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차출설' 청와대 참모 8인 재산·병역 해부

출사표 던진 그들은 누구인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의 총선 출마 여부가 정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20대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일부 참모는 출마를 공식화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은 지난 5일 사표를 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 개입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그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차출설이 나돈 8인의 병역·재산 기록을 조회했다.

박근혜정부 임기 4년차에 열리는 20대 총선은 친박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중요한 이벤트'로 인식된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퇴임 이후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가올 미래까지 권력을 지키려는 친박과 지금의 권력을 유지하면서 대권을 노리려는 비박 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교감?
청와대에 사표

청와대는 중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통령을 등에 업은 참모들의 경쟁력에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출마를 공식화했거나 출마 대상자로 거론된 바 있는 참모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세부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했을 때 쟁점이 될 소지가 있는 병역 이행 여부, 재산 규모를 따져봤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 공개한 '고위공직자 정기재산 변동사항 신고내역', 병무청 홈페이지(www.mma.go.kr)에 등록된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열람' 항목을 참조했다. 표기상 혼란을 막고자 실명을 축약하지 않고 그대로 적는다.

먼저 민경욱 대변인은 2015년 3월 기준 서울 서초구 반포4동 H아파트 2채를 부인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전용면적 147.67㎡ 규모 아파트는 7억원, 45.72㎡ 규모 아파트는 2억9900만원에 신고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 중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rt.molit.go.kr)에 따르면 147.67㎡ 면적의 H아파트는 2015년 4월 10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민경욱 대변인이 신고한 액수와는 3억7000만원가량 차이를 보였다.


민경욱 대변인은 2004년식 벤츠C240을 소유하고 있다. 신고가액은 1억2110만원이다. 또 민경욱 대변인은 본인 예금 3억8357만2000원 등 6억7899만원의 예금을 신고했다. 유가증권은 배우자 포함 삼성전자 주식 67주, 싱크에이티(비상장) 주식 2만8000주 등을 갖고 있다. 신고가액은 1억1400만8000원이다. 민경욱 대변인이 신고한 재산의 총합은 18억4100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병역사항은 말끔했다. 1963년생인 민경욱 대변인은 1984년 5월10일 육군에 입영에 1986년 8월21일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벤츠 몰고
건물 소유

다음은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다. 박종준 차장은 2015년 3월 기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S아파트를 부인과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면적 143.00㎡의 아파트는 3억8496만1000원에 신고됐다. 그러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급면적 152㎡ 규모의 S아파트는 2015년 3월 5억6000만원부터 5억9000만원 사이에 거래됐다. 박종준 차장이 신고한 액수와는 실거래가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또 박종준 차장의 배우자는 대전 서구 복수동에 건물면적 778㎡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갖고 있다. 신고가액은 12억6500만원이다.

박종준 차장은 2006년식 소나타를 갖고 있다. 신고가액은 600만원이다. 박종준 차장은 배우자의 약국경영소득, 건물임대소득, 금융소득, 모친의 예금 증가 등을 고려한 예금이 10억169만4000원이라고 신고했다. 주식은 배우자만 갖고 있는데 약국경영소득이 투자됐다. 신고가액은 1910만1000원이다. 개인간 채권·채무관계를 포함해 박종준 차장이 신고한 재산의 총합은 25억9675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박종준 차장 역시 병역사항은 말끔했다. 1964년생인 박종준 차장은 1986년 4월11일 육군에 입영해 1988년 7월21일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민경욱 대변인, 박종준 차장보다 앞서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참모도 있다. 언론인 출신인 전광삼 청와대 춘추관장이다.

병역부터 정리하면 그는 군면제 대상자다. 1967년생인 전광삼 관장은 1986년 1급 현역 입영대상자였지만 1988년 입영 후 귀가 조치됐다. 같은 해 재검 대상이 된 전광삼 관장은 1989년 요추간판탈출증을 근거로 '5급 제2국민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그의 장남 전모씨는 1996년생으로 현역 입영대상자다.

전광삼 관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당시 직책상(국정홍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고향인 경남 사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최상화 전 춘추관장은 신고한 재산기록이 남아 있다.

선거 6개월 앞두고 출마 여부에 초미 관심
15억 넘는 '자산가' 병역면제 '신의 아들'도

최상화 전 관장은 2015년 3월 기준 서울 구로구 구로동 S아파트 전세권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면적 147.00㎡ 규모의 아파트 전세권은 2억6000만원에 신고됐다. 최상화 전 관장은 해당 아파트에 대한 대지권 3억3000만원은 별도 항목에 넣었다. 현재 그는 총선 준비차 경남 사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상화 전 관장은 경기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일대 임야(1418㎡, 234㎡)를 갖고 있다. 신고가액은 2억2627만7000원이다. 그의 배우자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일대 상가(99.28㎡) 및 오피스텔(59.34㎡)의 대지권을 갖고 있다. 신고가액은 각각 4억6363만7000원과 3억8274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또 최상화 전 관장의 배우자는 경남 사천 일대에 농경지(전과 답, 1752㎡ 등 7필지)와 임야(7387㎡)를 소유하고 있다. 한 필지 기준 최고 신고가액은 2102만원이다.

