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미도파’ 건물 파열음 내막

‘관리인’ 완장 차고 무소불위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대문에 있는 한 건물의 관리단장이 불투명한 관리비 운영과 구분소유자들에 대한 폭언이 심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노인들로 이뤄진 구분소유자들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 관리단 측은 이전 관리단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관리비 사용 내역서를 꺼내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각 점포마다 개별적으로 소유권 등기를 하는 이른바 ‘집합건물’의 관리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서울 동대문의 ‘한솔 동의보감’ 상가에서도 관리비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구분소유자와 관리단장 간 소송 및 고발전으로 치닫고 있다.

소송 및 고발전
갈 데까지 갔다

관리비 비리 의혹이 불거진 서울 동대문의 한솔 동의보감은 관리단장의 공금횡령, 구분소유자들에 대한 폭언 등의 의혹으로 구분소유자와 관리단장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상가는 총 400명 이상의 구분소유자가 있는 집합건물이다.

건물 구분소유자 중 한 명인 최모씨는 관리단장의 관리비 횡령, 구분소유주들에 대한 폭언이 극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 백명의 상가 소유자 입장이 저마다 다르고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문제점에 마음이 맞는 구분소유자들이 모여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다.

최씨 측이 주장한 관리단장의 횡포는 이렇다.


최초 관리단장을 뽑을 때 공약했던 월급 100만원이 쥐도새도 모르게 300만원으로 바뀐 것, 구분소유자의 점포를 마음대로 임대를 내주고 임대료를 가로챈 것, 정릉청복개주차장의 임대기간을 관리단장의 마음대로 연기해 부당이익을 챙긴 점, 노인들로 이뤄진 구분소유자들에 대한 폭언과 욕설 등이 관리단장 김모씨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 상가의 주차장은 동대문구의 소유로 한솔 동의보감 건물이 20년간 임대해 쓰고 있었다. 지난해 반납해야 했지만 관리단장 김씨는 상의도 없이 동대문구청에 8년 연장신청을 했다고 구분소유자들은 주장했다. 주차장의 한달 임대료는 1900여만원인데 비해 주차장에서 벌어들이는 실제 수입은 200만원에 그쳤다.

동대문 빌딩 관리단장 횡포 고발
“툭하면 폭언 욕설” 입주민들 주장

그렇다면 17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충당해야 하는데, 구분소유자들은 이에 대해 택배회사와의 결탁으로 인한 부당수입 의혹을 제기했다. 택배회사로부터 60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추측. 나머지 4300여만원은 증발해 버린 ‘눈먼 돈’이라고 주장했다.

불투명한 관리비 운영에 대해도 말을 꺼낸 최씨는 “현재 구분소유자들에 대한 관리비가 중구난방”이라며 “자신에게 협조적인 구분소유자들에게는 비교적 낮은 관리비를 청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관리비를 높게 부른다”고 말했다.

또한 점포에 대한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단이 마음대로 임대를 주고 임대비를 챙겨간다고 했다. 주인임에도 점포에 대한 조금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리단 측은 전혀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관리단장 김씨는 “10년간 관리비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모함일 뿐”이라고 말했다. 관리단 측은 불투명한 관리비 집행 논란에 대해 모든 서류를 작성해 놨다고 주장하며 관련 서류를 증거로 내밀었다.


너무 다른 주장
과연 진실은?

또 그는 “50%의 점포가 비어있는 상태로 10년이 방치돼있던 건물의 관리단장으로 취임해 밀린 관리비를 50% 탕감해 주기도 하고 입점한 곳과 입점하지 않은 곳의 관리비 차등부과를 시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관리단 차원에서 빚을 갚기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월급을 줄이면서 충당해 나갔다”고 주장했다.

관리비 운영 문제에 대해서도 떳떳하다는 관리단은 외부회계감사를 통해 1년 동안 쓴 돈의 사용내역 등을 검토하고 서류로도 충분히 보관해 놓았다고 말했다. 내역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최씨의 주장에는 10년 동안 관리비를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리비 사용 내역을 공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주차장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20년 임대 후 반납할 당시 동대문구 측은 복구비용으로 29억원을 요구했다. 터무니 없는 금액에 김씨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복구할 테니 시간을 더 달라고 시위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얻어낸 게 8년이었다는 것.

택배회사와의 관계에 대해서 김씨는 “권익위원회에 질의서를 내고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통보 받아 주차장의 적자를 메꿀 수 있는 택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구분소유주의 동의없이 임대를 주고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에 대해 김씨는 “상가 자체에서 ATM기계 설치로 인한 수익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미납된 관리비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임대수익을 통해 미납된 관리비를 충당하고 있고 부당한 이익을 챙긴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상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불투명한 관리비 운용과 과다한 관리비 등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지지만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집합건물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 적용되지만 관리비를 산정하거나 관리하는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관리인은 매년 1회 일정한 시기에 구분소유자에게 그 사무에 대해 보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제제할 법적 조치가 마땅치 않은 데다 회계 감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리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분쟁을 심의 조정하는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라고 나와 있지만 이 역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조정안에 그치기 때문에 피신청인이 조정에 불응하거나 합의안 수용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도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과다청구 의혹
“그런 일 없다”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 ‘집합주택’이란 한 채의 건물 안에 각각 독립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된 주택이 여러 개 모인 것을 뜻한다.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등 ‘공동주택’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주거용이 아니어서 주택법이 아니라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집합건물법상에도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해 관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게다가 사적자치의 영역이란 이유로 공적인 감독과 개입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관리비 운용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2012년 12월에는 현행법을 개정해 지역별로 ‘표준규약’을 제정하도록 하는 등 집합건물 관리에 대한 제도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관리규약 자체가 법적효력이 없는 ‘참고용’이기 때문.

주택법 제59조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조항에는 공동주택 단지내 분쟁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해당 지자체장은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장 등에게 업무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 제출이나 그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 집합건물법에는 이 조항이 빠져 있어 지자체가 관여할 수 없다. 결국 지자체가 집합건물의 관리비 관련 관리감독 권한을 갖도록 법령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관리비 과잉징수·횡령 의혹
관리단장 “미납자들의 모함”

서울시 관계자는 “집합건물 관리비와 관련한 분쟁조정 신청이 많이 접수돼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을 하고는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세입자들이 민원을 제기한다고 해도 시나 구청 같은 행정기관이 회계장부 등을 강제로 조사할 권한이 없다”면서 “게다가 분쟁조정이 들어와 조정의견을 내도 신청인이나 피신청인 어느 한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집합건물과 관련한 관리인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간간이 법적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표준규약과 마찬가지로 2012년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법령이 마련됐지만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조정위원회가 입주민으로부터 조정신청을 받아도 관리단이 응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분쟁조정을 강제할 수 없어서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2013년부터 변호사, 회계사, 주택관리사 등으로 구성된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분쟁 처리 건수는 전무하다. 여러 지자체 위원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도도 2014년 분쟁조정위원회가 만들어져 4건이 접수됐는데 당사자가 불응하거나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불개시 통보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법적효력이 없는 ‘분쟁조정위원회’보다 좀더 강제력을 갖는 중재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분쟁조정을 당하는 사람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거부의사를 보이면 위원회 상정조차 안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지자체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집합건물의 행정개입이나 관리비 공개의무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집합건물법 허술
분쟁위원회 엉성

개인 간의 협의, 관리인의 선의에만 맡기기엔 분쟁과 갈등이 너무 많은 만큼 주먹구구, 막무가내식 관리비에 대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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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