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특집 1> 대한민국 명문 정치가문 대해부

한국정치사에 ‘가문의 영광’ 써라!


대한민국 ‘정치가문’이 뜨고 있다. 우리나라 60여 년 헌정사에서도 대대로 국회의원, 장관 등을 배출해 낸 ‘정치 명가’를 꼽기란 매우 힘들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3대째 국회의원’이 나오는 등 그동안 쌓은 내공이 ‘가문’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속속 눈에 띈다.

대통령, 법무장관, 상원의원 등을 배출한 미국의 유명한 정치명가 케네디가처럼 우리나라에도 대를 이어 정치를 하는 정치가문이 하나둘 새롭게 생겨나거나 그 역사를 더하고 있는 것. 아직 ‘정치 명가’라는 이름에 부족하지만 대를 이어 금배지를 단 이들의 활약은 ‘명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적 기반·인맥·정치력 대물림 ‘밀어주고 끌어주고’
정치인들의 가문, 대 이어가며 ‘정치명가’ 내공 쌓아


최근 세계 정치 명문가들이 연이은 집권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며 ‘모자 대통령’ 기록을 세웠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에 이어 대선에 출마, 세계 최초의 ‘직선 부부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정치 DNA
핏줄타고 내리유전

미국에서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41대 대통령을 지낸 데 이어 아들인 조지 W 부시가 43대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는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낸 둘째 아들 젭 부시에 대해서도 “둘째 아들도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서 “언젠가 그가 대통령이 되는 걸 보고 싶다”고 해 ‘3부자 대통령’의 꿈을 내비쳤다. 또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미 사상 첫 ‘부부 대통령’ 도전도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같은 대를 이은 집권에 대한 의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효하다. 전직 대통령들의 자녀들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까닭이다. 정치인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얻었던 전직 대통령들의 ‘정치가문’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1998년 한보 비리 관련 조세포탈 혐의, 2004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두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28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에 임명되며 여의도 정가로 복귀했다. 현철씨는 “마포대교를 건너면서 10년이라는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왜 이렇게 여러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다”면서 “YS의 아들이 아니라 김현철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안도 정치를 가업으로 삼고 있다.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계속해서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표는 대표적인 2세 정치인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4선 의원인 박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장녀로 부모님의 이름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녀야 했다. 

그러나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뚫고 박풍을 일으키며 ‘꼬리표’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후 한나라당 대표로 추락한 당 지지도를 50%대로 끌어올리고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하며 ‘박근혜’라는 이름을 세웠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치열한 승부를 벌였으며, 현재 여야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형제’가 정치인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그의 중요한 정치적 후원자다. 서울대 상대를 나와 코오롱에 입사, 후일 이 회사의 사장이 된 이 의원은 정치 입문도 이 대통령보다 빨랐다. 6선 의원이라는 정치적 기반을 가진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1992년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발로 뛰며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돼 주었다.

‘미스터 쓴소리’로 더 잘 알려진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유서 깊은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현역 최다선(7선)인 조 의원은 우익 독립운동가이자 3, 4대 국회의원, 1960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유석(維石) 조병옥 선생의 3남2녀 중 막내다. 그는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고향은 충남 천안시 병천면으로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가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벌였던 곳이다.

3·1운동 때 유관순 열사와 함께 아우네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조인원씨가 그의 조부이며 6선(5·6·7·8·13·14대) 의원이었던 고 조윤형 전 국회부의장을 형으로 두고 있다. 조 의원은 1981년 정치규제에 묶인 형 조 전 부의장을 대신해 출마하면서 정계에 입문했으며 14대 때는 형제가 나란히 등원하기도 했다. 

유서깊은 정치가문
대 이어 ‘기반’ 물려줘

3대를 잇는 정치가문으로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의 집안도 빼 놓을 수 없다. 부친인 정일형 전 외무부 장관에서 정 고문, 아들인 정호준 민주당 서울 중구 지역위원장으로 이어지는 3대 정치를 하고 있는 것. 신민당 부총재와 대표권한 대행을 지낸 정 전 장관은 1950년 서울 중구에서 당선된 뒤 내리 8선을 했으며 정 고문이 지역구를 이어받아 5선을 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정계에 발을 내딛은 정 위원장은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승계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이후 18대 총선에는 지역구를 정범구 전 의원에게 양보하고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나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현재 민주당 서울 중구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19대 총선을 노리고 있다. 이 외에도 대를 이어 정치를 가업으로 삼고 있는 집안이 상당하다.

남경필 의원은 남평우 전 의원(14·15대)이 임기 중 별세하자 부친의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내리 4선을 해 당 내 중진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진석 의원의 부친은 내무부 장관을 지낸 정석모 전 의원(6선)이며, 친박계 ‘책사’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은 13,14대 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차남이다. 김태환 의원의 부친은 고 김동석 전 의원(4대), 형은 작고한 허주(虛舟)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5선)다.
 
김 의원은 형의 지역구인 경북 구미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유일호 의원은 민한당 총재를 지낸 고 유치송 전 의원(5선)의 장남이며 장제원 의원은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11·12대)의 차남, 이종구 의원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중재 전 의원(6선)의 아들이다. 18대 국회 지역구 최연소 의원인 김세연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됐다.

대통령의 자녀들 활발한 정치행보, 대권까지 겨냥
정치가문 사람들, 부자·부녀 대통령 진기록 세울까?

젊은 사업가로 별다른 정치 이력은 없었지만 부산 금정구에서 5선(11·13·14·15·16대)을 지낸 부친 고 김진재 전 의원과 장인 한승수(13·15·16대) 전 국무총리의 ‘정치력’을 물려받았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선친 고 김상영(8·9대) 전 의원의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14대 의원이자 대선후보로 나섰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이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내리 6선을 한 중진 의원으로 부친보다 먼저 정치에 입문했다. 지난 대선에서 오랜 무소속 생활을 접고 한나라당에 입당, 최고위원에 선출되고 당대표직을 맡으며 당내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을동 의원의 부친은 3,6대 의원을 지낸 김두한 전 의원이다.
 
정우택 전 충북지사도 작고한 부친 정운갑 전 의원(5선)을 이어 정계로 들어선 2세 정치인이다. 정 전 지사의 부친인 정 전 의원은 농림부장관과 5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이 때문에 정 전 지사는 “정치는 고향처럼 친숙한 세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형제 정치인’들도 눈에 띈다. 김효재 의원은 15대 의원을 지낸 김의재 전 의원의 동생이다. 며느리가 ‘정치가문’을 잇기도 했다.

정치 가풍은 유전
‘이름값’은 제 할 나름

 
이혜훈 의원은 시아버지 고 김태호 전 의원에게서 정치를 배웠으며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정치인들이 대를 이어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가풍이 유전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정치력이나 정치적 감각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를 이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해도 ‘명가’라는 이름은 함부로 붙지 않는다. 위로부터 이어져 온 가풍과 튼튼한 인맥이 정치적 자산이 되고 ‘존경’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야 ‘명가’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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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