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레슬링협회 30억 미스터리

감사까지 했지만…수십억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레슬링협회가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연말결산 결과 약 30억원 가량이 비정상적으로 회계처리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자체 감사까지 벌였지만, 누구도 그럴듯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임 관계자들이 횡령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나 마찬가지인데 횡령과 내부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3월, 대한레슬링협회(이하 레슬링협회)가 연말결산에서 ‘30억원 정도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협회 고위직을 지냈던 관계자로부터 ‘대한레슬링협회 감사 소명 요구 내용’이라는 감사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레슬링협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금액은 32억4225여만원이었다.

감사보고서 보니…
문제 덮기 급급

레슬링협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레슬링협회는 대한체육회에서 지원 받는 국고보조금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0억원을 지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지난 5일 어린이날 올림픽 테니스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레슬링협회 자체 감사보고회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레슬링협회 관계자 60여명이 감사보고회에 참석했는데 하나 같이 “연휴에 무슨 감사보고회를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이날 오후 2시에 감사보고회가 시작됐다. 취재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회의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협회 관계자들은 “취재하면 안 된다”면서 제재했다. 회의장 복도에 머물며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다만 시작한지 20분도 안 돼 회의장에서 오가는 고성은 들을 수 있었다.


회의장에서 고성이 오가며 시끄러워지자 협회 관계자들은 취재기자를 건물 밖으로 쫓아냈다.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의 30억원'에 대해 묻자 협회 관계자는 “나중에 감사보고 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이라며 “일부 레슬링인들이 보고서를 조작해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수한 감사보고서가 마냥 조작됐다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레슬링협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32억원에 대해 14개 항목으로 나눠 소명을 요구했다.

첫 항목을 보면 ‘이월금 및 보급 사업비’에는 ①2013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이 5010만원에서 2014년 결산 시 전기 이월금이 5억3626만원으로 4억8615만원이 증가한 사유서 제출(누락 통장 내역과 결산서에 반영하지 않은 사유 등 구체적으로 서술) ②2014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 1억1530만원과 실제 이월금 1억4064만원으로 2억5344만원 차이 발생 사유 ③결산서 누락 보급사업비계좌에서 2011∼2015년 경비로 출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2억293만원에 대한 회계처리내역과 지출증빙 관련서류.

이 항목에서만 약 7억1443만원이 회계장부와 결산이 맞지 않다.

지난해 연말결산 결과 32억원 증발
누구도 그럴듯한 해명 내놓지 못해

네 번째 ‘대회비’ 항목은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①일부 대회 대회비 및 파견비 사용 정산내역서 작성하지 않은 사유. 2013년 9개(1억3473만원) 대회, 2014년 15개(2억5791만원), 2015년 모든 대회 전액 미작성 ②2013년 대회 결산서와 정산내역 금액 차이 ▲ 정산서 과다계산 8369만원(결산서 계상 누락 혐의) ▲ 정산서 과소계산 8240만원 ▲ 홍보섭외비 2건 770만원 ③2014년 대회 결산서와 정산내역 금액 차이 ▲정산서 과다계산 485만원 ▲정산서 과소계산 1억1708만원(결산서 과다 허위 작성 혐의) ④정산서 세부작성 집계 오류 ▲ 정산서내역서상 지출금 집계에 오류가 발견됨.
 

이 항목에서는 총 3억344만원이 회계장부와 결산이 맞지 않다.


이 문제는 지난 2월4일 김영남 레슬링협회 회장에 의해 이사회에서 보고됐다. 당시 김 회장은 ‘레슬링협회 자체감사 실시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2015년도 협회 연말결산을 준비하면서 2013년도 결산 잔액 5000만원에서 2014년도 이월금 2억5000만원이 뜨는 엄청난 오류가 드러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협회)직원 누구도 해명이 없고 이로 인한 2015년 결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2016년 총회 준비가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회계법상 있을 수 없는 큰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으로 봤다. 이 때문에 지난 2월11일 감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자체감사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올림픽 앞두고
협회 내부 발칵

그런데 레슬링협회는 이런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듯 보인다. 기자는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김 회장은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해 발표하기 조심스럽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입이 간지러워서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참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감사보고회 직전에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이사회에서 격렬한 언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보고회를 하기 전 이사회에서 먼저 결의해야 한다”는 의견과 “감사보고회를 먼저 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감사보고회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이를 막으려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감사보고회에서는 소명을 요구한 14개 항목 중 단 2개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보고회에 참석한 A 이사는 “감사보고회가 흐지부지 끝났다”고 했다. 이어 “함께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서는 파워포인트까지 준비한 것 같은데 그걸 쓰지 않고 ‘이월금 및 보급사업비’ ‘수익사업부문’(레슬링화)에 대해서만 구두 발표하고 끝났다”며 “보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된 페이퍼 한 장 나눠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 보고회를 흐지부지 끝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감사단에서 레슬링협회 관계자들을 형사고소해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고소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은 레슬링협회의 전 사무국장인 B씨와 전 전무이사 C씨, 그리고 현 경리담당 D씨다.

비정상적 회계 처리
일각에선 횡령 의혹

앞서 B씨는 지난해 1월 레슬링협회 공금횡령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B씨는 지난해 레슬링협회를 그만뒀지만 10년 동안 근무하며 협회 내에서 ‘실세 중 실세’로 불렸다. 이 때문에 공공연하게 레슬링협회의 법인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2014년 레슬링협회 자금횡령혐의로 김혜진 전 회장을 기소했을 때 B씨의 혐의까지 덮어 씌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몇몇 레슬링 관계자들은 B씨가 어떻게 집행유예에 그쳤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횡령혐의로 유죄를 받은 것에 대해 여전히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내가 왜 (감옥에) 들어갔는지 모른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B와 C가 짜고 위증했다. 모든 것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B의 횡령혐의로 나를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검찰이 B에 대한 일부 혐의를 덮어줬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서울 송파구에서 커피숍과 마사지숍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자녀와 와이프를 캐나다 유학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간에서는 ‘월급 500만원 받던 사람이 돈이 어디서 나 호사를 누리고 있느냐’라고 말할 정도다.

B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B씨는 “이번 레슬링협회 감사단을 허위사실로 고소했다”며 “집행부가 눈뜬 장님이 아니다. 내가 단 1%라도 횡령이 있다면 처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난 부분에 대해 다시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현 레슬링협회 회장도 책임을 져야한다. 지금 집행부에서 빼다 쓴 돈은 이야기 안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슬링협회는 역시 자체감사 내용을 부인하는 형국이다. 레슬링협회 관계자는 “물어봐도 답변해줄 수 없다. 이 감사가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 누굴 고소 고발할 때가 아니다.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스포츠 단체를 관리 감독하는 대한체육회는 이번 레슬링협회의 자체감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분위기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레슬링협회가 자체감사를 한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여건상 특정 스포츠 단체를 감사하기는 어렵다. 자체적으로 감사를 하니깐. 회장이 보고 받고 해명해 조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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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