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홍콩 보내는’ 여성전용 애무방 정체

성감대 집중공략…흥분한 주부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단란주점을 비롯한 각종 유흥업소는 우리나라 성인 남성들의 놀이문화로 정착된 지 오래다. 알다시피 ‘건전’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부작용이 비일비재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향락에 빠져 허우적대다 큰돈을 탕진하고 가정까지 풍비박산 났다는 옆집 아저씨 이야기를.

여성전용 퇴폐업소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근래 들어 여성들 사이에서 소위 ‘핫한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변종 업소가 있다. 이른바 ‘여성전용 애무방’이라 일컫는 업소다. 한 번 맛 들리면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는 뒷전으로 만든다는 여성전용 애무방의 실체를 파헤쳐 본다.

24시간 영업
100% 예약제

여성이 남성접대부를 통해 성적인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유흥업소가 성행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여성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성매매가 가능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니 말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증기탕에서 속칭 ‘탕돌이’라 일컫는 남성과 뒹굴거나, 호스트바에서 남성접대부를 맘대로 부리고 주무르며 광란의 밤을 만끽하는 시대는 한물간 지 오래다.

이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애무방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안마 서비스 업소로 가장해 온라인상에서 여성을 유혹하고 있는 애무방은 광고부터 기존에 존재하던 업소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마디로 남다르다.

여성 만족시키는 변태업소 우후죽순
남편에 만족 못하는 사모님이 찾아

‘여성전용 안마’라고 하면 당연히 여자 관리사가 마사지를 해주는 곳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광고지에는 상의를 벗은 우람한 남자 사진이 떡하니 걸려있다. 어떤 여성도 손사래를 치며 안기지 않겠다고 단언할 수 없는 그런 남자의 모습이다. 성매매를 암시하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가 눈에 띈다.

‘키 184㎝, 몸무게 75㎏, 꽃미남 스타일’ 처럼 안마사의 신체조건을 강조한 문구는 약과다. “‘여왕’의 지위가 어떤 건지 느껴 보세요.”, “아름다운 비밀을 간직하세요.”, “명품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성을 위한 꽃미남 풀서비스” 등 여성들의 눈길을 쏠리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문구가 차고 넘친다.

이 정도는 근래 성행하는 애무방의 기본옵션이다. 명품 여성전용 마사지 L카페는 기본옵션에 '남성 2명 마사지'를 밑바탕으로 네일 아티스트와 피부미용 전문가를 고용해 여성들의 미용까지 덤으로 챙겨 준다고 홍보한다. 여성전용 출장마사지 F업소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 여성들에게 1시간 이내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표방한다. 이들 업소는 24시간,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애무방에 종사하는 남성 도우미들의 연령은 보통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가 가장 많다. 호빠처럼 ‘얼굴과 말빨로 먹고사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외모는 그다지 중요시 되지 않는다. 다만 고객들이 여성인 것을 감안, 거부감이 들거나 심한 혐오감을 주지 않는 무난한 외모라면 일을 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것.

이곳에서 업무(?)에 투입되기 전 기본적으로 몸을 주무르는 마사지교육은 물론이고 여성고객에게 성적인 쾌락을 맛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서비스’교육을 추가로 받아야 드디어 이름도 당당한 애무방 도우미가 될 수 있다.

상상속 꽃미남
특별한 서비스

총 1시간 정도의 황홀한 서비스를 받는 조건으로 여성들이 내는 돈은 평균 40만원 안팎. 각종 특별한 서비스를 추가할 경우 100만원을 우습게 넘기기도 한다. 업소의 특성상 누구나 이용할 수 없는 은밀한 틈새업종이라는 점 때문에 서민층이 밀집한 곳보다는 비교적 부유한 지역에서 특정인을 타깃으로 해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동종업계 업주들은 앞을 다투어 애무방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남성전용 성행위 업소나 안마시술소보다 애무방의 수익률이 몇 배나 높고, 골치 썪을 일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담동에서 애무방을 운영하고 있는 P씨는 “과거에 대딸방도 운영해봤는데 애무방이 훨씬 깨끗하고 귀찮은 문제도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여기서 P씨가 말하는 ‘깨끗하다’는 말의 의미는 이른바 ‘진상손님’이 없다는 얘기다.

