 명자씨로 되돌아 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은 은영씨와 함께 간 쌈밥집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설마 나에게 그런 삼류 코미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질 줄은 정말로 몰랐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느낌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음식을 가지고온 아주머니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 총각. 자주 오시네요. 쌈밥 정말 좋아하나봐요.”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설마, 설마, 나는 그 뒷말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안은 곧 현실로 닥쳐왔다. 마치 나의 예상을 미리 알고라도 있었던 듯이, 아주머니는 내 머리에서 생각하고 있던 우려스런 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고야 말았다.
“저번에는 여자친구랑 오더니 이번에는 엄마랑 왔나봐?”

■엇갈린 사랑
명자씨는 밥을 먹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다. 아니, 그녀는 밥을 먹는다기보다는 그냥 반찬과 밥을 휘젓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5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지갑을 들고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고단수인 그녀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나도 서둘러 그녀를 따라 나섰다. 차 안에서는 둘 다 아무 말도 없었다. 가시방석도 그런 가시방석이 없었다. 모텔에서 그녀에게 했던 말, 여자친구는 전혀 없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 것이다.
“저, 명자씨, 전 여기서 내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서울 시내로 들어가기에는 아직 한참 먼 거리지만, 어떻게든 그 순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명자씨도 그랬는지 아무 말 없이 차를 세우고 내리는 나를 향해 무표정하게 ‘연락할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차는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내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후회해도 소용없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세상은 공평한 것일까. 누구에게도 노력 없는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 것일까.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함께 있는 걸까? 정말이지 나는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고 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모든 것은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말았고 나는 ‘선수’로서의 나의 자질을 의심하기도 했다. 대충 다른 음식점에 가면 될 텐데, 왜 꼭 하필이면 은영씨랑 함께 갔던 그 곳에 갔단 말인가.
그러나 모든 것은 끝났다. 공사도, 스폰도, 은영씨의 사랑도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그렇게 터벅터벅 서울을 향해 걸어가는데 은영씨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나의 이 괴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여자는 은영씨밖에 없는 듯 했다. 주변의 택시를 잡고 은영씨의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연락이라도 하고 가는 게 예의가 아닌가 싶어 잠시 내려 커피숍에서 삐삐라도 치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도 좀 귀찮아졌다. 낮이니까 특별한 일 아니면 집에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늘 데려다주는 곳이니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것이 은영씨의 집이었다. 같이 영화라도 보고 밥이라도 먹으려 했다. 좀 치졸하지만 명자씨가 준 50만원의 돈도 그대로 있었고 어제 밤에 받은 팁도 있었다. 하루 저녁 신나게 놀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돈이었다. 그래도 은영씨에게 가까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까 명자씨와의 일도 조금은 가볍게 생각됐다.
‘그래, 뭐 선수들에게 이런 일이 한 두 번이겠어? 선수들이 공사 치려고 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선수를 때로는 헌 신발짝 버리듯이 버리는 거 아냐? 에이, 잊자. 그냥 선수로서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해버리자!’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잠시 후면 은영씨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누군가가 내려오는지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딩동!’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서둘러 타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내렸다.
어? 근데 이게 누군가. 바로 은영씨였다. 매끈한 짧은 반바지를 입고 섹시한 몸매를 드러낸 은영씨. 내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은영씨. 그런데 그녀의 옆에서 한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은영씨의 어깨를 손으로 감싼 채. 은영씨와 나의 눈빛이 마주쳤다. 그녀는 놀라는 눈치였고 나는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순간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었다.
“오빠, 잘 들어가세요!”
“그래 은영아 연락할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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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