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떠난 민주화의 거목…고 김영삼 전 대통령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왔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민주화운동의 영웅이 스러졌다.” ‘민주화의 거목’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서거하자 정치권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일요시사>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그가 남긴 족적을 다시 되짚어 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0시22분 향년 88세 나이로 서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패혈증과 급성심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먼저 세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 현재 생존해 있는 김종필 전 총리와 함께 대한민국 현대 정치에 있어 ‘3김시대’로 상징되는 정치거목이었다. 거산(巨山)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산증인’이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정치권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화의 상징
정치권 애도물결

김 전 대통령은 1927년 12월20일 경상남도 거제(통영군)에서 1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김 전 대통령은 어렸을 때부터 대통령을 꿈꾸며 자랐다. 어렸을 땐 자신의 책상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는 글씨를 써놓고 공부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 전 대통령은 서울대 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50년 장택상 후보의 국회의원총선거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다 그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비서관이 되었다. 이렇게 정치에 입문하게 된 김 전 대통령은 정치사에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1954년 제3대 총선에 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26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김 전 대통령은 여당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3선을 위해 '사사오입' 개헌을 통과시키자 “이 당은 안 되겠다”면서 이승만의 자유당을 탈당했다. 이때부터 김 전 대통령은 길고 긴 야당 정치인 생활을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연소자로 제3대 민의원에 당선된 후 제5·6·7·8·9·10·13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9선 의원을 지냈다. 이는 헌정사상 최다선 기록이다. 김 전 대통령과 함께 김종필 전 의원, 박준규 전 의원이 9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쿠데타를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68년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향토예비군을 설치하자 향토예비군법 폐지안을 발의하고 박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1969년 초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를 맡고 있었던 김 전 대통령은 자택 인근에서 괴한들에게 습격당했다. 일명 ‘초산테러’라고 불린 당시 사건을 두고 김 전 대통령은 정권 차원의 테러라고 주장하며 박정희정권과 갈등을 더욱 키워나갔다. 김 전 대통령은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철승 전 의원과 함께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당 내 경선에서 영원한 맞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며 고배를 마셨다.


맞수 DJ·JP
애증의 반세기

1974년 '선명야당론'을 기치로 신민당 총재에 선출된 김 전 대통령은 유신체제를 강력히 비판했다. 1979년 ‘YH 여공 신민당사 농성’ 사건을 이유로 박정희정권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의원직을 제명하고 가택연금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의원직 제명과 가택연금은 부마항쟁을 촉발시켰고 이는 결국 유신정권 붕괴의 계기가 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발언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에는 김대중, 김종필 등과 대권을 놓고 경쟁했다. 하지만 전두환과 신군부의 쿠데타로 좌절되었고, 신군부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계속된 가택연금과 정치적 탄압에 항의하며 장기간 단식투쟁을 단행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회복, 정치복원 등 민주화 5개항을 내걸고 단식에 들어갔으며 전두환정권은 김 전 대통령이 단식을 한 지 1주일이 지나자 그를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병원에서도 단식을 계속했다. 이를 통해 가택연금 해제를 얻어냈다. 이 단식은 추후 민주화투쟁의 기폭제가 됐다.

김대중·김종필과 함께 3김시대 주역
군사 독재에 항거…민주화 운동 투신

이듬해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운동추진협회의(민추협)를 발족시켜 전두환정권에 맞서 싸웠다. 민주화운동의 성과는 1987년 6월항쟁과 직선제 개헌 쟁취로 나타났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의 동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직선제 개헌을 계기로 사이가 벌어졌다.

두 사람은 제13대 대통령선거에 모두 나섰으나 후보단일화에 실패하며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에게 승리를 내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김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이라는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이 이끌던 통일민주당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민주정의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합쳐 민주자유당을 창당한 것. 3당 합당으로 인해 김 전 대통령은 차기 대선 승리의 초석을 다졌지만 민주화 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1992년 민자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 전 대통령은 제14대 대선에서 김대중·정주영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김 전 대통령은 32년 간의 군사독재를 끝낸 첫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재임기간 평가가 김 전 대통령처럼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례도 드물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초반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개혁으로 절대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우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 군대 내 최대 사조직이었던 ‘하나회’ 청산을 통해 국방 문민화의 길을 텄다.


군정 부정과 정통성 확립에 집중했고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기도 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와 신군부 처벌도 이끌어 냈다. 투명한 경제 민주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금융·부동산 실명제도 도입했다. 풀뿌리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 실시와 전방위적 부패 척결 등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시스템 전반을 한 단계 끌어올린 ‘개혁’은 역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방위 개혁
친인척 비리

김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칼국수를 즐겨먹었는데 재임시절 김 전 대통령의 검소함과 청렴함은 ‘칼국수’로 상징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군 평시작전통제권 회수, 최초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추진도 김 전 대통령이 이뤄낸 업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임기 중 아들 현철씨가 한보비리에 연루되는 등 친인척 비리와 외환 위기에 따른 국가 부도 사태 초래로 임기 초반 누렸던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대부분 잃고 임기 말에는 초라한 퇴장을 하고 말았다.

퇴임 후 지난 1999년 6월에는 외국 순방길에 나서면서 김포공항 제2청사에 갔다가 환송객과 악수를 하던 중 붉은 페인트로 채워진 달걀 세례를 받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에게 페인트 달걀을 던진 재미교포 박의정씨는 “IMF 때문에 5000명 이상이 자살하는 등 대한민국을 너무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좌우명으로 삼았던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민주화 투쟁과 인권 증진의 외길을 걸으면서 군사독재 종식과 민주체제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PK(부산·경남)를 지역기반으로 삼은 민주화세력을 일컫는 상도동계의 영원한 리더로서 오랫동안 현실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직접 발굴한 상도동계 사람들 맹활약
김무성·서청원 등 정치권 쥐락펴락

김 전 대통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바로 ‘상도동계’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은 1969년 김 전 대통령이 안암동 자택을 팔고 이사한 뒤 46년 넘게 산 곳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함께 현대 정치사의 명암이 서려 있다. 군부정권과 맞서 싸우던 시절 상도동 자택은 가택연금의 장소로, 또 동료의원들과 모여 당론을 결정하던 곳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수많은 정치거물들을 정치권에 입문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4월 13대 총선 때 당시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 전 대통령에게 영입돼 부산 동구에서 금뱃지를 달았다.

극과 극 평가
역사 뒤안길로

이 전 대통령은 1992년 3월 치러진 14대 총선에 민자당 전국구(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해 12월 대선에서 김 전 대통령과 경쟁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영입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 YS의 깜짝 발탁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 전 대통령이 정주영 명예회장이 만든 통일국민당에 참여하지 않고 오히려 경쟁자의 품으로 들어간 게 도덕적 논란을 일으켰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의원, 정병국 의원은 여전히 여의도에서 활약하고 있는 상도동계로 꼽힌다. 김 대표와 서 의원은 198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만든 민추협에서 정치경험을 쌓았다. 정 의원은 1987년 대선 때 홍보업무를 담당하며 김영삼의 사람이 됐다. 이외에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정의화 국회의장, 홍준표 경남지사, 안상수 창원시장, 이완구 전 총리도 모두 김 전 대통령에 의해 정계에 입문한 '김영삼 키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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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