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리포트 - 그들이 궁금하다’ ①그들은 누구?

어렵게 자라 세상이 적이라 여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트렁크 시신’ 사건의 범인 김일곤이 구속됐다. 김씨는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넣은 채 도피행각을 벌였다. 그는 주차장에 불을 지르고 시신이 훼손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또 검거 당시 그의 호주머니에서는 이른바 ‘데스노트’로 불리는 29명의 이름이 적힌 쪽지도 나왔다. 가히 엽기적이지 않을 수 없다. 살인범들의 이러한 엽기적인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살인은 극악무도한 범죄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사건 현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살인 사건이 일어났으며, 그 과정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범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강력범죄 87%
피해자는 여성
 
국회 안정행정위원회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간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2012년 984건에서 2013년 914건, 지난해 906건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나오지만, 살인범들의 잔혹한 범행 방법은 이런 통계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잔혹한 살인범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왜 이들은 연쇄 살인범이 되는 것일까.’ 확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범죄학자 에드워드 글로버가 쓴 <범죄의 기원>에서는 연쇄 살인범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매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사기성이 짙은 사람이다. 자신의 욕구만이 중요하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으며 고문·강간·살인에 대한 욕망을 꿈꾼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악한 본성을 감춘 교활하고 냉혹한 약탈자이다. 양심의 가책이 없으며 대부분 선정적이고 파괴적이다.” 
 
우선 연쇄살인범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는 통계로도 알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올 들어 발생한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 및 강제추행)는 총 1만5227건으로, 이 중 약 87%인 1만3344건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로 집계됐다.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던 강호순은 여성만 살해했다. 2009년 경기도 군포시에서 실종된 여자 대학생을 살해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 7명을 연쇄적으로 살해했다. 강호순이 살해했다고 밝힌 부녀자는 노래방 도우미 3명, 회사원 1명, 주부 1명, 여대생 2명이었다. 그는 2005년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자신의 장모와 처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외 김길태, 조두순 등 대부분 여성을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 
 
십중팔구 불행한 가정환경서 성장
왜소한 체구에 콤플렉스도 공통점
 
여성을 상대로 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과거 남성 대 남성의 금전 갈등, 감정적 갈등 등이 여성에게로 번져갔다고 불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물리적인 힘이 약한 여성이 피해자가 될 확률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분위기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증가의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폭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려는 심리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더 많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간을 충격에 빠뜨리며 두려움에 떨게 한 살인범들은 대부분 유년시절 큰 충격을 받으며 불우하게 보낸 경우가 많다. 역대 연쇄살인범의 성장 과정을 보면 ‘가정불화’ ‘가출’ ‘학대’ ‘고아’ ‘버림’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대부분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9명을 살해한 정두영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 버림받았다. 아버지가 일찍 타계했으며, 어머니가 재혼하는 바람에 삼촌집에 맡겨졌으나 곧 고아원에서 살게 된다. 늘 자신의 왜소한 체구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첫 살인을 저지른 것도 방범대원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저질렀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18살의 이른 나이에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서 11년간 복역한다. 
 
유년기 큰 충격
부모 영향 받아
 
유영철의 경우는 어머니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그를 죽일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남편의 외도로 유영철의 친 어머니는 서울로 상경했고 유영철은 계모와 유년시절을 보내게 되지만 계모의 폭력에 시달리다 초등학교 시절 가출을 하는 등 암울한 유년시절을 보내왔다. 
 
이처럼 불안전한 가정환경은 살인범을 양성하는 대표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학자들은 이를 ‘사회구조이론’에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살인범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버팀목이 될 존재들에게 정서적 애착을 느끼지 못했다”며 “이들은 버팀목 자체가 없거나 그들에게 학대당한 경험이 많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려면 정서적인 함양을 통해 경험을 습득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충족하는 방법을 얻지 못한 것이다” 고 말했다.
 
그러다 보면 정서적인 공감능력도 발전하지 못한다는 게 학계의 통념이다.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 수밖에 없고,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분별하지 못한 채 범죄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살인범도 포괄적으로 말하면 사회적 피해자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각한 심리·성격적 문제를 가진 사람 모두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 거절 등 스트레스 환경에 놓인다고 다 연쇄살인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연쇄살인을 계획하게 만드는 촉발요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유영철의 경우는 교도소로 날아든 아내의 이혼통고가, 정두영은 10억원을 마련해 동거녀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지존파는 당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입시부정 등 가진 자의 부정부패가 촉발요인이라는 견해가 있다.
 
싸이코패스(Psychopath) 기질도 연쇄살인범들에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사이코패스란 19세기 프랑스 정신과 의사인 필리프 피넬이 창안한 심리학적 용어로 정신을 뜻하는 사이코(Psych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의 합성어라고 한다.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신의 쾌락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또 최대한 잡히지 않을 방법을 고심한다. 일반인과 다른 합리성을 보이지만 이들도 권력욕, 성욕 등 나름대로 범죄의 합리성을 추구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13명을 살해한 정남규다. 
 
