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침대 회장님의 두 얼굴

내가 하면 실수 남이 하면 불법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별이 5개!’ 다소 촌스런 광고로 국민들에게 익숙한 장수돌침대를 둘러싸고 시끄럽다. 그동안 숨겨왔던 두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서다.

 

‘진짜 장수돌침대는 별이 5개!’

장수돌침대가 화제다. 또 다른 유형의 갑질 때문. 며칠 사이 기사가 쏟아질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재계 호사가들은 물 만난 모양새. ‘회장님’ 얘기로 떠들썩하다.

신화와 비화

“집사람이 산후조리를 잘못해서 뼈가 약해졌어요. 날마다 누워 있다시피 했죠. 그러던 어느 날 돌찜질기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아내의 몸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최창환 장수산업 회장은 그날 이후 연구를 시작했고, 그렇게 나온 것이 지금의 장수돌침대다. 1992년 회사를 세운 최 회장은 연간 25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건강침대시장를 ‘접수’했다. 장수산업은 2014년 기준 3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5억원, 순이익은 19억원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장수돌침대의 시작은 한 남자의 아내 사랑에서 비롯됐다”며 “아내를, 그리고 가족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돌침대, 그 진한 가족사랑의 온도를 그대로 소비자에게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던 최 회장이 요즘 진땀을 흘리고 있다. 숨겨왔던 두 얼굴이 드러나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처럼 성공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입방아에 올랐다.

돌침대 신화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짝퉁과의 전쟁’이다. 최 회장은 ‘장수’ 명성에 편승하려는 비슷한 브랜드가 난립하자 유사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보고 ‘찍어내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먼저 특허, 실용신안, 상표 등 지적재산권(300여개 보유)을 강화했다. 동시에 2005년부터 운영한 법무팀을 동원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 지금까지 상표권 침해 고발건수는 300여건이 넘는다. 등록무효, 손해배상 등 현재 진행 중인 소송만 10여건에 이른다.

그 결과 이미 두 차례나 등록상표와 비슷하게 표기해 판매한 것은 상표법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유사 브랜드들이 장수돌침대의 높은 인지도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란 판단이다. 장수산업은 2013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장수돌침대 상표권 및 상호 사용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지난달에도 장수돌침대 상표·상호를 무단으로 사용해온 업체와 대표를 처벌했다.
 

그래도 아직 멀었다는 게 장수산업의 반응. 회사 측은 유사제품을 판매해온 업체와 대리점 수백 곳을 정리했는데, 지금도 시중에 100개 이상의 ‘도둑 점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 회장은 틈날 때마다 언론에 “짝퉁 때문에 못살겠다”고 토로한다.

사실 ‘짝퉁과의 전쟁’만큼 장수돌침대가 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TV CF다.


유사품 엄중…광고 논란엔 ‘뭉그적’
성공 과정서 이중적인 잣대 입방아

최 회장이 직접 출연해 다소 촌스런 콘티로 어색하게 연기한 게 오히려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됐다. 빠르면 3개월마다 바뀌는 최신 광고와 달리 20년 가까이 똑같은 장면을 내보내 각인효과가 컸다.

최 회장의 또 다른 얼굴은 얼마 전 CF 비화가 밝혀지면서 드러났다. 당장 ‘내가 하면 실수, 남이 하면 불법’이란 비판이 나올만하다. 장수돌침대 광고에 출연했던 한 모델의 사연이 도화선이 됐다.

장수산업은 모델료로 구설에 올랐다. 1999년 장수돌침대 첫 TV 광고 여성모델인 최모씨에게 촬영 당시 25만원을 지급한 후 추가 모델료 없이 해당 광고를 계속 내보낸 게 문제가 됐다. 무려 17년 동안이다. 행사장 내레이터 모델로 활동하던 최씨가 찍은 광고는 지금까지 지상파와 케이블 등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장수산업으로선 손 안대고 코푼 격이다.

최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17년 전 급하게 방송 광고를 만들었는데 당시 광고모델과 종신계약을 맺고 30분 만에 찍었다”고 밝혔다. 이를 본 최씨는 지난 1월 장수산업에 계약내용증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논란이 불거지자 최 회장은 “최씨를 만나 작은 보상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뜻을 뒤늦게 밝혔지만, 세간의 따가운 시선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장수돌침대 광고와 관련해 모델료 논란에 이어 문구 저작권 시비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카피라이터 황모씨는 최근 ‘별이 5개’ 광고문구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 근거로 저작권등록증을 제시했다. 장수산업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별이 5개’문구는 최 회장이 만든 것”이라고 발끈했다. 나아가 황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피해를 입었다며 엄중히 법적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장수산업은 업계에서 고소·고발 잘하기로 유명하다”며 “남들한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사의 실수는 그냥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 시비…

‘정도’만 걸어온 것으로 알려졌던 최 회장. 여기까지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구설에 오르는 통에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까딱 잘못했다간 20여년 공든탑이 무너질 판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설’ 장수돌침대 실적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장수돌침대의 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흙침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한 언론에 따르면 장수돌침대는 지난해 흙침대 판매량이 전년대비 약 17배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장수돌침대는 지난해 6월 ‘장수흙침대’를 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충주 수안보에 천연 흙침대를 생산하는 장수바이오믹스 공장을 설립했다. 회사 측은 “2014년 6월 장수흙침대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나온 호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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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