대딸방이나 남성전용 안마방의 경우에는 말그대로 ‘더러운 꼴’을 수없이 보게 된다. 밤늦게 술을 마신 후 대딸방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보니 웃지 못할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P씨는 “사정이 잘 되지 않는 바람에 여성 도우미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자는 대딸방
여자는 대자방

또 술이 취한 상태에서 폭언을 퍼붓거나 조금이라도 기분이 거슬리면 ‘고발하겠다’며 협박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애무방의 경우에는 술에 취해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진상’들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애무방의 주 고객은 돈있는 40대 가정주부 또는 30대 젊은 아내들이다. 남편과의 원활하지 않은 성관계에 만족이 안되고 도무지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없는 탓에 불만이 쌓인 이들. ‘젊은’오빠들의 손길에 어디서 느껴보지 못했던 설레임과 만족을 느낀다. 실제로 남편이 출근한 낮 시간을 이용해 애무방을 찾는 가정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를 더욱 충격속으로 몰아 넣는 것은 이들 중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는 임산부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곳에 오면 펑퍼짐한 아줌마도, 평범한 회사원도 ‘여왕 대접’을 받는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상업적 도구로 삼은 것이다.
 

애무방 단골 여성들은 최면에 걸린 듯 하나같이 똑같은 생각을 한다. “나는 크게 잘못하지 않았다”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직접적인 성관계를 하는것도 아니어서 가정을 버리고 타락적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크게 줄어든다.

자녀 학교 보내고 낮시간 이용
철저한 보안으로 ‘단속 없음’

남성들이 룸살롱, 사창가를 찾는 것처럼 여성들도 애무방을 찾는 것이고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생각을 가진 겁 없는 여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애무방’을 검색하면 수십개의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가 검색된다. 여성전용 퇴폐업소들이 우리 주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 돼 있다. 애무방이 이처럼 성업하고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이는 여성전용 애무방 업소들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 위치한 L업소 관계자는 “연락처 관리를 하거나 고객에게 먼저 전화를 드리는 일이 없다”며 “남성전용 업소들과는 다르게 여성전용 업소들은 최대한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영업을 한다”며 자신들의 영업방식을 자랑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신원이 확실한 여성들로만 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카페나 블로그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달리 홍보를 하지 않고 입소문을 통해서 홍보하거나 친구를 소개시켜주는 고객에게 할인을 적용해주고 있다”고 철저한 보안유지를 강조했다.

이렇듯 대부분 업소가 개인 휴대전화 한 대만으로 은밀히 영업하는 데다 성관계 장면을 직접 포착하기가 쉽지 않아 애무방 퇴폐영업에 대한 단속이 힘든 상황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법적인 제도망이 전혀 구축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자와 매수자의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성을 판 남자가 처벌을 받은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경찰관계자는 “특정 부위를 마사지해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행위는 단속대상이 아니다”라며 “음란한 광고나 전단은 청소년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여성전용 안마는 그런 사례도 없어서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단체로 혼자서
푹 빠진 중년들

상당수의 ‘틈새시장’이 있는 만큼 애무방은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것이 업주들의 추측이다. 역삼동에서 안마업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여성들은 분명 변했다. 여성들이 갈수록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대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잠재된 여성고객들을 감안해 볼 때 애무방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사법당국에서는 대딸방의 유사성교행위를 놓고도 서로 엇갈리는 판결을 하는 등 다소 혼란한 법적 잣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애무방은 독버섯처럼 번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참담한 결말’ 아내 외도사건 전말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손가락을 자른 60대 남성이 법의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A(68)씨는 별거 중인 부인의 외도를 의심했다. 부인이 자신과 만나지 않으려고 하자 외도를 확신한 A씨는 부인이 일하는 가게로 찾아갔다. 범행은 끔찍했다. 부인을 흉기로 찔렀을 뿐 아니라 손가락을 두개나 자르는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지난 16일 울산지법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계획하고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며 “범행 사유에 참작할 점이 없으며, 자칫하면 피해자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사정에 비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남편은 아내의 불륜사실에 격분해 목숨까지 빼앗았다. B(43)씨는 내연의 남자와 교제 중인 아내에 대해 평소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아들을 심하게 때리며 혼내는 모습을 보고 순간 화가 나 “4년 전부터 다른 남자를 만난 것을 알고 있는데 무슨 자격으로 애를 때리느냐”라고 소리치며 몸싸움을 하던 중 아내를 살해했다.

B씨는 사건 발생 이틀 전 아내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문자메시지를 우연히 보고 아내가 중국에 있는 한 남자와 내연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B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내에게 내연남이 있다는 사실을 안 후 아무리 큰 배신감과 고통을 느꼈다고 해도 이로 인해 순식간에 생명을 허망하게 빼앗긴 망인의 고통과 억울함에 비할 수 없다”며 “다만 B씨가 가족들에게 헌신해 왔기에 외도 사실로 받은 충격이 더 컸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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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