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최대 보수단체 수장된 'DJ맨' 김경재

"대북 문제만큼은 DJ와 생각 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측근이었던 김경재 전 의원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자총은 우리나라 최대의 보수단체로 과거부터 DJ의 햇볕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DJ의 최측근이었던 그가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25일 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경재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최근까지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내는 등 핵심 친박으로 떠올랐다. 자총은 소속된 회원만 전국적으로 300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보수 관변단체다.

그런데 올해 자총 회장선거는 하필 20대총선을 코앞에 두고 치러져 더욱 치열했다. 누가 회장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당내 경선 등 선거 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경재 신임회장과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허준영 후보가 맞붙은 이번 선거에선 양 후보 간 고소와 폭로가 난무했고,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두 개로 쪼개지는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회장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허 후보의 측근이 비리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청와대 개입설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DJ의 측근이었던 그가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신임회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다음은 김 신임회장과의 일문일답.

- 늦었지만 자총 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당선소감은?
▲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자총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서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자총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자총의 위상이 설립 당시보다 많이 떨어져있다. 자총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 재선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내셨다.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께서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갑자기 자총 회장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 사실 저는 청와대 홍보특보에서 물러난 후 20대국회 비례대표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지난 1월에는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그런데 선배 한 분이 남북 상황이 엄중하니 자총의 회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매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비례대표 출마를 포기하고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청와대 개입설? 오비이락일 뿐
김기춘, 친박계 당선 못시켜 혼나긴 했다

- 일각에선 친박계가 총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자총 회장선거에 김 회장을 투입시킨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청와대 교감설도 나오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출마 권유는 없었나?
▲ 선거과정에서 청와대 교감설이 제기될 때마다 저는 ‘청와대의 낙점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한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말해왔다. 이것이 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사실 여권 일각에서 자총에 출마할 후보자를 간추려봤는데 제가 7번째 후보였다고 하더라.

5번째 후보자까지는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었는데 각자 사정이 있어 출마하지 못했고 6번째는 야당 출신의 전직 경제부총리였는데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어 탈락했다. 해당 인사는 출마가 좌절되자 상당히 서운해 했다고 하더라. 결국 그 사람들이 7번째 후보였던 나에게 찾아와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 그 사람들이라고 하면 청와대 쪽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 여권 쪽 정치기획자들이라고 해두자. 자총 회장선거에서 특정후보를 밀어주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자총 같이 큰 관변단체의 회장선거는 청와대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다.

지난 자총 회장선거에서는 이동복(친박계) 후보가 허준영(친이계) 후보에게 졌는데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말하기를 “이동복 당선 못시켰다고 VIP(대통령)에게 되게 혼났다”고 하더라. 그거 하나 당선을 못 시켰냐고.

- 한때 DJ의 측근이셨다. 자총은 DJ의 최대 업적인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있는데 거부감은 없었나?
▲ DJ의 자유, 박애, 평화, 민주화 등의 가치는 존중하지만, 햇볕정책 등 대북정책에서 만큼은 이견이 있었다. DJ와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제가 밀사로 북한에 다녀왔다. 그런데 북한에 가서보니 그들은 우리가 쌀 등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조공을 바치는 것이라고 생각 하더라. 또 우리가 지원한 물품이 제대로 쓰이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기로 했는데 북한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매번 거부했다.

