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투표지심사계수기' 도입 논란

선거 3개월 앞두고 '무리수' 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올해 4·13총선 개표과정부터 처음으로 도입되는 ‘투표지심사계수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선관위의 개표과정에 꾸준히 의혹을 제기해왔던 이들은 투표지심사계수기가 도입되면 개표과정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이 기계가 도입되면 사실상 참관인이 개표과정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투표지심사계수기 도입과 관련한 논란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4·13총선에서 ‘투표지심사계수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투표지심사계수기란 기존에 사용하던 계수기를 투표지 확인과 심사 용도로까지 쓸 수 있도록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기존의 계수기는 각 후보가 득표한 투표지의 숫자를 단순히 세는 기계였다.

감시 불가능

이 과정에서 투표지에 다른 후보의 표가 섞여있는 혼표나 무효표가 있는지는 여부는 개표사무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걸러냈었다. 하지만 투표지심사계수기가 사용되면 기계가 득표한 투표지의 숫자를 세면서 동시에 혼표나 무효표까지 걸러내게 된다.

당연히 개표과정은 훨씬 빨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투표지심사계수기를 사용해 개표를 하게 되면 개표 참관인이 있어도 개표과정을 감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투표지심사계수기를 도입하면서 최저 150매에서 최고 300매까지 속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투표지심사계수기 시연에 참여해 본 사람들은 분당 200매 이상의 속도로 기계를 작동시킬 경우엔 혼표와 무효표가 제대로 걸러지고 있는지 참관인이 식별해 내기 힘들다고 증언했다. 사실상 기계만 전적으로 믿고 개표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만약 기계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다수의 혼표와 무효표가 걸러지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고, 최악의 경우엔 투표지 계수 자체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말도 안 되는 트집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선관위 측은 “오히려 수작업 개표과정이 부실해 그것을 보완하고자 투표지심사계수기를 도입한 것”이라며 “사람은 개표 후반부가 되면 지쳐서 대충대충 하는 면이 있다. 투표지심사계수기는 시연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고 사람보다 훨씬 정확하다”고 말했다.
 

기계를 빠르게 작동시킬 경우 참관인의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참관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속도를 늦추겠다”며 “속도를 늦추면 얼마든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표지심사계수기 도입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선관위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한 제보자는 “지난 선거 때 참관인으로 참여했다. 현장에서 너무 빨리 개표작업이 이뤄져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항의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투표지심사계수기 속도에 대해 현장에서 문제제기를 해봤자 선관위 측에서 묵살해버리면 참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적 근거도 없는데 막무가내 도입
편리해졌는데 뭐가 문제냐고?
개표는 속도보다 정확성 중요

이 제보자는 또 “100% 완벽한 기계가 어디 있겠느냐”며 “특히 이 기계는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선관위가 갑자기 제작을 의뢰해 도입한 것이라 그 신뢰성에 더욱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투표지심사계수기 임차사업을 공개 입찰한 후 불과 3개월여만에 기기의 제작과 시연을 마치고 이번 총선 개표작업에 해당 기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해외에서는 투표지심사계수기 같은 형태의 기기를 개표에 사용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기기를 3개월 만에 새로 만들어 개표에 투입시키겠다고 하니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해당 기기를 새로 개발한지 3개월만에 얼마나 철저하게 테스트를 해봤을지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투표지심사계수기를 도입하면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업은 사업비가 수억원에 달해 공개입찰을 해야 했는데, 선관위가 공개입찰을 하기도 전에 특정업체와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등 사실상 해당업체에 납품을 약속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해당 업체에 이런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겠냐고 문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납품을 약속한 적은 전혀 없다”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공개입찰을 했지만 해당업체 외에 지원한 업체가 없어 해당업체를 선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불과 몇 달 전까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도 몰랐던 제품을 새로 만들어 바로 이번 선거 개표과정에 투입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기존의 투표지 분류기 사용과 관련해서도 법정 공방이 오가고 있는데 공청회 등 최소한의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마구잡이로 새로운 기기를 도입한다면 개표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표지심사계수기 도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기존 투표지 분류기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사용 근거가 명확하다. 반면 투표지심사계수기는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도 없지만 꼭 사용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도 없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기존 개표과정보다 편리하고 정확하게 해주는 기계인데 불법 사용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보자 측은 “편리성만 따진다면 아예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정확하다. 전자투표를 하면 개표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혹시 개표과정에서 조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닌가?”라며 “개표의 기본 원칙은 속도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과 3개월 전에 새로 개발한 기기를 막무가내로 도입한 선관위의 행태는 이러한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뢰성 하락

제보자는 또 “투표지심사계수기가 이번 선거에 새로 도입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라 걱정이다. 개표의 신뢰성 문제로 현재 대선무효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왜 또 논란이 되는 기기를 독단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수도권의 경우에는 단 수십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 기기의 도입은 개표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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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