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따라 맛따라 ①강원도 삼척시

유채꽃 벚꽃 그리고 낭만가도와 바다

4월은 ‘꽃 달’이다. 봄꽃이 전국 각지에서 앞다퉈 핀다. 주저하다 꽃도 지고 사랑도 떠나고, 결국 봄날도 간다. 어디든 떠나고 볼 일이다. 그 가운데 삼척 맹방유채꽃마을은 짧은 일정으로 다채로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다.

고성에서 삼척을 잇는 ‘낭만가도’ 구간 드라이브
바다와 유채꽃 두루 감상하는 삼척만의 매력

삼척시는 허진호 감독의 멜로 영화 〈봄날은 간다〉 〈외출〉 등으로 잘 알려진 도시다. 삼척의 ‘신흥사, 맹방해수욕장, 죽서루’ 등이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했다. 여러 가지 연유가 있겠지만 7번 국도의 낭만이 한 몫했으리라. 7번 국도라 불리는 국도 7호선은 한반도의 동쪽 해안과 나란한 명품 드라이브 길이다. 그 가운데 고성에서 삼척을 잇는 강원도 구간은 ‘낭만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미는 해안선이 긴 삼척이요, 절정은 이맘때 맹방유채꽃마을이다.

맹방유채꽃마을은 해마다 4월이면 유채꽃축제를 연다. 올해는 4월8일부터 17일까지다. 유채꽃 하면 제주도나 청산도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제 맹방도 그 반열에 들었다. 봄꽃과 바다와 낭만가도 드라이브를 고루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낭만가도는 동해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곧장 이어진다. 하지만 삼척의 해안 드라이브는 낭만가도에서 바다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게 좋다. 삼척해수욕장에서 삼척항을 잇는 4.6km 새천년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다. 바다를 끼고 비치조각공원, 소망의탑을 지나는 매력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아름다운 길
새천년해안도로


맹방유채꽃마을은 새천년해안도로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온다. 마을 이름을 보고 유채꽃부터 떠올리겠지만, 4.2km에 달하는 벚꽃 길이 먼저 상춘객을 반긴다. 곧게 뻗은 도로 양쪽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맹방 유채꽃의 예고편 정도로 여기기에 반가운 풍경이다. 7.2ha에 펼쳐진 유채 밭이 아니면 내처 벚꽃 길을 걸었을 것이다.

유채 밭은 벚꽃 길의 왼쪽 대지를 차지한다. 해수욕장 쪽으로는 맹방유채꽃마을과 솔숲이 슬그머니 바다를 가린다. 그런들 어떠랴. 그 너머가 푸른 바다라면, 벚꽃 길과 마을 사이는 유채꽃 바다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꽃이 하늘거린다. 그 물결 속으로 헤엄치듯 걸음을 뗀다. 유채 밭은 그 품을 거닐 수 있도록 여러 갈래 산책로를 뒀다. 명랑한 봄빛을 벗 삼아 걷기에 알맞다. 걷다가 멈춘 곳이 어디든 최고의 포토 존이다. 

유채꽃 산책로를 돌아본 뒤에는 마을을 가로질러 상맹방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북쪽 한재밑해수욕장에서 상맹방을 지나 남쪽의 하맹방, 맹방, 덕산해수욕장까지 모래밭이 길게 이어진다. 봄 바다의 싱그러움을 누리며 맨발로 걷는다. 한적한 분위기를 원하는 이들은 유채꽃축제가 끝나고 찾아와도 무방하다. 유채 밭은 4월30일까지 개방해, 느긋하게 꽃구경할 수 있다.맹방유채꽃마을 인근 낭만가도는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명소가 여럿이다.

삼척해양레일바이크가 대표적이다. 궁촌역과 용화역을 오가는데 두 역에서 모두 출발하며, 하차한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승차한 역으로 돌아올 수 있다. 5.4km 구간으로 곰솔 숲과 루미나리에 터널 등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레일바이크를 달리는 내내 바다가 곁을 지킨다.

용화역 남쪽 약 9km 지점에는 수로부인헌화공원이 반긴다. 지난 1일 개장한 삼척의 새로운 볼거리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헌화가〉를 주제로 조성했으며, 수로부인상과 전망대, 산책로, 쉼터 등을 갖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발아래 임원항은 물론, 시계가 좋을 때는 울릉도까지 볼 수 있다.

