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양귀비 키우는 사람들 백태

대마 씨앗이 관절염에 좋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농촌과 도심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대마와 양귀비의 밀경작이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대마 씨앗 구하기가 용의해졌기 때문에 시설만 갖추면 누구든지 실내재배도 가능해졌다. 경찰은 매년 대대적으로 대마 단속에 나서지만 대마관련 범죄는 줄지 않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번화가인 명동 한복판에 있는 주택 옥상에서도 버젓이 대마재배를 한 남성이 검거되기도 했다. 적발 사례와 수법 등을 통해 골칫거리 대마재배에 대해 파헤쳐 본다.

경찰청의 ‘대마 및 양귀비 압수량 현황’에 따르면 대마 적발량은 2013년 4675포기에서 지난해 1만3787포기로 3배 증가했다. 양귀비 적발량도 같은 기간 4만7545포기에서 8만5158포기로 증가했다. 대마 포기는 대마씨를 재배해 대마초로 가공하기 전 상태로, 잎을 포함한 줄기를 의미한다. 대마 포기의 적발량이 늘었다는 것은 밀경작이 성행한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대마초 적발량은 6643g에서 1만2665g으로 2배 늘어났다.

잘못된 지식

시중에 대마와 양귀비가 흔해지면서 관련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가정집에서 대마초를 키워 판매한 혐의로 뉴질랜드 국적의 이모(39)씨가 쇠고랑을 찼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조명시설과 발열텐트 등을 갖추고 대마초를 대량으로 재배해 왔다. 이씨의 집에는 대마초 특유의 향을 숨기기 위해 환기 시설과 냄새 차단 시설까지 구비하는 정성을 보였다.

이렇게 기른 대마초는 46그루, 9만2000명이 한꺼번에 피울 수 있는 양이다. 이씨로부터 대마초를 사서 흡입한 혐의로 김모(24)씨 등 68명과 판매업자 5명도 줄줄이 법의 철퇴를 받았다. 대마초를 구입한 피의자의 대부분은 해외유학생들로 외국에서 대마초를 접한 뒤 국내에서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대파를 피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11월 부산에서는 도심 아파트에서 대마를 재배해 피운 미국 국적 A(43)씨가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에 꼬리를 잡혔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 외국어 강사로 근무하는 A씨는 2012년 미국에서 가져 온 대마씨를 화분에 심어 아파트 발코니에서 재배했다.

도심 속 아파트지만 앞 동과 거리가 멀어 이웃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키울 수 있었다. A씨는 대마가 국내에서 마약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재배한 대마를 사적인 모임 등에서 공공연하게 피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전인 작년 4월에는 도심 한복판에 온실까지 설치하고 대마초를 재배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서모(47)씨 등 3명은 2013년 9월부터 서울 동대문구와 경기 남양주시의 주택을 빌려 대마 재배 시설을 갖춘 뒤 미국에서 밀수입한 대마 105주를 키우고 일부를 판매해 500여만 원을 챙겼다.

아파트 발코니에 버젓이…농촌선 재배
한방 약재로…국제항공우편 통해 유통

또 싱가포르인인 A(25)씨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신촌과 이태원 등지를 돌며 서씨 등이 재배한 대마를 엑스터시와 함께 판매하거나 흡연·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씨 등은 미국에서도 마약 등 관련 범죄를 저질러 한국으로 추방당했지만 또다시 대마재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대마를 관리하도록 대학생인 김모(23)씨를 고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도심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가정집 옥상이나 텃밭 등지에서 버젓이 양귀비를 재배한 농촌지역 주민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3개월 간 양귀비·대마 집중 단속을 벌여 양귀비를 기른 주민 57명을 붙잡았다.

단속과정에서 6523포기나 되는 양귀비를 폐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농촌지역 마당·텃밭·비닐하우스 등에 관상용이나 약재로 쓰기 위해 재배했다. 단속 당시 화분에 빨갛게 꽃이 핀 양귀비도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적발된 주민 대부분은 60∼70대 노인들.

일부 한우 사육농가 사이에서 가축이 설사할 때 양귀비를 삶아먹으면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따라 양귀비를 기른 것이었다. 또 시골 노인들 사이에서는 배탈이 나거나 설사 등이 발병했을 때 비상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텃밭 등에 소량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있었다.
 

도심에서부터 농촌까지 대마와 양귀비가 흔하게 퍼져있는 이유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과 정부의 관리 부실을 들 수 있다. 해외 사이트에서 대마 씨앗을 찾기가 어렵지 않고, 국제우편을 통해 받을 경우 공항 검색대에서도 이를 적발하기 어렵다.

일부 해외 사이트에서는 아프가니스탄산, 미얀마산 대마 씨앗이라는 설명과 성장한 식물의 잎사귀 사진을 함께 게재하며 국제항공우편을 통해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대마를 재배할 경우에는 반드시 시장,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로 들어올 때는 세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천공항 세관 관계자는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항공우편물이 하루 10만 건에 달한다. 총포류 등은 적발이 쉽지만 대마 씨와 같은 씨앗류는 상대적으로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잘못된 지식도 한몫 한다.

실제로 한방 약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대마 씨앗이 퇴행성관절염으로 고통 받는 노인과 젊은이들에게 특효약인 것처럼 소개돼 있다. 사이트에서는 “경동시장이나 성남 모란시장 등에서 삼씨(대마 씨앗)를 구입해 오리와 함께 푹 고아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적발 어려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관계자는 “대마의 중독성이 약해서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대마는 다른 마약에 손을 대는 관문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처벌 규정이 강력해 대마의 불법 재배 및 소지 등이 많이 차단된 편이지만 비교적 처벌 수위가 낮고 단속도 덜한 해외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대마 씨앗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마초 쑥태우는 냄새?

지난 2일 대낮 주택가에 세워둔 차량안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일당과 이들에게 대마초를 제공한 공급자 등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모(45)씨를 구속하고 김모(44)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조씨에게 대마초를 공급한 또 다른 조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회 선후배로 알게 된 조씨와 김씨 등 3명은 지난달 24일 오후 4시10분께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주택가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공급자 조씨로부터 제공받은 대마초를 흡연했다. 이들은 “남자 3명이 차량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쑥 태우는 냄새가 난다”는 행인 A(30)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애초 “성묘를 갔는데 야생 대마초가 있어 채취했다”며 대마초 확보 경로를 숨겼으나 경찰이 현장수사에 나서자 거짓임을 자백하고 공급자 조씨에 대한 신원을 밝혔다. 경찰은 11월30일 공급자 조씨를 검거하고 흡연자 차량과 공급자 조씨의 주거지에서 대마초 335g(약 800명 동시 흡입량)을 압수했다.

경찰은 공급자 조씨를 상대로 대마초 확보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신고자 A씨에 대해서는 감사장과 포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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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