 
서울 서남부지역 연쇄살인범 정남규의 경우 살인 자체를 즐겼다. 그는 직접 대면해서 “어떤 도구로 살인하는 걸 좋아하느냐”고 물으며, “망치, 칼 다 쓰지만 아무래도 칼이 제일 짜릿하다. 때론 망치도 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남규는 살인, 방화, 절도, 강도, 강간 등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저질렀다. 쉽게 말하자면 살인을 탐닉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살인이 두 번째 살인의 교본이 된다. 그는 이 사건을 시작으로 완전범죄를 위한 체력관리까지 들어간다. 이틀에 한번씩 10km를 뛰며, 건강식단을 먹는 등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쓴다. 
 

본인 욕구 충족
치밀하고 계획적
 
정남규는 살인자체가 목적이며 살해 대상을 물색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그는 살인 대상 순위까지 정했다. 정남규는 고통받는 피해자를 보면서 희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정남규를 검거한 영등포 경찰서 팀장은 “피해자가 고통받으며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자기 두 눈으로 보면서 황홀감 내지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살인범의 또 하나 특징은 계획적이며 치밀하다는 것이다. 유영철이 사이코패스 중 한 사람이다. 유영철은 범행 지역을 사전 답사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살인을 저지르는 ‘계획 살인범’의 면모를 과시했다. 
 
연쇄살인의 경우 목격자를 피하고자 가급적 길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정원이 넓어 외부에서 집안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100평 이상 2층 단독주택을 주요 범행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가족들이 모두 외출하고 노인 혼자 집을 지키던 점심시간 전후나 오후 시간대에 주로 범행을 저질렀고, 일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상대를 안 가리고 모두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잔혹하게 살해했다. 혜화동 노인 살인사건에서는 강도로 가장하려고 곡괭이 등으로 금고문을 뜯어내려 한 흔적을 남겼다.
 
최근 사건 터졌다 하면 ‘참혹’

약자인 여성들 상대로 한 범행
 
이 과정에서 손에 상처가 나 피가 흐르자 경찰의 DNA 감식을 고려해 현장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유씨는 살해한 보도방 여성의 신원 파악을 하지 못하도록 지문을 흉기 등으로 없앴다. 토막낸 사체는 검은 비닐봉지로 5∼6겹 싸서 운반했고, 암매장을 마친 후 단서가 될 수 있는 비닐봉지를 다시 거둬왔다.  
 
그렇다면 살인하는 순간 연쇄살인범의 심리상태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금품 탈취 등이 목적이 아니라 동기도 없이 묻지마 연쇄살인을 하는 살인마들이 살인을 멈추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그 순간에 짜릿한 흥분과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범죄자의 DNA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론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연쇄살인범 등 특히 폭력적인 범죄자는 뇌구조와 기능, 특정 신경전달물질 생성체계, 또는 성호르몬 분비량 등이 다르다는 보고가 최근 학계에 자주 보고되고 있는 점이다.  2004년 캘리포니아대의 아드리안 레인과 베데스다의 메서디스트병원(NYMH)의 제임스 블레어는 충동적인 살인자의 뇌와 사전에 치밀히 계획된 살인을 범하는 연쇄살인범의 뇌적 이상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뇌 구조 달라
신경도 특이
 
MRI를 통해 충동적 살인자의 뇌는 전두엽피질의 활동이 저하된 반면 연쇄살인범의 경우엔 전두엽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나 편도체의 활동이 저하됐다. 대뇌 피질 측두엽의 왼쪽에 위치한 편도체는 두려움을 발생시키는 곳이며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감지하고 처벌에 따라 태도를 바꾸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편도체가 비정상적인 연쇄살인범은 두려움도 타인과의 공감도 없다. 피해자가 자신의 엽기적 행각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는지 정작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두엽의 활동이 저하된 사람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으로 화를 내며 공격적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살인사건 연루 유명인 누구?
직접 죽이고 “죽여라” 사주
 
살인 사건은 고위층에서도 일어난다.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인정받은 이들이 왜 살인을 저지른 걸까.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0·26 사건’이 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요정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1979년 10월 피격한 사건이다. 김재규는 재판 과정에서 “유신 개헌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의 희생을 막기 위해 박정희를 저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아직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피격한 구체적인 배경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살해 발칵
막후서 지시한 고위층도 
 
90년대 희대의 패륜아로 불렸던 고려한약의 사장의 장남이었던 박한상도 있다. 그는 100억대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1994년 5월 부모를 살해했다. 아버지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후 도망가는 어머니도 쫓아가 무참히 살해했다. 그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알몸으로 범행을 감행했고, 집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경찰은 한 집에 있었음에도 유독 박한상만 이렇다 할 상처가 없는 점과 머리에 묻은 타인의 혈흔 등을 근거로 추궁하자 이내 박한상은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자백했다.
 
일가족을 살해한 가장도 있다.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했던 이호성은 2008년 3월 아내와 세 딸을 살해하고,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일가족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호성은 선수생활 은퇴 후 삶의 부침을 겪었다. 
 
이 외에도 최근 친구를 시켜 재력가를 청부 살해한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이 법원에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 2010∼2011년 재력가 송모(사망 당시 67세)씨로부터 선거 자금 5억2000만원을 빌리면서 송씨 명의 부동산의 용도를 변경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 처리가 지연되면서 송씨가 김형식 전 시의원의 금품 수수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자, 친구인 팽모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8월19일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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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