삼척은 하루 여행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아쉽다. 대금굴과 환선굴을 다음 날 일정 삼아 돌아보길 권한다. 두 곳 모두 모노레일을 타고 입구까지 이동한다. 대금굴은 천지연, 비룡폭포 등이 볼거리다. 마을 사람들이 ‘물굴’이라 부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오솔길을 산책하듯 거닐며 석순, 종유석, 동굴 진주 등을 관찰한다. 환선굴은 동양에서 가장 큰 석회동굴이다. 높고 넓은 동굴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시내에는 동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소망의탑, 낙조가 아름다운 죽서루, 야경이 어우러진 이사부사자공원 등이 좋다.

드넓은 유채꽃밭
봄의 정취 만끽


그 길목에서 맛보는 삼척의 별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역에 따라 물메기, 물텀벙 등으로 불리는 곰치는 천대받던 생선이다. 뱃사람들이 팔기 뭣해 묵은 김치를 넣고 끓여 먹던 곰치국이 요즘은 삼척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이 되었다. 살점이 흐물흐물해 씹기도 전에 녹아내리듯 부서진다.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시듯 뼈를 발라 먹는다. 묵은 김치와 칼칼한 국물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해장국으로 제격이다. 삼척시 정라항 근처에 곰치국으로 이름난 집이 많다. 새천년해안도로 드라이브 가는 길에 들러도 좋다.

장치 역시 곰치와 마찬가지로 생김새보다 맛으로 사랑받는다. 길이가 길어 장치라 부르는데, 햇볕과 바람에 말린 뒤 조림에 가까운 찜으로 해 먹는다. 삼척 사람들이 즐겨 먹는 지역 별미로, 말린 생선의 쫄깃한 육질이 일품이라 식사와 안주 어느 쪽이든 좋다. 시내 쪽에 잘하는 집들이 있다.

대게 또한 삼척이 자랑하는 먹거리다. 삼척은 울진과 이웃한 어장으로, 대게에 대한 자부심이 인근 울진이나 영덕 못지않다. 그럴 만하다. 미식가로 알려진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삼척 대게는 크기가 강아지만 하고 다리가 큰 대나무 줄기만 하며, 달고 맛있다”며 그 맛을 그리워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줄다리기 중 삼척기줄다리기의 ‘기’ 역시 게를 의미한다.

울진이나 영덕보다 덜 알려졌을 뿐, 어획량도 뒤지지 않는다. 곰치국과 마찬가지로 정라항 인근에 대게 거리가 있다. 시내를 벗어나서는 수로부인헌화공원과 접한 임원항에 삼척대게직판장이 위치한다. 대게는 4월이 제철의 마지막 달이다. 더 늦기 전에 슬며시 욕심을 부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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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풍경 여행 코스: 새천년해안도로→맹방유채꽃마을→수로부인헌화공원
체험 학습 코스: 맹방유채꽃마을→삼척해양레일바이크→대금굴&환선굴

1박 2일 코스
첫째 날: 맹방유채꽃마을→삼척해양레일바이크→수로부인헌화공원→이사부사자공원
둘째 날: 새천년해안도로→죽서루→대금굴&환선굴

관련 웹사이트
· 삼척시청 문화관광 http://tour.samcheok.go.kr
· 맹방유채꽃마을 www.맹방유채꽃마을.kr
· 삼척해양레일바이크 www.oceanrailbike.com

문의 전화
·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033-570-3846
· 맹방유채꽃마을 070-4118-0105
· 이사부사자공원 033-573-0561~2
· 죽서루 033-570-3670
· 삼척해양레일바이크 033-576-0656~7

대중교통(버스)
서울-삼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6회(06:30~21:35)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동해 IC→삼척 방면 우회전→동해대로 13.7km→사직삼거리 울진 방면 좌회전→동해대로 2km→한치터널→동해대로 1km→맹방해변 방면 우회전→삼척로 1km 좌회전→맹방유채꽃마을

숙박
· 문모텔: 삼척시 중앙로, 033-572-4436
· 삼척온천관광호텔: 삼척시 동해대로, 033-573-9696
· 검봉산자연휴양림: 원덕읍 임원안길, 033-574-2553, www.huyang.go.kr

식당
· 동해바다: 장치찜, 삼척시 봉황로, 033-574-0987
· 동남호대게: 대게, 삼척시 새천년도로, 033-574-4274


축제와 행사
· 맹방유채꽃축제: 4월8~17일, 근덕면 상맹방리 일대, 033-570-3372

주변 볼거리
하이원추추파크, 도계유리마을, 신리너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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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