그래서 돌아온 후 대통령께 햇볕정책 노선을 수정해야 된다고 진언을 드렸더니 버럭 화를 내시더라. 제가 DJ를 40년 이상 모셨다. 평소 허물없이 큰형님처럼 모셨는데 이 일에서 빠지라고 하시더라. 제 대신 들어간 사람이 박지원 의원이었다. 제가 그때 햇볕정책 수정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박 의원 대신 DJ의 수행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당시부터 저는 북한에 무조건 퍼줘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 김 회장께서 취임하심으로써 자총은 어떻게 달라지게 되나?
▲ 자총의 목표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정신을 더욱 함양시키는 데 있다. 자총의 전통적인 역할에 더욱 치중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흔들려고 하는 이른바 종북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를 공산화하려는 김정은 집단이 헛된 욕망을 버리도록 국민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국론이 단단하게 통합되어 있으면 북한도 감히 우리나라를 넘볼 수 없다. 이외에도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총의 위상·실력 강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 유공자 포상확대, 중앙조직 축소, 지역 지부·지회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총을 ‘통일운동의 선봉대’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어 다소 황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 최근 김정은이 하는 것을 보면 저런 정권이 오래 가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분명히 자멸을 향해 가고 있다. 북한에 균열이 일어나면 자유민주주의를 북한에 전파하고 사유재산제도, 시장제도 등을 전파하는 것이 자총이 할 일이다. 북한에 민주주의의 바람을 불어넣을 100만 정예요원을 기르려고 한다. 제 임기 내에 북한이 붕괴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예요원을 육성하는 것은 언젠가 갑자가 찾아올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 현재 자총이 개선해야 할 점은 없나?
▲ 자총이 한 해 100억에 가까운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활동은 별로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자총을 '그들만의 리그'라고도 하더라. 그래서 앞으로는 자총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많이 해나갈 것이다.

-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취임식까지 4월 중순 이후로 연기했다고 들었다.
▲ 선거를 앞두고 작은 오해도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 저는 자총 회장에 당선된 이후 출연 예정이었던 종편 프로그램도 모두 사양했다. 또 일부 지회장이 개인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느냐고 묻길래 선거운동을 하려면 무조건 사표를 내라고 했다. 사퇴 이후에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자총의 이름을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저는 선거운동하는 곳에는 아예 근처도 가지 않는다.

- 진보 시민단체들은 여권 후보에 대해 다소 편파적인 낙천·낙선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 우리도 절대 국회에 입성해서는 안 될 후보가 있다면 낙선운동 같은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 저는 개인적으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 경쟁상대였던 허준영 후보의 측근이 하필 자총 선거를 앞두고 압수수색을 당해 뒷말이 많았다. 허 후보 측은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허 후보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2011년 코레일 사장을 맡아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 최근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주목받던 코레일 주도의 용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비리혐의가 불거져 조사를 받고 있다.)
▲ 오비이락이라고 하필 시기가 맞아떨어져 오해 받을 수도 있겠지만 코레일 관련 수사는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허 후보가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 내가 가서 찬조연설도 해주고 그랬는데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사이가 틀어져 아쉽다.

- 지난 17대 국회 당시 자총 등 관변단체 폐지 특별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진보진영에선 자총을 비롯한 관변단체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자총은 남북이 통일되면 없어져도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종북 단체가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총과 같은 보수 이념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자료를 보니 정부 각 기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가 약 1만개 정도 있는데 그 중 80%가 좌파단체더라.
 

그들은 정부에게 돈을 받아 반정부운동을 하고 있었다. 저는 좌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좌파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종북과 연관된 좌파를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단체들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자총이 꼭 필요하다.

수년 내로 북한 붕괴될 가능성 크다
100만 정예요원 육성해 통일 대비해야

- 자총 회장은 대북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도 가능한 자리다. 박 대통령이 북한과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데 김정은 같이 극단적인 인물과 치킨게임을 벌이면 공멸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 언제까지 북한에 일방적으로 퍼주는 외교를 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관계를 청산하고 극복해야 한다. 북한을 가봐서 알지만 그런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

- 최근 한미연합훈련이 예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구체적이다. 박 대통령은 정말 전쟁까지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인가?
▲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일종의 쇼로만 생각했다. 우리가 일전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북한을 압박해야만 진정한 대화의 길이 열린다. 대통령도 전쟁으로 북한문제를 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 도발을 하는데 우린 평화 메시지만 전달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중국도 우리가 단호하게 대응하니까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닌가?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 매우 엄중한 시기에 자총 회장을 맡게 됐다. 북한은 수년 내에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북한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 국론을 모으기 위해 자총이 앞장 서 노력하겠다. 


<mi737@ilyosisa.co.kr>

 

[김경재 회장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특보
▲제15∼16대 국회의원
▲제18대 대통령인수위 국민대통합 수석부위원장
▲청와대 홍보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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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