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감동의 '강철나비' 은수미

애끓는 호소 외로운 투쟁 ‘먹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야당이 테러방지법 의결 지연을 위한 릴레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서 갖가지 기록이 쏟아졌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10시간18분 동안 밤샘연설을 하며, 한국 최장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달성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테러방지법이) 그런 것을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이라고 누차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당 돌아가면서
방해 공작 시도

‘강철나비’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이같이 말하고 장장 10시간에 걸친 연설을 끝으로 단상을 내려왔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52년 만의 필리버스터가 야당 의원들의 발언으로 하루 종일 이어졌다. 새벽 0시39분 첫 번째 주자로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끝으로 5시간 33분의 발언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왔다. 두 번째 주자로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새벽 2시29분까지 1시간 49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문 의원은 “직권상정에 이르게 된 것은 거대 여야 양당이 싸움만 하는 게 큰 원인”이라며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이들 모두 전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과 직권상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이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을 용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여당은 북한과 IS의 위협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조속한 법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이 실행되면 사실상 국정원을 제어할 수 없으며 인터넷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새벽 2시30분께 발언을 시작한 은 의원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에서 했던 ‘내가 여기 서 있는 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를) 체포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우리가 여기 서 있는 한 테러방지법은 통과하지 못한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은 의원은 발언 내내 다리와 허리를 굽히는 등 스트레칭을 이어가면서도 10시간18분 동안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1969년 8월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행한 10시간 15분의 필리버스터 발언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은 의원은 토론에서 테러방지법안 내용과 관련 기사 등 자료를 제시하며 국정원 권한의 과도한 확대와 통제장치 부재에 따른 국민인권 침해 등을 우려했다. 또 테러방지법안 세부 조항을 지적하며 독소조항의 삭제 또는 변경을 촉구했다.

필리버스터 10시간18분 대기록 세워
국내 최장시간…여의도 ‘강철나비’

새 벽 2시30분께 발언을 시작한 은 의원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에서 했던 ‘내가 여기 서 있는 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를) 체포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인용해 "우리가 여기 서 있는 한 테러방지법은 통과하지 못한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테러방지법엔 테러 방지가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거꾸로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테러용의자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처럼, 사이버댓글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테러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 모두를 테러용의자로 만들 수 있는 일종의 테러 생성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반드시 보호해야한다”면서 “문제는 그 칼끝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국민에게로 향해 있단 우려, 주인의 자리에 국민 대신 국정원을 앉힌다는 우려”라며 직권상정을 반대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말미에 물을 마시며 “제가 좀 지쳤나봐요”라며 피로한 기색을 내비쳤다.

은 의원은 마지막 12분 “두렵지만 나서는 것이 참된 용기”라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발언을 소개하다 왈칵 눈물을 쏟으면서 연설을 잠시 멈췄다. 또 그는 “저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 감정을 추스른 뒤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은 의원은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는다. 이 법(테러방지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을 당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제발 정부·여당은 좀 찾자”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제발 피를 토한다든가, 목덜미를 문다든가, 이런 날선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하고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야3당 의원들
밤샘 연설 중

이날 토론을 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은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기도 했다. 오전 6시25분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의제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항의했다. 국회의장은 은 의원에게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은 간략히 발언하라며 주의를 주었고, 잠시간 양 측간에 서로를 비난하거나 항의하는 소란이 있었다. 오전 11시25분 경에는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 중인 은수미 의원에게 의제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며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를 쳐 장내가 혼란하게 했다.

오전 11시30분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테러방지법과 관련없는 발언을 한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은 의원의 “대한민국 정부가 테러방지법엔 신경을 쓰면서 국민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테러방지법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본회의장 통로까지 걸어 나와 은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따졌고, 은 의원은 “김 의원 혼자 의제 상관 여부를 판단하느냐, 왜 삿대질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말 같은 얘기를 해야 듣고 앉아 있지. 이렇게 해도 공천 못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은 의원은 “김 의원은 공천에 따라서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라면서 “이건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사과할 일 없다”고 거부했다.

국정원 정보수집
조항 삭제 주장

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전날에도 하루종일 지역구를 동다 늦은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바로 발언 자료를 준비하느라 저녁도 거른 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 의원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달아놓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500여개의 댓글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 300여쪽에 이르는 A4 종이 뭉치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성남 중원에 도전장을 낸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전날에도 하루종일 지역구를 동다 늦은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바로 발언 자료를 준비하느라 저녁도 거른 채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 의원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달아놓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500여개의 댓글과 관련 자료들을 찾아 300여쪽에 이르는 A4 종이 뭉치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10시간 넘게 발언 한 은 의원에 대한 응원과 후원도 쏟아졌다. 지난 2월25일 블로그를 통해 지지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은 의원은 “오늘 아침 통장정리를 하러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테이블 위에 입출금식 통장 8개를 늘어놓고 찍은 사진이었다.

은 의원은 “1만∼2만원씩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한 개의 은행에서 정리된 통장만 8개”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보내주신 소중한 응원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곧 공천심사가 시작된다. 성남 중원에 지인이 있다면 지지 부탁드린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뛰겠다. 진짜 정치 제대로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테러방지법 조목조목 지적
인권침해 설명 땐 눈물 삼켜

은 의원은 1963년 12월6일 서울 출생이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정치에 입문한 초선 의원이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내의 노동분야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학교에서 가난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982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하여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후, 구로공단 봉제공장에 미싱사 보조로 취업해 1년 반 가량 현장활동을 했다.

1992년 초 당시 정부가 반국가 단체로 규정했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활동을 했다. 당시 남한사회주의노동자 동맹 사건의 핵심인물로 분류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강릉교도소에서 복역했다. 1997년 출소한 후 대학으로 돌아가 노동 문제로 정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2005년 ‘한국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유형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여 여야를 막론하고 노동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노동분야 전문가
학생운동해 복역

2012년 6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발족하고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비정규직 등 노동문제 관련하여 자문직을 역임하여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정책자문위원, 2011년에는 박원순 시장 희망서울 정책자문, 2012년 청년유니온 자문 활동을 했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영입,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min1330@ilyosisa.co.kr>

 

[필리버스터는?]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영국 의회에서는 프리부스터(freebooster)라고 한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의 ‘해적 사략선’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장시간 연설, 규칙발언 연발, 의사진행 또는 신상발언 남발, 요식 및 형식적 절차의 철저한 이행,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 거부, 총퇴장 등의 방법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폐단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의원의 발언시간을 제한하거나 토론종결제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 현재까지 필리버스터의 최장 기록은 1957년 미 의회에 상정된 민권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24시간 8분 동안 연설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를 가장 처음한 것은 1964년 당시 의원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야당 초선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료 의원인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19분 동안 발언해 결국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국회의원의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는 국회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가 2012년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면서 부활했다.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제106조2’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일단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토론을 할 수 있고,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에 찬성할 경우에도 무제한 토론이 마무리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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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