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17)풀무원 화물노동자

“대기업 노예로 살긴 싫습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열일곱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풀무원의 화물 노동자 이야기입니다.

영화 <베테랑>은 화물 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용역 업체를 통해 화물 노동자를 간접 고용는 탓에 화물 노동자는 재벌과 사측 사이에서 핍박받고 탄압당한다.

“죽을 각오로…”

영화속 배 기사는 밀린 월급 420만원을 받기 위해 끝까지 대기업에 맞섰다. 하지만 재벌은 배 기사와 사측 사장에게 권투 글로브를 던지며 싸움을 붙인다. 배 기사는 자식 앞에서 사측 사장에게 흠씬 맞아야 했다. 재벌에게 철저히 농락당하고 만다. <베테랑>에서 비치는 화물 노동자의 이야기를 단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 풀무원 화물 노동자 2명이 여의도 국회 앞 30m 높이 광고탑에 올라갔다. 풀무원 화물 노동자인 연제복씨, 유인종씨 등 2명이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풀무원 화물 노동자는 지난 9월부터 사측에게 ‘운전기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50일 넘게 파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풀무원의 제품 등을 실어 나르는 화물 기사다. 풀무원의 물류 자회사인 엑소후레쉬와 도급계약을 맺은 운송 업무 대행업체 소속으로 화물 기사는 개인 사업자에 속한다.

풀무원 화물 노동자는 지난 9월4일부터 ▲도색유지 서약서 폐기 ▲노사합의서 성실 이행 ▲노조탄압 중단 ▲화물연대 인정 ▲산재사고 보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임종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충북지부 음성진천지회장은 “풀무원은 우리(화물 노동자)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고공 농성에 들어간 화물 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이들이 올라간 광고탑이 있는 파천교 주차장 밑을 찾았다. 연씨와 유씨를 직접 인터뷰할 수는 없었다. 경찰은 광고탑 주변에 병력을 배치했으며, 외부인 접근을 막았다. 또 광고탑 주변 에어쿠션도 설치해 놨다. ‘고공 농성 중인 2명이 행여나 다칠까 설치 했나’ 싶었다.


임 지회장은 “내일(27일) 있을 박근혜 대통령 국정 연설 때문에 에어쿠션을 설치한 것이다”며 “행여 위에 올라간 조합원이 자살하면 골치 아프니깐, 경찰까지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풀무원과 화물 노동자의 갈등은 노조활동에서부터 시작됐다. 임 지회장은 “풀무원이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지난 1월 ‘도색유지 서약서’를 제시했다”며 “이에 불응할 시 배차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풀무원 로고(CI) 도색이 되어있는 제품 운송 화물차량은 그렇지 않은 차량보다 약 5000만원가량 더 비싸다. 즉 풀무원 제품을 운송하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 화물 노동자들이 풀무원 로고를 5000만원이나 들여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풀무원 측은 지난 1월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을 종료한 이후 화물 차량에 풀무원 로고를 지우고 백색으로 도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풀무원은 도색유지 서약서를 작성하면 풀무원 로고를 유지할 수 있다고 화물 노동자에게 통보했다.

여의도 국회 앞 광고탑서 목숨건 고공농성
운전기사 처우개선 요구…사측은 묵묵부답

하지만이 도색유지 서약서에는 화물 노동자에게 불리한 온갖 조항이 들어가 있다. ‘화물차량의 풀무원 로고(CI)를 현수막, 스티커 부착 등으로 훼손 시 월 운송료 2배의 금액을 즉시 지급’ ‘3일 이내 원상복구하지 않을 경우 3일 초과 일부터 월 운송료의 1/30씩 과징금 배상’ ‘운송원 교체(계약해지) 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임 지회장은 이를 두고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사측이 강요한 노예 계약서다”고 말했다.

그동안 화물 노동자는 풀무원에 산재 보험 가입 및 대치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임 지회장은 “장시간 운행과 살인적인 노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못 쉰다”며 “상하차 작업은 운전기사들의 일이 아니지만, 풀무원에서 상하차 인력을 감축하면서 운전기사들이 상하차까지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몇몇 화물 노동자는 상하차를 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화물 노동자인 김모씨는 지난해 상하차를 하다가 손가락을 골절당해 15일 가량 입원 후 3개월 동안 깁스를 했다. 이 때문에 치료 기간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치료비와 요양비 등을 본인 부담했다. 또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 발생하는 대차 비용도 김씨가 부담해야 했다.

당시 김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뼈가 붙으려면 3개월은 걸린다고 했지만, 퇴원하자마자 일을 시작했다. 월급도 못받으면서 진료비는 진료비대로 부담하고 대차비용을 하루에 5만원씩 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그 동안 노조탄압을 계획적으로 했다는 의혹을 샀다. 풀무원은 현제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해 있다. 임 지회장은 “풀무원은 화물연대 노조활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측은 조합원들을 매수하여 ‘사단법인 바른 먹거리’를 설립하는 데 관여했다”며 “이게 생긴 이후 조합원 절반이 여기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풀무원은 CCTV와 드론을 이용한 노조활동 감시, 불법 용역경비 투입, 조합원 폭행 등 노조 활동을 무력화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재 고공 농성 중인 연씨는 “풀무원과 대화로 풀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 진전도 없고, 풀무원은 대화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왜 굳이 국회 앞에서 고공 농성을 하느냐’는 질문에 “탄압 받는 많은 노동자가 최후의 선택으로 고공 농성을 택했다”며 “아직 가족들에게 고공 농성 중이라고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연씨는 국회 앞을 택한 또 다른 이유로는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때문이라고 꼽았다. 연씨는 “원혜영 의원은 풀무원 창업주다. 남승우 풀무원 대표이사와도 친구다. 지금까지 원 의원에게 그렇게 요청했지만, 바뀐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원 의원은 풀무원 지분을 17년 전에 전량 매각해 이번 노조 탄압과 무관하다. 

풀무원의 노조 탄압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문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제 노동자단체 등 해외 곳곳의 노동자단체도 풀무원을 규탄하고 불매운동 동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2∼16일 스위스 제네바 국제노동기구(ILO) 본부에서 열린 도로운수 부문 안전 보건에 대한 노사정 회의에서 화주들의 횡포와 화물 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도로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의제로 토론됐다. 특히 토론과정에서 풀무원 노동자의 고통과 파업투쟁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대화하고 싶다”

풀무원 불매운동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팀스터노조, 호주, 네덜란드, 벨기에 등 해외 운수노조들은 최근 풀무원 사태 동영상을 SNS를 통해 조합원에게 배포하고 연대를 호소하며 풀무원제품 불매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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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