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레슬링협회 30억 미스터리

감사까지 했지만…수십억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레슬링협회가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연말결산 결과 약 30억원 가량이 비정상적으로 회계처리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자체 감사까지 벌였지만, 누구도 그럴듯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임 관계자들이 횡령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나 마찬가지인데 횡령과 내부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3월, 대한레슬링협회(이하 레슬링협회)가 연말결산에서 ‘30억원 정도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협회 고위직을 지냈던 관계자로부터 ‘대한레슬링협회 감사 소명 요구 내용’이라는 감사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레슬링협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금액은 32억4225여만원이었다.

감사보고서 보니…
문제 덮기 급급

레슬링협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레슬링협회는 대한체육회에서 지원 받는 국고보조금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0억원을 지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지난 5일 어린이날 올림픽 테니스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레슬링협회 자체 감사보고회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레슬링협회 관계자 60여명이 감사보고회에 참석했는데 하나 같이 “연휴에 무슨 감사보고회를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이날 오후 2시에 감사보고회가 시작됐다. 취재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회의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협회 관계자들은 “취재하면 안 된다”면서 제재했다. 회의장 복도에 머물며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다만 시작한지 20분도 안 돼 회의장에서 오가는 고성은 들을 수 있었다.


회의장에서 고성이 오가며 시끄러워지자 협회 관계자들은 취재기자를 건물 밖으로 쫓아냈다.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의 30억원'에 대해 묻자 협회 관계자는 “나중에 감사보고 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이라며 “일부 레슬링인들이 보고서를 조작해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수한 감사보고서가 마냥 조작됐다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레슬링협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32억원에 대해 14개 항목으로 나눠 소명을 요구했다.

첫 항목을 보면 ‘이월금 및 보급 사업비’에는 ①2013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이 5010만원에서 2014년 결산 시 전기 이월금이 5억3626만원으로 4억8615만원이 증가한 사유서 제출(누락 통장 내역과 결산서에 반영하지 않은 사유 등 구체적으로 서술) ②2014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 1억1530만원과 실제 이월금 1억4064만원으로 2억5344만원 차이 발생 사유 ③결산서 누락 보급사업비계좌에서 2011∼2015년 경비로 출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2억293만원에 대한 회계처리내역과 지출증빙 관련서류.

이 항목에서만 약 7억1443만원이 회계장부와 결산이 맞지 않다.

지난해 연말결산 결과 32억원 증발
누구도 그럴듯한 해명 내놓지 못해

네 번째 ‘대회비’ 항목은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①일부 대회 대회비 및 파견비 사용 정산내역서 작성하지 않은 사유. 2013년 9개(1억3473만원) 대회, 2014년 15개(2억5791만원), 2015년 모든 대회 전액 미작성 ②2013년 대회 결산서와 정산내역 금액 차이 ▲ 정산서 과다계산 8369만원(결산서 계상 누락 혐의) ▲ 정산서 과소계산 8240만원 ▲ 홍보섭외비 2건 770만원 ③2014년 대회 결산서와 정산내역 금액 차이 ▲정산서 과다계산 485만원 ▲정산서 과소계산 1억1708만원(결산서 과다 허위 작성 혐의) ④정산서 세부작성 집계 오류 ▲ 정산서내역서상 지출금 집계에 오류가 발견됨.
 

이 항목에서는 총 3억344만원이 회계장부와 결산이 맞지 않다.


이 문제는 지난 2월4일 김영남 레슬링협회 회장에 의해 이사회에서 보고됐다. 당시 김 회장은 ‘레슬링협회 자체감사 실시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2015년도 협회 연말결산을 준비하면서 2013년도 결산 잔액 5000만원에서 2014년도 이월금 2억5000만원이 뜨는 엄청난 오류가 드러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협회)직원 누구도 해명이 없고 이로 인한 2015년 결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2016년 총회 준비가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회계법상 있을 수 없는 큰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으로 봤다. 이 때문에 지난 2월11일 감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자체감사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올림픽 앞두고
협회 내부 발칵

그런데 레슬링협회는 이런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듯 보인다. 기자는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김 회장은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해 발표하기 조심스럽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입이 간지러워서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참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감사보고회 직전에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이사회에서 격렬한 언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보고회를 하기 전 이사회에서 먼저 결의해야 한다”는 의견과 “감사보고회를 먼저 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감사보고회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이를 막으려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감사보고회에서는 소명을 요구한 14개 항목 중 단 2개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보고회에 참석한 A 이사는 “감사보고회가 흐지부지 끝났다”고 했다. 이어 “함께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서는 파워포인트까지 준비한 것 같은데 그걸 쓰지 않고 ‘이월금 및 보급사업비’ ‘수익사업부문’(레슬링화)에 대해서만 구두 발표하고 끝났다”며 “보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된 페이퍼 한 장 나눠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 보고회를 흐지부지 끝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감사단에서 레슬링협회 관계자들을 형사고소해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고소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은 레슬링협회의 전 사무국장인 B씨와 전 전무이사 C씨, 그리고 현 경리담당 D씨다.

비정상적 회계 처리
일각에선 횡령 의혹

앞서 B씨는 지난해 1월 레슬링협회 공금횡령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B씨는 지난해 레슬링협회를 그만뒀지만 10년 동안 근무하며 협회 내에서 ‘실세 중 실세’로 불렸다. 이 때문에 공공연하게 레슬링협회의 법인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2014년 레슬링협회 자금횡령혐의로 김혜진 전 회장을 기소했을 때 B씨의 혐의까지 덮어 씌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몇몇 레슬링 관계자들은 B씨가 어떻게 집행유예에 그쳤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횡령혐의로 유죄를 받은 것에 대해 여전히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내가 왜 (감옥에) 들어갔는지 모른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B와 C가 짜고 위증했다. 모든 것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B의 횡령혐의로 나를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검찰이 B에 대한 일부 혐의를 덮어줬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서울 송파구에서 커피숍과 마사지숍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자녀와 와이프를 캐나다 유학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간에서는 ‘월급 500만원 받던 사람이 돈이 어디서 나 호사를 누리고 있느냐’라고 말할 정도다.

B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B씨는 “이번 레슬링협회 감사단을 허위사실로 고소했다”며 “집행부가 눈뜬 장님이 아니다. 내가 단 1%라도 횡령이 있다면 처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난 부분에 대해 다시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현 레슬링협회 회장도 책임을 져야한다. 지금 집행부에서 빼다 쓴 돈은 이야기 안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슬링협회는 역시 자체감사 내용을 부인하는 형국이다. 레슬링협회 관계자는 “물어봐도 답변해줄 수 없다. 이 감사가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 누굴 고소 고발할 때가 아니다.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스포츠 단체를 관리 감독하는 대한체육회는 이번 레슬링협회의 자체감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분위기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레슬링협회가 자체감사를 한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여건상 특정 스포츠 단체를 감사하기는 어렵다. 자체적으로 감사를 하니깐. 회장이 보고 받고 해명해 조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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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