최상화 전 관장은 2013년식 그렌저HG를 소유하고 있다. 신고가액은 2000만원이다. 본인과 배우자, 장녀가 보유한 예금의 합은 2억6891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최상화 전 관장의 장녀가 투자한 주식이 상당한 수익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장녀는 알톤스포츠 1890주, 이글루시큐리티 1650주를 갖고 있는데 2014년 기준 2015만3000원이었던 주식은 1년 사이 3056만2000원으로 뛰었다. 두 주식 모두 2014년에 전량 매입한 종목이다.

장녀 소유의 주식을 포함한 최상화 전 관장의 재산은 18억8976만7000원으로 파악됐다. 병역 사항은 최상화 전 관장의 사임 후 열람대상에서 제외됐다.

불출마 참모
줄줄이 면제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임한 4명의 참모 가운데 병역을 이행한 참모는 2명, 면제된 참모는 1명이었다. 재산기록이 확인된 3명의 참모 모두 보유재산은 15억원을 훌쩍 넘겼다. 그렇다면 지난달까지 차출설이 나돈 남은 4명의 참모는 어떨까.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1959년생으로 1981년 6월8일 육군에 입영했다. 그러나 1982년 6월30일 현역이 아닌 상태에서 소집해제됐다. 복무만료 당시 계급은 일병이다.


안종범 수석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 H아파트를 갖고 있다. 면적 132.00㎡의 아파트는 8억4800만원에 신고됐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1월과 2월 면적 131.83㎡의 H아파트는 10억6500만원부터 12억3000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됐다. 모두 4건의 거래가 있었고, 이 중 3건의 거래는 12억원 이상에 매매됐다.

안종범 수석의 장녀는 2015년 3월 기준 1억5720만6000원을 예금했다. 그의 장남은 2013년 1월 전역 후 919만4000원을 예금했다. 안종범 수석이 신고한 예금의 합은 8억4412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모친 명의 재산은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안종범 수석이 신고한 재산의 총합은 16억7513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천영식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1965년생으로 1986년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같은 해 천영식 비서관은 수형(受刑)을 이유로 소집면제됐다.

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B아파트 전세권을 갖고 있다. 전세가액은 4억4500만원이다. 천영식 비서관은 문화일보 퇴직과 함께 문화일보(비상장) 주식을 매각하고 예금을 늘렸다. 천영식 비서관이 신고한 재산의 총합은 7억8592만9000원이다.

신동철 정무비서관은 1961년생이며, 1989년 2월18일 육군으로 입영했다가 같은 날 육군 소위로 복무를 마쳤다. 이는 전두환정부가 도입한 석사장교 제도 때문이다. 당시 석사장교에 선발된 후보생은 6개월간 군사훈련만 받으면 현역 복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석사장교 제도는 특혜 논란이 일면서 노태우정부 때 폐지됐다. 청와대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과 같은당 김재원 의원은 각각 석사장교 출신이다.

신동철 비서관의 장남 신모씨는 1987년생으로 2008년 5월 입대해 2010년 7월 소집해제됐다. 복무만료 당시 계급은 이병(육군)이다. 또 장남이 보유한 예금은 1578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신동철 비서관은 본인 명의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B아파트를 갖고 있다. 그의 배우자는 대구 달서구 이곡동 일대 건물의 대지권을 갖고 있다. 신고된 부동산의 총액은 8억9946만원으로 확인됐다. 또 신동철 비서관의 재산 총액은 8억3656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은행 빚 등을 제한 액수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1명인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1966년생이며 해군 출신이다. 1986년 8월7일 해군에 입영했고 1988년 12월24일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차출설이 돌았던 4인 가운데 유일한 현역이다.

그는 서울 강남구 삼성2동 J아파트(59.92㎡)를 2014년 7억7300만원을 들여 매입했다. 전세권 3억8000만원은 해지하지 않았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3월 59.92㎡형 J아파트 1채는 8억300만원에 거래됐다. 신고된 매입가와 약 3000만원 차이로 다른 참모의 부동산 신고가와 비교해 격차가 크지 않았다.

안봉근 비서관은 올해부터 모친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지난해까지 확인된 모친의 재산은 1억3441만1000원이었다. 안봉근 비서관이 신고한 재산의 합은 7억2820만2000원으로 기재됐다.

차출론 진화
비박은 갸웃

흥미롭게도 차출설이 나돈 참모그룹 가운데 15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참모는 안종범 수석이 유일했다. 15억원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지만 선거전에서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현재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경우 신고된 재산은 45억205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대구에 출마할 것으로 관측되는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 역시 보유 재산으로 32억4721만2000원을 신고했다. 만약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한 참모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청와대의 개입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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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