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배짱상속 전말

아무 눈치 안 보고 금수저 대물림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사조그룹의 배짱상속이 도마에 올랐다. 회장 장남이 왕좌에 다다랐는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 편법을 썼다는 의혹이 짙다. ‘배째라’식의 사조 후계작업을 도려냈다.

사조그룹에 3세 시대가 열렸다. 주인공은 주진우 회장의 장남 주지홍 상무. 주 상무는 지난 6일 그룹 식품총괄본부장에서 사조해표 상무이사로 승진했다.

애지중지 회사 키워

올해 39세(1977년생)인 주 상무는 연세대 사회학과와 미국 미시건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업체 베어링포인트에 재직하다 2006년 사조인터내셔날에 입사했다. 이후 사조해표 기획실장, 경영지원본부장, 식품총괄본부장 등을 지냈다. 기존 사조산업 기획팀에서 전담했던 M&A 등 그룹의 미래 신성장 사업을 맡아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에 들어갔다.

주 회장은 이미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해 경영승계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지난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 지분을 주 상무 쪽에 몰아준 것. 방법은 이랬다. 주 상무의 사조산업 지분은 3.87%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주 회장은 직접증여 대신 간접증여를 택했다. 계열사간 지분 정리를 통해 주 상무가 최대주주(39.72%)인 사조시스템즈를 지배구조 정점에 올려놨다.

사조시스템즈는 주 회장이 지난해 8월 사조산업 주식 50만주(약 330억원)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 12월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해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사조산업 지분 18.75%를 보유한 2대주주(주 회장 19.94%)로 등극했다. 그 밑으론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제가 구축됐다. 주 상무가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사조그룹 경영권을 확보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의 후계작업은 거의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제 주 회장의 최종 사인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문제는 주 상무의 승계 발판인 사조시스템즈의 ‘과거’다. 지워지지 않는 내부거래 흔적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 덕분에 사조시스템즈가 지주사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결국 주 상무의 승계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내부거래 자회사를 대부분 정리한 다른 기업들과 달리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건물 관리와 경비업, 전산업무업 등의 용역사업을 하는 사조시스템즈는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대표적인 회사다.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사조시스템즈는 합병 전인 2014년 매출 126억원 중 71억원(56.5%)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황태자 승진…승계 발판도 마련
일감 몰아주기로 지주사 만들어
전형적인 편법…변칙 증여 완성

그전엔 더 심했다. 2013년 특수관계사들이 사조시스템즈에 밀어준 매출 비중은 92%에 달했다. 총매출 76억원에서 70억원이나 됐다. 2012년에도 매출 70억원에서 64억원이 계열사에서 나와 내부거래율 91%를 기록했다.

사조시스템즈에 합병된 사조인터내셔널도 사정은 마찬가지. 2014년 매출 192억원 가운데 189억원(9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사조 계열사들은 ▲2010년 48%(매출 487억원-내부거래 234억원) ▲2011년 52%(543억원-283억원) ▲2012년 61%(507억원-307억원) ▲2013년 76%(370억원-280억원)의 일감을 사조인터내셔널에 몰아줬다.
 

사조인터내셔널은 고등어, 오징어, 청어 등 수산물 도매업체였다. 선박용 비품 및 농수축산물 도매업 등도 했다. 두 회사는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였다. 2014년 말 기준 사조시스템즈는 주 상무가 51%, 주 회장이 11%의 지분을 소유했다. 사조인터내셔널도 주 상무 47.28%, 주 회장 20.35% 등 개인 지분이 70%에 달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지주사로 올리는 전형적인 편법상속”이라며 “정부가 칼을 빼 들었지만, 사조 일가는 오너곳간 채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변칙적인 승계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주 회장에겐 승계 작업이 다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두 아들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사조그룹에 따르면 주 회장의 차남 제홍씨는 2014년 7월 판로개척을 목적으로 출장을 떠나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한 호텔 9층 객실에 투숙했다.

그는 이날 오전 12시께(현지시간) 호텔 식당에서 출장 동료, 현지 지사 직원 등과 식사 이후 객실로 들어간 뒤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제홍씨가 객실 창문을 여는 과정에서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추락한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주 회장은 부인 윤성애씨와 사이에 두 아들(지홍-제홍)을 뒀다. 변을 당한 제홍씨는 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평소 남자답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주 회장의 애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해병대 출신으로 수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정확한 입사 시기는 확인되지 않지만 회사 일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사망 전까지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아들 입속에 ‘탈탈’

주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제홍씨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아들을 가슴에 묻은 주 회장의 마음고생은 말로 헤아릴 수 없었다. 한동안 아들 얘기만 나오면 눈물부터 흘렸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아들이 한 명 뿐인 주 회장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그래서 더 마음이 급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진우 회장은?

고 주인용 사조그룹 창업주의 2남3녀 중 장남인 주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1978년 부친이 갑자기 뇌내출혈로 타계하면서 가업을 승계하게 됐다.

그의 나이 29세 때였다. 급거 귀국한 주 회장은 직원 6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수산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4년 사조해표(구 신동방)와 2006년 사조대림(구 대림수산), 2007년 사조오양(구 오양수산)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작은 수산업체에서 종합식품 전문기업으로 변모했다.

주 회장은 정치를 공부한 만큼 '금배지의 꿈'을 간직하다 1996년부터 8년간 15·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경북 고령·성주)을 지내기도 했다. ‘외도’를 끝낸 그는 2004년 사조그룹 회장으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2007년 17대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주 회장은 이듬해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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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